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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워크
김국현 지음 / 한빛미디어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식구들끼리 외식하러 가보면 열가족이면 열가족, 모두 아이들은 휴대폰이나 게임기를 들고 있다. 어른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아이를 찾기도 힘들고, 아이들은 어른들의 말씀은 안중도 없이 각종 기기를 들고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져든다.
이런 상황은 가정까지 연결되어 있다. 가정에서도 다 같이 앉아 TV를 보기는 해도, 각자의 세계에서 각자의 생각만으로 웃는다. 한마디 대화도 없이 TV가 끝나면 각자의 방에서 각자의 생활을 한다.
상황이 이렇게 된 까닭은 많은 휴대용 기기가 개발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워낙 촌스러운 사람이고 기계들과 친해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삶을 사는 까닭인지는 모르겠지만, 기계때문에 사람이 소외되고 외로워진다고 믿는 사람중의 하나이다.
그런 나의 삶에 뛰어든 책 한 권이 있으니 "스마트 워크".
불과 몇년 전만해도 스마트(smart)란 영어 단어를 들으면 '현명한', '지혜로운', '똑똑한' 이 정도의 형용사만 떠올렸다.
요즘은 스마트란 용어를 들으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통신 환경을 떠 올리게 된다.
거기에 워크라는 단어가 결합되었으니 촌스러운 내가 생각한 것은 "재택근무" 정도였다.
이 책을 쓴 작가 김국현은 한국의 대표적인 IT평론가라고 하니, 그가 이끄는 스마트 워크는 어떤 세상일까? 기계와 가능하면 멀리 떨어져 살려고 하는 나의 IT 마인드를 바꿀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책을 폈다.
이 책은 총 20개의 장으로 이루어져있는데, 재미난 것은 이론의 길과 실천의 길이라는 제목이 번갈아 제시된다는 것이다.
나처럼 현대의 전자기기시스템에 문외한인 사람도 이론을 아주 쉽게 설명해 주고 그 이론을 실천하는 방법을 알려줌으로써 이론과 실천이 결합시켜 제시한다.
자크 아탈리가 그려냈다는 "디지털 노마드"는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는데, 이 두단어로 많은 것을 이야기 해주었다. 시스템의 노예에서 벗어나 국가, 체제, 기업이라는 장치의 굴레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삶의 본능이 주는 에너지를 찾는 것이 바로 스마트 워크, 디지털 유목민의 지적 생활술이라고 정의하였다. 네트워크라는 길을 따라 걷는 유목민에게 필수 요소가 되는 디지털 기기에 대한 정보도 제시되어 있고, 스마트 워크의 한 형태라 볼 수 있는 재택근무의 전략도 제시되어 있다.
스마트 시대의 메일 이용 전략도 알려주고 이른바 3C라는 지적 생활의 플랫폼을 제시한다.
3C는 Capture, Connect, Celebtrate 이 세 단어의 앞머리를 따서 만든 것인데, 디지털 세상에서 만나는 모든 가치들을 포착하는 것을 Capture이라 표현하였다. 캡쳐의 가장 큰 한계인 용량이란 문제는 클라우드 시대로 접어들면서 해결되고 있으므로 발빠르게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와 경험을 캡쳐하는 것이 중요하고,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캡쳐된 정보들을 다른 정보들과 이어 더 가치있는 새 정보로 재생산하라고 일러준다. 그리고 그 것을 디지털 세상 사람들과 나누며 가치 창조의 기쁨을 알리고 축하하는 단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3C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부"를 해야한다고 말해 준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낙향한 선비처럼 세상과 단절된 공부가 아니라 주기적 셀러브레이션이 가능한 공부를 하여 사회와 조직에 기여하는 공부를 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오늘 읽은 뉴스에 트위트의 절반은 0.05%의 엘리트들이 생산한다는 정보가 있었다. 그러나 기죽지 말야하 하는 것은 이 책의 작가 김국현씨가 주장했듯이 요즘은 모든 도구가 내 손안에 있는 시대이므로 나만 제대로된 디지털 유목민이 된다면 나도 언젠가는 이 세상에 기여하는 "엘리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기계가 이끄는 삶은 싫다. 하지만 기계를 이용하여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세상에 도움이 된다면 기계를 이용하며 사는 것도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툴다고 싫다고 내칠 것이 아니라 내 삶의 일부가 되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이 시대의 홀로 떨어진 유목민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기술 용어와 각종 프로그램, 플랫폼의 용어들로 머릿속이 어지러웠지만, 기계에 대한 생각이 많이 정리가 된 긍정적인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