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4월 1주
코엔 형제의 영화는 재미있다. 그들이 비틀어대는 장면들을 보다 배꼽이 빠지도록 웃고 즐긴다.
코엔 형제의 영화는 결말이 허무할때가 많다. 그래서 보고나서 "이게 끝이야?" 라고 말할수도 있다. 정확한 답을 보고싶어하는 관객들은 실망감을 느낄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들의 영화가 좋다. 장면들을 떠올리기만해도 빵빵 웃음이 터져나오니까. 또 진지할땐 한없이 진지하니까. 극적인 장면이 없이도, 때론 황당하고 어이없는 사건들이 전개되다가 그렇게 끝나버릴때도 좋다. 비슷비슷한 장르의 영화를 보면서 물릴 때, 코엔 형제의 영화를 본다. 그리고 언제나 만족한다.
물리학 교수 래리의 삶은 (여느 사람들처럼) 그리 행복하진 않다. 그래도 좀 있으면 대학 종신재직권 심사가 있어 좋은 소식을 기대할수 있겠고, 아들의 성인식을 앞두고는 대견한 마음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아내가 이혼을 요구한다. 자신은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는데 이혼을 당할 처지가 된 것. 더 기가 막힌건 상대 남자가 래리의 친구 싸이로, 황당한 상황에 처한 래리를 다독여주고 이성적이고 어른스럽게 풀어가자고 조언한다는 것이다. 피해자는 래리인데 아내와 싸이가 더 당당하게 행동한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 "집은 우리가 쓸테니 당신은 모텔에 가는게 낫겠어요"
거기다 뇌물을 주는 한국학생과 그 아버지에게 명예훼손을 당할 처지에 놓이고, 누군가 대학교에 래리를 비방하는 편지를 보내고, 아들은 아버지의 안부보단 잘 나오지 않는 TV타령만 하고, 딸은 머리를 하루종일 감는다. 또 몸과 마음이 약한 남동생까지 돌봐야 하는 래리의 처지.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유명한 랍비들을 찾아가지만 듣고싶은 명확한 답은 구하지 못했다.
이쯤되면 래리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일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다행히(?) 누군가의 죽음으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도 했지만,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가 장례비용까지 떠맡게 됐으니 말이다. 그가 가르치는 수학처럼 정확한 답을 구할수 있는 방법은 없는걸까? 언제나 시리어스맨이 되고 싶었지만 인생은 그를 힘들게만 한다. 그래도 아들의 성인식도 무사히 마치고 아내에게 사과도 듣고 대학 종신재직권 심사에서 좋은 소식도 기대하게 됐으니, 전보다는 약간 나은 상황으로 끝나려는 찰나!!! 짖궃은 코엔형제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짓진 않는다. 물론 정확한 결말은 나오지 않고 관객의 상상에 맡기지만,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행복한 미래가 있을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술 때문에 CIA에서 좌천당한 오스본은 회고록을 쓰리라 다짐하고 컴퓨터에 문서를 작성한다. 그런데 이 문서가 한장의 CD안에 담겼고, 어찌어찌 하다 헬스클럽 직원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그 직원은 성형수술을 해서 남자들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린다였다. 같은 직원인 채드가 CD안의 내용을 확인했고 둘은 이 문서가 '국가 기밀 문서'라고 생각해버린다. 린다는 성형수술을 할 돈이 필요했고 채드도 그녀를 도와주고 많은 돈을 받을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위험한 계획을 세우게 된다. 똑똑하지 못한 그들이 결코 해낼수 없을 협박을 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 문서는 기밀 문서가 아니었다. 그런 자료를 다룰만큼 오스본이 유능한 요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린다와 채드는 알리가 없었고 큰 돈을 벌 생각에만 부풀어 있었는데 어랏? 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그들의 예상대로라면 오스본이 CD를 돌려받기위해 거액을 제시해야 하는데 오히려 화만냈으니 말이다. 그래서 린다와 채드가 향한곳은 러시아 대사관. 그들 나름대로는 가장 위험한 도박을 한 셈이다. 아마 다른 첩보 영화였다면 두근거리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하지만 이 영화는 코엔 형제 작품이다!!!!
국가 기밀과는 전혀 상관없는 CD한장 때문에 그들은 서로를 협박하고 다치게 하고 심지어 죽이기도 한다. 다들 어딘가 멍청해 보이지만 인간적으로 끌리는 주인공들. 그들이 벌이는 한바탕 난장판이 끝나고 나면 남는건 과연 무엇일까? 그들을 감시하는 CIA 윗분들도 이 상황을 보면서 어리둥절해 한다. 쟤들은 대체 왜 싸우는거야?? 하지만 당사자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극적인 일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코미디지만 그들에겐 세상 그 어떤 일 보다도 가슴떨리고 무서우리라.
원작을 보고나서도, 영화를 보고나서도 조금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원작을 보고나서는 '영화를 보면 이해하려나?' 싶었지만, 영화도 원작을 그대로 표현했기 때문에 별 차이가 없었다. 그저 보고나서 마음 한켠이 무거워지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코엔 형제의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그들의 작품 색깔이 느껴져서 점점 좋아하게 된 영화이다.
트레일러에서 사는 사냥꾼 모스는 우연히 총격전이 벌어진 장소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시체들 사이에서 돈가방을 줍게 된다. 가방 안엔 무려 이백만 달러가 들어있었고, 이 돈은 그를 이곳에서 벗어나게 해줄 유일한 기회가 됐다. 하지만 이 돈을 선택하기로 한 순간부터 그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누군가 이 돈을 찾기위해 올거라는건 당연했고, 그는 기꺼이 위험을 껴안기로 한다. 만약 그가 가방을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가난하지만 사랑하는 여자 곁에서 살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가방을 선택하고 당분간 몸을 피하고 있으면 이 돈의 주인이 될수있다는 달콤한 기대가 더 컸다. 그래서 그는 돈을 챙겨 트레일러와 마을과 사랑하는 여자의 곁을 떠났다.
하지만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모스를 쫒는 또 다른 인간 사냥꾼 안톤 시거는 괴물 그 자체였으니까. 그에겐 누군가를 살해하는 일이 하나의 게임처럼 보였다. 동전을 던져 앞뒤면에 따라 다른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 할수있는 권한을 가진것처럼 보인다. 그에게 살려달라고 빌어봐야 소용없다. 삶과 죽음은 안톤이 결정할 뿐이니까.
그리고 여기에 또 한명의 사람이 끼어들게 된다. 늙은 보안관 벨은 둘의 흔적을 쫒아가지만 그에겐 최첨단 분석도, 빠른 상황파악도, 큰 열정도 없어보인다. 그들을 쫒고 안톤이 흘리고 간 살인 흔적을 발견하지만 그 뿐이다. 나이든 그에게 안톤이라는 존재와 살인이 난무하는 이 세상은 버겁기만 하다. 세상은 점점 더 잔혹해지고, 살인자들을 계속 잡아도 그런 존재들은 끊임없이 나온다. 그렇게 잠깐의 행운을 잡았던 모스는 끝내 달콤함을 맛보지 못했고, 괴물같은 안톤은 여전히 살인을 할 것이고, 벨 보안관은 나이가 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