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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기 베인
더글러스 스튜어트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2020년 부커상 수상작, 게다가 심사위원 전원일치 판정이라는 경이로운 결과물인 더글러스 스튜어트의 “셔기 베인”은 패션디자이너로 20여년간 살아온 작가의 데뷔작이다.
대처수상 당시 영국은 급격한 산업구조 재편으로 수많은 노동자들이 실직하였고, 변화에 편승하지 못한 사람들은 무기력에 시달렸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암울했던 상황이 배경으로 1981년부터 1992년까지, 어린 셔기의 시선으로 본 가족의 해체, 몰락이 그려진다. 안락하지만 단조로운 삶을 살던 애그니스는 택시기사 셕과 사랑에 빠져, 두 아이(캐서린, 릭)를 데리고 집을 나온다. 그 후, 셔기를 낳지만, 셕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글래스고 변두리인 몰락한 탄광촌 핏 헤드에서 버림받는다. 애그니스는 그 상실감을 술로 달래고, 삶은 걷잡을 수 없게 나락을 향한다. 마을의 다른 가족들도 다르지 않다. 애그니스는 아이들을 위해 술을 끊으려 노력하나 쉽지 않다. 캐서린과 릭은 무책임한 엄마 대신 가족을 보살피지만 끝내 포기하고 집을 떠난다. 한편 셔기는 성정체성 혼란으로 힘든 성장기를 보내며 끝까지 엄마 곁에 남는다.
소설 초입부분에 홀로 선 셔기의 모습에서 이미 결말이 예측가능했지만, 읽는 내내 막막함으로 가슴이 아팠다. 끝없이 침몰하는 그들의 삶이 어디까지 진행되는지. 중독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애그니스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중독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AA단체가 있었지만, 보다 강력한 시스템이 있었다면, 하다못해 애그너스 부모님의 단호한 행동이라도 있었다면, 그들의 삶은, 아이들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가, 국가가 어디까지 해 줘야하는가에 대한 생각으로도 연결된다.
셔기의 형제들이 성장하면서 자신들의 삶을 찾아 둥지를 떠나는 모습은 단호하지만 슬펐다. 그림을 잘 그리는 릭의 모습에서 작가 자신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고, 감사의 말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언급하는 것을 보면, 자서전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만약 그렇다면, 작가는 이런 시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자신의 삶을 찾았는지,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 어쩌면 그래서 이렇듯 진솔하고 설득력있는 소설을 쓸 수 있었을지도.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너무나 훌륭한 소설이라 바로 영화화되어도 좋을 것 같다.
그런 환경에서도 인간은 강하고, 자신의 길을 찾는다. 책 속 글래스고 사회에서 요즘 우리 사회를 본다.
스토리 외에 공공주택, 매주 받는 생활보조 수당금, 수당 쿠폰을 현금화 한 후, 일주일치 식량 및 술을 사고 카다로그 쇼핑을 통해 영위하는 할부 인생 등 당시 영국사회를 사실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어서 매우 흥미로웠다.
책 속으로
- 애그니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아가야 한다. 너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계속 살아가야 해, 엄마들은 그렇게 사는거다. p256
- 때가 되면 너도 떠나야 해, 네가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야. p491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