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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김탁환 지음 / 돌베개 / 2017년 4월
평점 :
명절 연휴, 정말 오랫만에 주어지는 휴식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도서관에 가서 연휴동안 읽을 책을 대출해 왔다.
도서관에서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라는 푸른 색 바탕의 책을 발견했다.
내 입에서는 김민기의 "아름다운 사람"이 중얼중얼 흘러나왔다.
"어두운 비 내려오면
처마 밑에 한 아이 울고 서있네
그맑은 두눈에 빗물 고이면
음-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우리가 대학 다닐 시절 김민기의 노래는 대부분 "금지곡"이었다.
금지곡이라니 더욱 절절해 하며 불렀던 노래 중에 아름다운 사람이 있었고 우리들은 집회의 마무리를 이 노래를 부르곤 했었다.
이 노래의 후렴구로 만들어진 제목. 무슨 책일까 굉장히 궁금하였고 작가가 김탁환 작가였기 때문에 이름을 보고 선택하였다.
집에 와서 책을 펼치면서 이 소설집이 "세월호"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쓰여진 소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4.16
이 숫자만 보아도 가슴이 먹먹하다. 아직까지도 시신을 다 수습하지 못하여 우리 국민을 안타깝게 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과거.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에 철저히 따랐던 젊은 목숨을 지켜내지 못한 슬픔으로 한동안 무기력하게 지내야만 했던 대한민국 최고의 부끄러운 과거.
만약 세월호 이야기 인것을 알았더라면 일부러 선택하여 읽으려 하지 않았을것이다. 그 날의 무거움 속으로 파고 들어갈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무지로 인하여 의도치 않게 그 무거움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하필 첫 소설이 "눈동자"였다.
정말이지 가슴이 아파서 힘들었다. 나 역시 사람을 볼 때 눈을 가장 먼저 보고, 남보다 눈동자의 색깔에 예민한 편이어서 사람을 떠 올릴 때 눈동자를 잘 떠올리는 나에게는 세월호에서 만난 눈동자를 기억해 내는 장면은 사실 괴로운 장면이었다.
현장에 있었던 수 많은 사람들의 트라우마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어 너무 마음이 아팠다.
두번째 소설" 돌아오지만 않는다면 여행은 멋진 것일까"에서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절망, 그리고 억지로 갖고자 하는 희망이 아픔 속에서 스스로 치유하는 유족의 몸부림이 정말 절절했다.
11년이 지나서야 세월호 당시의 사건을 되짚어 가는 어린 여선생의 미래 소설. 세월호 사건의 당사자이면서 그 슬픔을 치유하기 위해 용기있는 선택을 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인형탈을 쓰고 현실을 도피하는 찬민아빠, 실어증에 빠져드는 재서엄마, 죽음을 팔아서 글을 쓴다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작가, 등등 세월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 절절히 잘 그려져있다.
단편을 그닥 즐기지 않는 나는, 단편이어서 좋았다. 슬픔에 빠져 허우적댈 시간없이 다른 소설로 옮겨가야 하는 단편이어서 그나마 덜 괴로울 수 있었다.
세월호는 우리에게서 절대 잊혀지지도 잊을 수도 없는 사건이며, 치유되지 않을 상처이다.
김탁환 작가의 이런 용기있는 시도, 그로 인한 가슴은 아프지만, 우리를 위로하는 소설을 탄생 시킨 그의 결단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오늘. 세월호 사건의 무거움 속에서 한 떨기 꽃을 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을 선물한 김탁환 작가가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