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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작가 정이현의 작품은 달콤한 나의 도시를 읽은 것이 전부다. TV에서 드라마화 되고 나서 원작이 궁금하여 서점 한 쪽 구석에 앉아 다 읽었던 기억이 있다. 서점 구석에서 읽을 수 있는 여유가 자주 없는 나로서는 그 여유만으로도 행복했었다. 그래서일까 '정이현 작가=행복'이라는 공식을 갖고 있는데 도서관에서 '너는 모른다'란 책을 발견한 것이다. 그것도 '독서치료코너'에서 ...
책 표지도 행복 가득한 꽃천지다. 이쁜 소녀의 빨간 구두, 빨간 치마도 행복해 보였다.
뭔가 또 나를 위로해 줄 만한 컨텐츠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책을 빌려왔다. 집에 와서 차분을 책을 펴 읽는데 첫 문장의 첫 단어가 '시체'이다.
아~~ 이거 아닌데, 작가 말대로 '나는 잘 몰랐던 것'일까? 하하하.
시체라는 단어를 꿀꺽 삼키고 문장을 진행시켜 나갔다.
이야기는 한 가정을 주인공으로 펼쳐진다. 아빠 김성호, 새엄마 진옥영, 큰 딸 김은성, 큰 아들 김혜성, 그리고 막내 딸 이복 형제 김유지가 이 식구의 전부이다. 아들 김혜성은 이들의 전화번호를 저장할 때, 김성호, 진옥영, 김은성으로 저장한다. 엄마, 아빠, 누나라는 단어들에서 배어나오는 비릿하고 달착지근한 냄새가 두렵기 때문이란다.
아~느껴진다. 애정 결핍증.... 어느 누구에게서도 사랑 받아보지 못한 20살짜리 소년, 아니 청년 혜성은 대를 휴학하고서도 가짜 등록금 청구서를 만들어 아빠에게 등록금을 타내어 쓰고 다닌다.
경제적으로 부유하지만 흩어진 모래알처럼 서로에게 무관심하게 살아가는 이 가정에서 사건이 터진다면 망나니처럼 감정에 매달려 생활하는 큰 딸 은성이나, 회색 빛깔의 그 동생 혜성이에게서 일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11살 아무것도 모르리라 생각했던 유지에게서 발생했다. 새엄마의 목숨과 같은 막내딸이 사라져 버렸다. 가족들은 하나 같이 자신의 상황을 공식적으로 펼쳐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자신들이 가진 비밀로 인해 사건은 공식적 해결 방법을 뒤로 하고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는데 그러다 보니 사건은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든다.
돈만 있으면 가정이 꾸려진다고 생각하는 아빠의 직업, 불법적인 무역,사실 이 대목은 읽을 수록 유쾌하지 못한 감정이 자꾸 몰려와 책을 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11살 유지의 행방이 궁금하여 책을 덮을 수 없었다. 작가는 그렇게 독자를 몰고 간다. 읽기 찜찜한 부분을 견딜 수 있도록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여기 저기 숨겨둔다.
사랑 없이 꾸려지는 가족의 삶이 불완전하지만 가족으로 서로에게 애정을 느끼게 되기까지 견뎌야 하는 아픔이 징그럽도록 싫었지만, 그래도 그들의 평온으로 인해 나의 마음이 편안해졌다.
가장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는 가족도 이처럼 허무하게 서로에게 무지한 현실, 인정하지 싫지만 사실이다. 아이들도 5살만되면 가족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많은 시간을 외부인과 보내는 유치원, 어린이집으로 내 몰리고, 학교에 갔다가 학원 순례를 하다 보면 저녁 늦게서야 가족과 합류하게 된다. 아빠라는 사람은 충실한 회사 생활, 이기적인 취미활동 등으로 얼굴 보기도 힘든 요즘, 진정 "당신은 몰라, 너는 몰라, 아빠가 어떻게 알아!"라고 불평 할 수도 있겠다 싶다.
가족이 붕괴되면 사회도 당연히 붕괴된다. 그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 사회적 상황을 경쟁 상황으로 몰아 넣어 가족을 붕괴시키고 있는 요즘, 우리들의 본모습을 되찾고 서로를 이해하는 기초 작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정이현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가족, 사회의 기초 단위. 가볍게 여겨져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