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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와 나 - 세계 최악의 말썽꾸러기 개와 함께한 삶 그리고 사랑
존 그로건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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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저자의 재밌고 유쾌한 글 때문에 말리가 일으킨 코믹스러운 상황이 눈앞에서 저절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극성스럽고 힘이 세고 정신이 없는 말리!! 말리라는 개가 등장하는 코미디 영화 한편을 본 느낌이다. 말리를 세상에서 제일 멍청하고 이해할수 없는 개라고 말하는 저자이지만 그 말 속에는 너무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져 있다. 그리고 나 또한 말리를 너무도 사랑하게 되었다. 이 말썽꾸러기 강아지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수 있을까!

세상이 이토록 행복하다는걸 몸소 보여주는 말리는 쉴새없이 뛰어다니고 온 집안을 휘젓고 다녀 집안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무슨 물건이든지 입안에 넣는 버릇이 있는 그야말로 정신사나운 개이다. 게다가 개 훈련소에서 퇴출당하는 신세가 될 정도로 혈기왕성해 아무도 이 개를 길들일수는 없어보인다. 말리 때문에 들어간 수리비와 병원비를 합치면 요트 한척은 살수 있을거라고 너스레를 떠는 그로건씨의 말이 농담으로 들리지 않을정도로 정말로 말리는 좋은 말로 혈기왕성하다.

하지만 이 말썽많은 개는 타고난 충성심으로 부부를 즐겁게 해주고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말리가 일으킨 사건은 워낙 많아서 낱낱이 열거할수조차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리 때문에 웃는 날이 더 많고 기쁨을 얻는날들이 더 많다. 엄청난 덩치때문에 말리를 모르는 사람은 두려움을 느끼지만 그로건씨의 말대로 말리는 적의 라고는 모르는,모르는 사람이 오면 짖는대신에 그대로 달려가 그 사람을 핥음으로써 침 범벅이 되게 만들 뿐이다. 말리에겐 모든게 다 즐겁고 행복한 듯 싶다.

하지만 13년이 지나고 말리는 인간의 나이로 치면 90세 정도로 쇠약해진 노년기를 보내게 된다. 그렇게 뛰어다니기를 좋아하는 말리는 엉덩이뼈가 약해져서 걷는것조차 힘들어 한다. 하루에도 몇십번씩 오르락 내리락 하던 계단은 에베레스트 산에 등산하는 것처럼 힘겨워 하게 된다. 하지만 주인을 너무도 사랑하는 말리이기에 그 아픈 몸을 이끌고 주인이 있는 곳으로 따라가는데 그 모습이 너무도 눈물겹다. 몸이 아프니 그저 가만히 누워 쉬면 될텐데 그 몸을 이끌고 주인이 있을만한 곳을 찾아가 그 옆에 누워있고 다시 주인이 일어나면 따라 일어나는 모습에선 정말 이녀석 멍청할 정도로 사랑스럽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생명은 유한하고 끝이 있지만 인간보다 더 빨리 나이를 먹는 동물로 인해 그 진실을 다시한번 깨닫게 된다. 그로건씨 부부 또한 자신들과 늘 함께였던 말리가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것을 알고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하지만 막상 말리가 죽게 되자 그들은 슬픔의 늪에 빠져 어쩔줄을 몰라한다. 가족보다 더 끈끈한 사랑과 감정의 교류를 나누었던 말리의 부재는 갑자기 휑하고 조용해진 집 만큼이나 너무도 뚜렷히 나타난다.

애완동물을 키워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이 동물들이 얼마나 큰 기쁨을 주고 삶의 활력을 주었는지를..같은 가족으로서 인생의 희노애락을 같이 나눴고 너무도 멋진 추억들이 많기 때문에 그 애완동물이 죽었을때의 상실감과 슬픔과 그리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말리는 그로건씨 가족에게 조건없는 사랑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그토록 말리의 빈자리를 슬퍼하고 말리를 영원히 기억할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말썽많고 정신없었지만 너무도 사랑스러웠던 개 말리. 날 너무도 웃게 만들어 주었고 울게 만들기도 했다. 그로건씨 가족처럼 나도 말리를 영원히 잊지 못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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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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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살이되면 팍 늙어버린것 같은 기분이 들것 같고 안보이던 주름이 갑자기 파파박 눈에 확 띌 정도로 생길것 같기도 하다. 웬지 그 나이가 되면 정말로 젊은 청춘과는 안녕 하는 기분이 들것만 같다. 하지만 막상 서른이 넘고 서른 한살이 된 은수에겐 20대와 30대의 차이는 그다지 없다. 어제의 내가 오늘로 이어지는것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서른이 넘었는데도 아직 결혼을 하지 않는 여자가 주변에 있으면 아주 당연한 듯이 그 이름 앞에 "노" 자를 붙여준다. 그리고는 노처녀를 그냥 두고보면 안된다는 사명감이 생기기라도 한듯 주위에 미혼인 총각이 있으면 어떻게든 어설픈 마담뚜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다.

은수 또한 어머니로 부터, 직장 상사로 부터 이런 소개팅 자리를 자주 받게된다. 처음에는 미팅 개념으로 즐겁게 나갔는데 나이가 먹다보니 진지하게 결혼을 염두해두는 "선" 개념으로 사람을 봐야하니 이거 정말 죽을 맛이다. 그런데 멀게만 느껴졌던 "결혼"이 전 남자친구의 결혼과 함께 은수에게도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자신이랑 헤어진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금방 결혼한다며 청첩장까지 보내온 무지막지한 전남친 때문에 기분이 착찹한 은수에게 친한 친구인 재인까지 결혼 선포를 하니 엎친데 덮친격인 심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수는 자신에게 찾아온 연하남 태오와 직장 상사의 소개로 만난 평범하지만 안정된 김영수 사이에서 결혼을 갈팡질팡 하게 된다. 꼭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를 하면서 사는것도 괜찮아 보이지만 은수는 안정된 결혼을 하고 싶어한다. 그게 정말 그녀가 원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결혼은 마음이 가거나 사랑을 느끼는 사람과 하는 것 이라는 아주 단순한 이치를 생각해보면 은수가 누구랑 결혼해야 할지는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결혼이 현실임을 알고있는 은수에게 태오와의 결혼은 불확실한 미래가 눈에 선하게 보인다. 반면에 마음이 많이 끌리진 않지만 결혼을 하게되면 안정적이고 편안한 생활을 할수있겠다 싶은 김영수씨와의 결혼은 편안 미래가 눈에 보인다. 사랑하지만 결혼하기엔 불확실한 사람과 마음이 끌리진 않지만 결혼하기에 좋은 조건인 사람이 있다면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수 있을까?

어렸을 때 같으면 난 주저없이 전자의 경우를 택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쉽게 말할수 없다. 나도 은수처럼 둘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그냥 무작정 저지르기에는 결혼은 환상이 아닌 현실이기 때문이다. 사랑과 조건을 모두 다 충족시켜 줄수 있는 남자가 나타난다면야 무척이나 기쁘겠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봐야한다. 은수가 하는 고민은 아마 결혼을 준비하는 여성들이 한번쯤은 꼭 거쳐야 할 통과의례가 아닐까 싶다. 당당한 생각과 말과는 달리 은수의 일과 사랑은 우유부단하고 조금은 비굴한 면도 없지 않아있다. 사회생활하는 사람들이 그렇듯이 말이다.

하지만 결혼에 있어서만큼 더더욱 갈팡질팡하다가 결론을 내렸지만 그 결론에 자신없어하는 은수를 보면서 조금은 안타까운 심정도 들었고 답답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은수가 회사에 사표를 내고 자신만의 일터를 개척하는 모습은 당당한 은수를 보는것만 같아서 기분이 좋았고 마음이 놓였다. 물론 가슴아픈 상처를 견뎌야 했고 지금 이 상황이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 주지는 않지만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은수는 예전과는 또 다른 성숙된 오은수로 거듭나고 있다. 비록 조금 늦게 그 껍질을 깨고 일어난것 같아 보이지만 평생 그 껍질을 깨지 못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그리 늦은것도 아닌듯 싶다. 확실히 그녀의 삶은 달콤함과는 거리가 멀어보이지만 앞으로의 그녀의 삶엔 당당하고 아름다운 달콤함이 깃들어 있을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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