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화의 인생도, 버트런드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도 그리고 마루야마 겐지의 인생따위 엿이나 먹어라도.

내게는 결국 다 한 목소리로 들린다.

이것도 인생, 저것도 인생, 운명을 거스를순 없지만, 세상을 다 바꿀순 없지만,

그래도 기왕 태어난 한번뿐인 내 인생 제대로 살아보는게 어떻겠냐고 말이다.

 

아마도 이렇게 생각하게 된건,

입양갔다 다시 돌아온 내 아기고양이 '나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1월에 눈물을 머금고 입양을 보냈던 막내 고양이가 얼마전에 다시 내 품으로 돌아왔다.

복막염이라는 죽을병을 안고....

 

아직 1년도 채 못살았는데

언제 죽을지 모르는 원인불명에 치료불가인 병에 결려

내게로 돌아왔다.

 

복막염 의심 진단을 받았던 한달 전쯤엔

정말 매일매일 눈물을 쏟았다.

하지만 막상 확진을 받고나니

눈물따위는 더이상 나지 않고

그럼 내가 앞으로 이녀석에게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만 생각하게 됐다.

 

 

얼마전 생일에 촛불을 끄며

내년 생일에도 나리와 함께 하게 해달라고 빌었다가

그게 안되면 나리의 한살 생일까지라도...

그것도 안되면 그저 고통없이 떠나게만 해달라고 빌었다.....

 

사는 동안 즐겁게 행복하게...너도. 나도..나도....우리 그러자 하고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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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4-03-03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효...
오늘은 아침부터 기분이 울적했어요. 그런데 이 시간까지 계속 슬픈 소식을 듣네요.
아가...아프지 말고 남은 시간 보냈으면 좋겠는데...

아무개 2014-03-04 08:13   좋아요 0 | URL
무슨 안좋은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지금은 전혀 아픈애 같지 않게 잘지내고 있어요.
기적이란거 믿진 않지만, 그래도 혹시 하는 마음이 생기더군요....

보슬비 2014-03-04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막염이 고양이에게 치명적인 병인가봐요. 많이 마음 아프시겠지만, 그래도 아기가 아프지 않고 사랑하는 님 곁에 함께 있다는것으로 위로가 많이 되면 좋겠어요. 아무개님 말씀처럼 기적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개 2014-03-04 12:53   좋아요 0 | URL
네 복막염은 원인불명이라 치료방법이 없어요...

보낼때도 너무 힘들게 보냈는데 이렇게 돌아오니
제가 품었어야 할 녀석을 괜히 보냈었나 싶고
이래저래 생각은 많지만 그래도 보슬비님 말씀처럼
함께 있다는것만으로도 지금은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moonnight 2014-03-06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ㅜ_ㅜ
나리는 아무개님께 돌아와서, 아픈 와중에도 안심하고 있을 것 같아요. 함께라서 다행입니다. ㅠ_ㅠ

아무개 2014-03-06 20:41   좋아요 0 | URL
나리는 너무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고 잘 싸고...
현재는 정말 아픈아이 같지 않아요.
복막염이라는게 이러다 갑자기 떠나는 병이라.
제 머리맡에서 잠든 나리 확인하느라 자다가 몇번씩 깨곤 하지만
그래도 지금 처럼만 이라도 오래오래 함께 할수 있다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