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텐션 -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본, 다시 찾는 매장의 비밀
변다혜 지음 / 파지트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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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남의 지갑을 여는 것은 쉽지 않다’는 말을 자영업을 시작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내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자일 때는 몰랐는데, 누군가의 마음을 설득하여 내 매장으로 발을 들이게 하고 지갑을 열어 돈을 쓰게 하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계산과 준비가 필요하다. 경기가 좋을 때는 흔쾌히 구매를 결정하던 사람들도 경기 불황이 이어지게 되면 좀 더 신중하게 지갑을 열고, 작은 것 하나에도 마음이 상하면 “다음”은 없이 발걸음을 끊기도 한다.


IT기업이나 게임회사 등에서 비즈니스 맥락으로 사용하는 ‘리텐션 Retention’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것을 잃지 않고 유지하는 상태를 뜻하는 단어로, 고객이나 인재가 이탈하지 않고 일정 기간 동안 계속 남아 있는 정도, 보통 고객의 재방문이나 재구매율을 의미한다.


장사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단발성으로 한번 구매를 하는 고객만으로는 유지가 어렵다.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수고가 들어가기 때문에 한번 우리 매장에 발을 들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줘서, 다음 또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 장기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 길에서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 나를 알리고 번호를 달라거나 만나자고 하는 것보다, 이미 나를 알고 있는 사람과 만날 약속을 잡는 것이 쉬운 것처럼 말이다.


《리텐션》은 15년 동안 미용실을 운영한 작가가 매장 운영을 하며 깨달은 재방문에 대한 노하우를 담았다. 광고 없이도 신규 고객의 90~95%가 소개로 오고, 고객 평균 유지 기간이 5년이 넘는 그녀의 미용실에는 어떤 비밀이 담겨 있을까? 장사를 하거나 고객을 직접 마주하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높은 재방문율과 충성도를 가진 그녀의 성공은 업무에 참고할 수 있는 좋은 나침반이 될 것이다.


책을 펼칠 때만 해도 같은 업종도 아니고, 나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녀의 노하우가 얼마나 도움이 될까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적인 측면으로 접근해 풀이한 50여 개의 개념들은 비단 미용 업종뿐 아니라 고객을 마주하는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들이 담겨 있었다. 작게는 온라인 예약이나 상담, 넓게는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에게 건네는 첫인사까지 15년 가까이 고객을 대상으로 한 일을 해온 나에게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포인트들이 있어 금세 몰입하게 되었다.


고객을 마주했던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제품의 퀄리티를 떠나 고객이 우리를 다시 찾는 가장 큰 이유에는 ‘고객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는 경험이 항상 전제되어 있었다. 지난번에 친절하게 상담해 주셔서 다시 찾아왔다던가, 다른 곳보다 작업하는 과정의 소통이 좋아 가격이 더 싼 곳이 있어도 일부러 우리를 찾는다는 칭찬에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어떤 것이 고객의 재방문을 유도했는지 제대로 계산하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책을 통해 예약 전화를 건네는 10여 초, 첫인사와 응대를 하는 짧은 순간, 그리고 모든 과정을 마치고 돌아서는 마지막 인사의 찰나 등 그 순간에 쌓인 감정이 고객이 ‘이해받고 있다’는 안도감을 준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단순히 고객을 붙잡고, 구매를 늘리기 위한 ‘두뇌 전략’이 아니라 고객이 무엇을 염려하고, 무엇을 기억하는지를 짚어주는 책을 통해서 내가 어떤 마음으로 고객을 대해야 할지 방향성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불만이 있는 고객이 직접적으로 불편함을 표현할 때도 있지만, 불만 없이 떠나는 ‘침묵의 이탈’은 내가 가진 문제를 파악할 새도 없이 고객과의 관계에 균열을 만든다. 책은 서비스를 받을 때 얻는 이익뿐 아니라 발생할 수 있는 위험과 손실을 먼저 계산하는 ‘손실 회피’의 관점으로 접근해 이탈의 원인을 본인의 실제 상담 과정, 시술의 선택 방식을 들어 섬세하게 설명한다. 고객의 이탈은 보통 실력이나 친절, 가격 등을 이유로 단순하게 생각하기 쉬운데, 고객이 어느 순간 부담을 느껴 떠나는지 발견하는 데 초점을 두는 접근법은 실제 나의 일과 고객 응대를 돌아보게 해주어 좋은 자극이 되었다.


구매를 마치거나 서비스가 종료된 이후에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첫인상이 형성되기 전부터 평가가 진행된다는 초두효과, 오히려 많은 선택지가 결정을 어렵게 한다는 선택 과부하, 대기 시간이나 작업 시간 등을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따라 고객이 받아들이는 의미가 달라진다는 프레이밍 효과 등 행동경제학 개념을 통해 고객의 리텐션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분석하여 실질적으로 와닿는 내용들이 많았다. 가장 강렬했던 순간과 마지막 경험이 전체 평가에 크게 작용한다는 피크엔드 법칙을 통해서는 상담의 마무리 멘트를 신경 써야겠다는, 그리고 별 뜻 없이 ‘정성스럽게 준비해 발송해 드릴게요. 남은 하루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는 말에 좋아했던 고객들의 반응이 떠오르며 나도 모르는 새 실천하고 있었던 리텐션의 포인트를 실감할 수 있기도 했다.


단순히 이론만을 나열했다면 어떻게 이를 내 업무에 적용할 것인가 고민이 컸을 것 같은데, 실제로 미용실에서 고객을 직접 맞이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을 덧붙여 보다 쉽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실제 사업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체크리스트와 예시가 준비되어 있어서 이를 수정해 본인의 업장에 맞게 수정하면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한 번씩 가격이 비싼 것도 아닌데 충분히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왜 고객이 늘지 않을까, 왜 재방문과 재구매율이 떨어지는 걸까 고민이 많았다. 직접적으로 ‘우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를 물을 용기도 없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는데 책을 통해 이 문제와 원인을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해 ‘사람’을 먼저 바라보는 마음을 배우고 나니 조금은 나아갈 방향을 찾은 것 같아 후련하다.


고객은 기술이나 제품이 아니라 경험을 기억한다는 것. 재방문은 운이나 감이 아니라 철저하게 준비하고 그들을 이해하는 구조와 시스템에 있다는 것을 제대로 배웠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이미 레드오션으로 포화된 시장이라 답이 없는 것만 같았는데, 이제라도 다시 나의 업무를 되돌아보며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되돌아보고 오래가는 구조로 발걸음을 내디뎌야겠다는 다짐이다.


나처럼 자영업을 하는 이들에게, 고객과의 응대나 상담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손님을 붙잡는 법, 잠깐의 얕은수가 아니라 고객을 바라보는 마음을 되짚으며 ‘무엇이 문제인가’가 아니라 ‘어디를 고쳐야 하는가’를 제대로 배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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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타이거의 포효
이상철 지음 / 시공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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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전쟁이 발생하면 생명에 대한 위협은 물론, 끝나고 난 이후에도 그 상처와 잔흔은 길게 이어진다. 한국전쟁이 지난지 벌써 한참이지만 전쟁으로 인한 고통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남아있다. 누군가는 전쟁으로 인해 가족과 뿔뿔이 흩어지기도 했고, 누군가는 가족을 잃기도 했다. 생존을 위협받는 이런 위험 속에서 내 가족만, 나만 생각하는 마음을 이기적이라 할 수 없고 어떤 면에서는 당연하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내 조국의 전쟁도 아닌 타국의 전쟁에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도움의 손길을 뻗은 사람들이 있었다.


한국전쟁에 파병한 나라들이 몇이나 되는지 제대로 아는 이가 있을까? 전투부대 16개국, 의료지원 6개국 등 총 22개국의 도움이 있었다고 한다. 미국이나 영국같이 엄청난 파병 규모나 기록이 남아있는 나라들은 익숙하지만, 태국이나 에티오피아, 남아프리카 공화국처럼 알려지지 않은 나라들도 있다. 도움의 규모에 관계없이 숭고한 희생은 다를 바 없거늘 우리는 이들의 참전과 희생에 대해 너무도 무지한 게 아닐까.


《리틀 타이거의 포효》는 한국전쟁에 자국의 군대를 파병한 태국군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파병을 결정한 나라, 육·해·공군을 모두 파병한 나라, 쌀 4만 톤을 지원한 나라. 1952년 폭찹 고지 전투에서 중국군의 대규모 공격을 막아내며 ‘리틀 타이거’라는 별칭을 얻은 태국. 하지만 그들의 놀라온 기록과 전우애, 희생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했는데, 책을 통해 그들의 희생을 제대로 마주하며 숨겨진 참전사를 배울 수 있었다.


태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표적인 휴양지라는 점이다. 나 역시 휴가로 태국을 여러 번 찾은 적이 있을 정도로 포근하고 따뜻한 날씨에서 여유로움을 만끽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여기에 아직도 왕권이 있고, 불교문화가 발달한 나라. 우리 K-POP 문화를 좋아하는 나라가 태국에 대해 내가 가진 이미지의 전부이다.


하지만 누구보다 우리가 전쟁으로 인해 힘겨워하던 시절, 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파병을 결정했다. 전쟁이 발발한 뒤 빠르게 파병 의사를 밝혔고, 군대를 보내기 이전에 쌀 4만 톤을 지원했다. 4만 톤이라는 숫자가 어느 정도인지 와닿지 않는데 무려 피란민 100만 명이 거의 석 달 가까이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단시간에 놀라운 경제 발전을 이끌어내며, 언제 전쟁의 상흔이 있었냐는 듯 과거를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래서 우리에게 도움을 주었던 타국의 온정의 손길은 금세 잊고, 그들에게 우리보다 못한 ‘후진국’이라며 무시하는 마음을 갖지는 않았나 모르겠다.


태국의 인도주의적인 도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춥디추운 우리나라로 자국의 병사들을 보내며 우리를 지키고 도왔다. 만약, 지금 같은 시대에 전쟁이 난다고 했을 때 과연 우리나라는 타국에 자국의 군인들을 파병할 수 있을까? 그리고 엄청난 자원을 어떤 조건도 없이 베풀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글쎄, 하는 생각이 든다. 내 조국도 아닌 타국의 보호와 안전을 위해 우리 군인의 생명을 담보로 잡을 수 있을 것인가 하면 망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분명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태국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피를 말리는 전투로 언급되는 ‘고지전’ 그중에서도 1952년에 있었던 폭찹 고지 전투에서 그들은 중국군의 대규모 공격을 막아내며 ‘리틀 타이거’라는 별칭을 얻어냈다. 그런 영광스러운 명예의 뒤에는 전쟁을 치르며 부상과 전사, 여전히 유해조차 찾지 못한 실종자들도 있다. 계속되는 공격에 맞선 방어전과 공방전에서도 죽음에 대한 극한의 두려움을 마주한 태국 군인, 청년들의 희생을 왜 우리는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을까 안타깝기만 하다.


그들 역시 누군가의 가족이자 남편, 아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가족과 고향을 떠나 타국에서 느껴지는 두려움을 넘어 자신을 희생하며 타인을 보호하고 지키고자 했던 마음에 먹먹함이 들었다. 매년 한국전쟁이 시작된 6월 25일이 되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애쓴 순국선열이나 전쟁의 피해로 고통받은 우리 국민들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회자되지만, 정작 우리를 위해 애쓴 타국의 희생은 조명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나 큰 규모로 참전과 지원을 보낸 나라들은 교과서나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나라들의 희생은 그림자처럼 가려진 것이다.


책을 통해 태국군의 참전 경로와 전장 기록을 재구성하며, 전선을 움직인 숫자뿐 아니라 그 속에서 힘겹게 하루하루를 보낸 태국 청년들의 삶과 희생, 두려움, 전우애도 엿볼 수 있었다.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꽤 오랜 시간 우리나라에 남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기도 했다.


누군가는 이곳에서 삶을 마감했고, 누군가는 실종자로 처리되어 영원히 돌아가지 못했다. 이들의 희생은 지나간 과거의 일이 아니라 남아있는 가족에게는 마무리 지어지지 못한 안타까움과 그리움으로, 또 한으로 남는 것일 텐데 이 혜택과 도움을 받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과제가 남았다.


그동안은 한국전쟁 참전 용사의 유해 발굴이 되었다는 뉴스를 접해도 별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고향을 떠나 타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희생된 이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나니, 이제는 그 소식이 다르게 느껴질 것 같다. 부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실종자들이 늦게라도 세상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그리고 그들의 참전사를 이제라도 우리 모두가 제대로 이해하고 인식할 수 있기를 말이다.


지나간 과거의 일이라고 이제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라고 치부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내가 편안히 그리고 안전하게 살아가는 오늘의 자유 앞에는, 아무런 조건 없이 자신을 던진 누군가의 희생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겠다. 한국전쟁을 우리만의 역사라 생각해왔는데, 이 땅을 지키기 위해 먼 곳에서 달려온 이들이 있다는 것을, 우리의 자유를 위해 함께 싸워준 그들에게 진 빚을 잊지 않고 그 과거를 발판 삼아 앞으로의 미래에 따뜻한 우호로 답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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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병동 -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가키야 미우 지음, 송경원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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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인생은 탄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의 선택(Choice)라는 말이 있다. 태어남과 죽음은 스스로 통제할 수 없지만, 그 사이의 삶은 매 순간 내리는 선택을 통해 채워나간다는 뜻이다.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선택의 길에서 우리는 옳다고 믿는 가치에 따라 결정한다. 그렇게 한번 결정한 선택은 되돌릴 수 없다. 그렇기에 때로는 내가 신중히 고민한 끝에 내린 선택이었어도 그 결과로 인해 힘들어질 때면 ‘다른 선택을 하면 어땠을까’하는 후회를 하기도 한다. 특히 인생이 얼마 남지 않은 막바지에 다다른 상황이라면 더욱 후회의 감정이 크게 다가올 것이다.


냉철하게 현대 사회문제를 꼬집는 픽션으로 인정받는 작가 가키야 미우의 《후회 병동》은 말기 암 환자를 돌보는 내과 의사 루미코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평상시 환자를 돌볼 때 다정하거나 살갑지 못하고, 말주변이 없어 때로 환자나 보호자들의 핀잔을 듣기도 하는 그녀. 그러던 어느 날 병원 안뜰에서 이상한 청진기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청진기로 환자를 진료하던 중 그 안에 숨겨진 특별한 비밀을 발견하게 된다.


이 청진기를 환자에게 가져다 대면, 그 환자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 배우의 꿈을 포기한 30대의 여성 사토코, 가족보다 일을 우선시했던 게이치, 딸의 결혼을 반대했던 과거를 후회하는 지토세, 친구를 외면했던 과거의 비겁함을 후회하는 고지. 말기 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이 환자들은 얼마 남지 않은 삶을 후회하고 있었다. 간절한 소원을 가진 이들은 루미코의 청진기를 통해 ‘과거의 다른 선택으로 이어지는 문’을 발견하게 된다. 가장 되돌리고 싶었던 인생의 시간으로 되돌아간 이들은 자신의 과거를 바꿔, 과연 인생을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까?


꼭 대단한 것이 아니더라도 사소하게는 진학한 학교나 직장, 혹은 단절된 인간관계를 바로잡는 등 크고 작은 후회의 마음을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을 되짚으며 이따금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 다른 인생을 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의 나래에 빠지기도 한다.


다시 살아보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소설 속 환자들이 희망을 품고 되돌아간 과거는 완벽한 행복을 가져오지 않는다. 엄마의 반대로 배우의 꿈을 펼치지 못했던 사토코는 과거로 돌아가 배우가 되는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지만, 막상 힘겨운 현실과 부딪치며 자신의 꿈을 반대했던 엄마의 마음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가족은 뒤로 한 채 일에 집중하느라 몸은 힘들면서도 가족과의 유대는 가지지 못했던 게이치는 시간을 돌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통해 진짜 자신의 가족들이 필요로 했던 것은 무엇인지, 아등바등 살았던 자신의 인생에 후회를 하며 진짜 중요한 것의 가치를 깨닫기도 한다.


딸의 결혼을 반대했던 지토세는 과거로 돌아가 반대하던 결혼에 찬성의 의견으로 바꾸며 결과를 바꾸려 하지만, 막상 결혼 반대만 아니면 행복할 것 같았던 딸의 삶이 행복하지 않은 모습을 보며 힘겨워 한다. 동급생의 도둑질하는 장면을 보고도 모른 척 한 채, 그 잘못을 친구가 혼자 뒤집어쓴 뒤로 인생이 꼬인 것을 그저 방관할 수밖에 없어 후회했던 고지는 과거로 돌아가서는 반대로 자신이 죄를 뒤집어쓰며 새로운 방향으로 인생을 바꾸고자 하지만 그때는 알지 못했던 사건의 진실과 숨겨져 있던 감정을 깨달으며 다시 한번 후회와 복수의 감정을 다짐한다.


후회되는 순간으로 되돌아가서 선택을 바로잡는다 해도, 그들의 인생에 행복이 찾아오지는 않았다. 누군가에겐 깨달음의 결말을, 누군가에겐 또 다른 후회를 가져오기도 했고, 차라리 모르는 게 좋았을 진실을 마주하며 힘겨워하기도 했다. 그런 것을 보면 그 후회의 감정의 본질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열망일 뿐, 사실 인생의 선택이 그리 간절한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로 되돌아가 새로운 선택과 인생을 살아본 환자가 세상을 떠나며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환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해 스스로를 좋은 의사가 아니라고, 능력 부족이라며 힘들어하던 루미코 역시 청진기를 통해 그들의 후회와 마음을 읽으며 조금씩 누군가의 감정에 공감하고 삶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태도를 배워가며 성장해나간다.


인생은 제아무리 똑똑한 사람이 살아낸다고 해도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후회는 뒤따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 이야기들은 다시 선택하더라도 여전히 후회하는 인간의 어리석음, 그리고 이따금 다시 행복과 깨달음을 얻어 가는 사랑스러움을 통해 완벽한 인생보다는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지금 그리고 오늘 하루를 소중히, 오롯이 살아내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가끔 과거로 시간을 돌린다면,이라는 전제하에 누군가는 엄청난 당첨금의 복권 번호를 외운다거나 주식 투자 등의 정보를 외우고 가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곤 한다. 하지만 실제 그렇게 해서 내 손에 돈이나 꿈꾸던 지위, 선택을 한다고 해도 우리가 완전한 행복을 가질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 선택으로 인해 인생에는 또 다른 갈림길이 나타날 것이고, 또 다른 선택 앞에 우리에게 후회는 여전히 남지 않을까.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시간과 인생을 미워하고 후회하기보다, 지금과 앞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더 의미 있음을 일러주는 이 책이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며 투덜거리는 현대인들에게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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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미래의 풍경
장강명 지음 / 해냄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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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1990년대 초에 개봉한 영화 〈BACK TO THE FUTURE〉. 타임머신을 타고 2015년의 미래로 이동한 모습이 그려졌다. 실제 2015년이 되었을 때, 과거 영화 속의 묘사와 현재가 어떻게 같고 다른지 비교한 것이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당시에는 실현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던 미래의 모습이 실제로 현실화되기도 했으니, 지금 상상하는 미래의 모습도 그때가 되면 일부 현실이 되지 않을까.


최근 몇 년 새에 큰 화제가 된 AI 기술. 챗 GPT로 리포트 작성이나 번역 등에서 도움을 받기도 하고, 생성형 이미지나 딥페이크 영상 제작 등 실제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화되었다. AI 기술의 적용 범위도 점점 확대되어 미래에는 많은 직업군이 사라지게 된다는 전망이 있을 정도이다.


과연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AI 기술이 편리하고 안전한 삶을 약속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움이 앞서기도 한다. 간편해진다는 것을 이유로 ‘인간만의 고유성’이 사라지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든다.


SF소설 하면 손꼽히는 작가 장강명이 신작 《근미래의 풍경》을 통해 기술이 삶과 사회를 바꾸는 순간을 담아냈다.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기술이 아니라 실제 미래에 나타날 수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상상들 속 장면들을 짧은 소설로 엮었다. 편리할 것 같은 기술, 인간의 부담을 줄여줄 것 같은 기술이 현실이 되었을 때 과연 변질되는 가치는 없을까? 이 변화하는 풍경이 나에게 어떤 체감으로 다가올지, 그 답을 책을 읽는 독자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시간을 통해 찾게 한다.


많은 부분에 있어 GPT의 도움을 받는 지금의 모습을 시작으로 디지털 초상권, 인공 자궁, 멸종 생물의 복원, 디지털 아바타, AI 직원 등의 소재는 분명 간단하고 편리한 기술인 것 같지만 그 안에서 묘한 불편함과 한계를 마주하게 한다. 인간다움이나 융통성을 느낄 수 없는 ‘학습된 대로’ 움직이는 AI의 단점이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뒤로 한 채 삭막하게 단절되는 관계를 마주하며 씁쓸하기도 했다.


출산을 하다가 생명을 잃는 산모나 아이, 직접 직원을 마주하거나 통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정적 클레임 등을 생각하면 인공 자궁 서비스나 AI 직원은 장점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학습된 데이터만으로 환자의 상태나 문의에 응대하느라 서로 간의 유대나 공감을 잊게 된다는 건 과연 ‘누구를 위한 기술 개발인가’라는 의구심을 들게 하기도 한다.


기술 개발을 활용하되 여기에 잠식되거나 휘둘리고 싶지 않은 마음, 그러면서도 뒤처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어떤 선택과 답을 내릴지 한순간에 결정할 수는 없을 터. 다양한 가능성과 마주할 수 있는 현실을 담아낸 이 책은 픽션이지만 언젠가의 현실이 될 것 같고, 그렇기에 더 가벼운 마음으로만 읽을 수는 없었다.


이렇게 변화한 미래가 과연 모두에게 행복을 안겨줄 것인가 묻는다면 그것은 절대 아니다. 기술에서 배제된 그리고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도태되는 사람이 될 것이고, 아무리 이 기술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 하더라도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가 훼손된다면 아무리 좋아 보이는 기술이라 하더라도 사용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는 자연임신이 불가능한 사람이 많아 입양밖에 방법이 없었다면, 이제는 인공수정 등을 통해서 ‘난임은 있어도 불임은 없다’는 시대가 되었다. 시험관 시술 역시 처음에는 인공적으로 생명을 만든다는 점에서 윤리적인 비판이나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며 더 나아가 내 몸이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힘들지 않기 위해 할리우드 배우들은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는 경우도 많아지며 인식이 바뀌게 된 것이다.


지금은 인공 자궁이라는 것이 굉장히 비인간적이고 모성애를 지우는 기술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유전적인 결함으로 인해 임신이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자 기다리는 기술일 수도 있다. 꼭 직접 낳아야만 모성애가 생기는 걸까. 임신을 여성만 할 수 있지만 아빠 역시 직접 출산을 하지 않았지만 부성애가 생기는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인공 자궁에서 태어난 아이를 둔 엄마도 키우면서 모성애가 생길 수도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책에서 보여주는 미래의 모습은 옳고 그름을 따지고자 함이 아니다. 나타날 수 있는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고 제시하되,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과 잃을 수밖에 없는 점을 고루 보여주며 기존의 가치를 바꾸더라도 기술을 도입할 것인가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삶에 만족할 것인가를 ‘질문’하는 것이다.


피식 웃음 짓게 하는 이야기도, 조금은 뜨끔하게 되는 이야기도, 어떤 이야기는 ‘이 정도 기술은 괜찮은 것 같은데’ 싶은 생각도 하면서 앞으로 다가올 근미래의 풍경을 예측해 보는 재미가 있기도 했다. 분명 픽션이지만 실제로 어느 정도는 현재의 기술 개발과 맞닿아 있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이 책을 펼쳐 보았을 때, 영화 〈BACK TO THE FUTURE〉와 현재를 비교했듯 지금의 생각과는 또 다른 새로운 마음을 마주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사랑과 우정, 돌봄과 애도까지 기술이 대신해 주는 사회. 사회의 가치와 권력까지 재편될 그 모습이 과연 어디까지 현실이 될지, 그 안에서 내가 후회하고 되돌리고 싶을 가치는 없을지 궁금해진다. 편리하되 인간다움은 잃지 않기를, 그럼에도 여전히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이 꼭 쥐고 있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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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없는 삶에 대하여 (국내 최초 단권 완역본) - 에픽테토스 스토아 철학 전집 ㅣ 현대지성 클래식 80
에픽테토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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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종영한지 한참이 지났지만 많은 이들에게 여전히 자주 회자되는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그중 기억에 남는 회차 중 하나는 과거에서 온 사람의 콘셉트로 길가의 시민들을 만났던 장면이었다.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오?”라는 출연진의 질문에 어떤 사람이 “회사원이오.”라고 답했고, “회사원이 뭐 하는 사람이오?”라는 재질문에 “노비요.”라고 대답해 한바탕 웃음을 자아냈었다.


요즘은 스스로를 시대의, 혹은 사회의 ‘노예’라고 표현하는 이들이 많다. 다 ‘잘 먹고 잘 살자’고 매일을 발버둥 치지만 손에 쥐는 것도, 충만한 행복감을 느낄 새도 없이 삶은 나를 한계까지 몰아붙이기만 하며 자유 따위는 사치가 된 기분이다. 작게는 입시나 취업, 사업 실패 혹은 불치병이나 질환 같은 질병, 늘 부족한 돈과 가난. 그리고 언젠가 누구나 마주해야 하지만 두렵기만 한 죽음. 그리고 타인으로부터 받는 비난 등은 우리에게 숨 쉴 여유조차 만들어주지 않는 것 같다.


어떻게 해야 이 두려움에서 벗어난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불편한 상황에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좋을지 헤매는 우리들에게 《두려움 없는 삶에 대하여》는 철학가 에픽테토스 스토아 철학의 메시지를 바탕으로 현대에도 적용할 수 있는 해답을 제시한다.


에픽테토스는 서기 55년 경 태어나 노예로 살다가 해방된 뒤 철학을 가르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사상은 ‘의지’에 초점을 맞춘 철학으로, 살아 있는 동안 단 한 권의 책도 쓰지 않았지만 그의 강의를 담은 제자의 저서 《담화록》과 《편람》을 통해 가르침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이 책은 담화록 1~4권부터 편람과 단편까지 에픽테토스의 가르침을 모두 담아, 그가 전하고자 하는 스토아 철학의 진수를 한 권에 만나볼 수 있다.


에픽테토스는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상황보다 자신의 판단과 선택에 집중하라는 실천적 지혜를 전한다. 보통 ‘철학’하면 이해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지기 쉬운데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평정심의 유지, 내면의 자유를 지키는 삶을 강조하며 보다 현실적으로 와닿는 내용이었다. 이미 벌어진 일의 결과보다 내가 책임질 수 있는 행동에 집중할 것, 원하는 것을 줄이고 내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미리 살피되 내가 느끼는 감정에 압도당하지 않을 것 등의 메시지는 외부 조건을 바꾸려 하기보다 판단과 선택을 바로잡는 삶의 중요성을 느끼게 한다.


책은 이론적인 설명 보다 살아가면서 마주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불편한 상황 앞에서 즉시 적용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진다. 이 일은 지금 내가 바꿀 수 있는 일인가? 혹은 지금 내가 하는 해석이 나를 더 현명하게 만드는가 등 스스로가 자신의 판단과 행동을 계속 점검하며 객관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도록 도와준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내 일은 나의 기분이나 상황에 치우쳐 감정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데, 나에게 달린 것과 아닌 것을 새로이 규정하는 그의 철학적 가르침은 시대를 넘어 현재에도 유효한 메시지라 되리라 생각한다.


에픽테토스가 전하는 스토아 철학은 어떻게 사는가에 무게를 둔다. 인간의 영역을 판단·충동·욕구·회피와 같이 나에게 달린 것과 건강·재산·명성처럼 나에게 달려있지 않은 것, 즉 외부 요인에 좌우되는 것으로 나눈다. 그동안 건강과 재산, 명성 등은 나에 의해 달라지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의 규정은 새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는 이런 영역의 규정을 바탕으로 진정한 자유는 신분이나 환경이 아니라, 나의 선택과 반응을 다스리는 데 있다고 보았다.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나누어 결과보다 준비와 실행에 집중할 것을,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에 붙인 평가가 고통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상대의 말이나 상황을 곧바로 확대 해석하지 않기를 권한다. 또한 감정에 좌지우지되기 쉬운 상황에서도 감정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감정에 끌려다니지 않는 평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불안에 올라올 때 판단과 그 이후 행동 사이에 거리를 두라는 조언은 철학을 넘어 일상생활은 물론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공동체에서의 올바른 행동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관계와 사회 속에서도 책임 있는 선택을 할 것, 철학을 지식이나 이론으로 생각하며 멀리하고 어렵게 생각하기보다는 매일 나의 판단과 욕망을 점검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교훈이 될 것이다.


방대한 양의 책 두께에 읽는 데 오래 걸리기도 했지만 촘촘하게 들어간 각주와 특별 해석 덕분에 한결 이해하기 좋았다. 에픽테토스와 스토아 철학의 이론적인 개념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일상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향을 짚어주고, 실제 삶에서 마주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따라 구분되어 있어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펼쳐보면 답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든다.


결국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불안감은 우리가 스스로를 ‘노예화’하며 ‘자유의지’를 지우는 행위가 아닐까 싶다.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그 사건의 견해라는 에픽테토스의 명제, 노예 신분이라는 한계 절름발이라는 육체적인 고통 속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하며 외부의 폭력에도 판단과 태도를 지켜나간 그의 삶 자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할 수 있는 자세를 배우게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끝내 내 몫으로 남는 자유. 그것을 얻어내는 데는 환경도, 타인도, 그 어떤 요인도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결국 내 마음 안에 답이 있다는 것. 어떤 판단을 내리고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다.


나에게 속한 것에 집중하고, 나에게 속하지 않은 것은 내려놓을 때 고통받지 않을 거라는 어쩌면 이 단순한 진리를 왜 그동안은 몰랐을까 싶다. 걱정 부자인 내게, 내 것이 아닌 것을 탐하고 괴로워할 때마다 좋음과 나쁨 마저도 오직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으며 결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님을 역설하는 에픽테토스의 지혜는 생각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대한 집착과 에너지 낭비를 줄이며 바꿀 수 없는 현실에 매달리기 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선택에 집중하자는 다짐을 잊지 말고 자주 되새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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