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들이 신경 쓰입니다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주를 시작으로 참 바쁜 나날들을 보냈다.
주말이고 평일이고 할 것 없이 매일을 남아
작업실에서 밥을 먹고 컴퓨터 앞에 앉아
눈뜬 직후 아침부터 저녁에 해가 지고,
밤이 되어 가로등의 불이 들어올 때까지
정신없이 일을 하느라 일상을 들여다 볼 틈이 없었다.

이럴 때면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먹고 사는 게 힘드네' 하고는 마음이 퍽퍽해진다.

무얼 위해 이렇게까지 내 일상도 들여다볼 새 없이
일에만 매달려야 하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에
한 번씩 의식적으로 나를 위한 시간,
내 일상을 지켜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을 하기는 쉬워도
막상 실현하려면 참 쉽지 않은데,
애쓰지 않아도 일상의 사소한 조각에서
그런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바로 이 책에 담겨 있었다.

일본 작가들 특유의 '사건이 없는 슴슴한 이야기'가
취향에 맞지 않는 사람도 있는 반면,
개인적으로는 특유의 서정성 때문인지
일본 작가의 글들을 꽤 찾아 읽곤 했는데
그중에서 최근 몇 년여간 그의 저서를 여러 권 읽곤
푹 빠지게 된 작가가 있으니
바로 이 책을 쓴 마스다 미리 이다.

마스다 미리의 책을 읽을 때면 독서를 한다는 느낌보다
나와 비슷한 처지인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
그리고 마치 내 마음속의 이야기를 대신 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 그 이름이 써진 책과 그림 만으로도
일단 마음이 편해지고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곤 한다.

그래서 바쁘고 피곤한 요즘이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내 일상을 즐거움과 행복 없이
'일'로만 가득 채울 수는 없어 하는 마음이 들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눕기 전 이 책을 펼쳐 들었다.

단숨에 책을 읽어내고는
어쩜 때 마침 이 책을 손에 들게 되었을까 하는
감탄어린 생각이 들었는데,
사소한 일상의 아름다움과 고단한 일상 속
'나만의 틈'을 발견하는 작가 특유의
서정적이면서도 장난스럽고 엉뚱한 시선이
조금은 삐딱해진 마음을 어루만져준 듯
편안한 하루 마무리가 되었다.

책의 서두에서 작가 마스다 미리는
인생에 별 필요없는 확인을 하느라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내려 갈 수록
그녀가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별 필요없는 확인'이 결코 불필요한 것이 아님을,
그 시간들이 되려 대부분의 시간을 살아내는
나를 다독이고 위로해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얼마전 바쁘게 일하다가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길,
신호등을 기다리다가 울타리를 타고 올라온
작은 담쟁이 덩쿨을 보고는 너무 귀엽다는 생각과
그리고 이렇게 자란 어린 잎이 기특하다는 마음에
사진을 찍어두었던 기억이 난다.

일상에 올리면서도 그런 글을 적었었다.

'바쁠수록 일상의 소소한 아름다움이나
사소한 행복을 놓치지 않고 챙기고 싶다.
세상에 중요한 가치가 많지만,
소소한 것들이 쌓여 완전한 행복이 되는거니까
일이나 돈, 물질 같은 것 말고도
이런 자연의 아름다움도 챙기고 싶다.' 하고.

어쩌면 내 마음 한 구석에서도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자리잡고 있었나 보다.

그런 마음이 결코 어리숙한게 아니라고,
이런 작은 소소함 속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만끽할 수 있을 때 일상과 인생을 살아가는
나만의 취향을 깨달을 수 있는 거라고
토닥여주는 기분이라 어쩐지 뭉클해지기도 했다.

문득 이렇게 피곤하지만 침대 머리맡에서
좋아하는 책 한 구절을 읽어내려 가며
마음이 뭉클해지고 눈물이 핑도는 이 순간 자체도
일상의 소소한 힐링이자
나를 살아가게 하는 작은 힘이 된게 아닌가 싶다.

의식적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을 만들려고
애쓰기보다는 일상속에서 내가 놓치지 쉬운
나만의 취향과 감성을 담은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 독서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번 여행지는 사람입니다 - 인생 키워드 쫌 아는 10인의 청년들
김소담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5세기 《석보상절》이라는 문헌에서는
'아름답다'라는 말에서 '아름'은 나를 뜻하는 '我'로,
'아름답다' 는 '나답다'는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내가 나다울 때 가장 아름답다니
얼핏 간단하고 쉬운 듯 보이지만
요즘 세상은 '나다운' 것을 실현하기란 참 어렵기만 하다.

《이번 여행지는 사람입니다》는
자기다운 삶을 사는 9명의 인터뷰이와 작가인 모모까지
총 열 명이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를 담았다.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직업을 탐색하며
재미있게 살아가는 그들의 '아름다운' 삶을 통해
없는 길을 만들어가는 즐거움을 소개한다.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는 노동을 고민하다
전업주부를 선언한 네 아이의 아빠 몽키,
무엇보다 남성이 자유로워지기 위해
페미니즘을 외치는 성평등 교육활동가 견과,
절반은 농사짓고 절반은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제주 소농들의 공동체를 꾸린 비나와 솔,
오랜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부산 영도 작은 섬으로 내려가
자기 집을 청년들에게 내어주는 심바,
몰려오는 불안 앞에 버티고 서서 지속가능한
열정을 고민하는 청년 대장장이 숫돌까지.

이 책에 소개된 인터뷰이들은 지극히 평범한,
유명하거나 알려진 사람은 하나도 없이
그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이웃과
친구로 존재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어떤 면에 있어서는 평범함을 벗어나
특이한 케이스에 해당되기도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의 범주에서 벗어난 방식으로
삶을 바라보고 살아가고 있으니
비가 오는 날 일부러 물이 고여있는 웅덩이로만 걷는
아이를 보는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말이다.

차를 타고 운전을 할 때면 우리는 보통
내비게이션의 도움을 받는다.
내비게이션은 보통 최단거리 우선, 최소 시간 우선
이런 식의 선택 옵션이 존재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결국엔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간다고 하면,

그들은 이 내비게이션의 안내는 무시한 채
모두가 향해가는 그 길을 벗어나
그저 내가 가고 싶은 길로 과감히 핸들을 돌리는 사람으로,
'경로 이탈 안내음'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어쩌면 내비게이션을 끈 채 운전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운전하다 보면 예상시간 보다
조금 늦게 도착할 수도 있고
때론 잘못 길을 들어 헤매느라 고생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내가 가고 싶은 길로 운전하며
길가에 핀 들꽃도 구경하고
아무도 없는 길을 신나게 속도를 내 밟아가다 보면
그만큼 즐거움과 추억이 쌓일 뿐 만 아니라
새로운 길과 세상을 알게 되고 익숙한 풍경에서는
볼 수 없던 유쾌한 경험을 하게 되니
그걸로 충분한 게 아닐까 싶다.

무모한 젊은 패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묵묵히 자신이 생각하고 꿈꾸는 대로 자신의 인생을
'나답게' 꾸려가는 그들의 도전과 마음이
어찌 틀렸다고 혹은 방황하는 거라고
누가 쉬이 판단할 수 있을까 싶다.

나에게 주어지는 인생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어떻게 내 인생을 살고 싶은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지며
마음이 하는 얘기에 귀 기울일 줄 아는 그들의 모습이
오히려 그 누구보다 멋지고 성숙한
삶의 자세라는 생각도 든다.

나 역시 늘 다른 이의 템포에 맞추어 가느라 힘들면서도
이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를 생각하기보다는
'사는 게 누구나 다 비슷비슷하지' 하고
체념하게 될 때가 많았었다.

용기 있게 '나다운 삶'을 실현해나가는
열 명의 청년들의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며
분명 때로는 어렵고 힘든 때도, 시행착오도 있겠지만
그 속에서도 내가 즐겁고 행복한 삶의 방향을
쫓을 수 있겠다는 건강한 기대감과
나도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설렘이 생긴다.

사는 게 아니라 살아남느라 바빠
재미와 내 마음은 이만큼 밀어둔 채 매일을 보내는
요즘의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시도인 것 같다.

그들의 모습이 어떤 시선에서는
'불안한 어른의 길'을 걷는 듯 보이는 삶이겠지만,
그들 모두는 삶을 걱정하기보다 낙관하며
자신이 설정한 지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지금은 없어 보여도 길은 반드시 생기며
거친 세상이지만 방향타만 놓치지 않는다면
길은 만들어진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있다.

내가 원하는 삶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는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나에게 들려 있으며
그렇기에 그 길은 정해져 있거나 남들과 똑같지 않으니
그 유일무이한 '나다움'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인생이 살만한 이유라는 것을 잊지 말자고
내 인생을 '나답게' 나아가는데 망설일 필요 없다고
스스로에게 용기를 되뇌게 해 준 책이었다.

지금의 걷는 길에 고민이 많아지고 때론 흔들렸는데,
어떤 인생이든 '나다운' 인생이라면
충분히 아름답고 즐거운 인생이 될 거라는
그 끝에 어떻게든 길이 만들어질 거라는 믿음이
잔잔한 힘이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부가 있었다 - 흔들리는 투자자를 위한 부자의 독설 41
정민우(달천) 지음 / 다산북스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 다양한 연령층에
많은 인기를 끌었던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어느 편에서는 아버지 역할을 맡은
성동일 배우가 이런 대사를 했었다.

"금리가 쪼까 떨어져서 15% 밖에 안하지만
그래도 따박따박 나오고 은행만큼 안전한 곳이 없지."

지금으로서는 엄청난 것 같은 은행금리가
그 당시에는 낮다고 한탄하는 모습에서
세월에 따른 격세지감이 느껴졌는데,

내가 어릴 적 부모님 세대가 한창 경제생활을 하던
1980년대 부터 1990년대는
직장생활을 통해 받은 월급을 가지고 생활하고,
좀 알뜰하게 '미래'를 생각하는 가정에서
은행에 저축하는 것이 '투자'의 전부가 아니었나 싶다.

그때만 해도 금리 덕에 꼬박꼬박 저축해두기만 해도
그 이자율 만으로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고,
또 집이나 차를 살 수도 있었으니 지금과
투자의 대상과 이유가 다를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지금은 저축만으로는 집을 사기도 빠듯하고
그렇기에 대출을 받는 경우가 허다한지라,
아무리 예전에 비하면 현저히 낮다지만
올라간 금리에 이자를 내느라 허리가 휘고
한창 금액이 널뛰는 부동산에 투자하자니
곧 '가격은 내린다'는 소문이나 경기침체기 때문에
흔들리는 마음은 자꾸 투자를 망설이고
안정적인 곳만 찾게 한다.

이 책을 쓴 저자 정민우는 30대에 전세금 1,500만원을
종잣돈으로 시작해 현재 100억대의 자산가이자
12년간 단 한번도 손해본 적이 없는 부동산 대가이다.

책의 표지와 도입부에 소개된 그의 성공을 접하고는
어떻게 그 적은 금액으로 시작해 어마어마한 부자가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누구나 빚을 지며 집을 얻고 평생 대출금을 갚으며
거북이 등껍질 같은 집을 지고 다니는거겠지 싶은
요즘 세상에 이렇게 대단한 성공이 어떻게 이루어진건지
알 수만 있다면 그런 미래가 나에게도 주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의 마음이 들기도 했고 말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부동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 일반인은 물론
어떤 방향으로 부동산 투자를 해야할 지 고민하는
초보투자자를 위한 바이블 같은 마인드셋을 제시하며

'이런 투자가 성공한다'는 공식같은 이야기보다
성공하는 투자를 위해 간과하지 말아야 할
우리의 '태도'와 바꿔야만 하는 '관점'을 깨우쳐주는데
그 초점을 맞추었는데

갭투자나 부동산 경매, 수익형 부동산을 보는 눈 등은
당장에 부동산 거래가 전무하다시피 한 내게는
어렵고 낯설은 부분이 많았지만,
'스스로 자신의 성공을 만들어낸' 자수성가한
한 사람의 마인드와 '부'를 바라보고 대하는 관점은
미처 생각해내지 못했던 부분을 자극하기도 했고

또 부동산의 종류에 따른 다양한 조언과 팁으로
'부동산으로 부에 다가가는 길'에 대한
그와 수강생들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막연하게 '나는 부동산 같은건 모르니까 안해'라고
생각했던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부모님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지금까지의 나는
'투자는 토끼와 거북이 경주처럼' 이라 생각해왔다.
리스크가 있는 투자는 수익을 눈 앞에 두고도
간발의 차로도 주저앉을 수 있으니,
그 수익이 미미하더라도 원금을 보장하고 안정적인
저축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여겼다.

부모님이 늘 저축만으로 집을 사고 늘리고,
부동산을 사는 것처럼 대출을 받아 이자를 내는 건
'진짜 내 능력이 아닌 불필요한 돈을 쓰는 것'이라는
생각에 한 번도 부동산 투자는 내가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말이다.

책을 읽어내려가며 단순히 당장 내 손에 주어질 수 있는
단기적 수익만을 계산하기 보다
이 경험으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더 넓게 바라볼 수 있어야 겠다는 가르침,
그리고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도 과감히 뛰어들 수 있는
판단력과 추진력이 있을 때
비로소 '부'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저축만을 투자의 전부로 삼았던 초심자이지만,
그가 책을 통해 써내려간 조언들을 통해
그 고정관념의 알을 깨고 나가면 내가 꿈꾸던 것 이상의
부를 가진 부동산 투자의 고수가 될 수 있을거라는
두근두근 떨리는 기대감이 든다.

부동산 투자를 떠나서도
성공한 사람들은 생각부터가 이미 다르기에,
그처럼 부자의 관점과 태도로 임하면
그 어떤 일이든 쌓아가는 시간과 경험 아래
다른 결말로 나를 이끌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곁에 두고 차근차근 공부해나가며
그의 책과 함께 멀지 않은 미래에 부동산 첫 발을
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평생 저축만 해오신 부모님께도 추천하고 싶은 독서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코타 가족
브랜던 홉슨 지음, 이윤정 옮김 / 혜움이음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체로키족 소년인 열 다섯살의 레이 - 레이가
오토바이를 타고 쇼핑몰에 가다가 인종주의를 가진
경찰의 오해로 인해 총격으로 죽게 된 것으로 시작한다.

그 이후 레이 - 레이 가족의 삶은 변했다.
15년후 가족은 따로 떨어져 살며 각자의 이유로
외로이 분투하며 살아가고 있다.

엄마인 마리아는 남편 어니스트의 치매가 악화되어
고민이 많은 한편 심한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고,
누나 소냐는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들과의 로맨스에
집착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으로는 고독한 삶을 산다.
오래전 가출한 막내 에드가는 가족들이 온통
레이 - 레이 중심인 것에 느낀 소외감을 달래려
약물에 의존하며 매일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가정에 특별한 일이 일어난다.
마리아와 어니스트는 한 체로키족 소년을
위탁보호하게 되며 그를 집에 들이게 되는데,
낯선 그 아이에게서 익숙한 누군가의 모습을
느끼고 혼란에 빠지게 된다.

딸인 소냐는 아이를 혼자 키우는 빈 호프라는 남자에게
아슬아슬하게 접근하는데, 만남을 거듭할 수록
그에게는 흥미를 잃지만 그의 아이인 루카에게는
알 수 없이 가까워지고 싶은 감정을 느낀다.

그의 약물복용에 지친 여자친구가 이별을 고하자,
약에 잔뜩 취해 홀로 모텔방 침대에서 잠을 청했던
에드가는 기차를 타고 가다 '어스름의 땅'이라는
어딘지 알 수도 빠져나올 수도 없는 공간에 빠진다.

이후 며칠간 이들은 육신과 영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기묘한 체험을 하게 되는데…….
이 가족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이 이야기는 각 등장인물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현실공간과 그들에게 벌어진 초자연적 현상,
가족의 죽음을 겪은 이후 각자 다르게 나타나는
트라우마를 폭넓게 보여주며 쉴새없이 빠져들게 하는
흡입력으로 나를 끌어당겼다.

나 역시 가족을 잃은 경험이 있기에,
처음에는 나의 아픔과 같을 그들의 슬픔과 그리움에
공감과 초점을 맞추게 되었는데,
읽어나갈수록 이 가족에게 닥친 현대적 비극과
그들의 조상인 체로키족 원주민이 맞닥뜨렸던
역사적 대학살의 연관성을 탐색하며

수 세기에 걸친 폭력의 유산에 여전히 시달리는
가족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서사를 통해
세대를 거쳐 대물림되는 트라우마와 지속적인
불평등이라는 더 넓은 시선으로 읽게 되었다.

또한, 중간중간 등장하는 체로키족 구전에 나타난
'눈물의 길'이라 불리는 인디언민족 대이동과
학살이라는 역사로까지 이어지게 되며,
인종주의가 만들어낸 사회문제와
시대를 넘어 여전히 계속되는 이 차별의 역사를
문학에 녹여내었다는 점에서도
참 의미있는 책을 만났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각 가족들의 트라우마는 각기 다른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엄마인 마리아는 위탁소년의 눈동자에서
아들의 영혼을 보기도 하고,
소냐는 스토커처럼 빈에게 접근하는 와중에
그의 아들 루카의 표정에서 남동생을 느끼기도 하며,
에드가는 여자친구 이름을 죽은 형의 이름처럼
바꿔 부르기도 한다.

얼핏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지만,
그런 등장인물의 행동을 제 3자의 시선이 아닌
당사자인 그들의 시선과 입장에서 보여주며
그들로서 살아보도록 그 고통속에 불러들임으로써
오히려 진심으로 공감하고 연민하게 된 것 같다.

비극적 사건 앞에 각자의 방식으로 슬픔에
대처해나가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영혼을 저미는 고통의 심연에 빠지게 하고
나의 아팠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도 했지만,

"어쩌면 연민이 치유인가 보다"하고 생각했던
마리아의 용서 아닌 용서,
루카를 위해 빈을 떠나게 해주는 소냐,
형을 미워했던 자신의 마음을 인정한 에드가가
어스름의 땅에서 떠날 수 있게 된
아픔의 과거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통해,
각자의 상처를 덜어내고 그들이 함께 살았던
'집'에서 모닥불을 사이에 마주하는 결말이
책장을 덮을 때는 마음을 무척 따뜻하게 해주었다.

비록 비극적인 일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릴 수는 없지만
대화와 회복, 조화와 평화, 연민과 공감으로
마침내 치유를 경험하게 된 그들의 용기있는 노력에
뭉클한 마음도 든다.

마음 한자락에 나 또한 위로와 치유가 되었으니
이 또한 참 감사한 독서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알게 된 모든 것 - 기억하지 못하는 상실, 그리고 회복에 관한 이야기
니콜 정 지음, 정혜윤 옮김 / 원더박스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쓴 저자 니콜 정은 한국계 이민자의 딸로,
태어나자 마자 한 백인 가정에 입양되었다.
양부모가 살던 오리건은 아시아인이라고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백인 마을로,
'그분들(친부모)은 너에게 입양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어'
라는 설명과 양부모의 충분한 사랑에도 불구하고
부모님과, 친구들과는 다른 외모로 인해
자라는 내내 많은 아픔을 겪는다.

자신의 정체성과 생물학적 부모에 대한 온갖 궁금증을
떨쳐낼 수 없었던 니콜은 결혼과 임신을 하게 되며
문득 친부모를 찾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데

그것은 아이에게만큼은 뿌리 없이 살아간다는 감각,
자신만 따로 떨어져 있다는 외로움과 고독,
윗 대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텅 빈 가계도를 물려주고 싶지 않은 것이 그 이유로
자신의 뿌리에 대한 궁금증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고자 조심스레 가족 찾기에 나서게 된다.

가족을 찾던 니콜은 중계인을 통해
먼저 친자매들과 연락을 주고받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어떤 거짓과 비극이 숨겨져 있음을 감지하고
또 한 차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암울한 가족사와 복잡하고 어두운 진실을 대면할지,
이제 적당히 물러서 재회의 기쁨만을 누릴지.

두려움이 앞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결, 관계, 뿌리에 대한 갈망 으로 그녀는
이 비극적인 가족사와 대면하기로 용기있게 결단한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희생했다고 생각했던 친부모는
완전무결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에 직면하고,
그 과정에서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모순되고 복잡한
존재인지, 진실이란 얼마나 복잡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친부, 언니와의 관계로
그는 자신과 그들의 감정, 생각을 제대로 읽어내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고 그렇게 차근차근 신뢰를 쌓아가며
자신의 정체성과 가족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고 성찰한다.

이런 고민을 하며 그녀는 자신이 낳은 아이들에게
어떤 역사를 들려줄지, 그리고 그 아이들이 어떻게
스스로를 규정하도록 도울지에 대한 부분에까지
생각을 확장하게 되는데,

이 과정을 통해 자신에게 친부모, 가족과의 재회는
그 자체로 평화를 되찾는 구원이 아니라,
그제서야 그 때부터 주체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뚜렷한 출발점이 된 것임을
깨닫게 된다.

결혼해 가정을 꾸린 부모님에게서 태어나,
다른 형제자매들과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가정.
이 일반적인 보통의 범주에 들어가있는 내가 가진
입양가족과 입양아를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편협했는지 새삼스레 느낄 수 있는 글 이었다.

'상실'이라는 감정은 본래 가정의 부모와 형제,
혹은 그 문화를 기억하는 사람에 한해
그것들을 잃었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이지
태어나자마자 입양되어
인생의 출발점부터 이미 다른 가정에 속한 경우에는
그 뿌리가 궁금할 수는 있지만
상실감이 느껴지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해왔다.

입양된 가정에서 충분히 사랑을 받으며 자랐지만
그럼에도 그 안에서 명백히 이질적인 존재로 느껴온 경험,
다른 생김새로 받은 숱한 놀림과 따돌림,
'백인이 아닌게 불편해'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해
심리치료를 받기도 한 작가의 담담한 자기고백을
읽어 내려가며 쉽게 단정짓고 편협한 시각을 가졌던
스스로에 대해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단순히 내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뿌리를 찾아나서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에게 상실을 안긴 가족의 모순적인 부분까지,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용기로
치유와 성장의 첫 걸음을 떼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나아가는 니콜의 모습에서
한 인간이 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는데,

어두운 부분을 외면하지 않고, 부정하고 지워내
없애는 대신 더 제대로 알고 받아들일 때
나 자신이 더이상 그 상실에 멈춰 있지 않고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는
깨달음도 얻을 수 있었다.

과연 내가 그였다면 가족을 찾을 마음을 먹었을까,
혹은 어두운 진실을 마주할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솔직히 자신이 없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며 진실을 마주하고 받아들여
스스로를 치유하고 성장해나갔을 뿐 아니라,
그를 증명하든 '니콜 정(정수정)'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써내려간 그녀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저 입양된 한 사람 만에게 해당된 이야기가 아니라,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아가는 그녀의 여정을 통해
삶의 위기마다 이를 어떻게 마주하고 나아갈 것인가
하는 방향을 고민하게끔 해준 의미있는 독서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