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날은 없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61
이옥수 지음 / 비룡소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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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오는 청소년 소설은 제목부터가 참 자극적이다.

"개같은 날은 없다"라니....

아이들의 대화 속에 "개"가 빠지면 단어도 형성되지 않는다 하지 않는가? 아이들을의 마음 상태를 나타낸 것이라 이해하려 노력하며 책을 펼쳤는데 첫 문장부터 좌절이다.

'녀석이 죽었다!'

평상시 정말 좋아하던 강아지 찡코를 죽여버렸다. 자신을 향해 으르렁 거리던 강아지를 죽여 버릴 정도로 분노에 찬 소년, 강민. 외삼촌 회사인 지역 정보지에서 잡다한 일을 하는 23살의 비만녀 미나. 이 두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번갈아 가면서 풀어낸다. 경민이는 반말로 짜증스럽게, 미나는 높임말을 써가며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준다.

두 사람을 처음 만나게 해 준 것은 강아지 찡코때문이었다. 찡코를 발로 차며 괴롭히는 강민이를 보며 미나는 하지말라고 고함쳤고 무슨 상관이냐며 덤볐던 아이가 강민이었다.

그러던 중 강민이는 친구를 심하게 때려서, 미나는 살빼고 우울증을 고치기 위해 정신과 상담을 하게 되고, 미나는 강민이가 찡코를 죽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잘 키우던 강아지를 분노 조절이 안 되어 죽이고, 친구의 깐죽거림을 보고 넘기지 못하고 피튀기는 싸움을 하고 마는 강민이를 보는 순간, 스트레스로 꽉 차서 어떤 말을 해도 화를 키우기만 하는 청소년이 떠 올랐다. 실제로 요즘 아이들은 '건드려 주세요'란 표정으로 세상에게 으르렁거린다.

이 소설은 분노에 찬 강민이도, 비만,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미나도 알고 보면 가족의 무례함, 무관심, 폭력으로 인한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문제 청소년 뒤에는 문제 부모가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형제, 자매, 남매들 사이의 다툼을 흔히들 "싸우면서 자란다"라고 말하면서 반드시 거쳐가는 단계인거마냥 말하면서 자동 소화되길 바라는 부모님이 참 많다. 그러나 형제, 자매간의 싸움에서도 스트레스 더 많이 받는 쪽이 있기 마련이고, 폭력과 관련된다면 한 사람의 인성이 무너질 정도의 타격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인공 강민이와 형이 정신과에 치료를 받으면서 상대방에게 솔직하게 말하기, 입장 바꿔 말하기 과정을 읽으면서 눈물을 쏟았는데, 무지막지하게 동생을 두들겨패는 형의 입장도 이해하게 되고, 세상을 향해 분노를 키워왔던 강민이의 입장도 이해하게 되었다. 멍든 가슴을 안고 살아가면서도 화풀이 할 수 있는 상대가 서로 밖에 없음을 알게 되었지.

형제, 남매의 불화를 당연하다는 듯 그냥 보기 없기, 어떤 일이 있어도 가정에서 폭력 쓰는 일 없기, 이 두가지만 잘 지켜도 부모 노릇 50%는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 같은 날은 없다'라고 우리는 과거를 돌아보며 얘기 한다. 지나고 나면 다 견딜만 했다고 생각되니까. 하지만 요즘 청소년들은 미래가 '개 같을까봐' 걱정하고 스트레스받느라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이들에게 개같은 날은 없다고 당당히 말해주고, 지금의 스트레스 원인을 스스로 찾아 수정할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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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의 쾌도난마 한국경제
장하준.정승일.이종태 지음 / 부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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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자본주의에 살고 있지만 2가지 만은 절대 자본주의 구조에 끼워 맞춰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교육"과 "의료"이다. 가난한 자와 부자 모두 원하는 만큼 교육 받을 수 있어야 하고, 가난한 자와 부자 모두 같은 의료행위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가난하기 때문에 교육 받을 수 없어 자신의 현재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현실의 굴레에 얽매여 사는 사람이 많은 사회, , 가난하다고 해서 의료행위를 받을 수 없어 목숨을 잃는 사회는 인간을 위한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의 대한 민국은 나의 철학을 비웃듯이 빈부의 격차는 한 없이 벌어지고 있으며 인간다운 대접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만 간다. 왜 우리 사회는 내가 바라는 대로 나아가지 못하는 걸까?

켐브리지 대학 교수 장하준,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운영위원 정승일, 시사IN 의 이종태. 이 세사람이 나누는 이야기 속에 내 궁금증을 풀어 줄 단서가 있을까 싶어서 이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이 책의 화두는 "반 자유주의"와 "복지국가"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겉으로는 신자유주의를 표방하였지만, 신자유주의에 새로운 형태의 정경유착, 부패가 병행되어 대한민국을 경제의 위기로 몰고가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의 경제 불황이 "복지"에 기인한 듯이 얘기하면서 파이를 나누는 것은 시기 상조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현 정부에게 말해 주고 있다. 실질적으로 세계 경제 위기는 복지때문이 아니라고...세계 경제 불황의 주범은 금융 자본주의와 주주 자본주의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상품을 만들어 팔고 교역하는 것에서 이익을 얻는 것보다 금융상품 거래로 이익을 얻는 것을 최고로 여기는 금융 자본주의, 주식 투자자들의 이익 극대화를 기업 최우선 경영 목표로 삼는, 즉 단기적인 수익 지향성이 기업의 주요 경영을 좌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인 주주 자본주의가 세계 경제를 힘들게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 같은 경우도 은행들이 자신들의 이익만 열심히 추구하다가 국제적인 금융 위기를 초래하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우리들은 고용없는 성장에 만족하면 되겠는가? 부동산 거품도 꺼지고 집집마다 부채만 가득 늘어서 대한민국 경제도 실신하기 바로 직전인데, 아직까지도 주주의 이익만 따지고, 금융상품으로 돈 버는 것을 목표로 삼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는 것이 대한 민국의 비극인 것이다.

책을 읽다가 깜짝 놀랐던 것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평가이다.

물론 그가 대한민국 경제적 성장의 기반을 닦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경제적 기반을 위해 우리의 정치, 우리의 문화, 우리의 의식은 얼마나 희생되었던가. 역사상에 나타나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박정희 대통령을 "관치'라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 하는 것이다.

즉 "금융 시장과 주주 자본주의를 일관된 원칙을 가지고 통제, 규제하고, 산업 정책과 정책 금융을 일관된 원칙과 가이드라인에 입각해 시행하는 관치"가 필요하다고 한다. 즉 국가의 바람직한 관리를 바란다는 것이다.

그리고 재벌을 개혁한다는 미명으로 재벌을 파괴하는 것은 벼룩 잡기 위해서 절을 태우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표명하고 있다. "재벌이 국민 경제에 유효한 면이 여전히 있기 때문에 재벌 가문에 경영권 보호 장치를 마련해주는 대신 복지국가 문제에서 명확한 대가를 받아 내야만 한국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한다. 과연 우리나라 재벌기업이 이 문제를 얼마나 순수하게 받아 줄까?

있는 놈이 더 지독하다고, 한 푼이라도 더 끌어 모으려 노력하고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남의 나라 이야기로 치부하는 재벌 가문의 인물들에게 가당키나 한 이야기가 싶어 회의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재벌 개혁으로 가기 전의 임시 방편이라면 모를까? 재벌 개혁의 목표 내지는 결과는 결단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1년부터 우리 나라를 뒤흔들던 복지. 정치계에서 서로 자기네 정책이 복지국가 구현의 지름길인 듯 선심 정책을 내세웠다. 하지만 복지는 선심 정책, 파이를 나누는 일이 아니라 하나의 생산 시스템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 뒤통수에 큰 충격이 왔다. 나는 그냥 인간성 보장을 위한 복지만을 생각했었는데 경제라는 큰 바퀴를 놓고 생각해 보면 "복지가 제대로 되어야 국가 경제 전체의 산업 고도화도 가능하다"고 한다.

즉 복지가 하나의 대안적 생산 시스템이 된다는 것이다. 즉 버젓이 직장을 가진 현장 노동자는 물론이고 사무직 중산층에서 의사, 경영자에게 이르기까지 모두 복지 혜택을 받는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였다. "세금과 복지 예산의 증가는 내 돈이 사라진게 아니라 우리가 개별적으로 민간 시장에서 구입하던 걸 공동 구매로 바꾼다"라는 생각을 가지도록 국민을 설득하고 호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을 세웠듯이 보편적 복지를 위해 국가적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 나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선택이었던 것이다.

나의 고민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교육에서도 경쟁이 대두되고, 성적 좋은 아이는 착한 아이, 성적 나쁜 아이는 나쁜 아이로 취급 받는 신자유주의적 발상이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고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 시간 연장을 잊어 버릴만큼 몰두해서 읽었지만, 읽고 나서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이 솔직히 있었다. 시간이 되면 장하준 교수님의 책을 정독해보고 싶다. 이제 우리가 나아가야 할 일은 보편적 복지국가라는 것을 정확하게 많은 사람들에게 설명해 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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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 스님과 함께하는 내 마음 다시보기
혜민 지음, 이영철 그림 / 쌤앤파커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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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계속 바쁘다. 해야 하는 일이 쌓여 있고, 일을 하나씩 해결해 가도 이상하게 해야 하는 일은 줄어들지 않으니 늘 헉헉거리며 달리는 말 같다는 생각을 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다른 사람은 한가하게 노닐기도 하는데 나만 왜 이렇게 헉헉거리며 달려야 할까?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온라인 서점 사냥을 나갔는데,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베스트셀러 1등이란다. 나는 솔직히 이런 책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 어느 상황에 놓아도 다 말이 되는 것 같은 위로성의 말들은 들으나 마나 이기때문이다. 그런데 오늘따라 이 제목이 확 와 닿았다.

그래, 조금 놓아보자. 조금 쉬어보자. 얼른 '바로 구매'를 눌렀고, 요술램프는 정확히 하루만에 내 손에 책을 대령했다.

우창헌 작가의 신기루 같은 그림,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평온한 세상을 눈 앞에 펼쳐 놓았다. 책의 표지부터 나의 마음을 현실에서 벗어나게 만들어 줬다. 한 가족인듯한 세 사람이 손을 잡고 나란히 서있는 그림이다. 팩 표지만 봐도 '아~ 덧없는 것에 얽매여 가슴 졸이지 말고 그냥 좀 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펴자 마자 혜민 스님께서 나에게 위로의 말씀을 보내 주셨다.

'남 눈치 너무 보지 말고

나만의 빛깔을 찾으세요.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입니다'

라고 말이다. 절로 고개를 숙이며 합장인사 하고 책을 펼친다.

프롤로그 제목이 '잠깐 멈추고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세요'이다.

맞구나. 내가 바쁜 것은 나를 위한 삶이 아니라 타인을 위한 삶이었구나. 나를 내 인생의 바깥쪽에 놓고 생활했네 싶었다. 스님은 나에게 말씀하셨다. '과거를 반추하거나 불안한 미래를 상상하는 마음을 현재에 잠시 정지해 놓고 숨을 가다드을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자고'(P9)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정지시켜 놓고 나를 나에게서 유체이탈 시키고 나를 '관조'하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 그것이 내가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라는 걸 알려주셨다.

혜민스님께서 트위터에 쓰신 글들이 대부분인데, 나에게 엄청난 쇼크로 와 닿은 글은

'마음이 바쁘면 그 바빠하는 마음을 알아차리십시오.

마음이 짜증을 내면 짜증내고 있음을 알아채고

화가 나면 화내는 내 마음을 알아차리십시오.

알아챔은 바쁨, 짜증, 화에 물들어 있지 않아

아는 순간 바로 그 상태에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는 작용 자체는 본래 청정하기 때문입니다.'(p42)

바쁨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원망하고, 도와주지 않는 주변들에 대한 불평, 나를 더욱 힘들게 하는 상황에 대한 미움으로 마음이 가득찼는데, 그 마음을 알아차리라니...

그 순간 나는 나를 볼 수 있는 또 다른 눈을 가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한번도 나의 상황을 벗어난 나를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스님의 짧은 말씀에 내 영혼에 1t 정도의 충격이 온 것 같았다.

이 외에도 난로를 대하는 것처럼 인간관계도 너무 가까이, 너무 멀리 말고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라는 말씀과 '종은 자신을 더 아프게 때려야 멀리까지 그 소리가 퍼집니다. 지금의 힘든 노력이 없으면 세상을 감동시킬 수 없습니다'라는 말씀에서 큰 위로를 받았다.

좀 더 나를 사랑하고 나를 이해하고, 내 마음을 받아주라는 말씀. 오늘로써 나는 조금 덜 바빠질 수 있을 듯 하다. 방금, 스님의 트위터를 팔로우했다. 스님의 보석같은 말씀. 꼭 마음에 새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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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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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정이현의 작품은 달콤한 나의 도시를 읽은 것이 전부다. TV에서 드라마화 되고 나서 원작이 궁금하여 서점 한 쪽 구석에 앉아 다 읽었던 기억이 있다. 서점 구석에서 읽을 수 있는 여유가 자주 없는 나로서는 그 여유만으로도 행복했었다. 그래서일까 '정이현 작가=행복'이라는 공식을 갖고 있는데 도서관에서 '너는 모른다'란 책을 발견한 것이다. 그것도 '독서치료코너'에서 ...

책 표지도 행복 가득한 꽃천지다. 이쁜 소녀의 빨간 구두, 빨간 치마도 행복해 보였다.

뭔가 또 나를 위로해 줄 만한 컨텐츠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책을 빌려왔다. 집에 와서 차분을 책을 펴 읽는데 첫 문장의 첫 단어가 '시체'이다.

아~~ 이거 아닌데, 작가 말대로 '나는 잘 몰랐던 것'일까? 하하하.

시체라는 단어를 꿀꺽 삼키고 문장을 진행시켜 나갔다.

이야기는 한 가정을 주인공으로 펼쳐진다. 아빠 김성호, 새엄마 진옥영, 큰 딸 김은성, 큰 아들 김혜성, 그리고 막내 딸 이복 형제 김유지가 이 식구의 전부이다. 아들 김혜성은 이들의 전화번호를 저장할 때, 김성호, 진옥영, 김은성으로 저장한다. 엄마, 아빠, 누나라는 단어들에서 배어나오는 비릿하고 달착지근한 냄새가 두렵기 때문이란다.

아~느껴진다. 애정 결핍증.... 어느 누구에게서도 사랑 받아보지 못한 20살짜리 소년, 아니 청년 혜성은 대를 휴학하고서도 가짜 등록금 청구서를 만들어 아빠에게 등록금을 타내어 쓰고 다닌다.

경제적으로 부유하지만 흩어진 모래알처럼 서로에게 무관심하게 살아가는 이 가정에서 사건이 터진다면 망나니처럼 감정에 매달려 생활하는 큰 딸 은성이나, 회색 빛깔의 그 동생 혜성이에게서 일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11살 아무것도 모르리라 생각했던 유지에게서 발생했다. 새엄마의 목숨과 같은 막내딸이 사라져 버렸다. 가족들은 하나 같이 자신의 상황을 공식적으로 펼쳐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자신들이 가진 비밀로 인해 사건은 공식적 해결 방법을 뒤로 하고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는데 그러다 보니 사건은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든다.

돈만 있으면 가정이 꾸려진다고 생각하는 아빠의 직업, 불법적인 무역,사실 이 대목은 읽을 수록 유쾌하지 못한 감정이 자꾸 몰려와 책을 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11살 유지의 행방이 궁금하여 책을 덮을 수 없었다. 작가는 그렇게 독자를 몰고 간다. 읽기 찜찜한 부분을 견딜 수 있도록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여기 저기 숨겨둔다.

사랑 없이 꾸려지는 가족의 삶이 불완전하지만 가족으로 서로에게 애정을 느끼게 되기까지 견뎌야 하는 아픔이 징그럽도록 싫었지만, 그래도 그들의 평온으로 인해 나의 마음이 편안해졌다.

가장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는 가족도 이처럼 허무하게 서로에게 무지한 현실, 인정하지 싫지만 사실이다. 아이들도 5살만되면 가족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많은 시간을 외부인과 보내는 유치원, 어린이집으로 내 몰리고, 학교에 갔다가 학원 순례를 하다 보면 저녁 늦게서야 가족과 합류하게 된다. 아빠라는 사람은 충실한 회사 생활, 이기적인 취미활동 등으로 얼굴 보기도 힘든 요즘, 진정 "당신은 몰라, 너는 몰라, 아빠가 어떻게 알아!"라고 불평 할 수도 있겠다 싶다.

가족이 붕괴되면 사회도 당연히 붕괴된다. 그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 사회적 상황을 경쟁 상황으로 몰아 넣어 가족을 붕괴시키고 있는 요즘, 우리들의 본모습을 되찾고 서로를 이해하는 기초 작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정이현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가족, 사회의 기초 단위. 가볍게 여겨져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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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 2006 제38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작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21
이근미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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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미래인 출판사의 청소년 걸작선을 자주 읽는다.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변하고 있는 내 딸과 공통의 정서를 갖고 싶다는 욕심을 이 출판사에서 채울 수 있기때문이다. 이번에 읽은 책은 17세.

이 책은 6년전에 출간된 책이라고 한다. 책의 내용이 바람직하고 청소년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 많은 선생님들께서 이 책을 좋은 책으로 추천해 주었고, 이 책은 스스로 살아남아 올해 또다시 다듬어져서 나왔다고 한다. 그동안 이 책을 읽고 많은 청소년들과 그 부모들이 감사의 편지를 써 왔고, 그림도 그려 보내왔다고 한다.  이 책의 표지인 30년의 시간차를 두고 17세의 소녀가 나란히 앉아 있는 그림도 펜이 보내준 그림이 아닐까?

 

  17세.

고등학교 1학년. 나는 죽을만큼 열심히 공부했다. 공부외에 어떤 것도 보지도 듣지도 않다.  내가 그랬으니 너도 죽을만큼만 공부해, 라고 말한다면 내 딸 아이는 틀림없이 찬바람 쌩 날리며 돌아서겠지?

이럴 때 간접 경험이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을 보는 순간, 어쩌면 내 딸아이와 나에게 좋은 선물이 되리란 생각이 들었다.

 

생일이 똑같은 엄마 무경과  딸 다혜가 주인공읻.  남편이 다른 여자를 집으로 데리고 온 날, 쫓겨나다사피 무경은 딸과 헤어졌다.  이 딸을 가슴에 묻고 잊은 듯이 살다가 12살이 되어서야 만났다 .마음처럼 가까이 갈 수도, 서로를 이해할 수도 없는 어정쩡한 5년을 보내고 딸이 17살이 되어서 어느 날 딸은 가출을 했다.

 "저, 가출합니다"라는 말을 컴퓨터에 남기고...

 

울고 불며 딸을 찾아 나서야겠지만, 엄마는 다른 생각을 했다. 딸의 이메일로 자신의 17살때의 모습을 자세히 그려 알려주며 딸과의 연결 고리를 찾기 시작한다.

  소설 안의 또 다른 소설, 즉 액자소설의 형태를 띄고 엄마의 이야기는 나의 마음속으로 흘렀다.

흡사 신경숙의 '외딴방'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떨치려 해도 떨쳐지지 않는 가난 때문에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길을 가야만 하고  동화되지 않는 아웃사이더로 빙빙 도는 엄마의 모습이 글 속에서 살아났다. 엄마는 늘 그 자리에 있는 감정없는 엄마일거라 생각했는데, 엄마에게도 가슴 아픈 청춘이 있었고, 그 시기를 거쳐 오늘날 얌전한 파도와 같은 흔들림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딸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자신의 갈 길을 찾아 떠났던 엄마의 추억 속의 형묵이 한 말이 가슴 한 켠에 저장되어 있다.

 

   "목표에 도달하려면 움직여야지. 무경씨, 그때가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열망이 생기면 곧바로 움직여. 원하지 않는 곳에서 오래 머뭇거려도 될 만큼 청춘은 길지 않아" (p 248)

 

청춘은 당연히 아파야 된다며, 아픔을 정당화 하지 말고, 어떻게든 덜 아프게 청춘을 보낼 수 있도록 우리의 아이들을 잘 이끌어 주려고 마음 먹는 엄마, 그리고 지속적으로 엄마와 잘 소통이 되지 않는 딸들에게 이 책은 유용한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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