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벽침사록 - 벽을 마주하고 홀로 생각하다
류짜이푸 지음, 노승현 옮김 / 바다출판사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개인적으로 에밀 시오랑, 라로슈푸코 등 간단하지만 뒤통수를 때리는 잠언식의 성찰을 좋아한다. 하지만 언제나 아쉬운 것은 중국 문화에서는 왜 이러한 잠언식의 에세이들이 없었을까였다. 고대의 문헌들에는 이러한 잠언식의 뒤통수 때리는 문헌들이 차고 넘치지 않은가. 그런데 왜 현대 작가들이 쓴 이런 책들이 소개되지 않는 것인지.......

그러던 중 발견한 책이 바로 면벽침사록.

지은이 또한 고별혁명을 통해서 리저허우와 중국 문명 전반에 대해서 대담을 했던 류짜이푸 아니던가. 그의 간단한 사색의 편린 속에는 루신, 홍루몽, 그리고 선사들의 깨달음들이 녹아들어 사회와 인생 전반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다.

벽을 마주하고 홀로 생각한다는 면벽침사록은 그래서 혼자만의 시간 그리고 공간 속에서 마치 농익은 포도주를 음미하듯이 야금야금 혀를 적시며 맛을 보아야 한다. 적극적으로 추천할 수 있는 시간은 출퇴근의 지하철 속에서 혹은 누군가 마냥 한없이 기다려야만 할 시간에 이 책의 잠언들을 맛본다면 좁아터진 속세의 공간은 텅빈 혼자만의 공간으로 화하고 한없이 지루한 시간은 응집된 한 순간의 정적으로 변할 것이다.

아 그리고 또한 강추할 공간은 바로 화장실이다. 가장 집중도가 높은 공간이며 시간이 아니던가.

그리하여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벽이 어느 순간 뚝 터지는 황당함을 경험하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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