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페미니즘보다 휴머니즘 혹은 양성평등을 지향해야 한다며 오만하게 용어를 문제 삼는 위치에 서기 전에, '왜 자신은 페미니즘이라는 용어에 거부감을 느끼는가'를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혹시 자신의 목소리가 유효하지 않은 것 같고, 누구도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 같고, 자신의 설 자리가 마련되지 않은 것 같아서는 아닙니까? 여성이 바로 그렇게 매일을 살아갑니다. 페미니즘은 여태껏 소회되었던 여성의 목소리에 설득력을 부여하려는 운동입니다.

페미니즘은 평등을 지향하며, 지향하는 바에 도달하기 위해 마치 평등이 이미 온 것처럼 남성과 여성을 한 번씩 언급하기보다 현재의 간극에 주목합니다. 평등에 도달한다면 남성들이 가진 현재의 불만도 사라질 겁니다. 더 이상 '여성을 힘주어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날은 아직도 요원해 보이므로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는 한참이나 유효할 것입니다.그럼에도 여태껏 소외당했다고 해서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게 아니라 , 모두의 목소리를 포용하는 것이 페미니즘이라는 주장이 나올 수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페미니즘은 생물학적 성별에 관게없이 들리지 않았던 목소리에 주목하여, 그 목소리를 지지하는 이라면 누구든 지지합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남성중심주의에 기여하는 목소리마저 포용할 수야 없습니다. 남성중심주의에서 배제된 이를 포용하는 것이 페미니즘이므로, 페미니즘이 차별주의자의 목소리를 수용한다면 자기모순이 되기 때문입니다. 남성도 페미니즘의 편에 얼마든지 설 수 있습니다.그러나 남성이 끼어야만 진정한 페미니즘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남성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됩니다. 반드시 남성이 중심이 아니어도 세상이 돌아갈 수 있음을 보이는게 바로 페미니즘입니다. p120-121

 

 

 

 

 

 

 

 

 

 

 

 

 

 

 

 

 

 

 

 

 

그러나 그와 별개로 차별은 분명 존재합니다. 제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고, 다른 여성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고, 모두가 거의 예외 없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었으니까요. 그러나 피부로 겪은 경험이 무시당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심지어 그런 순간은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한 일이 지금껏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남성에 의해서 주로 생겨납니다. 그때 남성은 '내가 보기엔 아닌데'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말이야말로 가장 정확한 동시에 가장 의미가 없습니다. 여성의 지위가 남성보다 아래라 생겨나는 불평등이라는 주제에서, 남성이라는 성별을 가진 채로는 영영 당사자가 될 수 없으니까요. 본인이 작접 느낄 수 없으니, 일부러 배우려고 노력하지 않은 한 혼자서는 볼 수 없습니다. 당신은 볼 수밖에 없는 문제를 자신은 볼 수 없다고 자기 입으로 밝혔음에도 공신력을 얻는 쪽은 상대입니다. 내 경험의 정당성마저 남성이 결정하는 겁니다.

차별은 수치나 공신력이 있는 근거로 입증해야 하는것이 아닙니다. 물론 수치로도 명백히 입증되고 있으나, 당사자가 직접 느낀 고통이 먼저이며 그게 더 중요합니다. 그게 쌓여 수치가 되고 기록이 되는 거니까요. 아까 말한 직관이라는 게, 바로 이 고통이 쌓여 얻게 된 결과물 입니다. p27

 

내 경험이다. 감히 너따위가 판단하려 들지마라.

 

남성이 모자라고 여성이 지헤로우니 품는 수밖에 없다는 식의 말도 다시 생각해봅시다. 여성이 어쩌다 지혜로워졌습니까? 가진 것 없는 인간이 맹수에게 죽기 싫어서 지능을 이용해서 살아 남았습니다. 여성도 있는 그대로 살수 있었다면 굳이 지혜롭지 않아도 괜찮았을 겁니다. 생존을 위해 지혜를 짜낸 쪽더러, 모자라도 충분히 살 수 있었던 팔자 좋은 본인들을 너그러이 품으라 종용하는 건 아무래도 얄밉습니다.

책으로나 영화로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경로는 다양합니다. 그러니 기득권 이어서 몰랐다면, 더더욱, 몰랐던 입장을 그들이 조금 이해했다고 바로 감동하지 않아도 됩니다. 몰론 벽인줄 알았는데 귀가 있다니 얼마나 감동이겠냐만은, 귀가 있었는데 왜 이제 들었냐고 열 받아도 됩니다. 그러니 꺼니면 씁쓸해질 수밖에 없는 자기의 경험을 소중히 하자는 취지에서 정말 놀라운 순간을 위해 감동은 아껴둡시다.p32-33

 

 

여성이 공감능력이  남성들에 비해 높을수 밖에 없는 이유는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기득권세력에게 공감과 지지를 표하지 않고 어떻게 살아 남겠는가, 그걸 제대로 못하면 죽임을 당해왔고 당하고 있지 않은가. 강남역 살인만해도 '여자가 나를 무시해서'죽인 것이다. . 공감하고 이해해 줘야 하는데 무시하니까 죽어도 마땅한 거다. 그러니 미안해 하지도 않는다.

 

 

체화된 지식은 아무도 당신에게서 앗아갈 수 없고, 금방 얻어낼 수도 없습니다. 당신의 직관은 생각보다 힘이 셉니다. 비록 한 번도 원한 적은 없으나 감각으로 익혀왔기에 다른 종류의 불평등과도 쉽게 연결됩니다. 프랑스어가 모국어인 사람이 스페인어를 금방 익히는 것과 비슷합니다. 당신이 알고자 하고, 차이만 유념하면 금세 응용할수 있습니다. 불평등을 놀할 때는 어떤 통계자료도 부당함이 안겨준 감각보다 더 정확할 수 없습니다. 감각이 모여 수치가 되었지, 수치가 모여 감각이 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차별을 말하면서 정확한 근거를 운운하는 이유는 상대가 객관적이고 이성적이어서가 아니라, 우리에게는 있는 직관이 그에게 부재한 탓입니다. 학습하고 모방해야 할 쪽은 우리가 아니라는 말이죠. 그렇다면 직관 없는 자들의 무지한 주장이 왜 이토록 강력하게 통용될까요? 간단하게도, 이 사회에서 그들의 힘이 센 탓입니다.p44-45

 

여성들에게 자기 방어를 위해서 무술을 배우라고 말하는 것. 우리에게는 있는 직관이 그들에게는 없는탓. 강남역 살인사건이후 여성들은 '내가 죽을수도 있었다'라고 직관적으로 느끼지만, 남성들은 '너희 엄마나 여동생일수도 있었어"라고 이야기 해줘도 여성혐오범죄가 아니고 묻지마 범죄라고 우긴다. 웃긴다.

 

 

가부장제는 경제권을 독점하고, 여성과 달리 '군대에갈 자격이 되는'남성의 우월성을 토대로 작동합니다. 따라서 가부장제에 반기를 든 게 아니라면 남성은'김치녀'와 터치페이를 할 수 없습니다. 남성의 돈으로 사치를 하는 여성은 가부장제의 가공물이자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에, 가부장제의 유지를 위해 남성이 전부 부담해야 합니다. 그리고 결혼을 하면 자신의 가정을 끝까지, 군말 없이 혼자 벌어 책임져야 합니다. 남성만이 군대에 가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그 부당함을 여성에게 토로하는 치졸한 짓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군대에 갈 수 있는 남성만 진정한 시민으로 인정받는 기제는 가부장제가 만들었으므로, 가부장제를 없애지 않는 한 남녀가 동등하게 군대에 갈 일은 없을 겁니다. 우월한 남성이라는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남성 개인은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가부장제는  남성에게 의무를 부과했고, 보상으로 권위와 특혜, 남성이 우월하다는 훈장을 주었습니다. (...) 더치페이를 하고 싶은 이에게 돈을 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을 주는 건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가부장제입니다. 가부장제가 좋으면 남자답게 군말 없이 압박감을 떨쳐내고 돈을 낼 것이며, 가부장제가 싫으면 이에 반기를 들면 됩니다. 가부장제가 싫은데 맞설 용기가 없거나 귀찮다면 그냥 살아도 됩니다. 대신 그로 인한 압박감과 울분을 애꿎은 여성들 혹은 페미니스트에게 터뜨려서는 안 되겠지요.

(...)

지켜달라 말한 적이 없는데 여성을 지키러 군대에 갔다 왔다고 주장하며 화를 내는 남성이 속출하는 이유가 이겁니다. 남성들은 여성도 군대에 가야 한다고 국방부에 요구하거나 헌법 소원을 내지 않습니다. 이 문제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는 여성이었습니다. 대신, 남성은 여성을 비방하며 자신의 힘듦을 토로하는 대표 무기로 언제까지고'군대'를 내세웁니다. 군대는 뻔뻔한 여성들이 지지 않으려 하는 힘든 짐인 동시에 여자 따위는 감히 질 수 없는 대단한 사명이라는 모순이 그들의 기반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는 걸, 남성들은 잘 아는 겁니다. p53-55

 

군대이야기는 이걸로 끝.

기득권은 유지하면서 지고 있는 의무만가지고 징징거리지 말고 옳지 않다고 생각하고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바꾸려고 노력해라. 자신이 누리는 기득권이 뭔지 모르겠다고? 그건 날때부터 누리고 있었기때문에 뭐가 기득권 인지 조차도 모르는거다.

 

 

연습코너

<말은 해야 는다>

이럴땐 이렇게!

 

 

 

 

 

 

 

상대가 나의 차별에 대한 경험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한다고 해서 굳이 대답할 필요는 없다. 알아 들을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착하게 설명하려고 진뺄필요도 없다. 대화에 응할 것인지 친절할지 말지는 내가 그리고 당신이 정한다. 그들이 아니라.

 

 

 

 

 

 

이 책은 이렇게나 포스 넘친다. 내가 낸데!!!!!!!!!!!!  하하하

 

 

 

 

 

물론 추천하는 책들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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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6-07-13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는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가 검색되지 않네요.

책 정보 좀 더 주실 수 있을까요?

아무개 2016-07-13 12:45   좋아요 0 | URL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http://naver.me/F2qVvrqS

독립출판서점들에서만
구매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락방 2016-07-13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대 얘기 속이 다 시원하네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남자들 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남자들이 군대가는 것에 대해 여자들은 특혜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여자들은 군대도 안가니까 손해를 봐도 돼, 라는 관점을 가진 사람이 많더라고요. 남자 군대 보낸 게 여잡니까.... 하아- 자기들이 비장애인 남자들 등급 매겨서 군대 보내놓고는, 그래놓고 군대 갔다왔다고 월급도 더 주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도 이거 주문해야겠어요.

2016-07-13 14: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13 15: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07-15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책을 구할 수 없어서, 아무개님 페이퍼를 2번 읽었어요.
인용해주신 첫번째 문단에, 굵은 글씨가 특히 마음에 겹쳐 오네요.

남성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됩니다.

중요한 이야기들은 이렇게 단순한 것 같기도 하구요.
말을 둘러서, 둘러서, 에둘러서 할 필요가 없기도 해요.
남성들과 같이, 함께, 이 문제들을 보게 되면 좋겠지만...

남성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됩니다.

맞아요. ㅎㅎㅎ

아무개 2016-07-18 13:34   좋아요 0 | URL
1쇄는 매진되었고 2쇄가 8월쯤에 나오는듯 해요.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고 관련해서 공부를 좀 했다는 이유만으로
남자들의 성의 없거나 무례한 질문에 반드시 대답하거나 이해시키려고 할 필요가 없는거더라구요.
진심으로 궁금하고 알고 싶다면 본인이 스스로 공부해야하는건데요.....


2016-08-08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09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