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라는 것을 누가 몇시간 했고, 내용이 어떻고 감동이 어쩌고 해도,
제1야당에 크게 실망한 터라 누가 뭐라든 나는 관심도 없고,
심지어 '여태까지 뭐하다가 직권상정되고 나니까 저렇게 쇼하고 있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물론 그동안 야당 의원들 나름대로 행동했겠지만, 주류언론에 기사화가 되지 못했고,
나처럼 SNS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은 휙휙 세상돌아 가는 소식들은 접할 기회는 거의 없기 때문일수도 있겠지만.......
주변에서는 필리버스터 하는 것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이런 생각을 한다고,
직접 꼭 보라고들 하는데 아직까지 딱히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자꾸 누가 하라니까 더 하기 싫은 뭐....미운 4살인듯.
"말은, 말을 낳는 마음은 권위나 권력과는 전혀 무연한 자유로은 것입니다. 또 그래야 합니다. 자유로은 항해를 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 역은 배.《대도해》가 그런 사전이 되도록 계속해서 마음을 다잡고 마무리해 나갑시다."
나는 일상의 언어를 포함한 대부분의 언어가 지극히 정치적으로 권위적이며 권력지향적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특히 정치인들에게 말이란 오히려 그들의 행동보다 더 크게 힘을 발휘한다. 지금의 대통령도 거짓말로 떡하니 당선되지 않았던가.
필리버스터가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니. 새삼 말의 권력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물론 필리버스터가 오로지 '말'로만의 행위가 아닌것은 알고 있다. 오랜시간 연설하는 자에 대한 존경심(엄청난 자료조사), 안쓰러움(신체적 고통에대한 ) 등이 연설 내용(말)과 어우러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겠지.
편찬 작업도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이 시점에 큰 문제가 터졌지만, 아직도 기력은 시들지 않았다. 아라키도, 사사키도, 기시베도, 아르바이트 젊은 학생들도 '이렇게 된 바에야 끝까지 한번 해 보자'하는 얼굴 표정이었다.(...)비상시에 일시적으로 흥분하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대도해》라는 사전을 편찬해내기 위해 무려15년의 시간을 공들여 이제 거의 작업의 종반인데 중요한 단어가 빠져 있는것을 4교에서 발견한 사전출판부 직원들은 한달간의 지옥의 합숙을 시작하게 된다. 언어의 바다를 건너는 튼튼하고 짜임새 있는 배-대도해-를 만들기 위해서 자신들의 모든것을 일시에 함께 쏟아 붓는다.
나는 늘 혼자서 해왔기 때문에 이렇게 팀으로 일하는 것에 대해 뭐랄까 약간의 로망이란게 있다. 한가지 목표를 향해서 여러사람이 함께 달려들어 지지고 볶고 하면서 결국에는 일을 해내는 과정들에 대한 로망. 하지만, 실제로 그런일을 해야 한다면, 흠....제일 먼저 도망을 갈지도.....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이라는 비상시에 일시적으로 흥분해서 당이 단합을 하게 된건지, 또는 아니면 안철수 덕분인지는 알수 없으나, 오랫만에 제1야당의 국회의원 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몇몇 의원들 이렇게 된 바에야 끝까지 한번 해 보시길.
비록 다음 회기에는 테러방지법이 처리되겠지만.
마지메는 연일 심야에 귀가 했다. 가구야도 같은 시간대에 가게를 마치고 돌아왔다. 소운장 거실에서 가구야가 만든 야식을 함께 먹는 날들이 계속됐다. 평소라면 저녁은 마지메가 준비해서 나중에 돌아올 가구야의 분은 그릇에 담아 랩을 씌워 냉장고에 넣어 둔다. 그러면 가구야는 돌아와서 먹고 그릇을 씻는 김에 마지메를 위해 다음 날 아침 식사를 준비해 둔다. 생활 리듬이 다른 두사람이 짜낸 연대 플레이다.
출판 막바지에 다다라 마지메(남편)는 평상시에 비해 연일 야근을 하게 되어, 늘 일이 늦게 끝나는 요리사인 아내 가구야와 함께 야식을 먹게 되는 날들이 잦아졌지만, 평상시에는 아내의 직업이 요리사 라고 해도 일찍 퇴근한 남편이 늦게 퇴근하는 아내의 저녁을 미리 준비해 둔다. 아!!! 정말 멋진 연대 플레이가 아닐수 없다. 함께 산다는 것에 관해 생각이 많은 날들에 좋은 문장을 만났다.
어떤 책을 어떤 상황에서 읽느냐에 따라 독자의 감상포인트는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구나.
사전 편찬에 관한 책을 읽으며 나는 참 다른 생각들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