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 애스:영웅의 탄생 - Kick-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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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봤으면 큰일날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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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 애스:영웅의 탄생 - Kick-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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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포스터와 예고편만 보고선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인줄 알았다. 주인공들의 연령도 10대이고 예고편을 보니 그런 생각이 더 굳어졌다. 그런데 이 영화가 18세 관람가란다. '어린이 영화가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 영화의 정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줄거리와 평을 찾아보니 무관심에서 점점 관심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나처럼 어린이 영화라고 착각해 안보려고 했는데, 안 봤으면 큰일날뻔 했다는 평들도 있었고, 대체로 재밌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래서 기대를 하고 봤는데 기대 대로 재미있었고 정말 안봤으면 억울할뻔 했다. 그러고보면 포스터와 예고편,배우 때문에 놓친 좋은 영화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괜한 편견을 버린다면 좋은 영화들을 많이 만날수 있을 것 같다.

영화를 보고있으니 왜 18세 관람가를 받았는지 알수 있을만큼 잔인하고 수위가 강한 장면들이 많았다. 하지만 워낙 경쾌한 분위기 때문인지 조금은 덜 해 보인다. 그래도 악당들이 벌이는 짓은 잔인하고 끔찍했다. 그래서 영웅들이 응징하는 것에 정당성이 생기고 환호를 더 보내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데이브는 괴짜 친구들과 어울리고 여자들에겐 투명인간 취급 당하고 만화를 좋아하는 눈에 잘 띄지도 않는 학생이다. 하지만 그의 꿈은 사람들을 구해주는 정의로운 영웅이 되는 것이다. 싸움 실력이 좋지도 않고 불량배들에게 돈만 뜯기는 데이브가 꾸기에는 얼토당토않는 꿈이다. '~맨" 자로 끝나는 영웅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슈퍼히어로가 될 운명이었거나 거미에게 물리거나, 부모님의 죽음으로 복수를 꿈꾸고 많은 돈으로 최신식 장비를 갖추거나 했다. 하지만 데이브는 초능력을 가지지도 거미에게 물리지도 않고, 어머니는 급사로 세상을 떠서 복수할 상대도 없고 집에 돈이 많은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킥 애스'라는 이름을 짓고 슈퍼히어로가 되려고 한다.

그 첫 단계가 초록색 쫄쫄이 의상을 착용하는 것이었고,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믿으며 원대한 포부를 가진다. 이쯤에서 보면 데이브는 '자신이 슈퍼히어로가 되고싶어하는 수천 수만의 만화책 광'들 중 한명일 뿐이다. 쫄쫄이 의상을 입는다고 없던 용기가 생기거나 싸움을 잘하게 되는것도 아닐텐데. 하지만 의상을 입는 그 순간만큼은 자신을 슈퍼히어로라 생각하게 되고, 갱들의 싸움에 무작정 뛰어들어 말리면서(많이 얻어맞긴 했지만) 진짜 영웅이 된다.  

데이브를 영웅으로 만들어준 유투브 영상은 TV에까지 방송되고, 킥 애스의 홈페이지는 그를 찬양하는 사람들의 방문으로 넘쳐나게 된다. 사람들은 영웅을 사랑하고 닮고 싶어한다. 비록 또 다른 영웅이 나오면 금방 잊혀질 테지만, 현재로선 킥 애스가 뜨는 인물이었고 그의 코스튬과 이름은 상품으로 만들어져 날개돋힌듯 팔린다. 이제 그토록 꿈꾸는 슈퍼히어로의 삶을 살게 된 데이브. 하지만 한가지 잊은게 있다. 악당에게 영웅은 반드시 제거해야 할 인물이라는 것, 슈퍼히어로라는 이름은 그냥 얻어지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인정사정없는 악당 디아미코가 자신의 마약 거래를 방해하는 사람이 킥애스라고 오인 했고, 졸지에 데이브가 위험에 처해다. 물론 데이브는 누가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지도 전혀 몰랐고 나중에는 함정에 자기 발로 들어간다. 영웅이라고 하기엔 많이 허술한 데이브. 사건 현장에 증거물을 남기고 ip주소를 바꾸지도 않고 세상에 악당이 많다라고 생각하지만 자신을 해치려는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데이브. 악당의 입장에선 손쉽게 처리할수 있는 상대였고 문제거리를 일으키지도 못할 존재였다. 빅 대디와 힛걸이 나타나기 전까진.  

어찌보면 디아미코와 빅대디의 관계가 우리가 알고있던 악당과 영웅의 대결 구도이다. 정의로운 형사인 데이먼(빅 대디)을 디암코가 함정에 빠뜨려 명예와 가족을 앗아갔다. 유일한 혈육인 딸 민디(힛 걸)의 손에 바비인형이 아닌 칼과 총을 쥐어준건 죽은 아내와 자신들을 위한 복수였다. 딸을 훈련시켜 디아미코에게 복수를 하고 모든걸 파괴하는 것이 그가 살아온 유일한 이유였고 목표였다. 자신의 앞길에 방해가 되는 인물이 있다면 제거하고 경찰에게 뇌물을 먹이는 디아미코와 복수를 다짐하는 데이먼과 민디. 이들이 대결은 진지하고 두근거리게까지 한다.  

그런데 여기에 킥 애스가 끼어든다. 진지한 분위기에 웃음 폭탄을 던지는 격이다. 빅대디와 힛걸 입장에선 협력자가 아니라 도와줘야 하는 존재만 늘은 셈이다. 더구나 킥 애스 때문에 같이 함정에 빠졌으니 짐짝이 따로 없다. 하지만 그들은 킥 애스를 버리지 않고 목숨을 구해준다. 그리고 죽음의 목전에서 다시 살아난 데이브는 그제서야 '슈퍼히어로'가 되는게 어떤건지 조금은 알게 된다.  

마지막 장면을 보니 2편이 나올것 같고, 보고싶기 때문에 꼭 나와야 하는데 과연 나올지 궁금해 진다. 무엇보다 힛걸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좋은데 더 크기전에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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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 - 스물여섯의 사람, 사물 그리고 풍경에 대한 인터뷰
최윤필 지음 / 글항아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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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세상은 1등만 기억한다고 말한다. 냉정한 얘기일순 있겠지만 엄연한 사실이라는게 가슴아플때가 있다. 간혹 2등에게 관심을 주기도 하고 꼴찌의 노력과 눈물에 박수를 보내기도 하지만 그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중심이 되고 싶어하는데, 그래서 끊임없는 경쟁을 한다. 마치 중심에 다다르고 정상에 오르면 행복의 완성 이라는 듯이.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 몇 배, 아니 몇천배 이상의 사람들이 중심을 둘러싸고 있고 그렇게 원은 커져 나간다. 중간, 바깥을 정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 있을테고 그렇게 안 과 밖이 존재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할 차례다. 과연 안으로 들어가는게 모든 사람들의 목표일까? 어쩌면 다른 이들이 바깥이라 생각하는 곳을 안이라 여기고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모두 다 1등은 될수 없듯이, 모두 다 1등을 원하는게 아니다. 그리고 사람의 생김새가 다 다르듯이, 사는 방식도 생각도 다른 법이다.  

대형 멀티 극장만 살아남는 현실에서 종로 낙원상가에 위치한 허리우드클래식 극장은 낡은 느낌이 든다. 시사회가 열릴때 자주 갔었는데 어느 날 노인들을 위한 추억의 영화를 틀어주고, 한 관은 뮤지컬 공연을 하는 등 변화된 모습이 있어 놀랐다. 생존의 한 방편이겠구나 했는데 그 시작을 젊은 김은주 사장이 한 거란다. 하지만 2000원의 요금과 주변 극장들 틈에서 홀로 자립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노인들의 문화공간으로 사랑을 받고 있지만 해마다 적자가 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김은주 사장은 힘든 경영을 해나가면서도 이곳을 찾는 노인들의 행복을 지켜보며 힘을 얻는다. 세상의 잣대로 보면 그녀의 행보가 미련해 보일수도 있을 것이다. 돈도 안되는 일에 굳이 매달릴 필요는 없으니까. 하지만 김은주 사장에겐 돈보다 더 큰 가치가 우선순위에 있어 보인다.  

전국의 마을을 찾아다니며 주민들을 주연으로 한 영화를 찍는 신지승 영화감독도 같은 맥락에 있다. 그는 잠만 재워주고 밥만 먹여주면 그걸로 오케이, 정해진 시나리오도 전문 배우도 없는 유일무이한 '마을 영화제'를 찍는다. 처음엔 거부하던 사람들도 영화에 참여하고 연기를 하는데 이런지가 벌써 10년이다. 그의 꿈은 전국민이 참여하는 '마을 영화제'를 여는 것인데 그의 바램이 이루어지길 바래본다.  

이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인터뷰가 있는데 그들의 삶은 때론 힘겹고 미래가 불투명해 보이기도 한다. 배고픈 직업이라 일컫는 연극생활을 오래한 임학순씨는 현재 택배기사로 일하는데, 평생 연기만 해오던 그가 매일 100개가 넘는 물건을 배달하며 살고있다. 어쩌면 그는 실패한 삶이거나 꿈을 이루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의 하나로 여겨질수 있다. 꿈을 포기한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자신의 현재에 100% 만족하는 사람이, 내 꿈을 이뤘다고 당당히 말할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명이나 되겠는가. 그러면에서 그는 실패한 삶도, 패배자도 아니다. 오히려 그는 다시 무대로 돌아갈 꿈을 꾸고 있고,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빛을 발한다고 여긴다.  

성실하지도 않고 열심히 하지도 않는 인디밴드 타바코쥬스는 어른들이 걱정하기 딱 좋은 인생을 살고 있다. 그들을 보면 분명 이러지 않을까? "지금은 놀고 음악 하는게 좋겠지만 나이가 더 들면 어쩌려고 그러냐. 정신 차리고 열심히 해서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든가 기술을 배워라" 라고 말이다. 그만큼 이 젊은이들은 소속사 대표조차 혀를 내두를만큼 놀기 좋아하고 인기도 그저 그런 팀이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들의 실력이 안된다는걸 당당하게 얘기하고 그저 음악이 좋아서 하는 거라고 말한다. 비록 음반이 많이 팔리지도,그렇다고 팀웍이 좋거나 성실하지도 않지만 좋아하는걸 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만족하는 타바코쥬스를 보며 묘한 부러움도 생긴다.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의 박상영 교장은 한 아이로부터 "태어나서 처음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를 잊지 못해 지금도 일하고 있고, 주역은 아니지만 군무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발레리나 안지원씨는 단 한명의 관객이라도 자신을 주목해 줄거라는 믿음으로 공연을 펼치고, 박태환 선수와 같은 수영 국가대표 배준모씨는 언젠간 자신의 기록이 좋아질거라는 목표로 물살을 가른다. 그 외에도 유명 배우의 손 모델로 각광을 받고 있는 최현숙씨, 야생의 호랑이를 찍기위해 고독한 싸움을 하는 다큐감독 최기순씨, 끝내 익명으로 우리나라 시간강사의 처지를 토로한 분도 계셨다.  

인물들 뿐 아니라 퇴역마 다이와 아라지, 독자들의 선택을 받지못해 결국 40원짜리 폐지가 되는 책의 운명, 비무장 지대 DMZ,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후 역으로 한국에서도 열풍이 시작된 막걸리까지 저자의 시선으로 본 이야기는 계속 된다. 처음엔 가볍게 읽으려고 본 책인데 인터뷰이들의 진솔한 이야기에 가슴이 무거워지기도, 웃음이 빙그레 나오기도 했다. 이런 사연들이 오직 이들에게만 있으랴 싶다. 그래도 길을 걸어가다보면 내가 도달하고 싶은 곳이 나올 것이고, 그 문을 열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거라는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 작은 기대와 꿈마저 없다면 팍팍한 세상을 살아내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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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시공사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품선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박종대 옮김 / 이레 / 2010년 1월
구판절판


내가 진짜 무서웠던 것은 엄청난 양으로 한꺼번에 닥쳐올 낯선 것들과의 만남이자, 지금의 모든 친숙하고 익숙한 것들과의 이별이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갑자기 현재의 모든 것이 내게 너무나 어울리며 올바르고 다정하게 여겨졌다-57쪽

나는 배우는 모든 것이 행복했다. 뭔가 재미있고 교양 있게 말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게 해 준 나의 서툰 영어 실력도 행복했고, 내가 하는 일에서는 말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도 행복했다. 나는 새로운 세계 속에 살고 있고, 이제는 과거 세계와의 거리감도 생긴 것 같은 감정이 들었다-59쪽

어머니는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에도 나름의 교육 방식이 있었다. 꼭 해야 할 것이 있으면 그것을 스스로 하고 싶은 것으로 만들라는 것이다.-96쪽

이런 생각들이 끝나자 드디어 내가 평소에 다른 사람들과 사랑에 빠졌을 때와 똑같은 증세가 나타났다. 그 증상은 내게 아직 멈출 기회가 있고, 이 사랑에 정말 풍덩 빠질지, 빠지지 않을지 나 자신이 결정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부질없는 생각이었다. 나는 벌써 사랑에 빠져버린 것이다-113쪽

결혼이나 연애의 좌절을 겪은 후 서둘러 다음 상대를 구한 사람들이 완전히 극복되지 못한 과거에 의해 복수를 당하거나 압살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거꾸로 사랑의 상실 후 자기 내면으로 침잠한 사람들이 나중에 좀 더 강해진 모습으로 삶에 복귀하게 되리라고도 생각지 않았다.-142쪽

용감함이 정의나 진리, 이웃 사랑보다 낮은 수준의 미덕일 수는 있지만, 그것 역시 그것과 다름 없는 미덕이었다.-165쪽

응답받지 못한 사랑은 자신을 거부한 사랑을 자신이 거부할 수 있을 때까지 멈추지 않아요. 그렇게라도 해서 스스로에게 공정함을 만들어주는 것이죠. 그렇지 않으면 공평해질수가 없어요.-170쪽

우리가 싸우는 또 다른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언제, 어떻게 다가올지는 아직 모르지만 언젠가 반드시 찾아오리라는 것은 알고 있는 그 행복을 위해서.-173쪽

선한 것은 진실하며 아름답고, 나쁜 것은 거짓되고 추하다는 것은 쉽게 바뀌지 않는 아이들의 완강한 희망이었다.-191쪽

과거와 현재, 풍요와 빠듯함, 즐거움과 진지함, 외향적인 삶과 내향적인 삶, 이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세계는 완벽한 모습을 되찾았다. 이제 나는 한 잔의 와인을 들고 그 세계의 중심에 앉아있었다. -216쪽

내가 읽은 사유들의 상상적인 구성물에 불과했던 것이 이제 내 눈앞에서 하나의 육체로 현현한 것이다. 그는 엄청나게 강한 존재이면서 동시에 무기력한 존재였다. 그는 내가 아무 대응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내 인생에 강한 영향을 주었고, 나 역시 그가 내 생각에 아무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상태에서 그에 대해 나만의 의견을 갖고 있었다. 그런 사람을 이제 만질 수도 있고, 상처를 낼수도 있었다.-297쪽

나는 내가 잘못하지도 않은 일로 사과하고 나자 너무 서글펐다. 나중에야 나는 그것이 엄마와의 평화를 위해 내 자존심을 판 행위였다는 것, 자신이 잘못하지도 않은 일을 사과해야 하는 자기비판의 모든 형식이 결국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무너뜨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존감이 붕괴된다는 것을 깨달았다-3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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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자 - The out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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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감우성씨의 새 작품이라 보게됐는데 굳이 추천하고 싶진 않은 영화이다. 막장이라는 말을 좋아하진 않지만 이 영화를 보고있으면 그 말이 자연스럽게 떠올려 진다. 오정수가 무법자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고뇌가 별로 없었지만, 끔찍한 범죄의 피해자가 되면서 어느정도의 당위성은 가지게 됐지만 입체적인 역할은 아니었다. 경찰 부하들의 역할도 미미했고, 오정수를 좋아하는건지 아리송하게 만든 한소영(장신영)의 역할은 좀 의아했다. 혼자 말만 하다 끝나는 역할이랄까? 나중엔 객석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나올 정도로 황당한 장면들이 많았고(오정수의 두명의 친구는 웃음만 선사했다.) 마지막 2~30분 전까지는 좀 지루하게 펼쳐진다. 물론 18세 관람가를 받을만큼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들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승민 역의 이지현씨는 피해자 역할을 잘 해준것 같다.

'묻지마 살인'은 더이상 놀라운 화젯거리도 아니다. 잊을만하면 터져나오는 각종 묻지마 범죄는 그때마다 전문가들이 나와 원인을 밝히고, 경찰들은 죽어라 범인을 잡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없어 보인다. 치유할수 없을만큼 썩어 문드러진 사회가 낳은 사건과 범인들을 점차적으로 줄이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보인다. 살인을 저지른 범인이 죄책감에 고개를 푹 숙이는 대신, 뻔뻔하게 웃고 자신이 한 일을 떠벌리는걸 보고있자면 기가 막히고 같은 인간이라는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오정수(감우성 역) 형사가 무법자로 변해가게 한것도 바로 이토록 뻔뻔한 피의자들 때문이었다.  

일반인들도 이런 범죄를 보면서 분노와 살의를 느끼는데 사건을 맡고 범인들을 취조하는 형사들은 감정을 추스르기 힘들것 같다. 이런 사건을 대할때 '일'로만 치부하기에는 너무 끔찍하기 때문이다. 임신한 여자를 생매장 시킨 젊은이들은 현장조사에서도 히히덕거리며 웃고 있고, 여자들을 납치해 강강후 살인한 범인은 그 재밌는걸 더 하지 못한게 원통할 뿐이다. 그들에게 생명을 죽이는 일은 단순히 '재미'있는 일 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오정수는 유독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감정을 교류하게 되는데, 범인들에게 잡혔다가 겨우 탈출한 지현을 취조하면서는 연민을 느끼게 된다. 그녀는 모르는 남자들에게 잡혀 강간을 당하고 끔찍한 시간을 보내면서 다른 피해자들의 죽음을 목격하기도 한다. 그저 살려만 달라고 애걸하던 그녀는 범인들의 눈을 피해 탈출 했지만 그때의 공포는 그녀를 계속 그 장소에 머무르게 한다. 누구에게 원한 한번 산적이 없는 그녀가 겪어야 했던 일들, 더이상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갈수 없을거라는 절망감에 그녀는 흐느껴 운다. 그런 지현에게 오정수가 따뜻한 손길을 내민다.  

오정수 형사가 피해자인 지현에게 느낀 감정은 처음엔 연민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에게 웃음을 되찾게 해준건 그의 사랑이었고, 그렇게 지현은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되지만 완벽하게 치유된건 아니었다. 그저 기억 저편으로 끔찍했던 사건의 조각을 꾹꾹 눌러 담았을 뿐이었다. 그래서 몇년이 흐른 뒤, 남편 오정수의 옷에서 범인의 편지가 발견됐을때 큰 두려움을 느꼈던 것이다. 감옥에 있는 범인이 자신을 찾을리 없다는걸, 남편이 지켜줄거라는걸 알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녀는 몇년 전의 힘없고 고통스러운 피해자로 돌아가버린 것이니까.  

그렇게 지현은 떠나고 오정수에게 남겨진건 큰 슬픔과 자괴감, 세상에 대한 분노였다. 세상은 변한게 없었다. 여전히 죄없는 사람들이 묻지마 범죄의 희생자가 되었고, 끔찍하게도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 중 한명이 되었다. 지현이 연락을 해왔고 처음으로 딸을 만나게 된 바로 그 날, 2명의 외국인이 '재미'로 그들을 죽인 것이다. 딱 봐도 '이태원 살인사건'을 재현한 것이었는데 약에 취한 남자들이 칼을 들고 화장실로 가며 재미있는걸 보여주겠다고 말하는것 까지 똑같다. 그리고 서로 상대방이 범인이라고 진술하고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가는것 까지 말이다.  

과다하 싶을 정도로 오정수에겐 고통스러운 일들의 연속이다. 정서적으로 피폐해진 그는 더이상 이성적인 형사 일을 할수 없었고 주변 사람들, 특히 한소영이 많이 도와주려고 하지만 이미 그는 마음을 굳힌 상태다. 형사 신분으로서는 할수없었던 '복수'를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 세상과 등지고 범인들과 썩어빠진 법조계를 처벌하기 위한 하나의 쇼를 준비하는 오정수. 비록 그 복수가 성공한다고 해도 그에게 남은건 뭐가 있을까 싶다. 관객들은 잠깐이나마 통쾌함을 느낄지 몰라도 그는 평생 밝은 빛을 보지 못할것만 같다. 이미 그의 손에도 피가 묻어있으니까. 천국에 가 있는 딸을 보고싶다는 그가 과연 그럴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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