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피스트
B. A. 패리스 지음, 박설영 옮김 / 모모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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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딸이 탄 비행기가 추락하고 그 사실을 알게된 아버지(남편)과 딸의 연인이 누군지 알게되어 괴로운 어머니(아내)가 서로의 비밀을 감추고 아내의 생일파티를 하던 하루 이야기 ‘딜레마’로 알게 된 심리스릴러 작가 B.A.패리스의 최신작 “테라피스트”.

런던 시내의 한 부유한 주택가 서클로 이사온 레오와 앨리스. 앨리스는 멋진 새 집이 왠지 마음에 들지 않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그 집에서 살던 여인이 침실에서 잔인하게 살해되고, 남편이 자살했다는. 그 사실을 숨긴 레오에게 앨리스는 실망하고, 또 다른 레오의 비밀을 알게된다. 죽은 여인의 이름이 사고로 잃은 언니와 같고, 그때문일까, 앨리스는 왠지 죽은 남편이 범인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동네 주민들과 가까와지면서 점점 더 이상한 생각이 드는데..
이렇게 시작되는 소설.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작은 공동체이던 서클에 거주하던 모든 이가 의심스럽고..범인이 누굴까 추리하다가 뒷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이런 맛에 추리소설을 읽는 것이긴 하지. ㅎ
간장감 장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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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새로운 도시에 가면 항상 강을 먼저 찾아간다. 그곳에 가면 내가 도시의 관현악이라고 부르는 음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의 한편에서는 북과 팀파니, 금관악기와 목관악기들이 거리의 왁자지껄한 소리를 들려준다. 하지만 강의 다른 한편에서는 바이올린과 하프 같은 현악기들이 연주하는 여리고 애잔한 선율이 흘러나온다. 이런 식으로 그 도시가 내는 온갖 소리를 한 번에 모두 들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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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모든 것들은 현재에도 살아 숨 쉰다. 단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할 뿐이다. 나는 심지어 우리가 죽은 뒤에도 기억만은 살아남는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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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주머니에서 나온 이야기
카렐 차페크 지음, 정찬형 옮김 / 모비딕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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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왼쪽 한번에 다 읽음.
글자 그대로 아주 짧은 단편들(48편)이고, 우화 플러스 미스터리 물인데 가벼우면서도 교훈도 있고, 아주 재미있다. 여러 군상들이 나오면서 신랄한 비판도 있고, 그러면서도 인간에 대한 공감과 배려도 보인다. 매번 범죄가 발생하지만, 작가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것은 인간의 본성, 범행의 동기, 인간의 마음, 영혼에 대한 것이다. 사후 재판에 대한 이야기(최후의 심판)가 있는데 신이 증인으로 나온다. 신은, 자신은 범죄 뿐 아니라 모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판결을 내릴 수 없다고 말한다. 즉,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이해할 만한 구석이 있다는 것이다.
우체국장이 편지를 엿보는 것을 의심해서 우체국장을 비난하는 편지를 쓴 사람 이야기(도둑맞은 선인장)는 배꼽을 잡는다. 그는 편지에 온갖 욕을 다 쓴다. “나는 체코어로 얼마나 풍부하고 정확한 표현이 많은 언어인지 새삼 느꼈다. 나는 단숨에 서른네 가지 표현을 휘갈겨 썼다. ..”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이야기’에서는 음악가는 사람들 사이의 대화를 악기에 비유한다. “보통 연인들간의 대화는 깊은 첼로음이다. 하지만 지금 이 남녀간의 대화는 아주 빠르게 연주되는 고음의 더블 베이스다. “ 외국에서 그는 살인 모의를 목격한다. 비록 알아듣지 못해도.
‘우표 수집’에서 한국이 언급되어 깜짝 놀랐다.
세계1차 대전을 겪고, 작가도 전쟁터를 경험한 터라, 타인의 죽음에 대한 애도의 마음이 크다.
‘평범한 살인’에서 “맹세코 정말 필요한 건 사람들-소년이나 여인, 어린 아이도 예외는 아니다-로 하여금 군화 속의 발이라든가, 피에 젖은 한 움큼의 머리카락 같은 죽은 군인의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보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이런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이런 일이 다시 일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라는 소회는, 이를 반증한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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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우스의 노래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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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우리가 알고 있는 #트로이전쟁 의 영웅 #아킬레우스 에 대한 신화를 바탕으로, 저자가 말하듯, 트로이 전쟁이 9년을 넘어가는 와중에 파트로클로스가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입고 전장에 나갔고 죽었고, 아킬레우스가 그토록 분노했는지에 (헥토르를 죽이고 시신을 며칠이나 끌고 다녔지) 궁금증을 가지고 상상의 나래를 펴서 쓴 소설이다. 아킬레우스가 동성연인을 가졌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고, 파트로클로스가 그 애인이었고, 그렇다면 그 둘은 어떻게 알게되고 사랑에 빠졌을까..가 궁금해지는데 이 소설은 , 파트로클로스의 시선으로 그들의 사랑을, 영웅 아킬레우스의 면모를 말한다.

프티아 왕 펠레우스와 님프 테티스의 아들로 태어난 아킬레우스는 태어날 때부터 ‘아리스토스 아카이오이(그리스의 으뜸)”이라는 칭송을 받으며 자란다. 출중한 만큼 오만하고 이기적이다. 그런 그가 여러모로 다른 유약하고 소심하지만 배려심깊은 파트로클로스를 만나서 우정을 느끼고, 그 감정은 훗날 사랑으로 발전한다. (옛 그리스 시절 동성애는 흔했다.) 테티스는 아들의 운명을 알고, (헥토르가 죽으면 아킬레우스가 죽는다) 그를 피하려 노력하지만 결국 무위에 그친다.
테티스는 아들의 연인을 부정하고 떼어놓으려 하지만, 마지막에 그 둘을 인정한다.
(소설 속에서는 비석에 이름이 없으면 영혼이 저 세상으로 갈 수가 없다. 테티스가 아들의 비석에 파트로클로스의 이름을 새겨넣는다) “가거라.” 그녀가 말한다. “그 아이가 널 기다리고 있다.”(p468)

이 소설에서 아킬레우스는 인간이고, 우리가 아킬레스의 유래로 알고 있는 발꿈치만 치명적인 반신이 아니다. 파리스가 아킬레우스를 향해 활을 쏠 때 아폴론 신은 말한다. “신은 아니다. 화살을 맞으면 죽을것이다.” 파리스의 화살은 아킬레우스의 심장을 꿰뚫는다. 신화에서 발꿈치에 화살을 맞고 죽는다고해서 웃긴다고 생각했었는데..ㅎ (아프고 불편하겠지만 죽기야 하겠어??)
그들의 감정선 묘사가 탁월하다. 사랑은, 성별 상관없이, 아름답고 절절하다. 무명으로 장수하는 것과 영웅으로 단명하는 것의 선택이, 아킬레우스 뿐 아니라 당시 모든 영웅들에게 주어진 것이 좀 우스운데..따지고 보면 요즘도 마찬가지 아닌가 싶다. 많은 사람들이 ‘이름’을 남기고 싶어서 안달하니까.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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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화 : 오직 하나뿐인 그대
이미혜 지음 / 북팔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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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 중에서 가장 작품 수가 많은 장르는 초상화라고 한다. 명성을 높이려면 역사관을 그려야했지만, 돈이 되는 것은 초상화였다. 초상화의 고객은 전근대시대에는 왕, 귀족 등 특권계층이었고, 근대사회에 중산층이 성장하면서 주수요자로 등장한다. 그러나 화가들이 모델을 사서 그리기 전에, 초상화의 주인공은 주로 권력이 있거나 돈이 있는 (미술수집상등 화가가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그린 그림이라하더라도), 과시하고 싶어했던 사람들이었다.

미술평론가 이미혜 선생님이 펴낸 이 책은 자화상/ 모델을 그린 초상화/ 부부초상화/ 권력자/ 수집가와 미술상의 초상화, 총 5부로 묶어져있다. 초상화에 국한해서 서술하고 있지만, 역사적 배경은 당연하고, 미술사조의 흐름도 담겨있다.

이 세상 최초의 그림은 사랑하는 사람의 그림자를 따라 그린 것이었다고 한다. ( 폴리니우스-박물지, p9) 돈을 받고 그리든, 모델에게 영감을 받고 그렸든 , 그림을 보면 그린 이의 감정이 담겨있는 것 같다. 아무리 돈을 받고 그린다 해도, 싫어하는 사람, 경멸하는 사람을 화폭에 담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아, 풍자하기 위한 그림도 있긴 하다!

미술관에서 봐왔던, 책에서 보아왔던 수많은 인물화의 뒷 얘기를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한 사람을 여러 화가가 다르게 표현한 내용이 특히 재미있다.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기욤 부인의 초상화가 화가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어 전시되어 있어서 눈에 띄었는데, 이 책에서는 나폴레옹, 앙브루아즈 볼라르의 초상 등이 기법에 따라, 친밀도를 따라, 혹은 화가의 대상에 대한 감정에 따라 다르게 담겨있다. 자화상을 가장 많이 그렸다는 (100여점) 램브란트의 경우는 세월의 흐름을 보여주며, 그림으로 그린 자서전이다.

종이질이 좋아서 그림의 색채를 제대로 보여준다. 그 바람에 책이 많이 두껍고 무거워지기 했지만.
(활자가 커서 읽기에도 좋음) 굿즈로 출시한 2022년 탁상캘린더(선착순이었다함)도 매달 멋있는 초상화가 담겨있어 보기만 해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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