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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의 쾌도난마 한국경제
장하준.정승일.이종태 지음 / 부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자본주의에 살고 있지만 2가지 만은 절대 자본주의 구조에 끼워 맞춰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교육"과 "의료"이다. 가난한 자와 부자 모두 원하는 만큼 교육 받을 수 있어야 하고, 가난한 자와 부자 모두 같은 의료행위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가난하기 때문에 교육 받을 수 없어 자신의 현재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현실의 굴레에 얽매여 사는 사람이 많은 사회, , 가난하다고 해서 의료행위를 받을 수 없어 목숨을 잃는 사회는 인간을 위한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의 대한 민국은 나의 철학을 비웃듯이 빈부의 격차는 한 없이 벌어지고 있으며 인간다운 대접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만 간다. 왜 우리 사회는 내가 바라는 대로 나아가지 못하는 걸까?
켐브리지 대학 교수 장하준,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운영위원 정승일, 시사IN 의 이종태. 이 세사람이 나누는 이야기 속에 내 궁금증을 풀어 줄 단서가 있을까 싶어서 이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이 책의 화두는 "반 자유주의"와 "복지국가"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겉으로는 신자유주의를 표방하였지만, 신자유주의에 새로운 형태의 정경유착, 부패가 병행되어 대한민국을 경제의 위기로 몰고가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의 경제 불황이 "복지"에 기인한 듯이 얘기하면서 파이를 나누는 것은 시기 상조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현 정부에게 말해 주고 있다. 실질적으로 세계 경제 위기는 복지때문이 아니라고...세계 경제 불황의 주범은 금융 자본주의와 주주 자본주의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상품을 만들어 팔고 교역하는 것에서 이익을 얻는 것보다 금융상품 거래로 이익을 얻는 것을 최고로 여기는 금융 자본주의, 주식 투자자들의 이익 극대화를 기업 최우선 경영 목표로 삼는, 즉 단기적인 수익 지향성이 기업의 주요 경영을 좌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인 주주 자본주의가 세계 경제를 힘들게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 같은 경우도 은행들이 자신들의 이익만 열심히 추구하다가 국제적인 금융 위기를 초래하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우리들은 고용없는 성장에 만족하면 되겠는가? 부동산 거품도 꺼지고 집집마다 부채만 가득 늘어서 대한민국 경제도 실신하기 바로 직전인데, 아직까지도 주주의 이익만 따지고, 금융상품으로 돈 버는 것을 목표로 삼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는 것이 대한 민국의 비극인 것이다.
책을 읽다가 깜짝 놀랐던 것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평가이다.
물론 그가 대한민국 경제적 성장의 기반을 닦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경제적 기반을 위해 우리의 정치, 우리의 문화, 우리의 의식은 얼마나 희생되었던가. 역사상에 나타나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박정희 대통령을 "관치'라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 하는 것이다.
즉 "금융 시장과 주주 자본주의를 일관된 원칙을 가지고 통제, 규제하고, 산업 정책과 정책 금융을 일관된 원칙과 가이드라인에 입각해 시행하는 관치"가 필요하다고 한다. 즉 국가의 바람직한 관리를 바란다는 것이다.
그리고 재벌을 개혁한다는 미명으로 재벌을 파괴하는 것은 벼룩 잡기 위해서 절을 태우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표명하고 있다. "재벌이 국민 경제에 유효한 면이 여전히 있기 때문에 재벌 가문에 경영권 보호 장치를 마련해주는 대신 복지국가 문제에서 명확한 대가를 받아 내야만 한국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한다. 과연 우리나라 재벌기업이 이 문제를 얼마나 순수하게 받아 줄까?
있는 놈이 더 지독하다고, 한 푼이라도 더 끌어 모으려 노력하고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남의 나라 이야기로 치부하는 재벌 가문의 인물들에게 가당키나 한 이야기가 싶어 회의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재벌 개혁으로 가기 전의 임시 방편이라면 모를까? 재벌 개혁의 목표 내지는 결과는 결단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1년부터 우리 나라를 뒤흔들던 복지. 정치계에서 서로 자기네 정책이 복지국가 구현의 지름길인 듯 선심 정책을 내세웠다. 하지만 복지는 선심 정책, 파이를 나누는 일이 아니라 하나의 생산 시스템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 뒤통수에 큰 충격이 왔다. 나는 그냥 인간성 보장을 위한 복지만을 생각했었는데 경제라는 큰 바퀴를 놓고 생각해 보면 "복지가 제대로 되어야 국가 경제 전체의 산업 고도화도 가능하다"고 한다.
즉 복지가 하나의 대안적 생산 시스템이 된다는 것이다. 즉 버젓이 직장을 가진 현장 노동자는 물론이고 사무직 중산층에서 의사, 경영자에게 이르기까지 모두 복지 혜택을 받는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였다. "세금과 복지 예산의 증가는 내 돈이 사라진게 아니라 우리가 개별적으로 민간 시장에서 구입하던 걸 공동 구매로 바꾼다"라는 생각을 가지도록 국민을 설득하고 호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을 세웠듯이 보편적 복지를 위해 국가적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 나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선택이었던 것이다.
나의 고민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교육에서도 경쟁이 대두되고, 성적 좋은 아이는 착한 아이, 성적 나쁜 아이는 나쁜 아이로 취급 받는 신자유주의적 발상이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고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 시간 연장을 잊어 버릴만큼 몰두해서 읽었지만, 읽고 나서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이 솔직히 있었다. 시간이 되면 장하준 교수님의 책을 정독해보고 싶다. 이제 우리가 나아가야 할 일은 보편적 복지국가라는 것을 정확하게 많은 사람들에게 설명해 주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