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을 찾아 다니는 마음을 안다.
나는 절을 찾을 뿐
부처를 찾지는 않는다.
나에게 있어 절은,
산비탈에 서 있는
오랜 숨결을 간직한
결이 고운 나무로 지어진 소담한 집.
그 이.상.은 아니다.
숨어 들고 싶고,
지친 마음을 다독이고픈...
종교적인 접근은
많은걸 깨뜨릴 뿐이다.
오래된 목조 건축물을 사랑한다고
그래서 절을 찾는다고
그래서.그래서. 부석사는
갈때마다 눈물이 난다고 고백하였더니...
나무결 만큼이나 결이 고운 지인은
대뜸 이 책을 들고 집앞까지 와서
손에 쥐어 준다.
책은 내 의도와는 핀트가 맞진 않았지만,
내소사로 떠나게 해주었고
하룻동안 요사채에서 책만 읽게 해주었으며
한밤중에 고무신을 벗고
맨발로
전나무 숲길을 걷게 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