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지는 사람입니다 - 인생 키워드 쫌 아는 10인의 청년들
김소담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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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 《석보상절》이라는 문헌에서는
'아름답다'라는 말에서 '아름'은 나를 뜻하는 '我'로,
'아름답다' 는 '나답다'는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내가 나다울 때 가장 아름답다니
얼핏 간단하고 쉬운 듯 보이지만
요즘 세상은 '나다운' 것을 실현하기란 참 어렵기만 하다.

《이번 여행지는 사람입니다》는
자기다운 삶을 사는 9명의 인터뷰이와 작가인 모모까지
총 열 명이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를 담았다.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직업을 탐색하며
재미있게 살아가는 그들의 '아름다운' 삶을 통해
없는 길을 만들어가는 즐거움을 소개한다.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는 노동을 고민하다
전업주부를 선언한 네 아이의 아빠 몽키,
무엇보다 남성이 자유로워지기 위해
페미니즘을 외치는 성평등 교육활동가 견과,
절반은 농사짓고 절반은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제주 소농들의 공동체를 꾸린 비나와 솔,
오랜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부산 영도 작은 섬으로 내려가
자기 집을 청년들에게 내어주는 심바,
몰려오는 불안 앞에 버티고 서서 지속가능한
열정을 고민하는 청년 대장장이 숫돌까지.

이 책에 소개된 인터뷰이들은 지극히 평범한,
유명하거나 알려진 사람은 하나도 없이
그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이웃과
친구로 존재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어떤 면에 있어서는 평범함을 벗어나
특이한 케이스에 해당되기도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의 범주에서 벗어난 방식으로
삶을 바라보고 살아가고 있으니
비가 오는 날 일부러 물이 고여있는 웅덩이로만 걷는
아이를 보는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말이다.

차를 타고 운전을 할 때면 우리는 보통
내비게이션의 도움을 받는다.
내비게이션은 보통 최단거리 우선, 최소 시간 우선
이런 식의 선택 옵션이 존재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결국엔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간다고 하면,

그들은 이 내비게이션의 안내는 무시한 채
모두가 향해가는 그 길을 벗어나
그저 내가 가고 싶은 길로 과감히 핸들을 돌리는 사람으로,
'경로 이탈 안내음'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어쩌면 내비게이션을 끈 채 운전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운전하다 보면 예상시간 보다
조금 늦게 도착할 수도 있고
때론 잘못 길을 들어 헤매느라 고생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내가 가고 싶은 길로 운전하며
길가에 핀 들꽃도 구경하고
아무도 없는 길을 신나게 속도를 내 밟아가다 보면
그만큼 즐거움과 추억이 쌓일 뿐 만 아니라
새로운 길과 세상을 알게 되고 익숙한 풍경에서는
볼 수 없던 유쾌한 경험을 하게 되니
그걸로 충분한 게 아닐까 싶다.

무모한 젊은 패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묵묵히 자신이 생각하고 꿈꾸는 대로 자신의 인생을
'나답게' 꾸려가는 그들의 도전과 마음이
어찌 틀렸다고 혹은 방황하는 거라고
누가 쉬이 판단할 수 있을까 싶다.

나에게 주어지는 인생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어떻게 내 인생을 살고 싶은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지며
마음이 하는 얘기에 귀 기울일 줄 아는 그들의 모습이
오히려 그 누구보다 멋지고 성숙한
삶의 자세라는 생각도 든다.

나 역시 늘 다른 이의 템포에 맞추어 가느라 힘들면서도
이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를 생각하기보다는
'사는 게 누구나 다 비슷비슷하지' 하고
체념하게 될 때가 많았었다.

용기 있게 '나다운 삶'을 실현해나가는
열 명의 청년들의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며
분명 때로는 어렵고 힘든 때도, 시행착오도 있겠지만
그 속에서도 내가 즐겁고 행복한 삶의 방향을
쫓을 수 있겠다는 건강한 기대감과
나도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설렘이 생긴다.

사는 게 아니라 살아남느라 바빠
재미와 내 마음은 이만큼 밀어둔 채 매일을 보내는
요즘의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시도인 것 같다.

그들의 모습이 어떤 시선에서는
'불안한 어른의 길'을 걷는 듯 보이는 삶이겠지만,
그들 모두는 삶을 걱정하기보다 낙관하며
자신이 설정한 지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지금은 없어 보여도 길은 반드시 생기며
거친 세상이지만 방향타만 놓치지 않는다면
길은 만들어진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있다.

내가 원하는 삶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는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나에게 들려 있으며
그렇기에 그 길은 정해져 있거나 남들과 똑같지 않으니
그 유일무이한 '나다움'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인생이 살만한 이유라는 것을 잊지 말자고
내 인생을 '나답게' 나아가는데 망설일 필요 없다고
스스로에게 용기를 되뇌게 해 준 책이었다.

지금의 걷는 길에 고민이 많아지고 때론 흔들렸는데,
어떤 인생이든 '나다운' 인생이라면
충분히 아름답고 즐거운 인생이 될 거라는
그 끝에 어떻게든 길이 만들어질 거라는 믿음이
잔잔한 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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