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중세 시대인 12세기는 스콜라 철학(Scholasticism)이 최고조로 발달한 시기다. 대표적인 저작으로는 토마스 아퀴나스(Tomas aquinas, 1224~1274)의 저작으로 알려진 신학대전Summa theologiae이다. 일명 보편 논쟁은 보편 개념이 실재하는가 아니면 인간의 사고 속에만 존재하는가에 대한 가장 핵심적인 스콜라철학의 최대 논쟁이었다. 바늘 끝에는 천사가 몇 명이 있을 수 있는지도 논했다고도 했던가. 허망하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중국에서 주희(朱熹, 1130~1200)와 친구인 여조겸(呂祖謙, 1137~1181)이 펴낸 근사록은 허망하지 않고 삶에 절실하다. ‘근사(近思)’라는 말은 논어절실하게 묻되 가까운 것부터 생각해 나간다면, 인은 그 안에 있다”(切問而近思, 仁在其中矣)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북송의 철학자 주돈이(周敦頤), 정호(程顥), 정이(程頤), 장재(張載) 등의 저서에서 발췌한 송대 성리학의 입문서라고 평할 수 있다. 이 책 안에는 송대 성리학의 주요 개념이 거의 모두 다루어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일상생활 속에서 필요하고 절실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추상적인 내용보다는 배움의 방법과 집안을 다스리는 일과 자신의 출처와 행위 방식의 문제로부터 다스림의 문제와 정치의 문제 등 일상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일들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김훈은 근사록을 평생을 옆에다 놓고 보았다고 한다. 그는 여기에 나온 글들을 읽으면 세상에서 까불면 안 된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고 평하고 있다. 아주 뻔한 얘기를 아주 뻔하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아주 어렵고 무서운 일들이기 때문이다. 나쁜 평가는 아니지만 나는 근사록을 읽으면서 당시 사대부들이 가졌던 삶에 대한 경건함을 무섭도록 느낀다. 물론 내가 감당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삶의 무거움은 아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근사록에서 다루고 있는 배움은 우리 시대에서 말하는 전문 기술과는 전혀 다르다. 흔히 자기 수양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단순히 개인적 인격을 도야하는 방법과 기술로 한정지을 수는 없다. 이 자기 수양과 자기 배려가 가져올 수 있는 사회적 파급력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려는 것이다. 그 절실하게 물으면서 가까운 일상적인 일들을 사고하는 태도에 담긴 아름다움의 사회 정치적 의미와 가치 같은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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