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친구를 괴롭혔다고? - 왕따를 없애는 완벽한 방법
트루디 루드위그 지음, 베스 애덤스 그림, 오영나 옮김 / 고래이야기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왕따문제는 더 이상 새로운 사회문제도 아닐만큼 익숙한 일이 된 것 같다. 어린 아이들부터 어른들의 사회까지, 그 정도가 심하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왕따문제는 우리 사회에 깊게 퍼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올바른 교육이 중요한데, 남을 괴롭히는게 얼마나 나쁜 일인지를 알려주고 피해자의 입장을 헤아릴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르쳐야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왕따의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 라는게 독특했다. 케이티는 모니카에게 못된 짓을 했고, 이를 목격한 친구들이 운동장 지킴이인 파텔부인에게 알려 결국 샌더스 교장 선생님까지 알게 돼 불려 가게 된다. 교장실엔 부모님까지 와 있어 창피함을 느꼈지만, 케이티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를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선생님께 '고자질'을 한 친구들이 미웠고, 모니카를 때린 것도 아닌데 이렇게 벌을 받는 상황이 싫을 뿐이다. 그래서 마음에도 없는 "죄송해요" 라는 말로 교장 선생님을 안심시킨뒤 얼른 이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현명한 선생님은 케이티를 벌 주고, 모니카를 불러 악수를 시키며 억지화해를 시키는 대신 케이티가 잘못을 스스로 깨달을수 있도록 했다. 모니카를 때리지 않았으니 잘못한게 없다는 케이티에게 "네 손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혀야만 괴롭히는게 아니야. 너의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주는 것도 괴롭히는거나 마찬가지야. 그리고 다른 사람을 괴롭히기로 마음 먹은 학생에게는 그 행동에 대한 결과가 뒤따를 수밖에 없단다."라는 말로 가르침을 준다.  

그렇게 케이티는 페트로스키 상담 선생님과 만나 '친구를 괴롭히는 행동'이 어떤것인지와 좋은 친구가 되는 법에 대해 배우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나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은 케이티가 적은 '왕따에 관한 지침서와 생각'을 담은 일기장이다.  

책 안에 인용된 사례들을 보면 왕따 문제가 많이 심각해 보이는데, 상대방에게 나쁜 말을 하고 무시하는 것도 큰 상처를 주는 왕따 방법 중 하나이다. 아이들이 누군가를 미워하고 괴롭히는 이유가 '나와 다른 모습'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았는데 참 슬픈 일 같다. 남들보다 뚱뚱하거나 말랐다고, 말을 더듬거나 못생겼다고, 혹은 너무 가난하다는 이유가 왕따의 이유가 된다는게 말이다.  

왕따를 당한 학생들의 대처법도 소개되어 있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도움을 줄수 있는 어른들에게 계속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른들이 알고도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나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면 어쩌나 걱정되기도 한다. 그만큼 어른들이 주의를 기울이고 도움의 손길을 외면하는 일은 절대로 해선 안되겠다.  

책의 내용이 그렇게 실용적이거나 확 와닿지 않는게 아쉬운 대목같다. 케이티가 서서히 변해가는 과정이 없고, 갑자기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왕따는 나쁘다는걸 말해서 그런것도 같고 알록달록한 그림과 디자인이 좀 정신없었던 측면도 있겠다.  

그래도 가장 인상깊은 구절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까닭은 단 한가지인데, 못되게 굴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왕따 모자를 쓰고서 착한 사람을 따라다니며 못되게 구는 것과 같은데, 왕따 모자에 대해 알아야 할건 바로 여러분 스스로 그 모자를 쓸지 벗을지 결정할수 있다는 것이다. 선택은 스스로의 몫' 이라는 것이다. 친구를 괴롭히는 건 어떠한 이유로든지 정당화 될수 없다. 지금 당장 그 모자를 벗느냐, 아니면 계속 누군가를 상처주느냐 하는 건 자신의 몫이다. 다만 어른들이 왕따 모자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해주고 변화시켜 준다면 이런 모자를 쓰는 아이들이 현저히 줄어들것은 확실해 보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름다운 유산 - Beautiful Legac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모든게 다듬어지지 않은,말하려는게 뭔지 알수 없었던 영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위크 - One week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벤은 의사로부터 암 4기, 그러니까 수술을 해도 생존율이 10%이니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 라는 선고를 받게 된다. 치료를 잘 받으면 2년의 생존기간을 예상할수도 있지만, 이제 벤에겐 손자의 재롱을 볼수 있는 순간은 영영 찾아오지 않을 거라는건 분명하다. 그런데 벤은 의사의 말에 소리를 지르고 울고 현실을 부정하는 것 등의 반응 대신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다. 오래 사귄 여자친구와의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학생들의 시험지를 채점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장례식엔 몇명이나 참석할까 따위를 말이다.  

그는 여자친구와 부모님의 기대와 등살에 못이겨 결혼을 결심했고, 소설가라는 꿈을 이루지 못해 적성에도 맞지 않는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암' 이 이 모든것에서 벗어날수 있게 해줄 구실을 준 셈이다. 그러니까 따분하고 별 볼일 없던 인생에 '암'이 끼어들면서 자신의 진짜 원하는게 무엇인지 생각하고 실행하게 해줄 자극제가 됐는데, 이를 좋다고 해야 할지 정신차리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찌됐든 그렇게 벤의 일탈은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야 시작됐다.

벤이 처음 한 일은 약혼녀인 사만다 때문에 타지 못했던 오토바이를 사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만다 에게만 병을 밝히고 가족에겐 알리지 않은 채 홀로 캐나다 전국 여행을 떠나게 된다. 사만다의 반응은 지극히 당연한데, 맨 처음에는 충격을 받으며 울었다가 벤의 엉뚱한 계획에 화를 내고 미친 짓이라며 말렸다.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이 오토바이를 타고 혼자 여행을 한다는건 말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너무 충격을 받아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한 걸수도 있었다. 하지만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벤에겐 사만다의 만류도 소용이 없었다. 그는 이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용기가 생겼던 것이다.  

그동안 벤의 인생은 누군가의 평가에 의해 움직였다. 체육 시간에 코를 후비고 공상을 하다 선생님께 혼난 이후론 평생 코를 후비지 않게 됐다. 코를 후벼야 공상을 할수 있었던 벤으로서는 참으로 슬픈 사연이 아닐수 없다. 또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교내 오디션 대회에선 심사위원 선생님의 비정하고 충격적인 심사평을 듣게 됐는데, 이 때문에 벤은 두번 다시 남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지 않게 됐다. 두 선생님의 이런 꾸지람과 비평이 한 소년의 인생을 바꿀수도 있다는 걸 알았더라면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우리는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면서 살게 된다. 받은 사람은 잊지 못할 말이지만 정작 말한 사람은 기억조차 못하면서 말이다.  

그래도 유일하게 벤이 하고자 했고, 오랫동안 노력했던게 바로 소설을 쓰는 것이었다. 하지만 첫 소설이 출간이 안된것에 실망했고, 결국 꿈을 고이 접은 채 현실에 순응하면서 살아가야 했다. 그렇게 현재는 학교 선생님이자, 사만다의 약혼자이자, 길어야 2년을 살수 있는 암 환자가 된 벤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충동적인 일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종이컵에 서쪽으로 가라는 문구를 보고 무작정 여행을 떠나고, 캐나다 곳곳을 누비게 된 것이다. 불과 몇 시간전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일을 벤은 하려고 한다. 지금 당장!! 
    

암 환자의 나홀로 여행 이라하면 죽음에 대한 깊은 사색과 우울함, 뭐 그런 것들이 나올줄 알았지만 영화는 잔잔하면서도 군데군데 웃음을 주고 너무 무겁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아직 병색이 완연하지 않기 때문에, 말만 안하면 환자인줄 모르는 벤 인지라 그가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도 모두 평범한 여행자로만 본다. 벤이 오토바이를 끌고 지나가며 보이는 캐나다의 아름다운 풍경은 또 하나의 볼거리이다. 벤도 풍경을 보면서 왜 진작 떠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고 즐길수 있는데 하늘 한번 쳐다보는 것도, 석양이 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참 어려우니 말이다. 

벤은 유명한 관광지를 두루 돌아다니며 사진으로 남긴다. 우리나라도 관광거리가 없는 지역에선 '세계에서 최고로 큰' 조형물 등을 만들어 홍보를 하는데 그건 외국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대체 이 조형물이 지역과 무슨 상관인지 알수 없는 경우가 많고, 왜 이런게 있어야 하는지 의아하게 만드는 것들이 많은데 벤 또한 그런 조형물들을 참 많이도 만난다.   

처음엔 무작정 떠난 여행이었지만 길을 가면서 벤은 어린 시절 아버지가 해준 이야기속의 '그럼프'를 찾아나서게 된다. 생긴것도 모르지만 막상 보고나면 알게 된다는 그럼프를 찾는 과정에서 벤은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바다를 보면서 벤은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그럼프를 찾은 것도 같다. 어쩌면 처음부터 주위에 있었지만 눈치 채지 못한건 아닐까.

어린 시절의 두 선생님이 벤의 인생에 영향을 미쳤듯이, 벤 또한 여행을 하면서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켰다. 벤이 입원을 안하고 여행을 떠남으로써 일찍 퇴근하게 된 간호사는 많은 사상자를 낸 열차사고를 피할수 있었고, 여행 중 만난 한 아주머니는 벤을 보고 방랑벽이 도져 길을 나서던 중 평생의 반쪽을 만나게 된 것 등 말이다. 그리고 약혼자를 배신했다고도 할수 있는 누군가와의 만남까지. 하지만 결국 돌아온 벤과 그를 용서하고 받아준 사만다의 모습은 그 전과는 좀 달라져 있었다. 오랫동안 사겨오면서도 서로의 단점을 이야기하지도 않던 둘이 이제는 솔직해진 모습을 보면서 잔인한 일이 사람들의 관계를 더 성숙하게 만드는게 아닐까 싶다. 확실한 건 둘의 표정이 너무도 편해보였다는 점이다. 자신만의 그럼프를 찾아낸 벤과 그를 이해하고 받아들인 사만다의 표정이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위크 - One week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죽음을 앞두고서야 가질수 있었던, 나만을 위한 시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컨테이젼 - Contagio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조류독감, 사스, 신종플루로 세계가 떠들썩했던 일이 생각난다. 요즘엔 원인미상 폐질환까지 발생해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데, 이처럼 새로운 바이러스는 계속해서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실체가 밝혀지지 않는 바이러스의 출연이 다른 질병보다 사람들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예방법 이라고 해봐야 기껏 손을 깨끗이 씻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기침을 할땐 타인에게 옮기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밖엔 없기 때문이다. 무인도에 혼자 사는 것도 아니고 매일 공공장소를 이용하는 생활을 해야하는데, 어떻게 접촉을 피하며 살수 있겠는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도 바이러스가 옮을수 있는 상황이라면 집안에 꼼짝없이 갇혀 있는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처럼 보인다. 또 최근에 등장하는 바이러스는 웬만한 백신엔 내성이 있는 슈퍼 바이러스라 원인과 치료방법을 알아내기가 더 어려워졌다. 설사 알아낸다고 해도 이미 많은 피해자를 양산해낸 후이다. 달리 말하면 피해자가 많이 발생해야 백신연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전염성도 강하고 치명적인 바이러스와의 사투는 인류가 가진 또 하나의 고민거리가 되었다.  

홍콩 출장 중 남은 시간을 카지노에서 즐거운 시간을 가진 베스(기네스 펠트로)는 집으로 돌아온 순간부터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다. 고열과 기침은 독감을 의심하게 했는데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더니 병원에서 손 쓸수도 없이 갑자기 사망하고 만다. 불과 몇 시간전만 하더라도 이야기를 나누웠던 아내가 이젠 싸늘한 시신이 되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은 남편 토마스(맷 데이먼)는 슬퍼할 겨를도 없이 어린 아들마저 잃고만다. 아내와 아들이 원인을 알수없는 바이러스에 감염돼 죽게 되자 그는 잠시 격리조치 되었지만 면역판정을 받으며 풀려나게 된다. 이제 토마스에게 남은 가족은 전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이 전부이고, 그나마 집에 없었던 딸이 무사한것에 그는 감사함을 느낀다.  

그런데 이 갑작스러운 비극은 토마스만 겪는 일이 아니었다. 베스를 죽인 바이러스는 홍콩을 기점으로 빠르게 퍼져나갔고 사망자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자신이 바이러스에 걸린 상태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은 지하철,버스,상가,거리 등을 자유롭게 거닐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접촉되었던 것이다. 이제 세계는 이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사투를 벌이기 시작한다.   

미국 질병통제센터의 치버 박사(로렌스 피시번)는 에린(케이트 윈슬렛)박사를 현장에 급파해 조사하게 하고, 세계보건기구는 오란테스 박사(마리옹 꼬띠아르)를 최초 감염지인 홍콩으로 보낸다. 에린 박사는 그야말로 몸을 사리지 않고 열정적으로 일하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도 병에 걸리게 된다. 당연히 백신이 없으니 맨 몸으로 현장을 누빌수 밖에 없었고,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안전하게 집에 있는 사람보다는 병에 걸릴 확률이 클 수밖에 없었다. 에린 박사처럼 희생을 감수하며 일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더 큰 피해는 일어나지 않는게 아닐까 싶다.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순간에 아파하는 환자를 도와주려 했던 마음씀씀이를 보면서 숙연해 지기까지 한다. 이런 숭고한 희생과 노력이 쌓이고 쌓여 인류는 살아남을수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이런 대사건이 벌어지면 정부는 두 가지 선택에서 고민하게 된다. 일찍 발표해 국민들로 하여금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 더 이상의 확산을 막느냐, 아니면 최대한으로 늦춰 국민들의 혼란을 막느냐 이다. 전자의 경우엔 과잉대응이라는 측면도 있겠고 많은 비용이 소요되지만 국민의 알 권리와 자신을 보호할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때문에 개인적으론 이 선택이 나아보인다. 상황이 더 악화되면 사람들은 정부의 늦은 발표와 늑장대응에 질타를 보낼 것이고, 극대화된 불안감과 공포는 사회적인 혼란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영화에 나온 것처럼, 설사 과잉대응이라 할지라도 국민의 생명이 걸린 일이라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정부가 역학조사를 벌이며 원인을 찾아내기 전부터 심상치않은 바이러스의 존재를 눈치 챈 사람이 있었다.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앨런(주드 로)은 홍콩과 도쿄에서 발생한 피해자들의 영상을 보며 이를 기사화 하기를 바랬지만 거절을 당하자 자신의 블로그에 기사를 쓰게 된다. 진실을 원하는 사람들은 앨런의 블로그로 몰려와 정보를 얻었고, 정부의 발표와 대응을 불신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는만큼 앨런의 파급력은 커져만 갔다. 특히 백신을 개발하지 못하는 정부와는 반대로 앨런은 개나리액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자신이 직접 실험을 하며 그 진행과정을 블로그에 게재했고 이 때문에 동네 약국엔 개나리액 품절 현상까지 벌어지게 된다. 그 과정에서 개나리액을 구한 사람들의 분노와 폭력을 볼수 있는데, 이는 음식을 구하기 위해 상점을 털고 응급물자를 빼앗는 극한 이기주의로도 표출이 된다.   

하지만 더 슬픈 현실은 부유한 이와 가난한 이들의 차이가 이런 상황에서도 드러난다는 것이다. 오란테스를 납치한 동료들은 백신이 나오면 강대국들에게 우선 배당될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납치 라는 선택을 할수밖에 없었다. 가진게 없는 시골 사람들에게 백신이 오기까지는 적게는 수개월에서 많게는 몇년이 걸릴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에, 백신과 오란테스를 교환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치버 박사의 아내가 괴한들의 침입을 받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이다. 정부와 가까운 자는 일반 국민들보다 먼저 백신을 받을테고, 그걸 노린 사람들이 약탈하러 온 것이다. 또 치버 박사는 윗선의 정보를 통해 도시가 통제된다는 걸 알고 아내에게 미리 언질을 한다. 정보를 가진 자와 없는 자, 돈이 있는 자와 없는 자는 바이러스로 인한 혼란속에서 더 두드러져 보이게 된다.  

이제 거리는 사람의 흔적을 찾아볼수 없고 쓰레기만 넘쳐나고 있다. 토마스는 딸이 남자친구를 만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며 집안에 있게하고, 딸은 남자친구와 오로지 핸드폰만으로 소식을 주고 받는 이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 모두 다 백신이 개발되고 바이러스가 퇴출 돼 전 처럼 거리를 마음껏 걸어다니고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악수를 할수 있는 상황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그런 간절한 마음 덕분인지 한 여성연구원이 치료법을 발견해 백신을 만들게 됐고, 백신을 맞을 사람을 추첨하는 방송까지 하게 되며 사태는 조금씩 진정되어 간다. 

하지만 인류는 언제 또 다시 이런 사건을 만나게 될지 모를 일이다. 어쩌면 그 시기는 생각보다 길지 않은 시간 안에 생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또 다른 토마스 가족, 치버와 에린 박사, 오란테스를 납치한 이들, 우왕좌왕하는 정부와 진실을 이야기한다고 떠벌리는 앨런 같은 자들이 나올 것이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죽고, 또 누군가는 돈을 벌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