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들이 신경 쓰입니다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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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를 시작으로 참 바쁜 나날들을 보냈다.
주말이고 평일이고 할 것 없이 매일을 남아
작업실에서 밥을 먹고 컴퓨터 앞에 앉아
눈뜬 직후 아침부터 저녁에 해가 지고,
밤이 되어 가로등의 불이 들어올 때까지
정신없이 일을 하느라 일상을 들여다 볼 틈이 없었다.

이럴 때면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먹고 사는 게 힘드네' 하고는 마음이 퍽퍽해진다.

무얼 위해 이렇게까지 내 일상도 들여다볼 새 없이
일에만 매달려야 하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에
한 번씩 의식적으로 나를 위한 시간,
내 일상을 지켜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을 하기는 쉬워도
막상 실현하려면 참 쉽지 않은데,
애쓰지 않아도 일상의 사소한 조각에서
그런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바로 이 책에 담겨 있었다.

일본 작가들 특유의 '사건이 없는 슴슴한 이야기'가
취향에 맞지 않는 사람도 있는 반면,
개인적으로는 특유의 서정성 때문인지
일본 작가의 글들을 꽤 찾아 읽곤 했는데
그중에서 최근 몇 년여간 그의 저서를 여러 권 읽곤
푹 빠지게 된 작가가 있으니
바로 이 책을 쓴 마스다 미리 이다.

마스다 미리의 책을 읽을 때면 독서를 한다는 느낌보다
나와 비슷한 처지인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
그리고 마치 내 마음속의 이야기를 대신 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 그 이름이 써진 책과 그림 만으로도
일단 마음이 편해지고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곤 한다.

그래서 바쁘고 피곤한 요즘이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내 일상을 즐거움과 행복 없이
'일'로만 가득 채울 수는 없어 하는 마음이 들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눕기 전 이 책을 펼쳐 들었다.

단숨에 책을 읽어내고는
어쩜 때 마침 이 책을 손에 들게 되었을까 하는
감탄어린 생각이 들었는데,
사소한 일상의 아름다움과 고단한 일상 속
'나만의 틈'을 발견하는 작가 특유의
서정적이면서도 장난스럽고 엉뚱한 시선이
조금은 삐딱해진 마음을 어루만져준 듯
편안한 하루 마무리가 되었다.

책의 서두에서 작가 마스다 미리는
인생에 별 필요없는 확인을 하느라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내려 갈 수록
그녀가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별 필요없는 확인'이 결코 불필요한 것이 아님을,
그 시간들이 되려 대부분의 시간을 살아내는
나를 다독이고 위로해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얼마전 바쁘게 일하다가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길,
신호등을 기다리다가 울타리를 타고 올라온
작은 담쟁이 덩쿨을 보고는 너무 귀엽다는 생각과
그리고 이렇게 자란 어린 잎이 기특하다는 마음에
사진을 찍어두었던 기억이 난다.

일상에 올리면서도 그런 글을 적었었다.

'바쁠수록 일상의 소소한 아름다움이나
사소한 행복을 놓치지 않고 챙기고 싶다.
세상에 중요한 가치가 많지만,
소소한 것들이 쌓여 완전한 행복이 되는거니까
일이나 돈, 물질 같은 것 말고도
이런 자연의 아름다움도 챙기고 싶다.' 하고.

어쩌면 내 마음 한 구석에서도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자리잡고 있었나 보다.

그런 마음이 결코 어리숙한게 아니라고,
이런 작은 소소함 속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만끽할 수 있을 때 일상과 인생을 살아가는
나만의 취향을 깨달을 수 있는 거라고
토닥여주는 기분이라 어쩐지 뭉클해지기도 했다.

문득 이렇게 피곤하지만 침대 머리맡에서
좋아하는 책 한 구절을 읽어내려 가며
마음이 뭉클해지고 눈물이 핑도는 이 순간 자체도
일상의 소소한 힐링이자
나를 살아가게 하는 작은 힘이 된게 아닌가 싶다.

의식적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을 만들려고
애쓰기보다는 일상속에서 내가 놓치지 쉬운
나만의 취향과 감성을 담은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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