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가 개통되었다는 소식을 보거나, 들어 이미 알고 있었다. 

어느 순간에 나는 그 고속철도에 탔는데, 어두운 터널로 들어서자 굉장한 속도로 달렸다.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는데, 가족단위였고 나는 혼자였다. 

롤러코스터와 같이 고속철도는 달리다가 급강하 했는데, 발이 허공에 뜨고 얼굴에 바람이 느껴졌다. 

원래 그와 같은 서늘한 스릴을 즐기는 터라 나는 무섭지 않았다. 철도가 멈추고 내리니 어느 항구마을이었다. 

오래된 관광지같은데, 불결한 시장도 함께 있었다. 한 여경찰이 볏짚을 들어 거기 쥐똥을 보여줬다. 그리고 가다가 죽은 비둘기도 보였다. 

나는 낡은 호텔에서 씻고 가려고 했는데, 어떤 여자가 양말을 잔뜩들고 나와 부딪혔다. 

그녀는 오늘 양말을 많이 얻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또 한 짝의 양말을 어떤 남자가 지나가다가 그녀에게 주었다. 

그녀는 어떤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탄 고속철도가 10분만에 아마 양재에서 아산정도까지 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다음에 엄마와 와야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기차를 타려다가 깼다. 


요즘 다시 꿈을 꾸기 시작한다.  

이 꿈 때문에 나는 오늘 8:59에 눈을 떴다. 지각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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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상이란 형상 없는 것의 흔적이다. 형상 없는 것이 형상을 배태하는 것이다. 그 역이 아니다. 질료가 현전하는 즉시 형상 없는 것이 형상을 배태한다. 하지만 질료는 극단적으로 아득해지는 것이다. 질료는 그 자체로는 아무런 형상이 가장 하등할 정도로라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사랑할 만한 것이 형상에 의해 형상화되는 존재이지 질료가 아니라면, 질료 안에 있는 형상이 영혼으로부터 유래하는 것이라면, 지성이 그보다도 더 고등한 차원에서 형상이고 또 욕망할 만한 것이라면 우리는 ‘아름다움‘의 제일 본성이 무형의 것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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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란 무엇인가 개념어총서 WHAT 6
고병권 지음 / 그린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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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었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고병권선생님의 민주주의 근거없음, 아르케 없음은 정신분석의 '대타자가 없음'을 상기시킨다. 사회를 지배하는 척도를 다수라고 한다면 그 척도에서 먼 것이 소수일 것이다. 우리의 민주주의 정체, 그 척도가 수가 많음의 다수라면 그 다수에 배제된 소수들의 힘, 잠재력은 셀 수 없는 것이다. " 우리는 (소수와) 다만 교섭하고 소통하고 서로를 변용 시킬 수 있을 따름이다. 그 역량이 우리 사회 민주주의 역량이 될 것이다. 들뢰즈 가타리는 '소수자는 단 한 사람의 성원으로 구성된다 해도 셀 수 없는 능력을 갖고 있다' 고 했다." 소수성이 어째서 중요한가에 대한 나의 막연한 의문에 실마리를 가져다 주었다. 얼마 전 책을 버렸는데, 다시 읽어보고 싶어 아쉬운 생각이 든다.  

‘미국의 민주주의‘의 저자 알렉시스 토크빌은 민주화에 대한 미묘한 입장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는 한편으로 프랑스혁명을 긍정하고 유럽과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민주화에 대해 지지의사를 밝혔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화와 더불어 대중의 노예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우려했다. 그는 미국의 민주주의에서도 전반적으로 미국의 민주주의 혁명을 추켜올리면서도, 점차 자율성을 잃고 중앙권력에 예속되어 가는 미국 시민들을 우려하며 글을 맺는다.
(중략) 그는 평등을 부인했다기 보다 평등-예속 짝을 부인했던 것이고, 이것을 평등-자유(자율)의 짝으로 바꾸려했다고 할 수 있다. 중앙의 권위 아래서 평등하지만 아주 무기력하고 서로에 대해 무관심한 개인을, 평등하면서도 서로 협력하는 공동의 존재로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 P35

앞서 나는 민주주의의 ‘아르케없음‘으로부터 민주주의가 통치자, 지배자의 권력이 아니라 ‘데모스의 힘‘이라고 주장했고, 민주주의란 고유의 근거를 갖는 정체가 아니라 ‘근거없음‘의 정체라고 주장했다. 즉, 민주주의 정체를 규정하는 특정한 근거(원리, 척도, 기준)를 갖지 않으며, 오히려 그 근거가 한계를 드러내는 곳, 그것이 비판에 직면한 곳에서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민주화가 의미하는 것은 ‘교정‘이 아니라 ‘이행‘일 것이다. 즉 정체를 그 척도에 비추어 바로잡는 일이 아니라 척도 자체를 바꾸는 일이 민주화라는 것이다.. - P37

따라서 민주화의 성패는 체제의 ‘이행‘에 있는 것이지 그것을 가장 많이 주도한 사람이 최고 권력자 자리에 앉았는지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다. 설사 민주화가 그것을 주도한 사람들의 집권을 낳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결과적인 것이고 상대적으로 부차적인 문제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한때 민주화 세력이었고 그 정부가 민주정부를 자칭한다고 해서 민주화투쟁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 민주주의를 특정한 아르케, 특정한 정부, 특정한 세력과 동일시 한느 사람들에게는 민주정부에 대해 민주화 투쟁이 일어난다.. - P37

민주주의를 좌우 엘리트들이 벌이는 대중 획득 게임으로 이해해서는 안된다. 물론 정책과 제도의 영역은 중요하다. 민주주가 바로 그것들은 아니지마, 민주주의는 또한 그것들과 관계해서 정의되기 때문이다. ... 이는 민주주의가 그 자체로는 특정한 역사적 정체와 동일시될 수 없으면서도 동시에 민주화 투쟁이 역사적 형식을 취하는 이유다. - P38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형상 없음‘은 데모스가 무엇보다 다양한 형상들의 번역가능하고 소통가능하며 연대가능한 집합적 신체라는 것을 가리킨다. 이는 근거를 공유하지 않고 척도를 공유하지 않는 다양한 존재들이 공동의 삶을 구축할 수 있는가, 서로 연대할 수 있는가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민주화란 이처럼 자격이나 조건, 척도를 넘어 다양한 존재들이 연대하는 것이고, 자기에게 부여된 형상을 넘어 공동의 삶, 연대의 삶을 구축하는 것이기도 하다. - P39

이제 우리는 ‘민주주의는 다수자의 통치인가‘라는 물음에 답할 때가 된 것 같다. 이미 앞에서 충분히 시사한 것처럼 나는 민주주의를 다수성의 획득과 동일시하는 시각에 반대한다. 여기서는 다수성이란 수적인 의미는 아니다. 들뢰지와 가타리가 말한 것처럼 다수성과 소수성은 일차적 수적인 구분이라기보다 척도 공리에 따른 구분이다. 한 사회를 지배하는 척도, 그것이 신분이든, 재산이든, 지식이든, 인종이든, 종교든, 그 척도에 의해서 다수성과 소수성이 규정된다.....반면 소수성ㅇ은 그 척도로부터 거리가 얼마나 먼가에 따라 규정된다고 하 ㄹ수 있다. - P40

그런데 민주주의 아르케가 ‘아르케 없음‘이고, 데모스의 형상이 ‘형상없음‘이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민주주의가 무엇보다 ‘‘소수성의 문제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수성과 소수성이 숫자가 아니라 척도(아르케)의 문제라고 했지만, 분명한 것은 만약 숫자가 척도의 역할을 한다면 그때는 숫자도 문제가 될 것이다...
어떤 정체가 ‘수‘를 척도로 삼는다면 그곳에서 민주화 투쟁은 수라는 척도의 싸움이 될 것이다. 만약 수적인 ‘다수‘로 모든 걸 결정한느 정체를 우리가 민주주의라고 부른다면 민주주의 이념이란 기껏해야 한 사회를 지배하는 상식과 통념 이상이 아닐 것이다. 나는 이 경우 통념에 맞선 소수적 투쟁이야말로 민주화 투쟁에 합당한 이름이지, 다수 의견을 이유로 그것을 제압하는게 민주주라고 생각지 않는다. 만약 어느 논자의 말처럼 민주주의 핵심이 "정당들이 특표를 위해 투표자 다수의 관심이나 선호에 반응하는 노력"에 있다면, 소수자들은 아마도 그런 민주주의에 의해 폭력적 배제를 경 - P41

하지만 이 글에서 말한 것처럼 민주주의가 근거 아래서 근거없음을 드러내는 것이라면, 그 심연에서는 어떤 것도 다른 것을 배제할 권위를 갖지 않는다. 거기서 모든 것들은 원초적으로 평등하기 때문이다.거기서는 수적으로 다수를 형성한 삶이 그렇지 못한 삶에 대해 우위를 차지할 근거가 없다. 우리는 다만 교섭하고 소통하고 서로를 변용시킬 수 있을 따름이다. 그 역량이 우리 사회 민주주의 역량이 될 것이다. 들뢰즈 가타리는 "소수자는 단 한 사람의 성원으로 구성된다 해도 셀 수 없는 능력을 갖고 있다" 고 했다. ....‘민주주의 힘을 세려 하지 말라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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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캉과 철학자들
구도 겐타 지음, 이정민 옮김 / 에디투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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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생각의 구멍들을 메꿀 수 있었다. 라캉과 데카르트, 칸트, 헤겔, 소크라테스... 라캉은 고정된 해석에서 정신분석적 새로운 해석을 내놓는다. 오랜만에 한권의 책을 완독했다. 다시 이는 독서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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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인생
백상현 지음 / 뮈톨로기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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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과 나이가 은유하지 못한 우리 자신의 욕망의 유래와 무의식에 관하여 쓴 정신분석가의 소설. ‘새로운 인생‘은 ‘새로운 글쓰기‘에서 촉발되었다. 새로운 은유는 우리의 무의식마저 감염시킨다. ‘새로운 인생‘이 나에게도 사건이 되길.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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