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람둥이가 좋더라



카사노바에겐 왜 여성들이 계속 꼬일까? 여성들은 왜 애인 있는 줄 알면서 그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희대의 바람둥이로 알려진 카사노바의 자서전 <불멸의 유혹>(휴먼앤북스·2005)은 그가 노년에 쓴 것으로, 사후 조카의 손에 넘겨졌다가 1820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처음 출판됐다. 다소 과장되긴 했겠지만 믿을 만한 자료라고 평가받는 이 책에 따르면, 그는 오랫동안 ‘섹스의 탐닉자’였다. 조반니 자코모 지롤라모 카사노바(1725∼98)는 자매와의 더블섹스로 첫 경험을 시작해 19살 때 유부녀 루크레치아와 불륜관계를 맺게 된다. 그리고 이를 몰래 지켜보던 그녀의 동생과도 잇따라 정사를 갖는다.




△ 그의 보헤미안적인 풍모와 잔혹할 정도로 냉정한 성격은 여성들에게 ‘매혹’ 그 자체였다. 바람둥이들에겐 왜 여성들이 계속 꼬이는 걸까. 2006년작 영화 <카사노바>.




아름답고 잔혹한 ‘양다리’의 달인들

36살의 카사노바는 한 아가씨를 유혹해 그녀와 결혼하려고 하지만, 알고 보니 이 아가씨는 루크레치아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신의 딸. 이 사랑은 끔찍한 근친상간이었던 것이다. 옛 애인을 찾아 수녀원에 간 카사노바는 수녀를 유혹해 정사를 벌이기도 하고, 처형장 앞에서 애정 행각도 서슴지 않는 등 호색한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는 문학에 심취해 늘 책에 빠져 있었으며 법학박사 학위를 받을 정도로 학문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지만, 그럴수록 그의 지적인 면모는 그를 더욱 매력적인 존재로 만들었다.

 

 

 

 

 


문헌에 따르면, 카사노바는 콘돔을 즐겨 사용했다고 한다. 카사노바가 살던 시대만 해도 오늘날과 같은 부드러운 라텍스 재질의 콘돔은 상상도 할 수 없었고, 염소나 돼지의 맹장을 말려서 콘돔으로 사용했다. 콘돔 입구에는 리본을 달아 묶을 수 있게 만들어서, 착용을 했을 때 성기가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것도 요즘 콘돔과 다르다. 당시만 해도 콘돔은 귀한 물건인지라, 카사노바는 콘돔을 사용한 뒤에 물에 씻어서 다시 재활용을 해야만 했다고 한다. 물론 콘돔의 거친 재질이나 재활용의 불편함도 그의 바람기를 잠재우진 못했지만 말이다.
카사노바와 함께 최고의 바람둥이로 손꼽히는 돈 주앙 역시 문학에 조예가 깊고, 음악과 미술 등 예술에 관심이 많았다. 중세 민간 전설에 처음 등장했던 이 바람둥이 귀족은 프랑스의 극작가 몰리에르의 희곡으로 유명해졌는데, 여자를 유혹했다가 죽이는 엽기적인 행각을 거듭하다가 성직자에게 처형을 당했다고 전해진다. 평소 그의 보헤미안적인 풍모와 잔혹할 정도로 냉정한 성격은 여성들에게 ‘매혹’ 그 자체였다.
카사노바나 돈 주앙처럼 역사를 뒤흔든 바람둥이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엔 바람기가 농후한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들은 매력적인 외모를 가졌으며 (반드시 잘생기거나 예쁜 외모를 가질 필요는 없다), 화술에 능하며, 쿨한 성격을 가졌고, 무엇보다 이성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때론 지적이며, 유머가 풍부하고, 사소한 행동에서도 배려가 몸에 배어 있다.

 

 

 

 

 


이들은 종종 남의 애인을 가로채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하고, 애인이 있으면서도 다른 이성과 깊은 관계를 맺기도 하는 ‘양다리’의 달인들이다. 어떤 바람둥이는 ‘애인을 자주 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양다리는 절대 안 한다’며 요상한 상도덕(?)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퇴폐가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들도 매력적인 이성이 나타나면 설령 애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가로채는 데에 주저함이 없기 때문이다.
바람둥이들에겐 왜 여성들이 계속 꼬이고, 여성들은 왜 애인이 있는 바람둥이의 유혹에서 빠져나오지 못할까? 생물학자들이 몇 년 전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생태계에선 오히려 다른 암컷들이 선호하는 수컷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까지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남이 좋아하면 나도 좋아진다

예를 들면, 서인도제도의 트리니다드토바고에 서식하는 관상용 열대어인 거피(guppy)는 강물의 색깔에 따라 몸의 빛깔을 바꾼다. 암컷은 대개 밝은 오렌지 색깔을 지닌 수컷을 가장 좋아한다고 하는데, 몸 빛깔이 밝은 수컷일수록 암컷을 보호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다른 암컷이 덜 밝은 빛깔의 수컷을 선택하는 광경을 목격하고 나면, 덩달아서 그런 수컷을 짝으로 고르는 경향이 관찰됐다. 즉, 거피들은 다른 암컷들이 선호하는 수컷에 관심을 보이고 그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방 행동은 다른 암컷들의 판단을 활용해 자신에게 적합한 짝짓기 상대를 신속히 고를 수 있기 때문에 나름의 유용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은 다른 동물과는 달리 취향이 제각각이라서 이성을 고를 때 다른 동성의 선택 기준을 감안하지 않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사람들도 거피처럼 남들이 선호하는 이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덕분에 한 집단 안에서 인기 있는 사람은 그중 가장 능력 있는 이성이 차지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인기가 있다’는 사실은 그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신호로 작용하기도 한다. 인간들도 다른 사람들의 판단을 믿는 것이다. 바람둥이라는 사실을 알고서도 그와 기꺼이 사귀는 것도 같은 이유다(‘바람둥이는 절대 싫다’고 이성적으로는 말할 수 있지만, 그들이 유혹의 손길을 뻗치면 바로 뿌리치진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유혹을 거부할 수 없는 플레이보이나 팜므파탈은 타고난 것일까? 아니면 노력해서 배웠거나 길들여진 것일까? 타고난 성향도 있을 수 있다. 매력적인 외모와 성격, 그리고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 바람기 성향까지 타고났다면, 그는 플레이보이나 팜므파탈의 길로 들어설 확률이 높다.
예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었던, 북아메리카 중서부 대초원과 산간지방에 서식하는 들쥐 ‘불스’에 대한 실험은 이를 뒷받침한다. 대초원에서 서식하는 불스는 평생 한 파트너하고만 짝짓기를 하며 직접 만든 둥지에서 새끼를 함께 돌보지만, 산에 사는 불스는 새끼를 낳아도 수컷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며, 곧장 다른 암컷과의 짝짓기를 위해 떠난다. 미국 에모리대학 래리 영 박사팀이 대초원에서 서식하는 성실한 수컷 불스들에게 ‘바소프레신’이란 호르몬을 차단하는 약물을 투여했더니, 평소에 자상하던 수컷이 교미가 끝나기가 무섭게 자취를 감춰버렸다. 게다가 산에 서식하는 불스를 유전적으로 변형해 바소프레신 수용체 양을 늘렸더니, 바람둥이 수컷 불스들이 갑자기 한 파트너에게 전념하고 새끼를 키우는 데 몰두하더라는 것이다. 이런 연구결과는 카사노바의 바람기가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것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포하고 있다.

당신 옆에 사람이 그 사람일지도…

몇 년 전 한국방송 <과학카페-다빈치 프로젝트>팀의 의뢰를 받아, 바람기가 다분한 사람들의 뇌를 찍어 이성에 대한 반응을 살핀 적이 있었다. 제작진과 우리 연구실에서는 평소 바람기가 많다고 고민하는 지원자 6명을 대상으로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장치(fMRI) 실험을 실시했다. 결혼한 배우자나 사랑에 빠진 애인의 사진,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 매력적인 이성의 사진을 차례로 보여주며 뇌 활성화 차이를 알아본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아내를 볼 때에는 별로 반응을 보이지 않던 쾌락의 중추가 처음 보는 이성의 사진이나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 앞에서 마구 요동을 치는 것이다. 그들의 뇌에선 이성에게 호감을 느낄 때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마구 분비됐다. 그들은 사진을 보고 난 뒤에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매력적인 이성의 사진을 처음 봤을 때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을 강하게 느꼈다고. 그것은 거의 일종의 목표의식에 가까운 감정이었다고. 당신이 지금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이 바로 이런 사람일 수 있다.
그러나 플레이보이는 타고난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이들의 주장에 대해선 다음 번에 좀더 자세히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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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 상처를 줄 수 있을 경우에만 거짓말이 허용된다.

진실도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진실일지라도 능사는 아니다.

 

그대 거짓말도 보여요



뻔히 알면서도 속고 속이는 연인들… 남자는 자존심을 위해, 여자는 배려하려고 많이 해

▣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세상에서 제일 많이 하는 거짓말은 뭘까? 지난 2000년 미국의 한 여성잡지사가 네티즌을 상대로 했던 설문조사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거짓말은 우리가 그토록 듣고 싶어하는 “사랑해”.



△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샐리는 여자들이 대부분 오르가즘을 느끼기보다 흉내를 내는 거라고 말한다. 샐리는 식당에서 ‘절정의 연기’를 해 보인다.





60%가 거짓으로 “사랑해”라고 말했다

그렇다! 세상의 모든 ‘사랑해’가 다 거짓말은 아니겠지만, 우리는 때로 연인의 몸을 얻기 위해,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결혼을 하기 위해, (혹은 비참하게도) 집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거짓으로 “사랑해”를 말하기도 한다.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라면 심지어는 “네가 원하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줄 수 있어” 같은, 전 우주적 스케일의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다. 우리가 그토록 듣고 싶어하는 말이기에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을 것이다. 거짓으로 “사랑해”라는 말을 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무려 60%가 넘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그것이 뻔히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너뿐이야”,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줄게”, “죽을 때까지 너만 사랑해” 같은 말에 연인들이 기꺼이 속는다는 것이다. ‘무뚝뚝한 곰보다 이런 거짓말이라도 하는 여우가 낫다’는 말이 있는 걸 보면, ‘선의의 거짓말’로 여자친구나 아내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가끔은 이런 거짓말을 해도 괜찮은 모양이다. 사실, 힘들게 일하고 들어온 남편에게 “자기, 하루 종일 내 생각 많이 했어? 나 많이 보고 싶었어?”라고 애교스럽게 묻는 아내에게 “오늘 일이 많아서 네 생각 전혀 못했어. 미안해. 내일은 할게”라고 솔직히 대답할 수 있는 간 큰 남자가 얼마나 되겠는가?(아내들이여, 이런 ‘거짓말 조장 질문’ 제발 하지 마시라!)
그렇다면 남자들의 거짓말과 여자들의 거짓말은 어떻게 다를까? 미국 샌프란시스코대 심리학과의 모린 오설리번 박사는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서로 어떤 거짓말을 많이 하는지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분석했다. 그의 연구결과를 보면 남자와 여자 모두 가끔씩 거짓말을 주고받지만 그들이 하는 거짓말의 내용은 확연히 달랐다.
대학생을 상대로 한 이 조사에서, 남자들은 연인에게 주로 자신의 경제적 능력에 대한 거짓말을 많이 한다고 대답했으며, 결혼과 같은 장래 계획을 이야기할 때도 거짓말이 튀어나온다고 고백했다. 특히 사랑하지 않으면서 사랑하는 척하는 말을 종종 했으며 여자가 좋지 않게 생각할 수 있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도 거짓말로 얼버무렸다고 대답했다. 다시 말해 남자들은 자신이 여성을 부양할 수 있을 정도로 경제적 능력이 있으며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어 결혼과 같은 장기적인 관계를 맺기 원한다는 신호를 주기 위해 거짓말을 활용하고 있었다.
반면 여성들이 자주 하는 거짓말은 남자들과 목적이 크게 달랐다. 여자들은 성관계 뒤 남자의 성적 능력에 대한 느낌을 말하거나 오르가슴을 얼마나 느꼈는지 말해야 할 때 솔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남자친구나 남편이 자신의 얼굴이나 몸매에 대해서 물어볼 때도 가끔 거짓말을 했다고 대답했으며(도저히 솔직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사랑하는 남자가 얼마나 매력적이며 지적인지 물어보는 질문에도 과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대답했다. 그들은 자신의 처녀성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는데, 미국에서도 여성의 처녀성이 중요한 이슈라는 점은 다소 놀랍다.

여성의 결혼생활이 더 행복한 이유

남자는 사랑하는 여성에게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며 나의 미래는 당신이 믿고 따를 만큼 밝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반면 여성은 사랑하는 남성이 자신감을 유지하고 자존감에 상처받지 않게 하기 위해 배려의 거짓말을 한다. 남자들은 돈이 많고 우리가 장기적인 관계를 갖길 바란다는 신호를 여자에게 주기 위해 과장된 언어를 사용하며, 여자들은 남자에게 정절과 임신 능력을 과시하고 사랑의 감정을 지속시키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남성과 여성이 상대가 무엇을 가장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으며, 상대를 얻기 위해 거짓말을 할 때도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고백한 것이다.
실제로 이런 거짓말은 근사한 여자친구를 아내로 맞고 멋진 남자를 남편으로 만드는 데 어느 정도 기여를 했을 것이다. 미국 드폴대 림 콜 박사가 2001년 <사회 및 인간관계 저널>에 제출한 논문에 따르면, 연인들이 서로 거짓말을 주고받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 실제로 관계 형성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가 128쌍의 연인들을 설문조사한 결과, 연인들은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강화시키기 위해, 잘못을 저질렀을 때 비난을 막고 화를 풀어주기 위해, 상대방의 과거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실제로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당시에 그것이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 더 효과가 있었다고 대답했다. 믿음과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연인들도 그것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거짓말을 교묘히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사랑에 빠진 대부분의 연인들이 이렇게 거짓말을 서로 주고받고 있음에도, ‘나는 별로 거짓말을 안 한다’고 믿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설리번의 조사에서, ‘모든 커플이 종종 거짓말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은 흔쾌히 인정하는 연인들이 “당신도 가끔 거짓말을 합니까?”라고 물으면 “다른 사람들보다는 훨씬 적게 한다”라고 대답하더라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특히 여성에게서 더 많이 나타났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자신이 거짓말을 덜 하며 심지어 다른 여성에 비해서도 거짓말을 덜 한다고 스스로 믿고 있었다. 이것은 일종의 자기 기만이라고 볼 수 있는데, 때론 이런 자기 기만이 사랑에 빠진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자기 기만 덕분에 결혼 뒤 ‘내가 선택한 상대가 가장 적합한 짝’이라고 스스로 확신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랜 고민 끝에 확신 없이 결혼을 하게 됐다고 하더라도, 결혼 뒤에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훨씬 상대에게 잘 적응하며 높은 만족도로 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대개 거짓말은 관계를 파괴하는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한다. <연인들의 기만: 남자가 거짓말을 할 때 나타나는 여섯 가지 징후>(Romantic Deception: The Six Signs He’s Lying)라는 책에서 저자 샐리 캐드웰은 선의의 거짓말을 넘어선 기만행위는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진실이 상처가 될 때…

여성과 달리 남성은 종종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거짓말을 많이 하는데 그것은 관계를 위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때론 둘의 관계를 기대와 실망 속에 파탄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과거의 결혼 경력, 교육, 직업, 경제적 능력 등에 대해서는 절대 속이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렇다면 연인들은 언제 거짓말을 해야 하며 언제 하면 안 되는가? 놀랍게도 그 판단기준은 아주 간단하다. 대개의 경우, 진실이 거짓말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도움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결혼을 위해 신뢰와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가 거짓말을 해도 되는 유일한 예외는 “진실이 ‘상처를 주는 무기’가 될 때”이다. 오직 이때에만 거짓말이 용서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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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에 연재했던 최무영의 글인데

수학 공식이 많이 나와서 그동안 퍼오지 않았는데

양자역학을 설명하는 다음과 같은 부분은 흥미로운 점이라서 옮겨와보았다.

 

고전역학에서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인식과 관계없이 우주가 존재합니다. 그래서 알다시피 고전역학의 철학적 배경을 보면 데카르트(René Descartes)적인 사고가 담겨져 있습니다. 서양철학의 핵심은 결국 정신과 물질의 이원론이고, 그 원류는 플라톤(Plato)에 있다고 하지요. "서양철학사는 플라톤의 각주(footnote)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서양철학은 몇 천 년을 지나봤자 결국 플라톤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얘기지요.
  
  이 말을 한 사람이 화이트헤드(Alfred N. Whitehead)로 기억합니다. 이른바 과정철학(process philosophy)으로 널리 알려진 20세기의 중요한 철학자 중 한 사람입니다. 러셀(Bertrand A.W. Russell)이란 사람은 다 알죠? 화이트헤드와 러셀은 둘 다 철학자로 알려져 있지만 원래는 수학자로 출발했고 실제로도 수학에 중요한 업적을 남겼습니다.

 

 

 

 


  
  러셀의 역설(Russell's paradox) 같은 것은 수학 기초론에 아주 중요한 공헌을 했고 특히 두 사람의 공저인 ≪수학의 원리(Principia Mathematica)≫는 수학의 공리체계를 새롭게 바꾸고 이로부터 수학의 명제를 얻어내는 작업을 한 명저로 꼽힙니다. 물리학에도 조예가 있어서 화이트헤드는 물리학적으로는 중요하게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아인슈타인과 조금 다른 상대성이론을 제시하기도 했고 러셀도 몇 가지 물리학에 대한 저서를 남겼습니다. 두 사람 모두 과학철학 분야에도 관심이 많았지요.
  
  화이트헤드의 저서 중에 ≪과정과 실재(Process and Reality)≫가 널리 알려져 있는데 난해하기로도 유명합니다. 관심 있으면 한 번 열심히 읽어보세요. 문장도 난해하지만 철학, 수학, 그리고 물리학에 대한 상당한 지식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실 철학을 전공하는 분들은 수학, 물리학을 모르고 물리학 전공인 나 같은 사람은 철학을 모르니 이해하기 어렵지요. 따라서 제대로 이해하고 번역하기가 매우 힘들 겁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말로 번역이 되어 있지만 오히려 더 어렵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러셀은 더욱 흥미로운 삶을 살았던 사람입니다. 수학과 철학, 특히 인식론과 논리학, 분석철학, 과학철학, 언어철학, 그리고 교육, 종교, 정치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정열적으로 활동하였고 많은 업적과 저서를 남겼습니다. 노벨문학상을 받기도 했고 말년까지 반전, 반핵, 평화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해서 투옥되기도 한 참으로 놀라운 사람입니다.
  
  아무튼 고전역학에서는 인간의 인식과 관계없이 물질이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이원론적 사고가 깔려있는 것입니다. 이런 사고가 사실 우리의 인식에도 영향을 많이 주었습니다. 예를 들면 여러분 세대에서는 아니겠지만 예술에서 순수냐 참여냐 하는 논쟁이 상당히 활발하게 있었습니다. 고전역학에서는 우리가 대상의 운동 상태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으면서 위치나 속도를 측정할 수 있다는 생각이 전제돼 있습니다. 이는 다분히 순수주의 쪽의 바탕과 연결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인간의 의식과 물질은 관계가 없고, 우리는 대상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고 인식할 수 있다는 관점이지요.
  
  그런데 양자역학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알다시피 측정을 하느냐 안 하느냐가 대상의 상태 자체를 바꿔 버립니다. 측정이 필연적으로 대상에 영향을 주며, 따라서 대상과 상관없이 우리의 인식이 존재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것은 매우 놀라운 사고의 변화입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순수냐 참여냐 하는 말 자체가 별로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 에르윈 쉬뢰딩거


  양자역학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러 가지 있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해석에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양자역학을 반대한 입장에 섰던 사람으로 아인슈타인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사실 양자역학의 형성에 커다란 공헌을 했지요. 빛전자효과라던가 빛알 이론은 양자역학의 토대가 된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인슈타인 자신은 양자역학을 받아들이기를 꺼렸습니다. 그의 말 중에 "하느님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 (God does not play dice)"가 유명하지요. 양자역학의 확률적인 해석을 못마땅해 한 것입니다. 측정하기 전에는 확률로서만 말할 수 있다니, 결국 하느님이 주사위를 던져서 자연 법칙을 결정한다는 뜻이냐고 말한 것입니다. 이는 실재성과 관련되어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더 이상한 점은 이런 것입니다. 측정이 대상에 필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했는데, 어떤 대상을 측정했느냐 안 했느냐가 그 대상을 다르게 바꾼다는 얘기지요. 그러면 여러분이 밤하늘에 달을 볼 때랑 안 볼 때랑 달이 달라진다는 얘기입니다. 달을 본다는 것은 측정하는 것이지요. 달에서 나온 빛을 눈으로 측정하는 것이니, 여러분이 달을 쳐다보느냐 아니냐가 달에 영향을 준다는 말이 됩니다.
  
  이것이 믿어져요? 극단적으로 말해서 과연 쳐다보지 않으면 달이 없느냐는 것입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현상이란 언제나 관측된 현상일 뿐이다(A phenomenon is always an observed phenomenon.)" 관측하지 않은 현상은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양자역학의 해석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생겨나는데 다음 강의에서 다루기로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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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실천하신 이명박 때문에 먹거리 문제가 실존의 문제로 그리고 정치적 식민지 문제로 생각하게 되었다. 이제 무얼 먹어야 하나. 때마침 피터 싱어의 책이 나왔다. 피터 싱어는 평소에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한번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죽음의 밥상〉
피터 싱어·짐 메이슨 지음, 함규진 옮김/산책자·1만5000원

 

 

 


고기소비가 늘면서 공장식 대량밀집사육 시설과 대형할인매점도 폭증하고 있다. 업자들 호주머니를 불려주는 대신 거기엔 엄청난 환경오염과 비용전가가 뒤따른다. 동물 도살은 불가피한가? 그리고 옳은가? 우리는 이 오랜 관행을 앞으로도 계속해야 할까?

 

 

 

 

 


‘왜 채식이 바람직한가’ 실사로 입증
동물사료로 쓰이는 숫송아지들 ‘비참’
돈벌이 눈먼 식생활 비윤리성 고발



프린스턴대학 ‘인간가치센터’에서 생명윤리를 가르치고 있는 피터 싱어는 <다윈의 대답>이란 책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우리가 노력을 기울이기만 한다면 해결할 수 있는 약자와 빈자의 고통에 무관심하고, 착취받고 괴롭힘을 당하는 존재들이 느끼는 고통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그리고 최소한의 삶의 조건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고통 앞에서 주저한다면, 우리는 더는 좌파가 아니다. … 좌파는 그러한 상황에서 뭔가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주간지 <타임>이 2005년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명 중 한 사람으로 뽑았다는 ‘좌파’ 싱어가 오랜 작업파트너 짐 메이슨과 함께 쓴 <죽음의 밥상>(The Ethics of What We Eat)은 ‘착취받고 괴롭힘을 당하는 존재들’의 범주를 인간이 먹이로 삼아온 동물에까지 확대한다. 이들은 이미 <동물해방>(싱어) <동물공장>(공저) 등의 전작들을 통해 환경·생태문제, 동물권리 보호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켜 왔다. <죽음의 밥상>은 그런 주제를 한 단계 더 진전시킨다. 저자들은 먹을거리 선택을 기준으로 미국인 가정을 세 부류로 나누고 각 부류를 대표할 만한 전형적인 모델가족을 셋을 선정한 뒤 그들의 식생활 현장을 직접 좇아다니면서 실태를 확인하고 문제점들을 짚어낸다. 모두 4인가족들인데, 첫 모델가족은 육식 위주의 식단에 월마트 등 대형 할인가게에서 모든 먹을거리를 구매하고 외식 때도 패스트푸드 체인점을 이용한다. 대다수 미국가정이 이에 포함되는 ‘전형적인 현대식 식단’ 가족이다. 두 번째는 대부분 유기농 식품을 이용하고 지역의 현지재배 채소들도 즐겨 구입하는 ‘양심적인 잡식주의자’ 가족. 세 번째는 생선은 물론 우유나 달걀, 벌꿀 등 동물 관련 제품도 먹지 않고 오직 채소만 먹는 ‘완전한 채식주의자’인 베건(vegan) 가족이다.




 

» 식육동물 대량밀집사육과 대량도살·소비는 심각한 환경오염과 함께 동물권리와 관련한 윤리 시비를 낳고 있다. 사진은 서울 명동 한 백화점 정육코너에서 쇠고기를 손질하고 있는 직원. 광우병을 유발하는 육류사료를 사용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어느 쪽이 바람직할까? 정답은 세 번째 베건이다. 왜 그런가? 저자들이 칠면조 농장에 취업해서 똥구멍을 까고 인공수정 작업을 직접 해볼 만큼(하룻만에 나가떨어졌지만) 현장실사를 통해 그 걸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입증해가는 게 이 책이다.

예컨대 한국과 일본에 많이 수출되는 미국산 쇠고기 생산과정을 보자. 어미한테서 분리된 송아지는 좁은 축사로 옮겨진 뒤 귀 뒤쪽에 합성호르몬 임플란트를 이식받는다. 운동선수들 근육강화용 테스토스테론 대체제와 비슷한 약물인데, 유럽에선 금지돼 있다. 미국은 소한테는 투여해도 된다. 먹이는 주로 옥수숫대고 거기에 항생제가 들어간다. 항생제를 먹이지 않고는 위확장증 간염 따위 질병으로 죽을 가능성이 높다. 사육환경이 훨신 좋은 오스트레일리아 소들도 주로 한국과 일본에 파는 수출용만은 끔찍한 사육장 생활이 미국만큼 길다고 한다.

보통 20년을 사는 젖소들이 5~7만에 죽을 정도로 혹사하는 잔혹한 우유생산, 낳자마자 다수가 쓰레기장으로 가는 숫송아지들(동물사료가 된다) 얘기가 잔인하다. 한국계 박미연씨가 이끄는 단체 ‘죽이기 전에 동정을’로 세상에 드러난 지옥 같은 닭 사육장·산란장과 처참한 도살, 소비과정은 이미 악명이 높다. 저자들은 90마리의 동료들을 기억하는 닭뿐 아니라 물고기도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을 전문가들 실험을 끌어와 보여준다. 그럼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는 건 노예제 같은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주의 심리와 다름없는 ‘종차별주의’다.

오직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이런 대량 사육과 과잉소비가 생태환경 파괴를 얼마나 가속하고 있는지 생생하게 지적하지만, 초점은 인간 식생활의 비윤리성에 맞춰져 있다. 이젠 동물을 잡아먹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 세상이 됐는데 왜 끔찍한 짓을 계속하느냐고 저자들은 묻고 있다. 그건 잘사는 당신네들한테나 적용되는 것 아니냐, 식물은 생명체가 아니냐,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간주되는 생명체는 죽여도 괜찮은가, 인간의 생존 자체가 다른 생명체의 파괴 위에 비로소 가능한 것 아니냐 따위의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비윤리적인 동물파괴가 정당화될 순 없다. 그 점을 이 책은 설득력 있게 논증한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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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의 칼럼이다. 겉모양과 속모양을 구분하여 아름다움보다 내면을 강조했던 것이

오랜 역사의 교훈이었지만 실제로 인간은 현실에서 그것을 실천하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엄마의 뽀뽀를 많이 받더니, 권력도 부도 사랑도 모두 아름다운 자들에게로…

▣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1975년 미국 조지아주립대 제임스 뎁스 주니어박사와 닐 스톡스 박사는 사회학 저널에 흥미로운 실험 논문 하나를 발표했다. 그들은 두 사람이 좁은 인도에서 마주쳐 지나갈 때 어떤 사람이 먼저 피하는지, 또 얼마나 떨어져 지나가려고 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보행자 470명을 관찰했다.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보행자들은 지나가는 사람이 남자일 때 더 멀리 떨어져 피해주었으며(아마도 낯선 남자와 마주친 보행자들은 심리적 위협을 느꼈을 것이다), 아름다운 여성을 마주쳤을 때 평범한 외모의 여성 때보다 더 멀리 피해서 상대가 편히 지나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더라는 것이다. 이 실험을 통해 그들은 성별이나 외모에 따라 공간 지배력이 달라지게 된다고 주장했는데, 그들이 쓴 논문의 제목은 ‘아름다움은 힘이다’였다. 힘센 남성과 아름다운 여성은 세상을 살면서 더 넓은 영역을 확보한다는 얘기다. 왜 사람들은 아름다운 여성이 다가오면 먼저 자리를 양보해주고 그가 편히 지나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일까?




△ 근사한 외모를 가진 사람들은 국회의원이 되는 데에도 유리하다. ‘노원의 얼짱’은 4·9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사진/ 연합)





예쁜 여성 앞에서 오버하는 남자들

아름다움은 때론 권력이 된다. 문화방송 인기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보면, 평소 지나치게 겁없이 행동하던 멤버들도 김태희나 이효리 앞에서는 어린아이처럼 주눅들고 나약한 존재로 전락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땀을 줄기차게 흘리고 말도 제대로 못 건네다가 가벼운 터치만으로도 좋아서 어쩔 줄 모르며 뒤집어지는 그들을 보면서 시청자도 공감한다. 인기가 많고 적음을 떠나, 아름다움이 주는 강한 파워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여성이 아름다움을 발산할 때 남자는 예외 없이 오버한다. 경제학자 에른스트 로이들은 실험 참가자들을 모집해 얼음물에 손을 담그게 한 뒤 얼마나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희한한 실험을 한 적이 있는데, 결과는 더욱 요상했다. 시간을 재는 실험자가 아름다운 여성일 경우 남자 피험자들은 두 배 가까이 더 길게 얼음물의 고통을 참아내더라는 것이다(어리석은 남자들이여!). 심한 경우에는 실험 참가자들이 너무 ‘오버’해서 동상에 걸릴 때까지 참아낼 정도였다(여자들은 얼음물 속에서 무식하게 오래 참는 남자, 안 좋아해요!). 아름다움 앞에서 남성들은 지나칠 정도로 배려하고, 어리석을 정도로 헌신하며, 바보처럼 유치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여성도 예외는 아니다.
아름다움은 항상 좋은 것이며 사람들에게 동경의 대상이자 행복한 꿈이지만, 때론 그 이상이다. 독일 정신과 의사이자 과학저술가인 울리히 렌츠 박사가 쓴 <아름다움의 과학>(프로네시스·2008)에 따르면, 아름다움은 무소불위의 권력이다. 지나칠 정도로 아름다움을 찬양하고, 인간을 그저 ‘아름다움에 한없이 종속된 존재’로만 그리고 있는 렌츠의 주장에 사람들은 불편해하겠지만, 그 어떤 권력도 아름다움 앞에서는 꼬리를 내리고 그들을 각별히 우대하며 좋은 평가를 서슴없이 내린다는 사실에는 동의할 것이다.


 

 

 

 

예쁜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대우가 다르다. 텍사스대 심리학과 주디 랭루와 교수에 따르면, 산부인과 병동이나 산후조리원에서 첫 아이를 출산한 임산부 144명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 예쁜 아기를 낳은 엄마가 다른 엄마들보다 훨씬 더 많이 아기를 안아주고 키스를 했다. 예쁜 아기는 태어나면서부터 엄마에게 받는 키스 횟수가 다르다니, 무조건적인 엄마의 사랑도 아름다움 앞에서는 공정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성적 매길 때도 통하는 ‘미인계’

뉴욕 로체스터대 심리학과 데이비드 랜디와 해럴드 시걸이 자신의 제자들에게 여고생들이 쓴 에세이에 점수를 매기게 했다. 에세이 앞에 사진을 첨부하지 않았을 때는 학생들이 에세이 내용에 따라 충실하게 점수를 매겼으며, 10점 만점 중 6.6점에서부터 4.7점까지 좁은 점수 분포를 가졌다. 글 자체의 수준은 크게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에세이 앞에 사진을 첨부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예쁜 여학생의 경우 평균 1.5점 이상 점수가 올랐으며 매력적이지 않은 외모의 소유자들은 오히려 0.7점 정도 점수가 떨어졌다. 심지어 2.7점이나 떨어진 학생도 있었다. 사진 때문에 학생들의 점수 분포가 훨씬 넓어진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이력서에 사진을 붙이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지만, ‘선생님들이 성적을 매길 때 외모에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는 불행히도 여러 번 반복 실험을 해도 일관되게 나왔다.
텍사스 휴스턴대 학자들이 텍사스 법원의 판결 2235건을 분석한 연구 결과는 좀더 알려진 예다. 같은 죄를 저질렀더라도 판사들은 피의자의 외모에 따라 많게는 벌금 400달러에서 1400달러까지 차이가 나는 판결을 했으며, 형량도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특히 성범죄와 사기죄의 경우에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해서, 혐오감을 주는 외모를 지닌 남성 용의자들은 더 엄한 처벌을 받았으며, 같은 사기죄를 저질렀더라도 예쁜 외모를 가진 여성들은 형량이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근사한 외모를 가진 사람들은 국회위원이 되는 데에도 유리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번 총선 때에도 확인한 바 있다. ‘중구의 얼짱’ ‘노원의 얼짱’ 같은 표현이 공공연히 사용될 정도로 외모는 사람들에게 깊은 호감과 신뢰를 준다. 캐나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의회선거에 입후보한 후보들의 매력을 세 등급으로 나눠 득표 수와 비교했을 때 잘생긴 외모의 후보들이 그렇지 않은 후보들보다 거의 세 배 이상 더 많은 표를 얻었다. ‘존 F. 케네디 효과’라고도 불리는 이런 현상은 우리로 하여금 ‘아름다움은 권력’이라는 사실에 어쩔 수 없이 동의하게 만든다.
잘생기고 예쁜 것도 타고난 자산이어서 그들은 상류층과 결혼할 확률이 높으며, 수입 또한 10% 이상 차이가 난다. 그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훨씬 더 주목받고 선호되며 인기가 높다는 것이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그런데 정말 그들이 직장이나 학교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을 만큼 능력 면에서도 뛰어날까? 지적 능력이 더 뛰어나진 않더라도, 미남미녀들은 자신의 미모를 활용해 더 뛰어난 작업 능력을 발휘하고 있을까?
여러 번 반복된 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능력 면에서 외모는 아무런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근사한 외모를 가진 사람들은 신뢰감을 주고 뛰어난 능력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됐지만(그래서 그들의 연봉은 다른 사람들보다 평균 15% 이상 높았지만), 실제로 작업량이나 성과 면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실력 차는 없지만 연봉은 15% 차이

이렇게 실제적인 차이가 별로 없음에도 아름다움이 선호와 동경의 대상을 넘어 인간 사회에서 권력으로 행사되는 현상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믿기지 않겠지만, ‘아름다운 외모는 전생에 덕을 베푼 응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아름다운 사람들은 남들에게 미적 즐거움을 주기 때문에 이런 혜택을 받는다는 주장도 있다. 진화생물학자들이라면 아름다움이 생존과 종족 번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해석할 것이 틀림없다. 아름다움의 기준은 시대와 민족에 따라 다르지만, 진화생물학자들에겐 아름다움이 ‘건강하고 자기 관리가 확실하며 좋은 유전자를 가졌다’는 신호로 보일 것이다. 반면 심리학자들이라면 타인을 판단할 때 성격이나 능력 등 내면과 외모를 조화롭게 인식하기 위해 ‘외모가 아름다우면 내면도 근사할 것’이라고 추정한다고 인지부조화 이론을 내세울 것이다.
아마도 진실은 여러 가설들 사이에 존재하겠지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우리 뇌는 이런 아름다움을 판단하는 데 기민하고 예민한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타인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의 외모를 단 0.15초 만에 판단한다. 다시 말해 0.15초의 시간을 주나, 원하는 만큼 충분한 시간을 주나 외모에 대한 판단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그 짧은 순간 사람들은 눈에서 시작해 코와 입, 얼굴 형태를 차례로 관찰하고, 심지어 동공 크기나 속눈썹 길이, 좌우 대칭까지 순식간에 파악한 뒤 결론을 내린다. “이 사람, 내 타입이야!”
버나드 쇼가 말했던가. “미인은 처음으로 볼 때는 매우 좋다. 그러나 사흘만 계속 집안에서 상대해보면 더 보고 싶지가 않게 된다.” 이런 훌륭한 교훈은 미인과 사흘 이상 살아본 사람만이 얻게 될 수 있다는 것이 인간의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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