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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 스님과 함께하는 내 마음 다시보기
혜민 지음, 이영철 그림 / 쌤앤파커스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계속 바쁘다. 해야 하는 일이 쌓여 있고, 일을 하나씩 해결해 가도 이상하게 해야 하는 일은 줄어들지 않으니 늘 헉헉거리며 달리는 말 같다는 생각을 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다른 사람은 한가하게 노닐기도 하는데 나만 왜 이렇게 헉헉거리며 달려야 할까?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온라인 서점 사냥을 나갔는데,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베스트셀러 1등이란다. 나는 솔직히 이런 책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 어느 상황에 놓아도 다 말이 되는 것 같은 위로성의 말들은 들으나 마나 이기때문이다. 그런데 오늘따라 이 제목이 확 와 닿았다.
그래, 조금 놓아보자. 조금 쉬어보자. 얼른 '바로 구매'를 눌렀고, 요술램프는 정확히 하루만에 내 손에 책을 대령했다.
우창헌 작가의 신기루 같은 그림,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평온한 세상을 눈 앞에 펼쳐 놓았다. 책의 표지부터 나의 마음을 현실에서 벗어나게 만들어 줬다. 한 가족인듯한 세 사람이 손을 잡고 나란히 서있는 그림이다. 팩 표지만 봐도 '아~ 덧없는 것에 얽매여 가슴 졸이지 말고 그냥 좀 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펴자 마자 혜민 스님께서 나에게 위로의 말씀을 보내 주셨다.
'남 눈치 너무 보지 말고
나만의 빛깔을 찾으세요.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입니다'
라고 말이다. 절로 고개를 숙이며 합장인사 하고 책을 펼친다.
프롤로그 제목이 '잠깐 멈추고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세요'이다.
맞구나. 내가 바쁜 것은 나를 위한 삶이 아니라 타인을 위한 삶이었구나. 나를 내 인생의 바깥쪽에 놓고 생활했네 싶었다. 스님은 나에게 말씀하셨다. '과거를 반추하거나 불안한 미래를 상상하는 마음을 현재에 잠시 정지해 놓고 숨을 가다드을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자고'(P9)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정지시켜 놓고 나를 나에게서 유체이탈 시키고 나를 '관조'하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 그것이 내가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라는 걸 알려주셨다.
혜민스님께서 트위터에 쓰신 글들이 대부분인데, 나에게 엄청난 쇼크로 와 닿은 글은
'마음이 바쁘면 그 바빠하는 마음을 알아차리십시오.
마음이 짜증을 내면 짜증내고 있음을 알아채고
화가 나면 화내는 내 마음을 알아차리십시오.
알아챔은 바쁨, 짜증, 화에 물들어 있지 않아
아는 순간 바로 그 상태에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는 작용 자체는 본래 청정하기 때문입니다.'(p42)
바쁨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원망하고, 도와주지 않는 주변들에 대한 불평, 나를 더욱 힘들게 하는 상황에 대한 미움으로 마음이 가득찼는데, 그 마음을 알아차리라니...
그 순간 나는 나를 볼 수 있는 또 다른 눈을 가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한번도 나의 상황을 벗어난 나를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스님의 짧은 말씀에 내 영혼에 1t 정도의 충격이 온 것 같았다.
이 외에도 난로를 대하는 것처럼 인간관계도 너무 가까이, 너무 멀리 말고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라는 말씀과 '종은 자신을 더 아프게 때려야 멀리까지 그 소리가 퍼집니다. 지금의 힘든 노력이 없으면 세상을 감동시킬 수 없습니다'라는 말씀에서 큰 위로를 받았다.
좀 더 나를 사랑하고 나를 이해하고, 내 마음을 받아주라는 말씀. 오늘로써 나는 조금 덜 바빠질 수 있을 듯 하다. 방금, 스님의 트위터를 팔로우했다. 스님의 보석같은 말씀. 꼭 마음에 새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