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 - 스물여섯의 사람, 사물 그리고 풍경에 대한 인터뷰
최윤필 지음 / 글항아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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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세상은 1등만 기억한다고 말한다. 냉정한 얘기일순 있겠지만 엄연한 사실이라는게 가슴아플때가 있다. 간혹 2등에게 관심을 주기도 하고 꼴찌의 노력과 눈물에 박수를 보내기도 하지만 그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중심이 되고 싶어하는데, 그래서 끊임없는 경쟁을 한다. 마치 중심에 다다르고 정상에 오르면 행복의 완성 이라는 듯이.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 몇 배, 아니 몇천배 이상의 사람들이 중심을 둘러싸고 있고 그렇게 원은 커져 나간다. 중간, 바깥을 정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 있을테고 그렇게 안 과 밖이 존재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할 차례다. 과연 안으로 들어가는게 모든 사람들의 목표일까? 어쩌면 다른 이들이 바깥이라 생각하는 곳을 안이라 여기고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모두 다 1등은 될수 없듯이, 모두 다 1등을 원하는게 아니다. 그리고 사람의 생김새가 다 다르듯이, 사는 방식도 생각도 다른 법이다.  

대형 멀티 극장만 살아남는 현실에서 종로 낙원상가에 위치한 허리우드클래식 극장은 낡은 느낌이 든다. 시사회가 열릴때 자주 갔었는데 어느 날 노인들을 위한 추억의 영화를 틀어주고, 한 관은 뮤지컬 공연을 하는 등 변화된 모습이 있어 놀랐다. 생존의 한 방편이겠구나 했는데 그 시작을 젊은 김은주 사장이 한 거란다. 하지만 2000원의 요금과 주변 극장들 틈에서 홀로 자립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노인들의 문화공간으로 사랑을 받고 있지만 해마다 적자가 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김은주 사장은 힘든 경영을 해나가면서도 이곳을 찾는 노인들의 행복을 지켜보며 힘을 얻는다. 세상의 잣대로 보면 그녀의 행보가 미련해 보일수도 있을 것이다. 돈도 안되는 일에 굳이 매달릴 필요는 없으니까. 하지만 김은주 사장에겐 돈보다 더 큰 가치가 우선순위에 있어 보인다.  

전국의 마을을 찾아다니며 주민들을 주연으로 한 영화를 찍는 신지승 영화감독도 같은 맥락에 있다. 그는 잠만 재워주고 밥만 먹여주면 그걸로 오케이, 정해진 시나리오도 전문 배우도 없는 유일무이한 '마을 영화제'를 찍는다. 처음엔 거부하던 사람들도 영화에 참여하고 연기를 하는데 이런지가 벌써 10년이다. 그의 꿈은 전국민이 참여하는 '마을 영화제'를 여는 것인데 그의 바램이 이루어지길 바래본다.  

이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인터뷰가 있는데 그들의 삶은 때론 힘겹고 미래가 불투명해 보이기도 한다. 배고픈 직업이라 일컫는 연극생활을 오래한 임학순씨는 현재 택배기사로 일하는데, 평생 연기만 해오던 그가 매일 100개가 넘는 물건을 배달하며 살고있다. 어쩌면 그는 실패한 삶이거나 꿈을 이루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의 하나로 여겨질수 있다. 꿈을 포기한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자신의 현재에 100% 만족하는 사람이, 내 꿈을 이뤘다고 당당히 말할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명이나 되겠는가. 그러면에서 그는 실패한 삶도, 패배자도 아니다. 오히려 그는 다시 무대로 돌아갈 꿈을 꾸고 있고,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빛을 발한다고 여긴다.  

성실하지도 않고 열심히 하지도 않는 인디밴드 타바코쥬스는 어른들이 걱정하기 딱 좋은 인생을 살고 있다. 그들을 보면 분명 이러지 않을까? "지금은 놀고 음악 하는게 좋겠지만 나이가 더 들면 어쩌려고 그러냐. 정신 차리고 열심히 해서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든가 기술을 배워라" 라고 말이다. 그만큼 이 젊은이들은 소속사 대표조차 혀를 내두를만큼 놀기 좋아하고 인기도 그저 그런 팀이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들의 실력이 안된다는걸 당당하게 얘기하고 그저 음악이 좋아서 하는 거라고 말한다. 비록 음반이 많이 팔리지도,그렇다고 팀웍이 좋거나 성실하지도 않지만 좋아하는걸 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만족하는 타바코쥬스를 보며 묘한 부러움도 생긴다.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의 박상영 교장은 한 아이로부터 "태어나서 처음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를 잊지 못해 지금도 일하고 있고, 주역은 아니지만 군무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발레리나 안지원씨는 단 한명의 관객이라도 자신을 주목해 줄거라는 믿음으로 공연을 펼치고, 박태환 선수와 같은 수영 국가대표 배준모씨는 언젠간 자신의 기록이 좋아질거라는 목표로 물살을 가른다. 그 외에도 유명 배우의 손 모델로 각광을 받고 있는 최현숙씨, 야생의 호랑이를 찍기위해 고독한 싸움을 하는 다큐감독 최기순씨, 끝내 익명으로 우리나라 시간강사의 처지를 토로한 분도 계셨다.  

인물들 뿐 아니라 퇴역마 다이와 아라지, 독자들의 선택을 받지못해 결국 40원짜리 폐지가 되는 책의 운명, 비무장 지대 DMZ,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후 역으로 한국에서도 열풍이 시작된 막걸리까지 저자의 시선으로 본 이야기는 계속 된다. 처음엔 가볍게 읽으려고 본 책인데 인터뷰이들의 진솔한 이야기에 가슴이 무거워지기도, 웃음이 빙그레 나오기도 했다. 이런 사연들이 오직 이들에게만 있으랴 싶다. 그래도 길을 걸어가다보면 내가 도달하고 싶은 곳이 나올 것이고, 그 문을 열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거라는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 작은 기대와 꿈마저 없다면 팍팍한 세상을 살아내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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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시공사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품선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박종대 옮김 / 이레 / 2010년 1월
구판절판


내가 진짜 무서웠던 것은 엄청난 양으로 한꺼번에 닥쳐올 낯선 것들과의 만남이자, 지금의 모든 친숙하고 익숙한 것들과의 이별이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갑자기 현재의 모든 것이 내게 너무나 어울리며 올바르고 다정하게 여겨졌다-57쪽

나는 배우는 모든 것이 행복했다. 뭔가 재미있고 교양 있게 말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게 해 준 나의 서툰 영어 실력도 행복했고, 내가 하는 일에서는 말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도 행복했다. 나는 새로운 세계 속에 살고 있고, 이제는 과거 세계와의 거리감도 생긴 것 같은 감정이 들었다-59쪽

어머니는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에도 나름의 교육 방식이 있었다. 꼭 해야 할 것이 있으면 그것을 스스로 하고 싶은 것으로 만들라는 것이다.-96쪽

이런 생각들이 끝나자 드디어 내가 평소에 다른 사람들과 사랑에 빠졌을 때와 똑같은 증세가 나타났다. 그 증상은 내게 아직 멈출 기회가 있고, 이 사랑에 정말 풍덩 빠질지, 빠지지 않을지 나 자신이 결정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부질없는 생각이었다. 나는 벌써 사랑에 빠져버린 것이다-113쪽

결혼이나 연애의 좌절을 겪은 후 서둘러 다음 상대를 구한 사람들이 완전히 극복되지 못한 과거에 의해 복수를 당하거나 압살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거꾸로 사랑의 상실 후 자기 내면으로 침잠한 사람들이 나중에 좀 더 강해진 모습으로 삶에 복귀하게 되리라고도 생각지 않았다.-142쪽

용감함이 정의나 진리, 이웃 사랑보다 낮은 수준의 미덕일 수는 있지만, 그것 역시 그것과 다름 없는 미덕이었다.-165쪽

응답받지 못한 사랑은 자신을 거부한 사랑을 자신이 거부할 수 있을 때까지 멈추지 않아요. 그렇게라도 해서 스스로에게 공정함을 만들어주는 것이죠. 그렇지 않으면 공평해질수가 없어요.-170쪽

우리가 싸우는 또 다른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언제, 어떻게 다가올지는 아직 모르지만 언젠가 반드시 찾아오리라는 것은 알고 있는 그 행복을 위해서.-173쪽

선한 것은 진실하며 아름답고, 나쁜 것은 거짓되고 추하다는 것은 쉽게 바뀌지 않는 아이들의 완강한 희망이었다.-191쪽

과거와 현재, 풍요와 빠듯함, 즐거움과 진지함, 외향적인 삶과 내향적인 삶, 이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세계는 완벽한 모습을 되찾았다. 이제 나는 한 잔의 와인을 들고 그 세계의 중심에 앉아있었다. -216쪽

내가 읽은 사유들의 상상적인 구성물에 불과했던 것이 이제 내 눈앞에서 하나의 육체로 현현한 것이다. 그는 엄청나게 강한 존재이면서 동시에 무기력한 존재였다. 그는 내가 아무 대응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내 인생에 강한 영향을 주었고, 나 역시 그가 내 생각에 아무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상태에서 그에 대해 나만의 의견을 갖고 있었다. 그런 사람을 이제 만질 수도 있고, 상처를 낼수도 있었다.-297쪽

나는 내가 잘못하지도 않은 일로 사과하고 나자 너무 서글펐다. 나중에야 나는 그것이 엄마와의 평화를 위해 내 자존심을 판 행위였다는 것, 자신이 잘못하지도 않은 일을 사과해야 하는 자기비판의 모든 형식이 결국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무너뜨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존감이 붕괴된다는 것을 깨달았다-3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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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4월 1주

코엔 형제의 영화는 재미있다. 그들이 비틀어대는 장면들을 보다 배꼽이 빠지도록 웃고 즐긴다.  

코엔 형제의 영화는 결말이 허무할때가 많다. 그래서 보고나서 "이게 끝이야?" 라고 말할수도 있다. 정확한 답을 보고싶어하는 관객들은 실망감을 느낄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들의 영화가 좋다. 장면들을 떠올리기만해도 빵빵 웃음이 터져나오니까. 또 진지할땐 한없이 진지하니까. 극적인 장면이 없이도, 때론 황당하고 어이없는 사건들이 전개되다가 그렇게 끝나버릴때도 좋다. 비슷비슷한 장르의 영화를 보면서 물릴 때, 코엔 형제의 영화를 본다. 그리고 언제나 만족한다.

 

 

 

 

 

 

 

 

물리학 교수 래리의 삶은 (여느 사람들처럼) 그리 행복하진 않다. 그래도 좀 있으면 대학 종신재직권 심사가 있어 좋은 소식을 기대할수 있겠고, 아들의 성인식을 앞두고는 대견한 마음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아내가 이혼을 요구한다. 자신은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는데 이혼을 당할 처지가 된 것. 더 기가 막힌건 상대 남자가 래리의 친구 싸이로, 황당한 상황에 처한 래리를 다독여주고 이성적이고 어른스럽게 풀어가자고 조언한다는 것이다. 피해자는 래리인데 아내와 싸이가 더 당당하게 행동한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 "집은 우리가 쓸테니 당신은 모텔에 가는게 낫겠어요" 

거기다 뇌물을 주는 한국학생과 그 아버지에게 명예훼손을 당할 처지에 놓이고, 누군가 대학교에 래리를 비방하는 편지를 보내고, 아들은 아버지의 안부보단 잘 나오지 않는 TV타령만 하고, 딸은 머리를 하루종일 감는다. 또 몸과 마음이 약한 남동생까지 돌봐야 하는 래리의 처지.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유명한 랍비들을 찾아가지만 듣고싶은 명확한 답은 구하지 못했다.  

이쯤되면 래리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일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다행히(?) 누군가의 죽음으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도 했지만,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가 장례비용까지 떠맡게 됐으니 말이다. 그가 가르치는 수학처럼 정확한 답을 구할수 있는 방법은 없는걸까? 언제나 시리어스맨이 되고 싶었지만 인생은 그를 힘들게만 한다. 그래도 아들의 성인식도 무사히 마치고 아내에게 사과도 듣고 대학 종신재직권 심사에서 좋은 소식도 기대하게 됐으니, 전보다는 약간 나은 상황으로 끝나려는 찰나!!! 짖궃은 코엔형제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짓진 않는다. 물론 정확한 결말은 나오지 않고 관객의 상상에 맡기지만,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행복한 미래가 있을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술 때문에 CIA에서 좌천당한 오스본은 회고록을 쓰리라 다짐하고 컴퓨터에 문서를 작성한다. 그런데 이 문서가 한장의 CD안에 담겼고, 어찌어찌 하다 헬스클럽 직원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그 직원은 성형수술을 해서 남자들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린다였다. 같은 직원인 채드가 CD안의 내용을 확인했고 둘은 이 문서가 '국가 기밀 문서'라고 생각해버린다. 린다는 성형수술을 할 돈이 필요했고 채드도 그녀를 도와주고 많은 돈을 받을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위험한 계획을 세우게 된다. 똑똑하지 못한 그들이 결코 해낼수 없을 협박을 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 문서는 기밀 문서가 아니었다. 그런 자료를 다룰만큼 오스본이 유능한 요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린다와 채드는 알리가 없었고 큰 돈을 벌 생각에만 부풀어 있었는데 어랏? 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그들의 예상대로라면 오스본이 CD를 돌려받기위해 거액을 제시해야 하는데 오히려 화만냈으니 말이다. 그래서 린다와 채드가 향한곳은 러시아 대사관. 그들 나름대로는 가장 위험한 도박을 한 셈이다. 아마 다른 첩보 영화였다면 두근거리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하지만 이 영화는 코엔 형제 작품이다!!!!

국가 기밀과는 전혀 상관없는 CD한장 때문에 그들은 서로를 협박하고 다치게 하고 심지어 죽이기도 한다. 다들 어딘가 멍청해 보이지만 인간적으로 끌리는 주인공들. 그들이 벌이는 한바탕 난장판이 끝나고 나면 남는건 과연 무엇일까? 그들을 감시하는 CIA 윗분들도 이 상황을 보면서 어리둥절해 한다. 쟤들은 대체 왜 싸우는거야?? 하지만 당사자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극적인 일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코미디지만 그들에겐 세상 그 어떤 일 보다도 가슴떨리고 무서우리라. 

 

 

 

 

 

 

 

원작을 보고나서도, 영화를 보고나서도 조금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원작을 보고나서는 '영화를 보면 이해하려나?' 싶었지만, 영화도 원작을 그대로 표현했기 때문에 별 차이가 없었다. 그저 보고나서 마음 한켠이 무거워지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코엔 형제의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그들의 작품 색깔이 느껴져서 점점 좋아하게 된 영화이다.  

트레일러에서 사는 사냥꾼 모스는 우연히 총격전이 벌어진 장소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시체들 사이에서 돈가방을 줍게 된다. 가방 안엔 무려 이백만 달러가 들어있었고, 이 돈은 그를 이곳에서 벗어나게 해줄 유일한 기회가 됐다. 하지만 이 돈을 선택하기로 한 순간부터 그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누군가 이 돈을 찾기위해 올거라는건 당연했고, 그는 기꺼이 위험을 껴안기로 한다. 만약 그가 가방을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가난하지만 사랑하는 여자 곁에서 살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가방을 선택하고 당분간 몸을 피하고 있으면 이 돈의 주인이 될수있다는 달콤한 기대가 더 컸다. 그래서 그는 돈을 챙겨 트레일러와 마을과 사랑하는 여자의 곁을 떠났다.  

하지만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모스를 쫒는 또 다른 인간 사냥꾼 안톤 시거는 괴물 그 자체였으니까. 그에겐 누군가를 살해하는 일이 하나의 게임처럼 보였다. 동전을 던져 앞뒤면에 따라 다른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 할수있는 권한을 가진것처럼 보인다. 그에게 살려달라고 빌어봐야 소용없다. 삶과 죽음은 안톤이 결정할 뿐이니까.  

그리고 여기에 또 한명의 사람이 끼어들게 된다. 늙은 보안관 벨은 둘의 흔적을 쫒아가지만 그에겐 최첨단 분석도, 빠른 상황파악도, 큰 열정도 없어보인다. 그들을 쫒고 안톤이 흘리고 간 살인 흔적을 발견하지만 그 뿐이다. 나이든 그에게 안톤이라는 존재와 살인이 난무하는 이 세상은 버겁기만 하다. 세상은 점점 더 잔혹해지고, 살인자들을 계속 잡아도 그런 존재들은 끊임없이 나온다. 그렇게 잠깐의 행운을 잡았던 모스는 끝내 달콤함을 맛보지 못했고, 괴물같은 안톤은 여전히 살인을 할 것이고, 벨 보안관은 나이가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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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자 - The outlow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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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감우성씨의 새 작품이라 보게됐는데 굳이 추천하고 싶진 않은 영화이다. 막장이라는 말을 좋아하진 않지만 이 영화를 보고있으면 그 말이 자연스럽게 떠올려 진다. 오정수가 무법자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고뇌가 별로 없었지만, 끔찍한 범죄의 피해자가 되면서 어느정도의 당위성은 가지게 됐지만 입체적인 역할은 아니었다. 경찰 부하들의 역할도 미미했고, 오정수를 좋아하는건지 아리송하게 만든 한소영(장신영)의 역할은 좀 의아했다. 혼자 말만 하다 끝나는 역할이랄까? 나중엔 객석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나올 정도로 황당한 장면들이 많았고(오정수의 두명의 친구는 웃음만 선사했다.) 마지막 2~30분 전까지는 좀 지루하게 펼쳐진다. 물론 18세 관람가를 받을만큼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들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승민 역의 이지현씨는 피해자 역할을 잘 해준것 같다.

'묻지마 살인'은 더이상 놀라운 화젯거리도 아니다. 잊을만하면 터져나오는 각종 묻지마 범죄는 그때마다 전문가들이 나와 원인을 밝히고, 경찰들은 죽어라 범인을 잡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없어 보인다. 치유할수 없을만큼 썩어 문드러진 사회가 낳은 사건과 범인들을 점차적으로 줄이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보인다. 살인을 저지른 범인이 죄책감에 고개를 푹 숙이는 대신, 뻔뻔하게 웃고 자신이 한 일을 떠벌리는걸 보고있자면 기가 막히고 같은 인간이라는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오정수(감우성 역) 형사가 무법자로 변해가게 한것도 바로 이토록 뻔뻔한 피의자들 때문이었다.  

일반인들도 이런 범죄를 보면서 분노와 살의를 느끼는데 사건을 맡고 범인들을 취조하는 형사들은 감정을 추스르기 힘들것 같다. 이런 사건을 대할때 '일'로만 치부하기에는 너무 끔찍하기 때문이다. 임신한 여자를 생매장 시킨 젊은이들은 현장조사에서도 히히덕거리며 웃고 있고, 여자들을 납치해 강강후 살인한 범인은 그 재밌는걸 더 하지 못한게 원통할 뿐이다. 그들에게 생명을 죽이는 일은 단순히 '재미'있는 일 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오정수는 유독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감정을 교류하게 되는데, 범인들에게 잡혔다가 겨우 탈출한 지현을 취조하면서는 연민을 느끼게 된다. 그녀는 모르는 남자들에게 잡혀 강간을 당하고 끔찍한 시간을 보내면서 다른 피해자들의 죽음을 목격하기도 한다. 그저 살려만 달라고 애걸하던 그녀는 범인들의 눈을 피해 탈출 했지만 그때의 공포는 그녀를 계속 그 장소에 머무르게 한다. 누구에게 원한 한번 산적이 없는 그녀가 겪어야 했던 일들, 더이상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갈수 없을거라는 절망감에 그녀는 흐느껴 운다. 그런 지현에게 오정수가 따뜻한 손길을 내민다.  

오정수 형사가 피해자인 지현에게 느낀 감정은 처음엔 연민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에게 웃음을 되찾게 해준건 그의 사랑이었고, 그렇게 지현은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되지만 완벽하게 치유된건 아니었다. 그저 기억 저편으로 끔찍했던 사건의 조각을 꾹꾹 눌러 담았을 뿐이었다. 그래서 몇년이 흐른 뒤, 남편 오정수의 옷에서 범인의 편지가 발견됐을때 큰 두려움을 느꼈던 것이다. 감옥에 있는 범인이 자신을 찾을리 없다는걸, 남편이 지켜줄거라는걸 알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녀는 몇년 전의 힘없고 고통스러운 피해자로 돌아가버린 것이니까.  

그렇게 지현은 떠나고 오정수에게 남겨진건 큰 슬픔과 자괴감, 세상에 대한 분노였다. 세상은 변한게 없었다. 여전히 죄없는 사람들이 묻지마 범죄의 희생자가 되었고, 끔찍하게도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 중 한명이 되었다. 지현이 연락을 해왔고 처음으로 딸을 만나게 된 바로 그 날, 2명의 외국인이 '재미'로 그들을 죽인 것이다. 딱 봐도 '이태원 살인사건'을 재현한 것이었는데 약에 취한 남자들이 칼을 들고 화장실로 가며 재미있는걸 보여주겠다고 말하는것 까지 똑같다. 그리고 서로 상대방이 범인이라고 진술하고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가는것 까지 말이다.  

과다하 싶을 정도로 오정수에겐 고통스러운 일들의 연속이다. 정서적으로 피폐해진 그는 더이상 이성적인 형사 일을 할수 없었고 주변 사람들, 특히 한소영이 많이 도와주려고 하지만 이미 그는 마음을 굳힌 상태다. 형사 신분으로서는 할수없었던 '복수'를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 세상과 등지고 범인들과 썩어빠진 법조계를 처벌하기 위한 하나의 쇼를 준비하는 오정수. 비록 그 복수가 성공한다고 해도 그에게 남은건 뭐가 있을까 싶다. 관객들은 잠깐이나마 통쾌함을 느낄지 몰라도 그는 평생 밝은 빛을 보지 못할것만 같다. 이미 그의 손에도 피가 묻어있으니까. 천국에 가 있는 딸을 보고싶다는 그가 과연 그럴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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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싸이코만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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