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난 기사를 옮겨와 본다.

사주팔자도 과학으로 연구 가능하다는 이야기 아닌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영부인이 점성가와 상의하여 조언을 했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점성가들은 출생 당시의 별자리에 따라 그 사람의 기질과 운명을 점친다. 말하자면 인간의 삶은 그가 태어난 계절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점성술은 대표적인 사이비 과학으로 손꼽힌다. 그런데 근년에 점성술의 주장처럼 사람의 기질이 출생 시기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연구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먼저 운동선수에서 흥미로운 계절 요인이 확인되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의 심리학자인 애드 듀딩크는 1991~92년 시즌에 활약한 영국 프로축구 선수들은 9~11월생이 여름철에 태어난 사람보다 두 배 많은 것을 발견했다. 포르투갈과 이탈리아에서 각각 실시된 연구에 따르면 의과 대학생들은 4~6월에 유난히 생일이 많았다. 신장이나 수명에 대한 계절적 상관관계 역시 밝혀졌다. 1998년 빈대학의 게르하르트 베버는 오스트리아 군대에 10년간 징집된 50만명의 18세 청년을 대상으로 평균 신장을 조사하고 키가 태어난 달과 관계가 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3~5월 출생한 남자는 9~11월생보다 평균 6㎜ 큰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가브리엘 도블해머는 겨울에 태어난 사람들이 훨씬 더 오래 산다고 주장했다.









가장 진기한 계절적 영향은 과학자의 세계에서 발견되었다. 1999년 영국 심리학자인 마이클 홈즈는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진화론 등 논쟁의 소지가 많은 학설을 남보다 앞서 지지하는 과학자들은 10~4월 사이에 태어난 사람이 많다고 주장했다.

개인 기질과 출생 시기의 상관관계를 입증하는 사례가 속출함에 따라 과학자들은 계절 요인이 개인의 질병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주목했다. 특히 정신 분열증, 공황 발작, 알코올 중독 따위의 정신질환이 발병할 확률은 출생 시기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정신분열증의 경우, 1929년 스위스 심리학자인 모리츠 트래머가 늦은 겨울 태어난 사람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고 처음 주장한 이후로 수십 년 동안 여러 차례 엇비슷한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대개 2~4월생들이 다른 때 태어난 사람들보다 정신분열증 환자가 될 확률이 5~10%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오스트레일리아의 정신병 전문가인 존 맥그래스는 겨울철에 햇빛이 부족해서 태아의 뇌 발달에 필요한 비타민 D가 제대로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2~4월에 태어난 사람들이 정신분열증에 시달릴 위험성이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가을에 생일을 가진 사람들은 공황 발작과 알코올 중독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9~12월생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공황 발작으로 고통을 받을 가능성이 8% 더 많고, 9~11월에 태어난 남자들은 알코올 중독자가 될 확률이 약간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살 역시 출생 시기와 관계가 있을지 모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늦봄과 초여름 사이, 곧 4~6월에 태어난 사람들이 자살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006년 영국의 정신병학자인 에머드 샐리브는 '영국 정신의학지'(BJP)에 기고한 논문에서 자살자 2만5000명을 분석한 결과 4~6월생들이 17% 더 많이 자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4~6월생은 7~9월에 임신된다. 샐리브는 태아의 발육 기간에 햇볕이 산모의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쳐 태아의 뇌에 변화를 일으키고 결국 훗날 자살을 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연구 논문들도 자살이 계절적 영향을 받으며 햇볕이 가장 뜨거운 시기에 자살률이 비교적 높은 것을 밝혀냈다.





▲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

이러한 연구결과는 역학(epidemiology)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대량의 자료로 질병의 전모를 파악하는 의학을 역학이라 한다. 점성술의 영역에 머물던 계절 요인이 과학의 연구 대상으로 넘겨지는 셈이다.
입력 : 2008.01.11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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