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 생의 마지막 도전 - 황혼이 깃든 예술가의 성 베드로 대성당 건축 분투기
윌리엄 E. 월리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책과함께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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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이 깃든 예술가의 성 베드로 대성당 건축 분투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미켈란젤로 노년의 이야기라고 해서 참 궁금해서 구매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미켈란젤로의 대표작들은 대부분 젊었을 때 만들어진 것들이다.

이 책은, 미켈란젤로가 교황 율리우스 2세의 영묘를 준공한 1545년부터 죽음을 맞이한 1564년까지, 70세부터 89세에 이르기까지의 시기를 다루고있다. 미켈란젤로의 생애 만년의 주제는 청장년때의 주목할 만한 다산성과 빛나는 출세가 아니다. 그는 젊은 시절 못지 않게 활동적이었으나, 조각, 그림 작업은 많지 않고, 주로 건축가로서 활동한다.

장수하는 바람에, 교황 파울루스 3세가 의뢰한 성 베드로 대성당 건축에 참여하면서 (1546년, 수석 건축가) 이후 정치적 견해가 다른 다섯 교황을 모셨고, 그럼에도 어느 누구도 미켈란젤로의 역할을 부인하지 않았으며, 1505년 도나토 브라만테가 착공하여 잔로렌초 베르니니가 17세기 중반 공식적으로 완공할 때까지 무려 150년이 걸린 성베드로 대성당은 미켈란젤로가 관여한 세월은 17년에 불과했지만, 미켈란젤로의 작품이라고 일컬어진다.

이 책은 그 과정을 , 하느님의 건축가로서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그리고 자신의 사망 이후에도 자신의 구상대로 건축이 이루어지게끔, 구상과 설계 모든 면에서 치밀하게 준비한 미켈란젤로의 모습을 생생하게 구현해 낸다.

앞서 읽은 많은 다른 책에서, 미켈란젤로는 괴팍하고 비사교적이어서, 사교적인 라파엘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비교된다고 알고 있었다. 이 책에서는, 그럼에도 미켈란젤로 주위에 많은 진정한 친구들이 있었고, 그를 진심으로 따르고 도와주던 조카, 조수들, 하인들이 있었음을, 결코 외롭지 않은 노년을 보냈음을 알려준다. 또한 걸작을 그렇게나 많이 만들어낸 미켈란젤로가 늙어가면서 자신의 무능력을 토로하는 내용은, 평생을 천재로 살았음에도 한계를 모르는 진취적인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대부분은 대개 이만하면 되었다 하지 않나 싶은데..ㅎ) 또, 메모, 시 등 광범위한 기록도 함께 실려있어서, 당시의 생활상, 먹거리 등을 엿볼 수 있어서 재미있다.

책을 읽으면서, 6년 전, 로마를 방문해서 접했던 미켈란젤로의 작품들이 떠올라서 로마가 정말 그리웠다. 3일간 로마에 있었고, 머문 기간이 너무 짧다는 느낌을 그때도 가졌는데. 가고 싶다~~다시 가게 되면 예전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올 수있을텐데.
이 책은 중간에 화보 페이지가 따로 있다. 다른 종이를 써서, 사진 색감이 참 좋다. 화보부분은 페이지가 없어서 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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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거울에 광인이 나타났다 - 고릴라와 버드의 정신질환 극복기
잭 맥더멋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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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고릴라(저자)와 버드(저자의 어머니)의 정신질환 극복기.
이 책을 에세이라고 해야하나, 분류를 찾아보니 심리학에 속한다.
저자 잭 맥더멋은 뉴욕 법률구조협회의 국선변호사로 일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학업과 꿈을 포기하지 않은 헌신적인 어머니 ‘버드’에게서 큰 힘을 얻고, 로스쿨을 나와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해 코미디언을 꿈꾸는 변호사가 되었으나 2009년, 정신증을 처음 일으키고 1형 양극성 장애 진단을 받았다. 이 병은 유전적으로, 저자의 삼촌도 발병하여 평생 정신병원에 수감되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세 번의 발병을 기록한다.

저자의 병은 평생 안고가야하는 병으로, 다행이 약을 꾸준히 먹고, 증세 발현을 눈치채면 미연에 방지할 -입원하거나, 또다른 약을 먹거나 해서 치료 받으며 시간을 보내면- 수 있다. 읽는 내내, 명민한 저자가 사회에의 적응을 포기하게 될까(물론 이 책이 나왔으므로 저자는 탈출에 성공했음을 알고 있지만) 오마조마 했다. 저자의 어머니 버드의 인생 또한 함께 그려지는데, 자신의 꿈 뿐 아니라, 아들을 포기하지 않는 강한 모성애와 믿음으로 저자를 다시 사회에 돌려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저자의 친구, 연인( 나중에는 아내가 된)의 존재 또한 강력하게 저자를 그들의 곁에 붙잡아두었다.

읽는 내내, 저자의 모든 소외되고 약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 사랑이 느껴지고, 그런 관심과 부수된 힘든 일들이 저자를 더 그 병으로 밀어넣는게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저자의 병은, 과로가 이어지면 불면증이 심해지고 그 후 여지 없이 발병한다. 즉, 가능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조용하고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며 쉽게(?) 컨트롤 할 수 있다. 또 저자의 뇌가 과부하 상태가 되었을 때,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알고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자세로 인해 빨리 그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저자의 경우는 조금 특별할 수도 있지만, 현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거의 다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지금 회자되는 드라마 ‘우명우’이야기도 비슷한 류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한번도 시청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마음의 병으로 병원을 찾는 일이 금기시 되는 편이다. 사실,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으랴? 정도의 차이뿐 누구나 다 아프다. 나와 다르다고해서 밀어내 버리는 일은 없었으면. 책 뒷표지에 실린 ‘리단’의 말- 너무 멀리 가버렸다고 생각해도 가족, 친구, 연인의 존재가 다시 이들을 놓지 않고 사회에 돌아올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이 무겁게 마음에 와 닿는다.


그리고 나와 엄마, 우리 두 사람은 알았다. 상황이 아무리 나빠져도 엄마가 내 곁에 있으리라는 사실을. 버드의 사전에 포기라는 단어는 없다. p192

저자가 지금도 변호사 생활을 계속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미국 변호사협회에서 컨트롤 가능하다는 의사의 진단이 있으면 계속 업무를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사실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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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7 17: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튜울립 2022-07-17 20:43   좋아요 1 | URL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저자의 경우는 유전적인데, 힘든 마음이 더 발병을 재촉한 거 같아요. 실제로 그래서 변호사일을 그만 두었다고 합니다...제 후기 읽고 역자가 바로 알려줬어요.
 
재즈로 숨을 쉽니다 - 자유와 즉흥의 음악, 재즈에 빠져든 스무 명의 브라스 아티스트
최수진 지음 / 아트레이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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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보너 최수진 아티스트가 월간 재즈피플에 2년여 기고한 글을 모아 출간한 책이다. 요즘 활동하는 20명의 브라스 아티스트 (트럼본, 트럼펫)을 집중 소개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있다. 각 아티스트의 앨범의 대표곡 한 곡씩을 QR코드로 연결해 주어서 바로바로 들을 수 있다. 거의 한 사람당 5~6곡은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이 책은 한번에 후루룩 읽어낼 수 없다. 음악에 대한 책이니 일단 들어야하므로. 그래서 읽는 중간에 소개함.ㅎㅎㅎ 나도 얼마나 걸릴 지 모르겠다 싶다. 현재 계획은 하루에 한두 곡씩 들을 계획인데.
QR코드는 유투브로 연결되어 일일이 찾아보지 않아도 되어서 진짜 편하다.

저자는 앞선 아티스트에 대해서는 많은 책이 나와있어서, 현세대 아티스트 위주로 썼다고 한다. 내 경우는 재즈에 대해 잘 몰라서, 사실 재즈의 역사(?)를 우선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읽고 듣다보니 재미있어서, 찾아보게 될 것 같다.
아! 저자는 원래 드러머였다고 한다. 군에 입대해서, 군악대로 활동하면서 트럼본에 대해 관심이 생기고, 전역 후, 드럼을 다 처분하고 트럼본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정말 대단하다. 같은 관악기도 아니고,,,타악기에서 완전 다른 악기로 전향(?)했다. 관악기에 대해 전혀 모르는 입장이지만, 호흡법부터 배워야했을 텐데.

암튼..나로서는, 클래식에 편향되어 있다가 다양한 장르로 발을 넓힐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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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코르뷔지에 - 건축을 시로 만든 예술가 클래식 클라우드 23
신승철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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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출신이지만 유난히 건축물에 관심이 많아서 여행을 가면 그 곳의 특별한 건물은 꼭 보려고 하는 편이다. 2016년 르 코르뷔지에 특별전이 예술의 전당에서 열렸을 때 정말 재미있게 보고 왔던 기억이 있다. 그의 마지막 오두막도 재현해놓았었는데, 다른 그의 대표 건물들은 가져올 수 없으므로 나중에 프랑스에 가게 되면 꼭 가 봐야지 했는데..흠, 워낙 볼거리가 많은 곳이라, 계속 순서에 밀리고 있다. (반성!)

아르테 출판사의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에서 르 코르뷔지에가 나오길래 역시나 !하고 바로 사놓고..이제서야 읽었다. (1판 1쇄다..ㅎㅎ) 2016년 당시 전시회가 워낙 방대하고 자세해서, 그때 정말 많은 공부를 한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그다지 새롭지 않겠구나 싶었지만..다행이 나의 기억력은 그다지 좋은 편이 못되어서 다시 접하는 르 코르뷔지에에 대한 공부는 새롭고 또 재미있었다.

르 코르뷔지에는 평생을 스스로를 화가로 여기며, 자신의 예술적 소양을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맞춰, ‘집은 살기 위한 기계’라는 모토 아래 빌라 사보아, 위니테 다비타시옹 등을 선보이며 근대건축의 역사를 새로 써갔다. 평생을 오전에는 그림을, 오후에는 건축을, 밤에는 사교 생활 및 글을 쓰며 보냈다고 한다. 원래 이름은 ‘샤를에두아르 잔느레그리’인데, 화가 오장팡과 함께 펴낸 잡지 ‘에스프리 누보’에서 사용한 필명 중의 하나인 르 코르뷔지에가 더 유명하다.

그는 생활의 편의를 위해 공간과 각종 편의 시설을 사람 몸에 맞게 치수화 했고 (모뒬로르), 건물을 효율적, 경제적으로 짓기 위해 표준화 작업(돔이노 구조 등)을 했다. 그가 천명한 근대건축의 5원칙(필로티, 옥상정원, 자유로운 평면, 수평창, 자유로운 입면)은 이후 현대 건축의 기본이 된다.

흉물스러운 똑같은 사각형 모양의 아파트를 처음 시도한 사람으로 알려졌는데, 정작 그가 주창한 아파트 단지는 높은 대신, 녹지 공간을 충분히 확보한 (70%) 공간이고, 공동 구역(옥상등을 이용한)과 개인 거주 구역이 분리된 당시로서는 획기적이고 안락하면서 단단하고 경제적인 건축물이었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르 코르뷔지에의 건물 자체는 잘 보여주지 않는다. 그 건물에서 바라보이는 주변 경치, 마을 모습 등을 사진으로 담았다. “그는 대지에서 영감을 받아 그것에 어울리는 건물을 지었다. 그리고 이를 형태의 영역에서 울리는 시각적 음향이라고 말했다.”(p211) 책을 읽으며, 언급된 건축물을 일일이 인터넷으로 찾아봐야해서 좀 귀찮았는데, 건물과 그 주변 풍경을 다 올려주면 더 좋았겠다. 어쩌면 이 책을 읽는- 관심을 가진 독자에게 이런 경치에는 어떤 건물이 어울릴지 먼저 생각해보라는 취지였을지도.
과거 전시회 후기를 읽어보니 (너무 짧게 올렸는데.ㅎ) 롱샹성당 사진이 올라와있다. 꼭 가보고 싶은 곳인데..언제 가능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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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고통의 언어를 찾아가는 중입니다 - 질병과 아픔, 이해받지 못하는 불편함에 관하여 그래도봄 플라워 에디션 2
오희승 지음 / 그래도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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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친구로 알게된 오희승 작가의 “적절한 고통의 언어를 찾아가는 중입니다”를 읽다.
그녀의 피드는 수많은 전시회를 찾은 이야기로 가득차 있어서 그 바람에 친구신청을 했는데, (이런 이유로 페친이 된 사람이 많다. 그림 소개, 음악 및 공연 소개, 책 소개가 인연이 된.) 많은 곳을 찾기 위해서는 건강이 우선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오희승 작가는 샤르코-마리-투스 라는 희귀병과 퇴행성 고관절염으로 오랫동안 고통 받다가, 3차례의 대수술을 한 아픈 몸으로 사는 환자였다.

글만 읽어도 그동안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짐작이 간다. 당시에는 견디어 내기에 급급했던 저자는
이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고통도 잦아들고 불안도 가라앉은 후에 그간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풀어내었다. 아직도, 너무 자신의 얘기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푸념이 아닌가하는- 조심스러움도 담겨있다. 그리고 사랑으로 돌봐준 가족에 대한 고마움이 듬뿍 담겨있다. 쉽지 않은 이야기가 진솔하게 담겨있다.
책은 또 얼마나 이쁜지. 보라색 표지에 속지까지도 연보라색. 역시 그림에 조예가 깊은 작가님답다.

읽는 내내, 저자의 상황이 비단 저자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겠구나 싶었다. 저자가 누누히 말했듯이, 한국은 가족이 오롯이 그 돌봄의 책임을 다 져야하는 곳이다. 그동안 경험했던, 또 조만간 닥칠 일을 생각하면…머리 속이 얼마나 복잡해지는지. 매번 “할 수 있는 것만 할려고!”라고 말은 하지만…이렇게 말하지만, 사람 일은 또 모른다. 나도 언젠가는 돌봄이 필요한 때가 온다는.



아픈 몸으로 살아온 고통을 이야기했지만 그것은 몸의 아픔만이 아니라 살아가는 아픔이었다. 그리고 삶의 풍경 속에서 때로는 찬란하게 빛나는 순간들을 만끽하고 나누는 일도, 결국 고통을 나누면서 가능했다. 그것이 살아있는 기쁨이리라.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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