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가 스승이고, 모든 곳이 학교다 - 우리 시대 멘토 11인의 평생 공부 이야기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기획, 신영복 외 지음, 김영철 엮음, 김영철 인터뷰어 / 창비교육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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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말한다. 요즘 시대에는 스승이 없다고. 학교라는 시설에서 교육을 도맡아 하게 되면서 교사는 있지만 스승은 없다고 사람들이 말한다. 교사는 공직자로 나라에서 주는 월급을 받으며 국가에서 마련해 준 교육과정으로 학생들에게 교권을 내세우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교육을 할 뿐이지 제자를 기르는 사람은 아니라고 하면서 따라서 이 시대에는 스승이 없다고 자조한다. 그런 와 중에 "모든 이가 스승이고 모든 곳이 학교다"라는 가슴 뭉클한 제목을 가진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의 웹진 "다들"에서 멘토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책으로 출판했다고 한다. 공무원들 중에서도 이토록 자발적으로 창의적 업무를 해 나가는 사람들이 있구나 싶었고, 의욕 넘친 사업이었으므로 책으로 출판 가능했겠다 싶었다.

사실 나는 도서관이란 공간을 참 좋아하는데 우리나라 평생 교육의 중심이기때문이다. 지금 이 시대에 평생 교육을 완벽하게 이끌고 가는 기관은 없지만 도서관은 평생 교육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좀 더 적극적인 평생 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대학들이 변해야 된다는 나만의 생각이 있는데, 나이 20살이 되어서 가는 곳이 대학이 아니라, 나이와 상관없이 공부가 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문을 두드릴 수 있는 공간이 대학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 시대의 멘토들은 평생 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정말 궁금했다.

인터뷰이의 면면을 보면 우선 고 신영복 선생님,최재천 교수님, 홍세화, 박재동, 김제동, 조한혜정 등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고, 내가 모르는 사람들은 김신일, 김우창, 채현국, 박영숙, 조은 등이다. 평상시 다양한 루트를 통해 알고 있던 분들은 평생 교육에 대해 어떻게 말씀하셨을 지 상상이 가지만 모르는 분들은 어떤 업적이 있는지, 또 평생 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오히려 더 알고 싶어져서 얼른 책을 펼쳤다.

우선 신영복 선생님. 1998년에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고 감동을 받아 선생님의 강의를 직접 찾아가 듣기도 했고, 선생님의 책은 출판되자마자 사서 읽었다.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 나는 이 시대의 훌륭한 멘토 한 분을 잃어버렸다고 한참을 우울해했었다.

  이 책이 무엇보다 고마웠던 것은 신영복 선생님의 마지막 인터뷰였다는 점이었다.  신영복 선생님께서 늘 말씀하시던 집단 지성의 중요성이 글 속에 나타나있고, 평생 교육을 " 먼길을 함께 가는 아름다운 동행"이라고 표현하셨다. 과연 신영복 선생님 다운 말씀이셨다. 평생 교육을 통해 여기 저기 작은 숲이 완성되면 사회적 역량이 성숙될 거라고 말씀하셨다.

김신일 교수님은 2006년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겸 부총리를 하신 분으로 평생교육론의 개척자라 소개되고 있다.다들 교육주의의 중요성을 이야기 할 때 학습주의를 주장하신 분이라고 했다. 모든 사람은 누가 통제하거나 관리지도하지 않아도 배울 수 있는 능력이 있고, 학습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P 38)하셨다.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도와주는 것이 학교이고 교육 제도여야 한다는 말씀. 이시대에 꼭 필요한 말씀이다. 교육부총리 시절에 국가-광역시도-기초자치단체를 묶는 평생교육체계를 완성했다고 하니 꼭 기억해두어야 할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김우창 교수님은 한국 인문학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원로 인문학자로 지금 대한민국이 인문학에 열광하는 자체가 기쁜 일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가 방향을 상실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인문학의 열풍, 그로 인해 평생 교육의 가치 혹은 필요성이 대두 되고 있어 교수님의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았다.

자존감 높은 최재천 교수님의 "100년제 대학"의 취지도 좋았고, 박재동 화백의 "학교 만들자"는 감동적이었다.

아이들이 스스로 커리큐럼을 짜고 스스로 교사, 교수가 되어 학습을 해나가는 학교를 만들어 운영한 경험은 "뭐든 할 수 있는 학생에 대한 존중"이 느껴져서 정말 좋았다. 이와 더불어 나이에 제한 없는 평생 학교. 내가 꿈꾸던 평생 학교와 비슷해서 감동적이고 가슴 뿌듯했다. 나를 짓는 공부를 하자는 홍세화님, 내가 나에게 손을 내밀어 잡은 최초의 악수가 평생 교육이라는 김제동님, 한 문제는 무수한 해답이 있다는 채현국님, 대안학교의 대모 조한혜정님. 그들의 발자취 하나 하나가 스승의 발걸음이었고, 배움이었다. 아름다운 11분을 만나 책 읽는 기간 내내 행복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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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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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양성평등 문화상 소설 부분을 차지한 소설이 "82년생 김지영"이란 뉴스를 봤다. 사실 책을 사놓고 읽을 틈을 찾지 못해 놓치고 있었는데 이 뉴스가 나의 독서력을 자극했다. 뽑아 보니 크기가 작다. 흡사 문고판 같다. 작가의 말과 작품 해설까지 모두 합쳐도 200쪽이 되지 않는 분량이다. 아주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책 표지에는 한 여인이 서 있고, 그 여인 뒤로 긴 그림자가 휘어져 여인을 바라보고 있다. 늘 따라다니는 그림자이지만 그날 그날의 기분에 따라 그림자의 느낌이 달라지는데 이 그림자는 허무하고 허전하다. 책 바탕색이 회색이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82년생 김지영.  그녀의 삶은 내가 아는 나의 삶과 그닥 차이점이 없었다. 남자 형제에 비해 많은 것을 양보하며 자랐다. 학원도 가고 싶은대로 못 가고, 갖고 싶은 학용품, 먹고 싶은 음식 등 많은 것을 양보하며 자랐다.  가정에서의 남녀 차별에 이어 직장에서의 차별로 고생하고 결혼해서 육아 독박으로 자아를 잃어가며 엄마란 이름으로 살아가야 하는 대한민국 여성의 삶을 가감없이 잘 그린 소설이다.

  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가장 성 격차가 크다는 대한민국의 직장. 개인적인 능력이나 업적보다는 성별에 의해 먼저 평가받고 승진에서 누락되고 육아를 위해 자신의 직장을 포기하고 마는 현대 대한민국의 직장 여성의 삶이 눈물나게 슬프다. 
  왜곡된 여성관의 역사를 찾아간다면 아마도 조선시대 유교에 의한 영향이 아닐까? 현대 중국에서도 완전히 사라진 유교의 악영향이 대한민국에 남아 오늘날까지 양성평등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아주 오래된 역사를 가진 남존여비의 사상으로 인해 완벽한 양성평등의 세상이 되기까지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대한민국 국민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루어내야하는 것이다. 84년 김지영과 같이 한 개인의 불행이 가정의 불행이 되고, 행복하지 못한 가정의 구성원이 건강한 사회를 이끌어갈 수 없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모든 구성원이 건강한 양성평등의 사상을 갖기 위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양성평등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고, 늦은 감이 있지만 각 직장, 사회에서도 지속적인 평생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내 가정에서 양성평등이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자기 검열을 철저히 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더이상 우리 주변에 82년생 김지영처럼 삶을 잃어버리는 여성이 없도록 우리가 먼저 주변을 살펴보자. 그리고 용기내어 말하자. 그건 양성평등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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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견만리 : 미래의 기회 편 - 윤리, 기술, 중국, 교육 편 명견만리 시리즈
KBS '명견만리' 제작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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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짜리 명견만리 시리즈를 거꾸로 읽고 있다. 2권에서는 우리의 삶을 보다 바른, 보다 행복한, 보다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윤리, 기술, 중국, 교육 방면에 어떤 것을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KBS 명견만리 제작팀이 아주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윤리" 편에서는 우리나라에 절실히 필요한 "착한 소비" 와 "부패인식" 을 설명해 주고 있다.

현대사에 최근 100년동안 우리나라처럼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6.25 전쟁으로 인하여 어느 나라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 성장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다. 덕분에 "경제 선진국이면서도 개도국의 부패 수준에 머물러 있는 유일한 국가"라는 혹평을 듣고 있다.

경제 후진국, 제 3 세계로 지목 되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청렴한 나라, 인지도 없는 "보츠나와"의 여중생이 "우리 나라는 깨끗한 나라"라고 자랑했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의 투명성에 대해 얼마나 자부심을 가지고 있을까?  작년 이맘때부터 실시된 "김영란 법" 덕분에 엘리트 카르텔이라 불리는 정치인, 고위 관료들의 부정부패는 다소 줄었으리라 기대는 하고 있지만 국민이 느끼는 부패지수는 여전히 높다. 여기 저기서 김영란법으로 내수를 망친다는 주장으로 법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데 작년 실시할 때 빠진 "이해충돌방지법"을 추가시키는 방향으로 개정되길 희망한다.

  두번째 꼭지인 "기술"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제 4차 혁명에 대비하는 자세이다. 증기기관을 통한 기계혁명인 1차 혁명, 전기동력으로 대량생산한 2차 혁명, 컴퓨터를 통한 자동화를 이룬 3차 산업혁명, 그리고 소프트파워를 통한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왔다.

 오로지 인력만으로 오늘날의 경제성장을 이룬 우리나라는 세계가 인정하는 IT 강국으로 제 4차 혁명의 시대에 가장 기대되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산업 분야에서의 4차 혁명뿐 아니라, 정부, 국회를 중심으로 데이터 기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러한 준비들이 차근차근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 주도의 청사진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세번째 꼭지인 "중국"에서는  중국발 경제위기, 주링허우 세대의 창업등에 대해 설명한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 나라는 중국이 가진 내부 문제로 인해 경제 위기가 닥칠 경우를 대비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현재는 중국 내부문제가 아닌 사드로 인한 경제 보복 행위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이다. 수많은 기업들이 엄청난 적자를 감당하고 있고, 엄청난 숫자로 우리를 당황시키기도, 기쁘게도 했던 단체 관광 수입이 뚝 끊어졌다. 중국 내부의 문제이든, 국제 외교 관계 문제이든 중국의 경제가 우리 나라에 끼치는 영향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가, 기업들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게다가 중국은 창업자들 사이의 유대 관계가 강해서 같은 후배 창업자들을 밀어주고 서로 도와주는 좋은 창업 문화 덕분에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창업 사회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창업을 개인의 일로 치부하고 실패하면 도저히 헤어날 수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중국 창업 문화는 두렵기도 하지만 부럽기도 한 문화인 듯 했다.

  마지막, 교육 꼭지는 정말이지 해결하기 요원한 문제이다. 토의 토론 문화는 사라지고 문제 중에서만 답을 찾고, 교수의 말에 복종하며,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우리의 교육 문화는 세계 우수한 교육제도를 가진 다른 나라의 교육 문화를 예를 들때마다 자괴감을 느낀다. 100년 안에 이렇게 훌륭한 경제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지식 주입식 교육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지금의 교육환경으로는 창의적인 미래 세계에서 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에서 청소년으로 산다는 것은 많은 시간을 담보 잡힌 채 공부만을 하며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고 있다.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교육 프레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 어른들이 해야만 하는 일일 것이다.

  명견만리 2권에서는 윤리, 기술, 중국, 중국 편으로 나눠 미래를 내다보며 우리가 나아가야할 길을 살펴 보았다. 3권을 읽을 때는 몰랐는데 2권을 읽으면서는 제작팀에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촬영까지 꼼꼼하게 마련한다고 정말 고생 많았을 듯하다. 이러한 명백한 자료들이 우리들을  강하게 설득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이제 마지막 1권 남았다.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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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을 삼킨 소년 - 제37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영미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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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연휴를 맞아 읽을 책을 도서관에서 찾아 봤다. 몰입도가 높은 일본 소설이 좋겠다 싶어 일본 소설 코너에 갔는데 "침묵을 삼킨 소년"이란 책이 눈에 띄였다. 작가는 야쿠마루 가쿠라고 전혀 인지도가 없는 사람이었는데 책 날개에 소개된 작가를 살펴보니 꾸준히 청소년 범죄에 관심을 갖고 작품 활동을 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도 청소년 범죄가 화두가 되고 있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비슷한 교육 제도를 갖고 있는데 청소년 범죄는 어떠할까 상당히 궁금했고 이를 어떻게 묘사했을 지도 궁금하여 선택하여 읽어보기로 했다.

  소년 범죄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관한 서술이 앞 부분일 거라는 나의 예상과는 달리 중 2 쓰바사의 이야기보다 쓰바사의 아버지인 요시나가 삶부터 먼저 묘사된다. 한 건축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인정 받는 요시나가는 이혼남이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의 삶 속에 아들 쓰바사는 존재의 의미가 미미하다. 엄마 준코가 데리고 살기 때문이다. 가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살아도 우리나라 아이들도 아버지의 삶속에 의미를 찾기 어렵다. 아버지는 회사때문에 늦게 돌아오고, 아이들에게 아빠의 존재는 주말에 소파에 널부러져 있을 때 발견된다는 것도 일본과 비슷하다. 그런 요시나가에게 경찰이 찾아 오고 아들이 같은 반 친구를 죽이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체포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엄마 준코를 만나지만 준코는 혼자 아이를 키우느라 힘들었다는 신경질적인 반응 뿐이었고, 요시나가는 변호사를 찾아 맡기고 회사에는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거짓말로 둘러 대고 조퇴를 하며 아들 면회를 한다. 그러나 쓰바사는 변호사와 요시나가의 면회에 지속적인 침묵으로만 대응한다. 아버지 요시나가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아들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아들과 주고 받은 연하장을 보고, 사건 현장을 찾아 보고, 친구들을 만나면서 아들이 범죄를 저지른 배경에 한 발 한 발 다가간다. 아들이 살해자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퇴직을 강요받지만 굴하지 않고 견디면서 아들의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실로 눈물겨운 부정이었다. 같이 살지 않았지만 아들에 대한 믿음, 아들에게 시간을 투자해 주지 못했던 안타까운 마음으로 견디는 현실을 내 현실이라고 상상해보면 나도 그렇게 꿋꿋하게 사람들의 시선을 견디면서 내 아이의 진실을 찾아낼 수 있었을까? 결국 아들을 침묵에서 구해내지만 아들은 범죄자가 되었다. 범죄자가 된 후 아들에게 주어진 현실은 냉랭했다. 그런 현실 속에서도 아들을 반성하게 만들고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게끔 이끌어주는 요시나가의 사랑이 대단했다. 이 과정에서 우울증에 걸린 엄마가 소외되는 것이 다소 안타깝기는 했다.

  대부분의 범죄 소설들이 어떻게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고, 범인은 누구인지에 촛점이 맞춰줘있다면 이 소설은  범죄가 이루어지고 난 뒤 사회의 대응방법, 부모의 대처 방법 등이 주로 묘사되어 있다. 결국 이 소설을 읽는 어른들은 이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물어보고, 도와줘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우리 나라에서도 청소년 범죄가 심각하다. 범죄가 발생하고 나면 부모,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는 초토화된다. 개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가정의 문제, 학교의 문제가 있다고 보기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족 관계에 해결방법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빠르게 현대화에 진입한 대한민국은 경제발전을 위해 개인이 희생해 왔고, 그 희생이 가정의 파괴로 연결되어 수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요즘에는 매주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정하고 아버지들의 이른 퇴근을 종용하나, 집에 와 봐도 아이들은 학원을 떠도느라 부모와 마주 할 시간도 없는 현실이다. 사랑으로 채워져야 할 아이들에게 시기, 질투, 미움이 가득찬 정서를 만들어주고 있는 현재의 교육제도,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시간도 없이 회사에 일생을 바쳐야만 하는 근무환경 등이 변하지 않는 이상 소외된 아이들에게 사랑을 채워줄 방법은 요원하다. 가정이 가정다운 사회. 그래야 침묵하는 아이들을 더 이상 만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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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김탁환 지음 / 돌베개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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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연휴, 정말 오랫만에 주어지는 휴식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도서관에 가서 연휴동안 읽을 책을 대출해 왔다.

도서관에서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라는 푸른 색 바탕의 책을 발견했다.

내 입에서는 김민기의 "아름다운 사람"이 중얼중얼 흘러나왔다.


"어두운 비 내려오면
처마 밑에 한 아이 울고 서있네
그맑은 두눈에 빗물 고이면
음-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우리가 대학 다닐 시절 김민기의 노래는 대부분 "금지곡"이었다.

금지곡이라니 더욱 절절해 하며 불렀던 노래 중에 아름다운 사람이 있었고 우리들은 집회의 마무리를 이 노래를 부르곤 했었다.

이 노래의 후렴구로 만들어진 제목. 무슨 책일까 굉장히 궁금하였고 작가가 김탁환 작가였기 때문에 이름을 보고 선택하였다.

집에 와서 책을 펼치면서 이 소설집이 "세월호"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쓰여진 소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4.16

이 숫자만 보아도 가슴이 먹먹하다. 아직까지도 시신을 다 수습하지 못하여 우리 국민을 안타깝게 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과거.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에 철저히 따랐던 젊은 목숨을 지켜내지 못한 슬픔으로 한동안 무기력하게 지내야만 했던 대한민국 최고의 부끄러운 과거.

만약 세월호 이야기 인것을 알았더라면 일부러 선택하여 읽으려 하지 않았을것이다. 그 날의 무거움 속으로 파고 들어갈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무지로 인하여 의도치 않게 그 무거움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하필 첫 소설이 "눈동자"였다.

정말이지 가슴이 아파서 힘들었다. 나 역시 사람을 볼 때 눈을 가장 먼저 보고, 남보다 눈동자의 색깔에 예민한 편이어서 사람을 떠 올릴 때 눈동자를 잘 떠올리는 나에게는 세월호에서 만난 눈동자를 기억해 내는 장면은 사실 괴로운 장면이었다.

현장에 있었던 수 많은 사람들의 트라우마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어 너무 마음이 아팠다.

  두번째 소설" 돌아오지만 않는다면 여행은 멋진 것일까"에서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절망, 그리고 억지로 갖고자 하는 희망이 아픔 속에서 스스로 치유하는 유족의 몸부림이 정말 절절했다.  

11년이 지나서야 세월호 당시의 사건을 되짚어 가는 어린 여선생의 미래 소설. 세월호 사건의 당사자이면서 그 슬픔을 치유하기 위해 용기있는 선택을 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인형탈을 쓰고 현실을 도피하는 찬민아빠, 실어증에 빠져드는 재서엄마, 죽음을 팔아서 글을 쓴다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작가, 등등 세월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 절절히 잘 그려져있다.

단편을 그닥 즐기지 않는 나는, 단편이어서 좋았다. 슬픔에 빠져 허우적댈 시간없이 다른 소설로 옮겨가야 하는 단편이어서 그나마 덜 괴로울 수 있었다.

세월호는 우리에게서 절대 잊혀지지도 잊을 수도 없는 사건이며, 치유되지 않을 상처이다.

김탁환 작가의 이런 용기있는 시도, 그로 인한 가슴은 아프지만, 우리를 위로하는 소설을 탄생 시킨 그의 결단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오늘. 세월호 사건의 무거움 속에서 한 떨기 꽃을 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을 선물한 김탁환 작가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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