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감·공포·분노에 신음하는 10대 성소수자들, 가출·자퇴·자살 시도 비율 높아
▣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인권 OTL-30개의 시선 ④]
많은 10대 레즈비언들이 성정체성 고민과 ‘아우팅’(남들에 의해 자신의 성정체성이 폭로되는 것)의 공포, 학교와 가정의 압박 속에 괴로워한다. 학교와 가정처럼 폐쇄적이고 10대에게 무한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직 안에서의 폭력은 10대 레즈비언들에게 큰 공포일 수밖에 없다. 탈출구가 없는 아이들은 마침내 자신을 해치는 길을 택한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가 10대 레즈비언 166명을 대상으로 2007년 벌인 조사를 보면, 58.5%가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고, 심층 면담 때도 많은 아이들이 자해와 자살 시도 경험을 털어놓았다. 숨어서 하는 자해는 오히려 이들의 절박함을 바깥세상에 드러낸다.

△ ‘이만큼 아파요.’ 학교와 집에서 ‘탈주’한 10대 성소수자는 공원 화장실 등에서 노숙을 했다고 털어놨다. 사진은 지하철역 계단에 앉아 있는 가출 청소년(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하자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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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 긋고 약을 삼킨 수많은 사연들
최근엔 온라인에 이른바 ‘자해 커뮤니티’까지 등장했다. 이미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는 일에 몰입하게 된 아이들이 모여 자해 이야기와 고민을 나누는 공간이다. 회원 수가 100여 명에 이르는 곳부터 이제 막 만들어진 곳까지 여러 개다. 이곳에 들어가봐도 성정체성을 고민하고 학교 생활의 어려움을 털어놓는 10대들과 마주칠 수 있다. 게시판에는 칼로, 수십 알의 약으로 자신을 해쳤다는 사연들이 가득하다.
부모의 손에 이끌려 정신병원에 갔다 온 17살의 글이 올라왔다. ‘여자이기 싫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는 아이였다. “병원에 갔어요. 성동일성 장애, 성정체성 장애란 진단을 받았습니다. 어머니가 우셨습니다. 심장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나루토>와 <블리치>란 일본 만화를 좋아한다며 올린 사진 속에는 짧은 머리의 앳된 얼굴이 웃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끔찍하다. “혹시 이성에게, 남자에게 연애 감정을 가진 적은 없어요?”란 의사의 질문에 그는 자신을 정신병자 취급하는 병원을 뛰쳐나왔다. 그리고 자해는 계속됐다.
“더 이상 의지할 수 있는 약도 없고, 팔목엔 자해를 할 수 있는 자리도 없다. 살 의미조차 모두 잃었다.” 이 글을 남긴 아이는 이 커뮤니티 안에서 커밍아웃을 한 16살 여고생이다. 그는 가슴에 압박붕대를 하고 다닌다. ‘압박붕대가 조여 숨을 쉴 수 없다. 호흡곤란으로 죽는가’란 말도 서슴지 않는다. 최근 여자친구를 소개받았지만 ‘그녀’를 잊을 수 없어 괴롭다. “사랑은 될 수 없었지만- 그 아이도 나도- 내가 그 애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이제 알았”기에 더이상 살 의미가 없다는 독백은 위태롭다.
그의 글에 공감의 댓글이 달렸다. “저 역시 그런 사람이 있어요. 그 아이가 저에게 ‘그런 짓(자해) 하지 마’라고 해서 잠시나마 자살 시도를 하지 않았지요. 한데 고백했다가 그 아이도 떠나고 주위의 모든 것이 사라졌어요.” 사랑의 좌절은 냉혹한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레즈비언으로 살아갈 날들에 누구도 조언을 해주지 않는다.
자신은 ‘바이호모섹슈얼’(양성애를 자신들 나름대로 일컫는 표현)이며 결국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냉소에 가득 찬 게시물도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사랑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다’ ‘사랑 같은 건 차라리 처음부터 모르는 게 더 속편하다’는 댓글이 이어진다. 글쓴이는 후에 ‘저 같은 분들이 많다는 건 정말 슬프면서도 강한 동료애를 느낀다’는 답글을 올렸다. 서로 자해를 끊을 수 있도록 다독이지만, 자해할 수밖에 없는 마음도 서로 끔찍이 이해한다.
학교에서 동성애자(이반)를 가려내 괴롭히는 현실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이반겸열1>에서 시뻘겋게 부푼 자신의 팔을 화면 속에 들이밀었던 10대 레즈비언 ‘천재’는 “(학교 쪽의 ‘이반검열’에) 분한데 아무 데에도 말할 수 없으니 자해는 유일한 화풀이 수단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혼자 숨어서 자해를 했는데 알고 보니 학교에서 ‘레즈’로 걸린 아이 8~9명 중에 6명 정도가 자해를 하고 있었다. ‘일차’(일일찻집)에 가봐도 팔목에 아대를 하고 다니는 애들은 상처를 가리기 위해서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요즘의 ‘띵’(10대 동성애자)들은 대부분 중학교 시절에 다른 ‘띵’들을 만난다. 강병철 삼육보건대학 교수(보건사회복지과)와 김지혜 전 대진대 교수(사회복지학과)가 청소년 성소수자 1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논문 ‘청소년 성소수자 생활실태 조사’(2006)를 보면, 성정체성을 인지하기 시작한 평균 연령은 13.8살. 그리고 평균 17.2살에 첫 번째 성경험을 했다. 이렇게 일찍이 성정체성을 깨닫지만 일찌감치 절망감도 찾아든다. 같은 논문에서 10대 성소수자 중 51.5%가 성정체성과 관련한 욕설 등 언어적 모욕을 당한 적이 있고, 13.8%는 주먹질이나 발길질 등의 신체적 구타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여성 성소수자 중에서 아우팅을 당한 경험은 38.8%로 남성(16.9%)에 견줘 높았다.

△ 한 ‘자해 커뮤니티’에는 ‘아파’라는 제목으로 피가 솟는 가슴을 부여잡고 있는 그림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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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활동가 유성(18)이도 중학교 시절에 교사가 작성한 ‘이반 리스트’에 올라 특별관리를 받았다. 중학교 때 부모가 이혼한 유성이는 아버지와 살았지만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고등학교 1학년에 학교를 나왔다. 그는 “돈이 없어서 사흘을 굶은 적도 있고 한 달 내내 라면을 먹은 경험도 있다”고 돌이켰다. 그래도 집으로 돌아가긴 싫었다. 이들의 가출에는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가정과 사회로부터 탈주하는 면도 있다. 그래서 남들은 가출이라 부르지만, 이들은 독립이라 생각한다.
가출 6개월간 공원 화장실서 노숙
부모도 어르다가 화내다가 정신병원에 끌고 가다 어찌할 바를 모른다. 부모와 아이의 충돌은 그래서 가출로 이어진다. 10대 여성 성소수자 166명(가출 경험 있는 107명, 없는 59명)을 대상으로 한 센터의 ‘물보라 작전’(2007) 조사를 봐도 ‘가족들이 나의 옷차림이나 외모를 바꾸라고 강요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 가출 청소년 중 15%는 ‘가족들이 나의 동성애를 치료하겠다며 강제로 상담이나 치료를 받게 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7.5%는 ‘가족에게 구타를 당했다’고 응답했다. 혐오를 넘어서 폭력에 노출된 경우도 있는 것이다. 물보라 작전이 심층 인터뷰한 지현(19)이의 증언이다. “아빠가 가둬놓고 때리고… 맞다가 굴러다니면서 맞는 게 이런 거구나. 발로 얼굴 차고 머리 누르고, 진짜 4시간 동안 맞다가….”
강병철 교수 등의 논문을 보면, 가출 경험이 있는 성소수자 청소년의 비율도 29.6%이다. 같은해 청소년위원회가 성정체성 구분 없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9.9%가 가출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것에 견줘 매우 높은 수치다. 처음 가출할 때의 나이는 15.52살(물보라 작전). 성정체성을 인지하고 한두 살이 지나서 가출한 결과다. 미국의 청소년 기관은 대략 가출 청소년 4명 중 1명을 성소수자 청소년으로 파악한다. 성소수자가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물보라 작전 조사에서 가출을 해본 경험이 있는 아이들 중 21명은 놀이터와 공원을 포함한 길거리에서 지냈다고 해 이들에 대한 지원이 시급함을 드러냈다. 물보라 작전이 심층 인터뷰한 정현(18)이는 공원에서 장기간 단체로 노숙을 했다. 10대 노숙인인 셈이다. 잠은 공원의 화장실에서 자면서 6개월을 버텼다. 노숙을 했던 친구들은 공원에서 자다가 이성애자 남성들에게 성추행을 당해도 경찰에 신고하지 못했다. 그는 “경찰에 가면 우리도 가출 사실이 드러나니까 신고도 못하고 참았다”고 말했다.
“가출 청소년 쉼터는 성소수자 꺼려”
그는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서 거리로 나왔다. 어머니는 정현이가 여덟 살 때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지 못해 집을 나갔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가출하자 정현이를 때리기 시작했다. 정현이가 레즈비언이란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는 딸의 성정체성을 욕하며 구타했다. 폭력을 못 이긴 딸이 가출을 시작하자 “아예 들어오지 말라”고 폭언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가출을 시작한 정현이는 가출 생활이 너무 힘들어 집에 가려고 일부러 사고를 치고 경찰을 부른 적도 있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가 오시지 않았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이후 약도 먹고 목을 매기도 하는 등 자살 시도를 자주 했지만 끝내 살아남았다.
가출한 이후엔 돈벌이 문제가 생긴다. 물보라 작전 조사 결과를 보면, 가출한 이후에 가장 많이 한 일은 편의점과 PC방 아르바이트(69.8%)였다. 이른바 ‘부치’로 불리는 남성스런 외모의 레즈비언은 일자리에서도 차별을 당한다. 외모 때문에 서빙 같은 여성적 일자리에서 배제되고, 성별 때문에 배달일 같은 남성의 일자리도 얻기 힘들다.
10대 띵들의 일부는 가출 청소년 쉼터에 들어가려 하지만 여기서도 차별은 계속된다. 센터 활동가 ‘잘해보지’씨는 “대부분의 가출 청소년 쉼터는 여전히 성소수자 청소년을 받기 꺼린다”고 전했다. 서울의 가출 청소년 쉼터란 쉼터는 모조리 전전했다는 정현이는 ‘XX쉼터’가 가장 좋았다고 말한다. 그곳엔 서로를 이해하는 ‘띵’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 (일러스트레이션/ 조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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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 교수 등의 논문을 보면, 미국 가출 성소수자 청소년의 56%는 기관에 있을 때가 더 위험하다고 느껴져 거리에서 지냈다고 응답했다. 그래서 미국에선 성소수자 청소년을 위한 특성화된 상담과 독립적인 쉼터를 운영한다. 물보라 작전의 조사를 보면, 가출 경험이 있는 청소년의 82.2%가 10대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하는 전문적인 쉼터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최초의 성소수자 국회의원 후보였던 최현숙씨는 카페, 도서관, 문화작업실, 숙소 등이 갖춰진 성소수자 청소년을 위한 공간 ‘무지개 등대’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는데 이것은 상당수 성소수자 청소년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이를 악물고 가족과 학교 안에서 버티는 아이들도 있다. 5월10일 청소년 성소수자 커뮤니티 ‘라틴’의 봄소풍에 체 게바라 목걸이를 걸고 나온 유진(17)이는 씩씩한 외모에 깊은 슬픔을 감추고 있었다. 유진이는 ‘커밍아우팅’이라는 말로 자신의 상처를 설명했다.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믿었던 친구에게 비밀을 약속하고 커밍아웃했다. 하지만 한 번의 커밍아웃은 영원한 아우팅으로 이어졌다. 커밍아웃 사실도 잊고 있던 중학교 2학년 때, 어디선가 자신이 동성애자란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다른 반에서 나를 구경 오는 아이들도 있었다”며 “졸지에 나는 동물원의 귀여운 원숭이도 아니고 징그러운 동물이 되었다”고 돌이켰다. 학교의 상담교사는 “네가 조심했어야 한다”고 말했고, 학교 바깥의 상담자는 “남자를 좋아해보라”고 충고했다. 유진은 “따뜻하게 손이라도 잡아주면서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길 바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한두 해가 지나니 어느새 경계성 성격장애까지 생겼다.
유진이는 “알고 지내던 게이 친구 한 명이 아우팅에 시달리다 결국 ‘내가 잘못했다’는 한마디를 남기고 자살했다”고 전했다. 강병철 교수의 논문을 보면, 미국에서 전체 자살 청소년 중에 성정체성 고민으로 목숨을 끊는 비율은 30%에 이른다. 하지만 한국에선 여고생 두 명이 손 잡고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도 성적 비관 자살이지 성정체성 비관 자살이 아니다. 이렇게 묘비명 없는 무덤이 쌓여왔다.
전문적 지원기관과 상담인력 부족해
위기에 처한 청소년은 있지만 도움의 손길은 찾기 힘들다. 물보라 작전의 조사를 보면, 10대 여성 성소수자가 ‘학교 상담실’을 이용한 비율은 2% 미만으로 극히 낮았다. 상담의 욕구는 크지만 신분 노출의 위험이 크고 상담 결과가 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청소년 성상담 기관의 교사도 고충을 느낀다. 내일여성센터 성교육팀 정한경씨는 “아무래도 동성애 경험을 모르니까 깊이 있는 상담을 하기가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YMCA 쉼터 거리이동상담 담당 심효진씨는 “성소수자 활동가의 성정체성 강의를 들은 뒤에는 성소수자에 대해 가졌던 두려움이 사라지고 상담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현재의 성교육은 사실상 이성애 교육에 그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 인권정책팀 활동가 ‘고리’씨는 “레즈비언 등 10대 성소수자들의 경우 자신에 대한 혐오감, 나는 어떤 존재일까 하는 두려움, 날 받아주지 않는 세상을 향한 분노 등을 표현할 길이 없어 자해를 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현재 이들을 위한 전문적인 지원기관이나 교육된 상담인력은 많지 않다. 고리씨는 “자해는 자기를 봐달라는 최후의 방식이며, 이만큼 아프다고 도움을 청하는 손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자해 커뮤니티에 오른 ‘아파’라는 제목의 게시물 안에는 ‘난 언제나 혼자 울어야 한단 말야’란 글과 함께 그림이 올라와 있었다. 피가 나는 가슴을 부여잡고 있는 손수제작물이다. 또 다른 게시물 말미에는 “어쩌면 누군가가 내 팔에 있는 상처를 보고 위로해주길 바라는 걸지도 모르겠어요”란 말이 있었다. 10대 성소수자들은 지금 우리에게 위태롭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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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범죄에 노출된 ‘공원’
해방구도 안전하지 않다
해방구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10대 레즈비언들이 모이는 서울의 한 공원은 행인이 적잖은 도심에 위치한 탓에 각종 폭력에 쉽사리 노출된다. 5월11일 이 공원에서 시비가 붙을 뻔했다. 소주를 마시던 노숙인이 화장실에서 짧은 치마를 입은 10대 여성에게 다가가 시비를 걸며 추행하려 했다. 다행히 이곳에서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던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이하 센터) 활동가들이 말려서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공원의 청소년 중에서 위기를 겪은 사람은 많다. 센터 활동가 유성(18)이는 전한다. “어떤 아저씨가 친구를 모텔로 끌고 가기에 우리가 몰려가서 구해왔어요. 마침 공원을 지나가던 경찰에게 이런 사실을 알렸죠. 하지만 경찰은 밤늦게 다니지 말라고 타이를 뿐이었어요.” 또래 남자애들은 “호모”라고 욕하다가 폭력까지 휘두른다. 10대 ‘띵’(동성애자) 성준이는 지난해 11월에 험한 일을 겪었다. “저녁에 남자애 5명이 몰려와 ‘나 게이야, 너 예쁘다’ 하면서 머리를 만지고 그랬어요. 힘으로 당하긴 힘들죠. 그날 아팠던 제 애인이 홧김에 병을 깨 피가 나고 결국엔 응급실에 갔어요.”
강병철 삼육보건대학 교수(보건사회복지과) 등의 논문을 보면, 미국에서 동성애 혐오 범죄의 가해자 다수는 청소년인데 가해자의 90%가 남성이고 50%가 20대 초반 이하다. 어쩌면 이 공원은 한국에서 동성애 혐오 범죄에 가장 위험하게 노출된 공간인 셈이다. 그래서 보호가 필요하지만 경찰도, 주민도 편견이 심하다. 공원 주변 주차장 관리인은 “쟤들은 동성연애해서 100% 성병 걸린 아이들”이라며 혐오감을 드러냈다.
미래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10대가 지나면 ‘탈반’을 시도한다. 탈반이란 ‘이반(동성애자)에서 탈퇴한다’는 뜻의 10대 레즈비언 용어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20대가 넘어서도 동성애자로 살려면 넘어야 할 장애물이 적잖다. 성인 레즈비언 커뮤니티와 단절된 탓에 삶의 모델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스무 살 즈음이 되면 ‘탈반한다’는 단체문자를 보내고 공원을 떠난다. 공원 출신인 리인(19)씨는 “탈반한 이후에 여전히 10대의 추억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오히려 더욱 공원 ‘띵’들을 욕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공원을 거쳐간 10대 여성들은 많아야 20대 중반을 넘지 않았다. 이들이 앞으로도 동성애자의 삶을 살아갈지 아니면 이성애로 편입될지 아직은 모른다. 10대의 경험은 기억의 상자에 괄호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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