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자 - The outlow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오랜만의 감우성씨의 새 작품이라 보게됐는데 굳이 추천하고 싶진 않은 영화이다. 막장이라는 말을 좋아하진 않지만 이 영화를 보고있으면 그 말이 자연스럽게 떠올려 진다. 오정수가 무법자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고뇌가 별로 없었지만, 끔찍한 범죄의 피해자가 되면서 어느정도의 당위성은 가지게 됐지만 입체적인 역할은 아니었다. 경찰 부하들의 역할도 미미했고, 오정수를 좋아하는건지 아리송하게 만든 한소영(장신영)의 역할은 좀 의아했다. 혼자 말만 하다 끝나는 역할이랄까? 나중엔 객석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나올 정도로 황당한 장면들이 많았고(오정수의 두명의 친구는 웃음만 선사했다.) 마지막 2~30분 전까지는 좀 지루하게 펼쳐진다. 물론 18세 관람가를 받을만큼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들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승민 역의 이지현씨는 피해자 역할을 잘 해준것 같다.

'묻지마 살인'은 더이상 놀라운 화젯거리도 아니다. 잊을만하면 터져나오는 각종 묻지마 범죄는 그때마다 전문가들이 나와 원인을 밝히고, 경찰들은 죽어라 범인을 잡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없어 보인다. 치유할수 없을만큼 썩어 문드러진 사회가 낳은 사건과 범인들을 점차적으로 줄이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보인다. 살인을 저지른 범인이 죄책감에 고개를 푹 숙이는 대신, 뻔뻔하게 웃고 자신이 한 일을 떠벌리는걸 보고있자면 기가 막히고 같은 인간이라는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오정수(감우성 역) 형사가 무법자로 변해가게 한것도 바로 이토록 뻔뻔한 피의자들 때문이었다.  

일반인들도 이런 범죄를 보면서 분노와 살의를 느끼는데 사건을 맡고 범인들을 취조하는 형사들은 감정을 추스르기 힘들것 같다. 이런 사건을 대할때 '일'로만 치부하기에는 너무 끔찍하기 때문이다. 임신한 여자를 생매장 시킨 젊은이들은 현장조사에서도 히히덕거리며 웃고 있고, 여자들을 납치해 강강후 살인한 범인은 그 재밌는걸 더 하지 못한게 원통할 뿐이다. 그들에게 생명을 죽이는 일은 단순히 '재미'있는 일 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오정수는 유독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감정을 교류하게 되는데, 범인들에게 잡혔다가 겨우 탈출한 지현을 취조하면서는 연민을 느끼게 된다. 그녀는 모르는 남자들에게 잡혀 강간을 당하고 끔찍한 시간을 보내면서 다른 피해자들의 죽음을 목격하기도 한다. 그저 살려만 달라고 애걸하던 그녀는 범인들의 눈을 피해 탈출 했지만 그때의 공포는 그녀를 계속 그 장소에 머무르게 한다. 누구에게 원한 한번 산적이 없는 그녀가 겪어야 했던 일들, 더이상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갈수 없을거라는 절망감에 그녀는 흐느껴 운다. 그런 지현에게 오정수가 따뜻한 손길을 내민다.  

오정수 형사가 피해자인 지현에게 느낀 감정은 처음엔 연민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에게 웃음을 되찾게 해준건 그의 사랑이었고, 그렇게 지현은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되지만 완벽하게 치유된건 아니었다. 그저 기억 저편으로 끔찍했던 사건의 조각을 꾹꾹 눌러 담았을 뿐이었다. 그래서 몇년이 흐른 뒤, 남편 오정수의 옷에서 범인의 편지가 발견됐을때 큰 두려움을 느꼈던 것이다. 감옥에 있는 범인이 자신을 찾을리 없다는걸, 남편이 지켜줄거라는걸 알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녀는 몇년 전의 힘없고 고통스러운 피해자로 돌아가버린 것이니까.  

그렇게 지현은 떠나고 오정수에게 남겨진건 큰 슬픔과 자괴감, 세상에 대한 분노였다. 세상은 변한게 없었다. 여전히 죄없는 사람들이 묻지마 범죄의 희생자가 되었고, 끔찍하게도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 중 한명이 되었다. 지현이 연락을 해왔고 처음으로 딸을 만나게 된 바로 그 날, 2명의 외국인이 '재미'로 그들을 죽인 것이다. 딱 봐도 '이태원 살인사건'을 재현한 것이었는데 약에 취한 남자들이 칼을 들고 화장실로 가며 재미있는걸 보여주겠다고 말하는것 까지 똑같다. 그리고 서로 상대방이 범인이라고 진술하고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가는것 까지 말이다.  

과다하 싶을 정도로 오정수에겐 고통스러운 일들의 연속이다. 정서적으로 피폐해진 그는 더이상 이성적인 형사 일을 할수 없었고 주변 사람들, 특히 한소영이 많이 도와주려고 하지만 이미 그는 마음을 굳힌 상태다. 형사 신분으로서는 할수없었던 '복수'를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 세상과 등지고 범인들과 썩어빠진 법조계를 처벌하기 위한 하나의 쇼를 준비하는 오정수. 비록 그 복수가 성공한다고 해도 그에게 남은건 뭐가 있을까 싶다. 관객들은 잠깐이나마 통쾌함을 느낄지 몰라도 그는 평생 밝은 빛을 보지 못할것만 같다. 이미 그의 손에도 피가 묻어있으니까. 천국에 가 있는 딸을 보고싶다는 그가 과연 그럴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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