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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엔딩 라이프
정하린 지음 / 한끼 / 2025년 11월
평점 :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버거운 삶에 지친 사람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이 세상과 작별을 고하곤 한다.
다른 이들의 삶은 그렇게 무던해 보이는데
나의 세상은 왜 이렇게 힘들기만 한지,
이 삶을 끝내고 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만 같다.
하지만 그 발걸음을 붙잡는 손길이 있다.
한강 다리에는 누군가의 뛰어내림을 막기 위해
위로와 토닥이는 메시지가 적혀있고,
누군가는 뛰어내리려는 타인을 붙잡고 다시 이끌며
아직은 세상이 살만한 것을 실감하게 한다.
가끔 누군가의 마지막을 붙들어
생의 세계로 이끄는 타인의 손길을 접할 때면
그 순간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신이 잠시 머물러
구원을 허락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하린 장편소설 《네버엔딩 라이프》는
그런 접근으로 시작한다.
부모님을 잃고 세상에 홀로 남겨진
고등학생 소녀 서은은
학교에서 따돌림과 괴롭힘을 겪으며
삶을 쉬고 싶다는 마음에 강물에 몸을 던진다.
그러나 죽음은 허락되지 않고,
그녀는 매번 다시 삶으로 되돌려진다.
원로 신의 과중한 업무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들은
천계에 오를 수 없다는 설정 속에서,
서은은 죽음을 시도할 때마다
저승사자를 마주하지만
그 역시 그녀를 데려가지 않는다.
감정은 지운 채 죽음을 인도해온 저승사자는
끊임없이 삶을 포기하려는 서은이
점점 신경 쓰이는 존재가 되고,
그녀에게 쪽지 하나를 남긴다.
서은은 그 쪽지에 적힌 주소로
이끌리듯 찾아가게 되고,
그곳에서 경숙이 운영하는 카페를 만나게 된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서은을 보며
경숙은 그녀에게 방을 내주고
함께 일하자며 손을 내민다.
서은은 그곳에서 처음으로
평온한 일상의 기쁨과 따스한 정을 체감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를 깨닫는다.
고달픈 삶에서 벗어난 힐링을 넘어,
절망에 빠진 한 사람이 같은 고통을 겪는 타인을 통해
다시 삶을 배우고 함께 치유해나가는 과정은
각자 무거운 인생을 짊어지고 있어도
서로와의 연결과 소통 속에 견딜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에게 존재하는
'살아가는 마음'을 일깨워 주었다.
서은의 이런 변화는 자신에게만 그치지 않는다.
경숙과의 시간을 통해 다시 웃음을 되찾은 그녀는
저승사자에게도 감정을 깨닫게 하는
변화를 선사한다.
죽음을 인도하던 존재가 감정을 배우며
각자가 가진 절망을 회복으로 이끄는 과정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인간적 연대의 의미를 드러낸다.
그리고 이 불가능해 보이는 판타지 속에서
독자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잊지 쉬운
삶의 본질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책을 읽기 시작한 초반에는
죽음을 거듭하는 소녀와 저승사자의 관계가
로맨스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저승사자가 인간이었던 시절,
서은의 전생에서 서로 사랑한 사이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단순한 사랑을 넘어,
삶에 절망한 사람을 구하고
다시 살아내게 하는 바람을 담아냈고,
그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을 배우게 된다.
카페에서 경숙과 서은이 마주하는 다양한 인물들-
죽음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사람,
생에 매달리는 사람-을 통해
삶과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
혹은 생이 끝난 이후를 어떻게 맞이할지를
고민하게 한다.
누군가는 후회로 점철된 인생을 울부짖으며
떠나지 못하고,
누군가는 그래도 애썼다며
남은 이들이 너무 슬퍼하지 않기를 바라며
저승으로 향한다.
죽음을 반복하는 서은과
그녀를 데리러 온 저승사자의 이야기는
죽음이 아닌 '삶'을 되짚으며
앞으로 어떤 자세로 살아갈 것인지,
매일 당연하게 주어지는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마음을 베풀 것인지
생각하게 하였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해피엔딩 여부가 아니라,
살아있는 '지금'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
서은의 치유와 성장이다.
누구에게나 삶은 끝없는 고통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타인과의 연결 속에서 다시 이어질 수 있음을,
삶을 선택하게 만드는 힘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온기와 순간들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모두에게
서로의 상처를 나누고 공감하며
회복하자는 연대의 감정을 알려주었다.
수없이 죽음을 시도한 인물들이지만
죽음조차 삶을 멈추게 할 수 없다는 것,
살아가는 이유는 결국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발견된다는
작가의 따뜻한 위로는
마음속에 오랜 여운으로 남을 것 같다.
서은처럼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품은 사람,
가족이나 친구를 잃은 경험이 있거나
외로움 속에서 위로를 찾고 싶은 이들에게
《네버엔딩 라이프》는
치유와 힐링의 감정을 안겨줄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삶의 의미와 이유는
타인과의 연결 속에서 발견된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타인에게 내미는 작은 손길이 삶을 지탱하고
고통 속에서도 버티는 힘을 만들어 준다.
이 책의 메시지를 통해, 그 울림을 잊지 말고
일상 속에서 스스로와 주변에
따뜻한 온기를 놓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