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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 2006 제38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작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21
이근미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2년 4월
평점 :
요즘 미래인 출판사의 청소년 걸작선을 자주 읽는다.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변하고 있는 내 딸과 공통의 정서를 갖고 싶다는 욕심을 이 출판사에서 채울 수 있기때문이다. 이번에 읽은 책은 17세.
이 책은 6년전에 출간된 책이라고 한다. 책의 내용이 바람직하고 청소년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 많은 선생님들께서 이 책을 좋은 책으로 추천해 주었고, 이 책은 스스로 살아남아 올해 또다시 다듬어져서 나왔다고 한다. 그동안 이 책을 읽고 많은 청소년들과 그 부모들이 감사의 편지를 써 왔고, 그림도 그려 보내왔다고 한다. 이 책의 표지인 30년의 시간차를 두고 17세의 소녀가 나란히 앉아 있는 그림도 펜이 보내준 그림이 아닐까?
17세.
고등학교 1학년. 나는 죽을만큼 열심히 공부했다. 공부외에 어떤 것도 보지도 듣지도 않다. 내가 그랬으니 너도 죽을만큼만 공부해, 라고 말한다면 내 딸 아이는 틀림없이 찬바람 쌩 날리며 돌아서겠지?
이럴 때 간접 경험이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을 보는 순간, 어쩌면 내 딸아이와 나에게 좋은 선물이 되리란 생각이 들었다.
생일이 똑같은 엄마 무경과 딸 다혜가 주인공읻. 남편이 다른 여자를 집으로 데리고 온 날, 쫓겨나다사피 무경은 딸과 헤어졌다. 이 딸을 가슴에 묻고 잊은 듯이 살다가 12살이 되어서야 만났다 .마음처럼 가까이 갈 수도, 서로를 이해할 수도 없는 어정쩡한 5년을 보내고 딸이 17살이 되어서 어느 날 딸은 가출을 했다.
"저, 가출합니다"라는 말을 컴퓨터에 남기고...
울고 불며 딸을 찾아 나서야겠지만, 엄마는 다른 생각을 했다. 딸의 이메일로 자신의 17살때의 모습을 자세히 그려 알려주며 딸과의 연결 고리를 찾기 시작한다.
소설 안의 또 다른 소설, 즉 액자소설의 형태를 띄고 엄마의 이야기는 나의 마음속으로 흘렀다.
흡사 신경숙의 '외딴방'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떨치려 해도 떨쳐지지 않는 가난 때문에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길을 가야만 하고 동화되지 않는 아웃사이더로 빙빙 도는 엄마의 모습이 글 속에서 살아났다. 엄마는 늘 그 자리에 있는 감정없는 엄마일거라 생각했는데, 엄마에게도 가슴 아픈 청춘이 있었고, 그 시기를 거쳐 오늘날 얌전한 파도와 같은 흔들림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딸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자신의 갈 길을 찾아 떠났던 엄마의 추억 속의 형묵이 한 말이 가슴 한 켠에 저장되어 있다.
"목표에 도달하려면 움직여야지. 무경씨, 그때가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열망이 생기면 곧바로 움직여. 원하지 않는 곳에서 오래 머뭇거려도 될 만큼 청춘은 길지 않아" (p 248)
청춘은 당연히 아파야 된다며, 아픔을 정당화 하지 말고, 어떻게든 덜 아프게 청춘을 보낼 수 있도록 우리의 아이들을 잘 이끌어 주려고 마음 먹는 엄마, 그리고 지속적으로 엄마와 잘 소통이 되지 않는 딸들에게 이 책은 유용한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