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난 기사인데 요즘 내가 이런 모습이 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고등학생때에도 상당한 자폐증에 걸렸다가 대학과 군 생활에서 좀 나아지는가 싶었는데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회식 빠지는 김 대리, 아무리 뛰어나도 박수 쳐줄 사람 없네
초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자기만의 城' 쌓고 스스로 고립
상처받기 싫어 만든 회피 수단… 혼자 행복해도 조직눈엔 '비정상'
서울 A초등학교 3학년 지수(9·가명)는 교실에서 혼자 앉는다. 지수네 반은 학생 수가 홀수여서 제비뽑기로 혼자 앉을 사람을 정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지수가 자진해서 담임 선생님에게 "혼자 앉고 싶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지수의 학업성적은 중상위권. 공부도 곧잘 하지만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귀찮아 '자기만의 세상'으로 들어갔다.
대기업에 다니는 이정민(34·가명)씨는 혼자 점심 먹는 게 익숙하다. 마주 보고 앉는 동료에게 용건이 있을 때도 말로 하는 대신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팀장이 업무 때문에 불렀을 때를 제외하고 사무실에서 이씨의 목소리를 듣기란 힘들다. 자연히 동료들도 멀어졌다.
타인과 어울리기를 거부하고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이른바 '스따(스스로 따돌림)'가 신종 사회 현상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 퍼지고 있다. 이미 사회 현상으로 굳어진 '왕따'가 타인으로부터 소외당해 비자발적으로 혼자 지내는 경우인 반면, '스따'는 자발적으로 외톨이를 선택하는 사람들. 적극적으로 타인과의 관계 맺기를 회피한다는 점에서 그저 혼자 놀기 좋아하는 '나홀로족'과도 다르다.
스따는 초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다양한 세대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의정부초등학교 오평진 교사는 "왕따에 비해 스따 아이들의 수가 많은 건 아니지만 고학년의 경우 한 반에 2~3명은 있다"며 "왕따는 심리적·육체적으로 피해를 입어 공론화되지만 스따는 다른 아이들과의 표면적인 마찰이 없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학 실험실에서 3년간 생활한 뒤 대기업 연구원으로 취직한 정진민(29·가명)씨. 입사 초기 점심식사를 같이 하자는 팀장에게 "조금 있다가 밥 먹을게요"라고 말했다가 '혼자 놀기 좋아하는 놈'으로 찍혔다. 그 후 정씨는 관계를 회복할 엄두가 나지 않아 동료와 거리를 두고 일에만 몰두했다. 하지만 동료들은 그를 '암초'로 생각했다. 아이디어는 반짝였지만 팀워크가 이뤄지지 않아 그와 일하기를 꺼렸다. 지난해 입사한 윤진현(28·가명)씨는 회식 자리에 아예 안 간다. "다른 약속이 있어서…"라고 얼버무린 뒤 그가 향하는 곳은 집. 소모적인 수다에 시간을 허비하느니 스따가 돼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게 생산적이라 믿는다.
2001년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LG전자·동부화재 등 대기업에 잇따라 생긴 사내 심리상담실에서는 요즘 스따 상담이 많아졌다. 8년 동안 B대기업에서 직원 상담을 맡고 있는 심리상담사 C씨는 "젊은 사원 중에 자신이 조직에 부딪혀 '실패자'로 낙인 찍히는 걸 두려워 방어 전략으로 스따를 택하는 이들이 있다. 과거엔 보기 힘들었던 유형"이라고 했다. D대기업 인사담당자는 "과거엔 업무 능력이 가장 중요했지만 요즘은 조직 적응력을 보는 인성검사를 강화하고 있다"며 "몇 차례에 걸쳐 조직 부적응자를 솎아내지만 그래도 팀워크를 거부하는 스따들이 나온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스따를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하지현 건국대 신경정신과 교수는 "자아가 너무 강해 '쇄국정책'처럼 자신을 타인으로부터 유리시키는 경우와 타인으로부터 상처받기 싫어 스따를 회피 수단으로 삼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박진생 원장은 "과거엔 집단에 속하지 못하면 고립된다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요즘엔 게임기·인터넷 등 혼자 소통의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다"며 "굳이 에너지를 써서 친구를 만들지 않아도 되는 사회 환경이 스따를 부추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국 사회가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 사회로 이행하는 단계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어려서부터 혼자가 익숙하고, 혼자서도 아쉬울 게 없는 상황에서 자란 신세대에겐 혼자 노는 게 전혀 외롭거나 힘들지 않다"며 "스따 자신들은 지극히 행복한데 집단주의를 기반으로 형성된 사회의 눈이 이들을 비정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스따 자가 진단 체크 문항
주위 사람들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데 대해 너무 과민하고 다음과 같은 증상 가운데 4가지 이상에 해당되면 스따일 가능성이 높다.
▲비판받거나, 인정받지 못하거나 거부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필요한 대인관계나 활동을 피하고 스스로 고립한다.
▲자신을 좋아한다는 확신 없이는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하지 않는다.
▲창피를 당하거나 놀림을 받을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극히 제한된 관계 이외에는 친밀한 관계를 맺지 못한다.
▲비난받거나 거부당하는 상황에 대해서 지나치게 집착을 한다.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결여돼 있거나, 스스로 부적절하다는 생각 때문에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는 것을 힘들어한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스스로 매력이 없다거나 열등하다고 느낀다.
▲위와 같은 감정들 때문에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것을 주저하거나 회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