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에 박홍규 교수가 쓴 칼럼이다. 중화주의에 대한 가장 기본적이면서 날 선 시각이다.

 

〈박홍규 / 영남대교수·법학〉
8월초 중공중앙당교 교수를 비롯한 몇 사람과 2박3일 합숙을 하며 현대 중국의 ‘중화주의’에 대해 토론했다. 중화주의란 세계 최고인 중국문화가 세계만방에 퍼져야 한다는 사상으로 그 이웃을 오랑캐(가령 한반도는 동이)라 하여 천시하는 점에서 화이사상이라고도 한다. 내가 그것을 제국주의라고 지적하자 중국인 교수는 애국주의에 불과한 것을 과장한다고 비판했다. ‘대국굴기’나 ‘동북공정’ 등에 대한 논의를 비롯하여 몇 차례 위기를 겪어가면서 예정된 토론을 겨우 마치기는 했으나 서로 입장 차이만을 확인한 동상이몽의 씁쓸한 합숙이었다.

 

 

 

 


2006년 11월, 관영 CCTV를 통해 중국 전역에 방영된 총 12부의 다큐멘터리 ‘대국굴기’(大國堀起-대국으로의 도약)는 세계 여러 제국의 흥망사를 다루면서 중국 제국주의를 대내외적으로 선양한 것으로 크게 히트해 지금까지도 반복 상영되고 있다. 특히 강조된 중국의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은 1949년 중국 건국 이후 약소민족의 자유와 자치를 약속한 중국 공산당의 강령을 한 순간에 폐기하고 사회주의라면 당연히 인정해야 할 세계평화주의를 포기한 것으로 최근 더욱 강화되고 있다. 즉 대내적으로 위기에 빠진 정치경제체제를 공산당 일당 체제하에 더욱 강고히 하고, 동요하는 소수민족을 더욱 철저히 묶어, 대외적으로 제국 중국을 강화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동북공정’도 마찬가지다. 1983년 이후 고구려 발해, 이어 신라와 백제까지 중국역사에 포함시키며, 요동과 요서를 포함한 만주지방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요하문명권으로 부각시켜 그 안의 모든 고대민족은 중화민족이라고 하는 ‘동북공정’의 궁극적 의도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요하문명을 바탕으로 한 대중화주의의 완료로서 고구려 발해, 신라 백제는 물론 고조선까지 중국사에 편입하려는 것이고 이에 반대하면 한간(漢奸), 매국노, 국적으로 홍위병식으로 비난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중국의 ‘애국주의’란 국가와 민족을 자명하고 절대적인 것으로 전제하고 내외로부터 상대화하는 관점이 결여된 제국주의다. 여기에는 세계 규모의 ‘公’, 근린제국과의 ‘共’, 개인과 집단의 ‘私’라는 계기는 전혀 없다. 이는 150년간의 강렬한 피해자 의식과 글로벌리제이션의 피해자의식이 복잡하게 교차하여 나타나고 있다.

현대 중국은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는 동상이몽인 사회주의, 자본주의, 중화주의를 함께 추구하고 있다.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에 반대해 생겨났고, 또한 중화주의를 반대하는 것인데도 중국에서는 이 세가지가 공존하며 시대에 따라 그 어느 하나가 강조되었다. 가령 마오쩌둥 시대에는 사회주의, 그 이후 덩샤오핑 시대에는 자본주의가 강조되었다. 그러나 그 사회주의도, 자본주의도 그 본래의 것과는 다르고, 특히 그 저변에는 중화주의가 있다. 그래서 중국 사회주의, 중국 자본주의라고 하나 이 중국이라는 것이 바로 중화주의의 중국이다. 따라서 사회주의나 자본주의라는 말도 중국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중국은 중화주의라는 그 참모습을 숨기고 사회주의나 자본주의라는 것으로 가장해왔고 우리도 그렇게 믿어왔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앞으로 중국이 아시아의 일원으로 아시아와 함께 걷는다는 보증이 없다는 점이다. 경제력은 글로벌화하고 핵을 포함한 군사력이 정비되고 있어서, 특히 앞으로 중국과 일본의 투쟁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것이 가장 쉽게 예상되는 시나리오다. 세계화라는 것 자체는 미국 중심의 제국화현상이지만 동아시아의 제국 내지 준제국적 경향은 더욱 강력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주장함이 위험하듯 중국이나 일본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주장함도 위험하다.

 

 

 

 



그러나 한국에서 중국을 정확하게 보기란 쉽지 않다. 수천년 동안 우리는 중화주의라는 세계관 속에서 살아왔고 조선 후기에는 우리 자신이 중화라고 생각하기도 했기 때문에 사실 이 중화주의라는 것이 중화요리만큼 친숙하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시대 500년은 중국의 사상인 유교, 그 중에서도 성리학이 국가이념으로 뿌리내렸기에 여전히 뿌리 깊어 최근 소위 유교자본주의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래서 ‘사상으로서의 중국=유교문명=공자 말씀=최고의 보편성’을 ‘현실의 중국’과 혼동하는 경향, 즉 중국(또는 유교, 또는 공자)을 절대시하는 중화주의의 경향이 있어서 이에 대한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우리 자신의 중화주의부터 씻어버려야 한다는 것을 이번 합숙토론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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