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화의 인생도, 버트런드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도 그리고 마루야마 겐지의 인생따위 엿이나 먹어라도.
내게는 결국 다 한 목소리로 들린다.
이것도 인생, 저것도 인생, 운명을 거스를순 없지만, 세상을 다 바꿀순 없지만,
그래도 기왕 태어난 한번뿐인 내 인생 제대로 살아보는게 어떻겠냐고 말이다.
아마도 이렇게 생각하게 된건,
입양갔다 다시 돌아온 내 아기고양이 '나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1월에 눈물을 머금고 입양을 보냈던 막내 고양이가 얼마전에 다시 내 품으로 돌아왔다.
복막염이라는 죽을병을 안고....
아직 1년도 채 못살았는데
언제 죽을지 모르는 원인불명에 치료불가인 병에 결려
내게로 돌아왔다.
복막염 의심 진단을 받았던 한달 전쯤엔
정말 매일매일 눈물을 쏟았다.
하지만 막상 확진을 받고나니
눈물따위는 더이상 나지 않고
그럼 내가 앞으로 이녀석에게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만 생각하게 됐다.
얼마전 생일에 촛불을 끄며
내년 생일에도 나리와 함께 하게 해달라고 빌었다가
그게 안되면 나리의 한살 생일까지라도...
그것도 안되면 그저 고통없이 떠나게만 해달라고 빌었다.....
사는 동안 즐겁게 행복하게...너도. 나도..나도....우리 그러자 하고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