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전학자 심의용의 눈으로 읽은 중국 수사학의 고전 <귀곡자>. <귀곡자>는 상대의 정보를 염탐하여 그의 심리와 약점을 이용하고, 상대를 뺨치고 어르고 달래고 위협하고 띄워주워 신뢰와 총애를 얻는 유세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유학자들은 이런 <귀곡자>를 소인배의 책, 권모술수(權謀術數)의 궤변을 늘어놓은 책으로 여겼다.

그러나 <귀곡자>가 신하가 군주에게 유세하는 기술에 관한 책이라고 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한비자>가 호시탐탐 권력을 노리는 신하를 견제하려는 군주의 통치술을 담고 있다면, <귀곡자>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군주에 대항하는 신하의 유세술과 권모술수를 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저자는 <귀곡자>를 해석하면서 음모(陰謀)와 권모술수(權謀術數)를 다시 조명한다.





프롤로그

제1강 귀곡자는 누구인가
귀곡자는 실존 인물이다/고대 중국 외교관들의 교과서 『귀곡자』/『귀곡자』의 진위 문제/귀곡자를 어떻게 볼 것인가

제2강 공자는 왜 실패했는가
분노와 증오의 대화술/정치와 말의 힘/진리의 폭정/저항과 흔적/저항을 줄이는 전략

제3강 귀곡자와 수사학
정치 기술로서의 수사학/시적 표현으로서의 수사학/암시와 여백의 수사학

제4강 귀곡자와 마키아벨리
은둔인가 죽음인가/마키아벨리와 현실 정치/순진한 미덕보다 융통성 있는 악덕이 아름답다/모든 신하를 위한 신하론

제5강 보이지 않는 장치
보이지 않는 장치/음모의 기원/음모의 정치적 맥락/상대의 힘을 역이용할 수 있는 장치/음모의 전략적 효과

제6강 설득의 기술
말하는 사람은 죄가 없고 듣는 사람은 깨닫는다/역린逆鱗/태괘兌卦와 유세/유세의 방식

제7강 유세의 노하우, 패합술
프레임 전쟁/부각과 은폐/솔직함이 전부는 아니다/전략적 모호함

제8강 유세의 노하우, 췌마술
문제는 정보다/췌마술/우회전략/무정한 사람

제9강 위기가 기회다
틈새/실재계의 침입/그럴 리가 없다/때라 무르익었으면 혁명하라/위기란 기회이다

에필로그
부록 귀곡자 원문과 해석








저자 : 심의용
 



  • 최근작 : <귀곡자 교양강의>,<장자 교양강의>,<나의 고전읽기 세트 - 전14권> … 총 7종 (모두보기)
  • 소개 : 숭실대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정이천의 『주역』 해석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지금, 여기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고전번역연수원 연수과정을 수료하고 국사편찬위원회 고전연구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성신여대 연구교수로 있다. 지은 책으로 『주역과 운명』 『주역, 마음속에 마르지 않는 우물을 파라』 『세상과 소통하는 힘』 『못 말리는 아인슈타인에게 말 걸기』(공저) 『문화, 세상을 콜라주하다』(공저)가 있고, 옮긴 책으로 『중국 지식인과 정체성』 『장자 교양강의』 등이 있다.




 

젊은 우리 고전학자의 눈으로 읽은 중국 수사학의 고전

동양 철학을 전공한 필자 심의용은 최근 연구 자료를 통해 종횡가의 비조인 귀곡자가 생존 자체가 불투명한 은자가 아니라 실존했던 인물임을 밝히고, 유가에 의해 저평가된 종횡가를 당시 정치에서 뛰어난 현실 감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했을 뿐 아니라 주관적 도덕성에 집착하거나 귀족적 신분 질서에 얽매이지 않고, 엄밀한 사회과학적 사고와 기술을 통해 현실 개혁과 진보를 이룬 행동하는 집단으로 평가한다. 이런 관점에 입각해서 귀곡자가 현대인에게 전할 수 있는 흥미롭고 유용한 메시지와 지혜를 다채롭게 펼쳐놓는다. 『귀곡자 교양강의』는 한국인에게 친숙하지 않은 고전을 실용적인 시각으로 분석하여 고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나아가 오래된 지식과 현재적 상황과 연결한 새로운 해석이 주는 지적 희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종횡가와 비운의 고전 『귀곡자』

종횡가(縱橫家)는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 가운데 하나다. 종횡가는 열국(列國)을 돌아다니며 독특한 변설로 책략을 도모한 이들로 열국의 연합체를 조직하여 그 힘의 균형을 이용해 권력을 쟁취하고자 했던 사상가다.
진 제국의 중국 통일 직전에 합종연횡의 전략으로 중국 대륙을 쥐락펴락했던 대표적 인물이 소진과 장의이다. 종횡가라 불리는 소진(蘇秦)과 장의(張儀)는 전국 시대에 최고의 정치 스타이자 탁월한 외교가였다. 소진은 여섯 나라의 제후를 설득하여 6개국 제후의 자격으로 유세함으로써 여섯 나라가 강력한 진나라에 대항하게 만들었다. 한 사람이 6개국의 재상을 동시에 겸임한다는 것은 역사상 유일무이하다. 장의는 뛰어난 지모와 변론술로 진나라 재상이 되었고, 소진이 만든 6개국의 합종을 깨트렸다. 이로써 진나라는 천하를 통일하였다. 전국 후기의 제후들과 천하는 이 두 사람의 손아귀에서 놀아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두 사람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고 부귀공명을 얻었다. 사마천은 이들을 경위지사(傾危之士), 즉 ‘궤변을 통해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그들의 수사학적 능력을 인정한 것이다. 이런 성과를 이룩한 두 사람을 가르친 스승이 바로 귀곡자(鬼谷子)이고 그가 저술한 것으로 알려진 책이 바로 『귀곡자』다.
『귀곡자』는 위서(僞書)라느니, 저자가 분명치 않다느니, 신선방술(神仙方術)이나 병가(兵家), 심지어 점술과도 관련된다는 등 여러 가지 이견이 분분한 책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귀곡자』가 전국시대 중기에 실존한 인물의 저작임은 분명하다.

세상의 모든 약자들을 위한 수사학

그렇다면 『귀곡자』는 도대체 어떤 책인가? 종횡가는 기본적으로 유세가(遊說家)였다. 주유천하했다는 건 천하를 두루 다니면서 군주에게 유세했다는 말이다. 이 유세의 기술은 고대 그리스의 레토리케(rhetorike), 즉 연설의 기술과 비교될 수 있다. 웅변술이자 수사학(修辭學)인 것이다.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을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시대. 그 시대에 무력이 아닌 말을 통하여 권력을 움직여 자신의 뜻을 펴고자 했던 이들이 바로 종횡가다.
『귀곡자』는 상대의 정보를 염탐하여 그의 심리와 약점을 이용하고, 상대를 뺨치고 어르고 달래고 위협하고 띄워주워 신뢰와 총애를 얻는 유세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유학자들은 이런 『귀곡자』를 소인배의 책, 권모술수(權謀術數)의 궤변을 늘어놓은 책으로 여겼다.
당나라의 문인 유종원(劉宗元)은 “그 말이 매우 기괴하고 그 도리가 매우 좁아터져 사람을 미치게 하고 원칙을 잃어버리게 한다”고 평했고, 명나라의 선비 송렴(宋濂)은 "귀곡자가 말하는 패합술과 췌마술은 모두 소인들의 쥐새끼 같은 꾀로서 집에 쓰면 집안이 망하고 나라에 쓰면 나라가 망하며 천하에 쓰면 천하가 망한다"고까지 혹평했다.
그러나 『귀곡자』가 신하가 군주에게 유세하는 기술에 관한 책이라고 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고대 중국에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군주가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신하를 그 자리에서 죽여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비간(比干)을 비롯한 많은 충신들이 직간(直諫)했다가 개죽음을 당한 것이 좋은 예다. 아무리 충심을 가지고 유세한다 해도 말 한마디로 파리 목숨이 될 판이었다. 『한비자』의 「세난」(說難) 편은 이런 시대에 ‘유세하기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따라서 신하가 어떻게 자신을 방어하면서 군주에게 자신의 뜻을 전하고 설득시킬 것인가가 매우 중요했다.
『한비자』가 호시탐탐 권력을 노리는 신하를 견제하려는 군주의 통치술을 담고 있다면, 『귀곡자』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군주에 대항하는 신하의 유세술과 권모술수를 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음모와 권모술수의 재조명

필자는 『귀곡자』를 해석하면서 음모(陰謀)와 권모술수(權謀術數)를 다시 조명한다. 음모는 아무도 모르게 추진해야 한다. 아무리 옳은 얘기일지라도 자신의 덕을 내세우며 상대를 깨우치고 가르치려 들면 상대는 자신의 그릇됨을 인정하기보다 저항하기 마련이다.
진리에 대한 확신이 지나치게 강하면 앞도 뒤도 옆도 돌아보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을 내뱉게 되는 법인데, 군주를 설득할 때는 군주 자신이 설득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군주가 마음대로 휘두르는 권력에 개입하면서도 개입하지 않는 ‘척’하는 것이다.
원래 권모술수는 목적 달성을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온갖 모략이나 술책을 말한다. 그러나 귀곡자에게 권모술수는 현실의 조건에서 실천적 전략을 이끌어내는 ‘권도’(權道)의 의미가 크다. 이는 정치적으로 볼 때 자신의 이념과 도덕을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실현하려는 '정치 전략’(political strategy)이자 ‘정치 공학’(political manipulation)이다. ‘권’(權)이란 추상적 원칙(經)에는 반하지만 의(義)에는 합하는 ‘반경합의’(反經合義)라고 할 수 있는데, 현실 상황을 고려할 때 가장 합당하고 적합한 전략을 뜻한다.
천 길 낭떠러지의 제방 꼭대기에서 제방의 물을 터트리는 과감한 결단과 만 길이나 되는 계곡에서 둥근 돌을 굴릴 수 있는 현실적 유연성과 변화무쌍함. 이것이 귀곡자가 말하는 성인(聖人)의 모습이다.
유가는 기본적으로 순간의 이해관계를 고려한 임시변통으로서의 ‘일시지권’(一時之權)보다는 오래도록 지속시킬 수 있는 떳떳한 도덕인 ‘장구지도’(長久之道)를 강조한다. 그러나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현실의 문제를 타개해나가려면 ‘장구지도’만 가지고는 부족하며 ‘일시지권’도 필요하다.
이상적 도덕‘만’ 있고 현실적 전략으로서의 ‘일시지권’이 없다면 무모(無謀)하기 쉽고, 현실적 권모술수‘만’ 있고 ‘장구지도’가 없다면 사기꾼이기 쉽다. “덕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말을 하게 되어 있다”(有德者必有言)고 했지만 덕이 없는 자도 말을 하며, 또 덕이 있더라도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하면 현실에서 공을 이루기 어렵다. 귀곡자는 이 모든 것을 골고루 요령 있게 갖추는 노하우를 가르쳐준다.

배반의 기술

필자가 이 책에서 짚고 있는 귀곡자의 또 하나의 면모는 아랫사람이 윗사람과 관계를 끊는 기술이다. 신하가 아무리 섬세한 유세의 기술로도 군주를 설득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귀곡자는 여기서 불사이군(不事二君), 불사이부(不事二夫)라는 유교적 가치를 부정한다. 군주가 군주답지 못하고 지아비가 지아비답지 못한데도 끝까지 절개를 지켜야 할까? 신뢰는 깨지고 의심만 가득한데도? 도무지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면 군주라도, 지아비라도 배반하고 이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배반하고 이별하되 잘해야 한다. 그래서 귀곡자는 배반의 기술을 말한다. 부득이한 상황이라면 혁명을 하라고 권하는 것이다. 이를 ‘저희’(抵?)라 하는데, 틈새를 봉합한다는 뜻이다.

오제의 정치는 틈새를 봉합하여 질서를 잡았고 삼왕의 정치는 봉합하여 새로운 세상을 창업했다. 제후들이 서로 공격하는 일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때 이 틈새를 봉합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좋다.(五帝之政, 抵而塞之, 三王之事, 抵而得之, 諸侯相抵, 不可勝數. 當此之時, 能抵爲右.)

위 인용문에서 삼왕(三王)은 하(夏)나라의 우왕(禹王), 은(殷)나라의 탕왕(湯王), 주(周)나라의 문왕(文王)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윤(伊尹)은 탕(湯)을 도와 은나라를 건국했고 여상(呂尙)은 문왕을 도와 주나라를 건국했다. 귀곡자는 이 두 사람을 대표적인 현인으로 꼽는다.
귀곡자는 혼란해진 나머지 틈이 벌어져 봉합의 조치를 취해 질서를 유지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지만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혁명을 해야 한다고 권한다. 지배자들이 이런 파격적 아이디어를 좋아했을 리 없다. 이런 맥락에서 『귀곡자』가 저주받은 고전으로 여겨진 까닭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화된 현대 사회에서 인간관계를 잘 맺고 끊을 수 있는 것은 중요한 미덕이 되었다. 이러한 귀곡자의 생각은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 더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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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성한용 기자의 기사를 스크랩 해두었다. 

대선 주자들에 관한 정보를 모으기 위해서 였다. 아니나 이에 대한 시각을 비판하는 글이 나왔다. 헐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11511&CMPT_CD=P0001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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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의 칼럼을 삽질한다. 우석훈의 시각이 빛이 나는 것은 바로 이런 점이 아닐까. 근데 마지막 해결 방식을 논하는 것은 사회과학자 답지 않다.  

 

"백인 중산층은 날씬한 몸매, 흑인 가난뱅이는 뚱뚱, 우리는?" 

[우석훈 칼럼] "대학에 '과일방'을 만들자" 

 

노무현 시절에 삼성 이건희 회장이 '2만불 경제'를 얘기한 적이 있었다. 요약하면, 2만불만 되면 모든 게 해결될 수 있으니, 그 때까지만 참고 버티자는 것이다. 그 얘기는 결국 노무현 정부의 정책 기조가 되었다. "엎드려 매달려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 그렇게 군대 간 것처럼 참고 버티라는 게, 노무현 시대를 지나 현 정부까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단 2만불까지만 참고 버티자는 정부 운영 방침이 되었다.

자, 2만불이 되었는데, 지켜진 약속은 없다. 그 대신 우리에게 신빈곤 현상이라는 게 생겨나기 시작했다. 경제 발전 초기에 존재하던 보편적 빈곤 대신에, 일정한 수준의 경제 발전을 이루었음에도 경제 구조적인 문제로 문제를 요즘은 '신빈곤 현상'이라고 부른다. 일본의 서점가에서 사회과학 서가 크기 만한 신빈곤 서가가 별도로 등장한 것은 벌써 몇 년째 되었다. 우리나라 교보문고에도 최근 빈곤이 별도로 분류가 되기 시작하였다.
 

 

 

 

 

 


한국에서는 이 현상을 '양극화'라고 주로 부른다. 원래는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등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라서 소득 빈곤화 현상을 지칭하기에는 좀 명확하지 않다는 느낌이 있다. 그렇지만 어쨌든 한국에서는 이 용어가 지금의 신빈곤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로 자리를 잡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사한 문제점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는 이 현상을 '격차 사회'라고 부른다. 두 나라 사이의 차이점은, 한국에서 양극화라는 용어가 등장한 후,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에게 정권을 내주게 되었지만, 일본은 격차 사회라는 용어가 퍼지면서 자민당 장기 집권이 깨지고 일본 민주당 정권이 생겨났다. 묘한 차이점이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의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이 문제를 풀지 못할 것임은 물론, 이게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는지도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박복한 대통령을 만나서 국민들이 고생하는 것, 이게 안타까울 뿐이다. 선진국 경제 내에서 벌어지는 신빈곤 현상은, 지금까지는 신자유주의를 강화시켜왔던 영미계열, 유럽 경제의 약한 고리였던 라틴계열, 그리고 한국과 일본에서 뚜렷한 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만약 우리가 진짜로 한국 경제의 장기적인 번영을 생각한다면, 미국의 손을 빌린 경제 선진화 모델이라는, 노무현 중후반 이후에 추진했던 그 방향이 과연 옳은 것인가, 지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가 된 것 같다. 우리의 박복한 대통령이 결국 5년간의 통치를 통해서 남겨줄 것은, 엄청나게 극심해진 정부 채무와 지자체 채무, 그리고 부실해진 금융경제와 복원해야 할 수많은 시멘트 덩어리들, 그 정도가 아닐까 싶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다음 정권이 민주당이든 한나라당이든, 현 정부가 남겨주고 간 빚 덩어리 속에서 "도저히 해볼 대책이 없다"고 국채 상환하고, 긴축 재정하느라고 허리가 휠게 분명하다.

조심스러운 예상이지만, 지금이라도 경제 방어정책을 쓰지 않고 대통령과 형님 마음대로 하는 경제 운영이라면, 결국 대통령이 탈당하고 대선을 관리하는 거국 내각을 꾸리게 되었던 지난 날의 정권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갈 가능성이 크다. 전국을 거대한 청계천으로 만들겠다는 토건 사업이, 국민 내부에서 신빈곤 현상이 일반화되는 이 시점에 과연 옳은 것인지, 조금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시점이다. 생태 파괴와 같은 고상하고 장기적인 목표와는 별도로, 토건에 의한 재정정책이 과연 지금과 같이 중장비가 투입되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승수효과가 발생할 것인가, 이런 건 좀 꼼꼼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청와대는 점점 더 식물 정권으로 바뀌어 갈 것이고, 대통령의 역린이라고 할 수 있는 4대강 사업 외에는 새로운 것을 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아마 그들도 뭔가 하는 척만 하면서, 실제로는 아무 일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1위를 달리는 박근혜 대표처럼, 당분간 대부분의 대선후보들은 대통령의 실정을 노리지, 진짜로 뭔가 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최소한 내년 총선 때까지, 정부 측이든, 야당 측이든, 적극적으로 반빈곤 프로그램을 제시할 가능성이 아주 희박하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국민들이 위기에 빠졌을 때 정치인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풀 방책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 정치인들은, 기본적으로는 비겁하다. 박복한 대통령은 용감하고, 박근혜는 비겁하고, 손학규도 비겁하다. 내가 뭘 잘 해서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생각 보다는 대통령이 뭘 못해서, 자신이 어부지리를 보겠다는 생각이 더 강한 것 같다.

자, 상황은 그런데, 지금의 신빈곤 현상을 그냥 방치해두어도 좋을 것인가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정말 이렇게 아무 것도 없는가,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다. 차분하게 생각해보면, 우리의 신빈곤 현상이 어떻게 전개되고, 어떤 게 시급할지, 논리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

신빈곤 현상은 경제의 약한 고리를 먼저 타격한다. 미국의 경우는 흑인 등 유색인종이었다. 우리의 경우는 20대, 여성 그리고 지방거주민들이 그 약한 고리를 형성할 것이라는 게 내 가설이다. 여기에 보조 축으로 학력과 같은 것들이 따라붙을 것이다.

10여년쯤 전에 미국에서 유색인종과 정크푸드 문제가 한참 논의된 적이 있었다. 이 문제가 미국처럼 그냥 방치되면, 빈곤형 비만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다. 결국 WASP라고 부르는 백인 중산층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날씬몸매를 가지고, 가난한 사람들이 비만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한국에도 벌써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형할인마트에서 대표적인 정크 푸드이며 고비만 식품피자치킨을 대폭 할인해서 팔기 시작했다. 할인마트의 포화와 신빈곤 현상이 결합되어서 이런 기현상이 생겨난 것이다.


▲ <슈퍼 사이즈 미> 포스터

모건 스퍼록 감독이 직접 정크푸드를 먹으면서 어떻게 육체적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보여주었던 충격적인 다큐 <슈퍼 사이즈 미>를 한 번 참고해서 보시면 좋겠다. 누군들 유기농 식단이 좋은 줄 모르고, 친환경 음식자기 자식에게 먹이고 싶지 않은 부모가 누가 있겠나?

정부가 자기 국민들을 버리면, 미국처럼 중산층 혹은 부유층은 극단적인 웰빙으로 가고, 유색인종 등 신빈곤 계층은 정크푸드로 연명하게 되는 지독할 정도의 식품의 하이엔드 현상이 벌어진다. 다 나라 망할 때 생겨나는 현상이다. 지금 우리가 그렇게 가고 있다.

이런 논란의 한 가운데에 있는 상징적인 식품이 바로 과일이다. 정부가 신빈곤 현상을 그냥 방치하면, 과일을 먹을 수 없는 국민들이 생겨난다. 유색인종과 과일, 이건 오래된 논의 중의 하나이다. 그 현상이 한국에도 이미 벌어졌다. 과일을 먹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복잡한 영양학 논의는 뒤로 미루자. 어쨌든 우리는 누구나 과일을 먹는 게 건강에 좋고, 특히 발달기의 어린이나 청소년일수록 더 많은 과일을 먹는 게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국에 학교 급식이라는 게 도입되면서, 일단은 유소년기에 과일을 먹게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제도는 갖추어져 있다. 과일을 복지의 척도로 생각한다면, 한국에서 과일 복지로부터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일단 과일의 사각 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집에 나와 있는 20대, 즉 대학생알바 등, 이런 사람들은 과일을 먹기가 쉽지 않다. 대학생 용돈이나 시간당 시급 생각해보면, 사과와 같은 과일을 선뜻 집어 들기가 어렵다는 건 금방 알 수 있지 않은가?

요즘 대학생이나 20대 강연을 하면서 최근에 과일을 언제 먹었는지 물어본다. 실제 지난 한 달 내에 과일을 먹은 적이 없다고 손을 든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강연 끝나고 나오는 길에, 사실은 자신이 한 달 동안 한 번도 과일을 못 먹었다고 얘기하는 대학생들은 종종 된다. 눈물이 찔끔 나는 장면이다.

많은 유럽 국가의 경우는, 50만 원 미만의 연간 등록금을 내면서도 대학 식단에 50% 정도의 국가 보조금이 붙는다. 우리는 일부 대학에서 학생생협의 형태로 식당을 운영하지만, 그것도 대학재단이 수익성을 높일려고 자꾸 외부 케이터링 업체에 위탁하는 형편이다. 대학의 학교 식당에서 과일 구경하기가 쉽지가 않다. 교수 식당에는 과일이 나오는 곳이 많은데, 학생 식당은 그럴 형편이 못된다. 그렇다고 지금 대학교에 학생들 과일이라도 먹을 수 있도록 보조금 주자는 얘기했다가는, 오세훈 시장 같은 인사들이 나서서 나라 망칠 포퓰리즘이라고 난리를 칠 거다. 20대 초반이면 아직 발육이 다 끝난 게 아니라서 어떻게 과일이라도 먹을 수 있도록 공동체나 국가가 살펴야 하는데, 우리의 공동체는 이미 깨진지 오래이고, 국가는 지금 삽질 하느라고 아주 바쁘시다.

이 문제는 여당이나 야당 혹은 정부대책 따질 것 없이, 대학에서 조금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 같다. 1000만 원 이상씩 등록금을 받고 있는 대학에서, 과일방 하나 운영해주면 될 것 같다. 테이블 몇 개 놓고 과일 쌓아놓고, 친구들끼리 와서 깎아먹고 갈 수 있게 해주는데, 무슨 엄청난 돈이 드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타지에서 대학 다니는 학생들이 하루에 사과 한 알이라도 먹을 수 있게, 과일방 하나 운영하는 건, 대학 당국에 그렇게 큰 피해가 가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자, 대학생은 그렇다치고, 시급 받는 편의점 알바 등 대학에서 과일을 먹을 수 없는 청년들의 경우는 어떻게 할까? 현재로서는 동네라고 부르든 마을이라고 부르든, 편의점 등 알바들이 있는 지역이 공동체로서의 최소한의 감성을 회복하는 길 밖에 없을 것 같다. 편의점에 가면서 과일 하나, 귤 하나, 알바들에게 건네줄 최소한의 따뜻함을 아직 우리 사회가 완전히 잃어버리지는 않은 것 같다. 그들이 넉넉하지 않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거라는 건 너무 뻔하지 않은가?

우리가 겪어나가야 할 이 미증유의 사태, 신빈곤 앞에서 국가든 공동체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스럽기는 할 것이다. 아마 다음 대선에서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단기간에 큰 변화가 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개인들이 엄청난 변화를 만들기도 힘들다. 그러나 우리가 더 가난해진다고 하더라도, 아직 발육이 채 끝나지 않은 20대 초반의 청년들에게 과일도 먹이지 못할 정도로 그렇게 우리가 가난한 것은 아니고, 또 사람 사는 사회가 그렇게 박해져도 안될 것 같다. 과일이라도 나눌 수 있는 사회, 그 정도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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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계-소장파 ‘신 궁중암투’ 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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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권력지형이 요동을 치고 있다. 4·27 재보선과 원내대표 경선을 거치며 이재오 특임장관이 이끄는 주류가 급격히 약화된 반면, 그동안 변방에 머물러 있던 소장파가 비주류인 친박과 손을 잡고 당의 전면에 등장했다. 친이계의 또 다른 한 축인 이상득 의원(SD) 라인은 올해 3월경부터 사실상 친박과 '전략적 제휴'에 들어간 상태다. 정치권에선 '친박+SD+소장파'로 이뤄진 '신주류'가 당을 장악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벌써부터 신주류 내부에서 불협화음이 들리고 있어 관심을 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사사건건 부딪혀왔던 이상득 의원과 소장파 간 '리턴매치'가 재현되고 있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소장파 리더 격인 정두언 의원은 이상득 의원의 총선 불출마를 주장하며 선전포고를 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권의 개국공신인 SD 측과 소장파가 '친박' 울타리 안에서 파워게임을 벌이고 있는 내막을 따라가 봤다."박근혜 당이 됐다." 지난 5월 11일 열린 의원총회가 끝난 직후 한나라당의 한 중진급 의원이 던진 말이다. 그는 "소장파가 부활하고 이재오가 몰락한 가운데 모든 힘이 박근혜 전 대표에게로 쏠리고 있는 형국"이라면서 "쇄신을 주도하고 있는 '새로운 한나라' 역시 박 전 대표 영향력 아래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귀띔했다.

'새로운 한나라'는 원내대표 경선에서 황우여 의원을 당선시키는 데 큰 공을 세운 소장파 의원들이 주축이 돼 만든 모임이다. 현재 44명의 의원이 가입한 상태인데 그 수는 점차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 이재오 특임장관계가 주축인 '함께 내일로'(70여 명)를 능가할 전망이다. '새로운 한나라'엔 친박(12명), 중립(16명), 친이(16명) 등 여러 계파 의원들이 골고루 포함돼 있다.

5월 11일 출범식을 가진 '새로운 한나라'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구성 및 당 대표 대행 등을 놓고 구주류와 마찰을 빚어왔다. 의원총회에서도 양측의 강한 공방이 예상됐다. 그러나 '새로운 한나라'와 구주류는 나란히 한 발 물러선 듯한 모습을 보였다. 퇴임한 지도부가 선정한 비대위를 추인하되 황우여 원내대표에게 당 대표 권한을 주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처럼 '투톱체제'를 수용하기로 한 결정에는 친박 측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친박 의원들은 '새로운 한나라'와 구주류 의원들을 '맨투맨'으로 접촉, "쇄신은 하지 않고 싸움질만 한다는 비난 여론이 많다" "어차피 7월에 열리는 전당대회까지만 운영될 과도체제다"라며 중재를 모색했다고 한다. 윤호석 정치컨설턴트는 "주류가 해야 할 일을 친박이 한 것"이라면서 "이는 친박이 새로운 주류로 떠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나라당 쇄신을 외치고 있는 '신주류'는 사실상 '신 친박'과 동일시되고 있다. 기존 친박에 소장파와 SD라인이 합쳐져 탄생했다는 것이다. 우선 소장파는 원내대표 경선에서 '대놓고' 친박과 손을 잡았다. SD 측은 2차 투표에서 황우여 의원에게 표를 몰아주며 '캐스팅 보트' 역할을 톡톡히 했다. '친박+소장파+SD' 연합군이 비주류 대표로 나온 황 의원 승리를 이끌었다. 그 여세를 몰아 신주류는 차기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잡는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물론 그 중심엔 재보선 패배 이후 더욱 몸값이 오른 박근혜 전 대표가 있다. 지난 2007년 당내 경선에서 비주류의 한계를 겪어야만 했던 박 전 대표로서는 차기를 위한 유리한 입지를 다진 셈이다. 핵심 측근들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소장파 등이 요구하고 있는 '젊은 대표론'을 받아들이는 대신, 내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신주류가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롱런'할지에 대해서 비관적인 견해가 우세하다. 서로 '앙숙'이라고 할 수 있는 SD 세력과 소장파가 또 다시 힘겨루기를 할 경우 '불안한 동거'는 끝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7월에 열릴 전당대회에서 양측이 대표 선출을 놓고 맞붙을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이재권 정치학 박사도 "근본적으로 SD와 소장파는 함께 갈 수 없는 사이다. '오월동주'가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호석 정치컨설턴트는 "소장파는 SD에 밀려 정권 탄생에 기여를 하고도 비주류 신세였다. 여러 차례 반격도 실패했다. 이는 SD 뒤에 MB가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박 전 대표가 누구에게 힘을 실어줄지 지켜보는 것도 향후 여권 권력 구도 재편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공은 '절치부심' 소장파가 먼저 날렸다. 소장파 리더 정두언 의원은 지난 5월 10일 < 조선일보 > 와의 인터뷰에서 "이상득 의원이 내년에 당선돼 국회의장을 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수도권 의원들이 이 의원의 공천 신청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 의원이 공천을 받는 순간 한나라당은 수도권에서 전멸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08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이 의원의 불출마를 촉구했었던 정 의원이 또 다시 날 선 칼을 빼든 것이다.

정 의원의 이러한 발언은 최근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는 소장파 인사들의 행보와도 맞닿아 있다. 수도권 출신의 한 소장파 의원은 박 전 대표 핵심 측근을 만나 "SD와의 관계를 잘 알지 않느냐. 절대 함께할 수 없다. 이러한 뜻을 박 전 대표에게 잘 전달해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또한 몇몇 소장파 인사들이 그동안 SD 이름이 거론됐던 비리 의혹들에 대해 확인하고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SD 측에선 소장파 공세에 대해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다. 이 의원이 쇄신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몇몇 의원들은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며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SD라인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는 친박과 화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친박이 소장파와 손을 잡은 이유도 우리가 터를 닦았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면서 "그런데 이제 와서 소장파가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으려 한다. 친박도 소장파의 진정성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소장파는 총선이 목표다. 그 이후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다르다. 차기를 누가 잡느냐도 총선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친박과 더욱 궁합이 잘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D 측에선 일단 상황을 관망하며 전면전을 피하는 한편, 친박과의 연대를 더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 안팎에선 이러한 소장파와 SD 간 갈등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수면 위로 표출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특히 '젊은 대표론'이 급부상할 경우 소장파의 정두언·남경필 의원과 SD계로 분류되는 원희룡·나경원 의원이 맞붙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전대에서 뽑히는 지도부가 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측의 싸움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친박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비롯된다. 소장파와 SD 라인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한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재오계로 대표되는 구주류에서 출사표를 던질 후보를 이겨야 한다는 전제조건도 충족해야 한다. 이와 관련, 몇몇 친박 의원들은 '중립'에 가까운 홍준표 최고위원을 대표로 밀고 SD와 소장파의 '몫'을 균등하게 배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친박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자칫 '신주류'가 계파 싸움의 진원지로 지목돼 여론의 질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총선이 끝난 후 일부가 '변심'할 것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사석에서 만난 한 친박 의원은 "나가서 싸울 것이지 왜 여기 와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친박은 박 전 대표를 향한 로열티가 강한 집단이다. 그런데 소장파나 SD계가 들어오면서 결속력이 약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박 의원도 "그들이 대선까지 함께 완주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윤호석 정치컨설턴트는 "세를 확장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줄 수 있지만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경우 박 전 대표도 잃는 것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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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정치적 행보는 어떨까. 노무현의 적자라는 의식 자체를 버리고 그 자신의 행로를 걸어가야할텐데 ... 

 

‘위기의 유시민’ 승부수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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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승리'로 막을 내린 4·27 재보선의 후유증을 가장 심하게 앓고 있는 이는 공교롭게도 '야권 대표주자'를 꿈꾸던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다. '친노의 성지' 격인 김해 을에 출마한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낙선하면서 이 곳 선거에 사활을 걸다시피 했던 유 대표는 "큰 죄를 저질렀다"고 심경을 밝힐 만큼 큰 내상을 입었다. 김해 을 선거 승리를 기점으로 원내 입성을 노렸던 국민참여당은 물론, 유 대표의 대권주자로서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유 대표는 재보선 패배 이후 한동안 당무도 보지 않은 채 자택에 머무르며 심경을 추슬러야 했을 만큼 심적 고통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이후 대권주자 지지율 2위에 올라서며 야권주자로서 입지를 굳혀온 그는 이번 재보선으로 최대 난관을 맞이한 상황이다. 국민참여당 내에서는 향후 활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침체 위기에 빠진 유 대표와 국민참여당이 고민하고 있는 '마지막 승부수'는 무엇이 될지 들여다보았다.

"김해 을에서 진 건 뼈아픈 결과였다. 국민들이 국민참여당에게 기대하는 건 분명한데 다만 우리가 아직 미숙해서 정말 국민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라 절감하고 있다."

김해 을 패배에 대한 아쉬움은 매우 큰 듯했다. 유시민 대표의 측근인 국민참여당의 한 관계자는 재보선 김해 을 패배에 대한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양순필 전 국민참여당 대변인은 "결국 진 것이 아쉽긴 하지만 선거전 초반 정당지지율이 6~7%에 머무르다가 막바지엔 20%까지 올라간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 있지만 우리는 우리가 얻어낸 4만 3000표라는 결과가 그렇게 나쁘다고는 보지 않는다"며 향후에 대한 각오를 전했다.

재보선 패배 이후 국민참여당 내에서는 반성과 고뇌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국민참여당을 포함해 노무현재단과 참여정부 인사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한국미래발전연구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일이 있기도 한 5월 한 달 동안을 '친노계의 미래'에 대한 토론의 시간으로 정한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지난 11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를 맞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는 '노무현의 꿈, 그리고 현재적 의미'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 이재정 전 국민참여당 대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참석자들은 각기 다른 정당에 속한 이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된 뜻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을 현실화시키자는 데에 있었다.

역시 이날 가장 중점이 된 토론 주제는 '야권 통합과 연대'에 관한 내용이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주의를 말살시키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과 대결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이념적 정체성은 인정하면서 일치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야 한다"며 "통합이 가장 좋지만 어렵다면 연합을 통해 일대일 구도를 만들면 집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재보선 이후 야권 통합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놓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재보선이 끝난 다음 날 "(야권통합에 관해) 민주당에 서 주도적으로 통합하자고 제안하는 것보다는 국민참여당과 유시민 대표가 어떤 결단을 통해서 통합의 길을 선택한다고 하면 참 좋은 일이 있을 것으로 본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의 이러한 의견에 대해 국민참여당 측의 거부감은 적지 않다. 재보선 패배로 크게 낙심하고 있는 국민참여당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었다는 분위기다.

기자가 취재 도중 의견을 물어본 국민참여당 측 관계자들 대부분이 "박 원내대표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국민참여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진짜 통합을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통합이 관심사라기보다 재보선을 통해 기회를 얻은 민주당이 야권연대 논의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로 보일 뿐"이라고 밝혔다. 지난 11일 심포지엄에서도 야권통합 방안에 대한 세부적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이날 참석했던 한 민주당 관계자는 "야권통합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치는 아쉬운 자리였다. 앞으로 주도권 다툼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기에 과연 야권 통합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국민참여당이 처한 문제는 비단 야권통합 논의의 주도권 경쟁에서 밀렸다는 것에서 그치진 않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뒤를 잇는 '적자'라는 유시민 대표의 타이틀은 물론 '친노계'를 대표하는 당이라는 명분이 재보선 패배로 상당부분 희석되었다는 것에 더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 재보선 이후 당내에서는 "친노라는 타이틀을 더 이상 쓰지 말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성에 큰 흠집을 냈다"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는 단지 국민참여당 내의 의견만은 아니었다.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 상당수도 유시민 대표를 향해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얼마 전 트위터에서 가장 회자되었던 글은 '노무현에게 있고, 유시민에게 없는 것. 노무현은 지는 길을 가서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고, 유시민은 이길 수 있는 길을 찾다가 마음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이 글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낙선을 감수하고 부산에 출마했던 것과 달리, 유시민 대표는 이길 수 있는 김해 을에 '올인'하며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는 뼈아픈 지적이었다.

재보선 패배의 충격으로 한동안 자택에서 칩거하던 유시민 대표도 최근 당무에 복귀한 뒤 국민참여당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노한래 참여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유 대표는 당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겠다는 생각이다. 본인의 생각과 다소 다를지라도 다수의 생각대로 당을 이끌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5월 한 달 동안 당원은 물론 지지자들의 의견을 흡수해 향후 야권연대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비단 민주당뿐만이 아닌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야권연대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 대표와 국민참여당이 가진 또 하나의 숙제는 친노계의 융합·통합 문제다. 이는 국민참여당의 정체성과도 직결되는 것이기에 야권 통합 이상으로 중요한 과제일 터. 이번 재보선을 통해 국민참여당이 잃은 가장 큰 것은 낙선이 아니라 친노계 세력다툼을 표면화시킨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애초 김 을 지역 출마를 고려했던 김경수 노무현재단 사무국장이 유시민 대표의 '입김'으로 불출마 결심을 했던 것으로 전해지는 등 친노계 내의 세력 분화 및 갈등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정치전문가들은 "향후 야권통합 논의에서 국민참여당이 민주당과 경쟁적 관계로 참여하려면 분화된 친노계를 흡수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김해 을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극적인 협의를 이끌어냈던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최근 유시민 대표를 대신할 친노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문 이사장은 지난 11일 열린 심포지엄에 참석해 이명박 정부를 거세게 비판하는 발언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정치행보에 상당히 신중했던 이전과는 한층 달라진 모습이었다. 친노계인 백원우 민주당 의원 역시 한 인터뷰에서 "당내에선 영남표심을 공략할 사람으로 문재인 카드가 거론되기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해 을 불출마 선언으로 주목을 받았던 김경수 노무현재단 사무국장은 지난 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이사장은) 향후 야권통합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적극적인 입장"이라며 이전과는 다른 정치행보를 하게 될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박스기사 참조). 참여정책연구원 노한래 부원장 역시 "문재인 이사장은 훌륭한 분이다. 큰 뜻으로 격려하고 지지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를 맞아 노무현재단에서는 추모 상품을 파는 인터넷 쇼핑몰 '노란가게'를 오픈하는 등 추모열기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11일 심포지엄에 이어 12일에는 '노무현을 만나다' 추모 전시회를 여는 등 재보선 이후 친노계의 움직임은 더 빨라진 모습이다. 추모전시회에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 등 야권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고, '신정아 파동'의 장본인이었던 변양균 전 정책실장도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이번 심포지엄을 주최한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은 다음달 3일 '복지국가와 민주주의를 위한 싱크탱크 네트워크'를 출범시켜 본격적인 야권 정책연합의 기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유시민 대표는 타격을 받았지만, 이를 계기로 친노계의 세력재편과 결집이 이뤄지는 긍정적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한 유시민 대표에 대한 지지층이 견고한 만큼 대권주자로서 재기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김해 을 학습효과'로 인해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연대를 필히 이뤄내야 하는 '손학규 대표와 민주당'과 '유시민 대표와 국민참여당' 사이 '교감'의 폭이 오히려 더 넓어질 가능성도 있다. 친노계의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

'김해 을' 불출마 선언했던 김경수 노무현재단 사무국장

"결과를 떠나 안타까워"

4·27 재보선에서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의 낙선을 가장 가슴 아프게 바라보았을 이들 중 한 명은 바로 노무현재단 김경수 사무국장일 것이다. 김 사무국장은 애초 민주당 후보로 김해 을에 출마하려고 마음먹었으나 지난 2월 16일 갑작스레 불출마 선언을 해 그 이유에 대해 궁금증을 자아낸 바 있었다. 당시 김 사무국장은 기자에게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라며 "출마여부는 제 개인이 고민하고 생각해서 결단한 것일 뿐 유시민 원장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전한 바 있다. 하지만 그의 불출마 결심 배경에는 '국민참여당 후보'를 당선시키려 했던 유시민 대표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을 수밖에 없다는 후문이었다.

결국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는 낙마했고 이 과정을 지켜봤던 김경수 사무국장의 심기도 편치는 않았을 터. 김 사무국장은 지난 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결과를 떠나 여러 가지로 안타까운 것이 사실"이라며 재보선을 치르며 불거진 친노계 분열 양상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재보선 다음 날 그는 유시민 대표를 잠깐 만났다고 한다. 유 대표는 재보선 패배 충격으로 당 지도부와의 봉하마을 방문 계획을 취소했으나 홀로 봉하마을에 찾아간 바 있다. 그때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면서 김경수 사무국장과 마주치게 되었다고. "당시 무슨 얘기를 나누었나"는 질문에 김 사무국장은 "무슨 이야기가 필요하겠느냐"며 그저 웃음으로만 답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행사 준비로 바쁘다는 김 사무국장은 최근 문재인 이사장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는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 "대선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본인의 생각이 전혀 바뀐 바가 없다. 다만 야권통합과 단결을 위해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생각이다." 과연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카드'가 어떻게 쓰이게 될지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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