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위한 지구는 없다 - 아이들의 핏값으로 세워지는 위대한 AI 인프라
김가람 지음 / 문학수첩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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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학교를 가지 않고 고사리 손으로 바느질하며

축구공을 만드는 아이들,

자신들은 평생 먹어본 적 없는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 하루 종일

그 원료인 카카오를 수확하는 아이들.


아이들은 학교에 가는 것이 당연하고,

중학교까지 무상교육이 지원되는

우리나라에서는 마냥 먼 이야기이다.


부모의 차량 픽업으로 학교와 학원을 오가고,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자연스레

너 나 할 것 없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게임기와 컴퓨터·노트북·태블릿 PC 등

다양한 전자기기를 가지고 있으니

일한다는 것과 아동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 말인 것 같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서는

학교에 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고,

생계유지를 위해 건강과 목숨을 담보로

매일 약 1달러의 돈을 벌기 위해

위험 속으로 스스로, 혹은 암묵적인 강요로

이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AI 시대의 돌입, 기술 발전으로 인해

전기차, 스마트폰 등의 생산에

필수품으로 손꼽히는 코발트 채집을 위해

여전히 수많은 아동이

가정과 학교에 머무르지 못하고

값싼 노동 착취의 현장에 떠밀리는 것이다.


선진국의 범주에 들어간

미국이나 유럽의 강대국뿐 아니라

우리나라 역시 그들의 손길 아래 만들어진

코발트를 활용하고 있음에도,

이 추악한 현실과 문제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책임의식을 느끼지 않고 있다.


굳이 알 필요가 없는 이야기이고,

내가 살아가는 국가와 사회에

불편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힘이 없고 약한 나라,

당장 먹고사는 생계의 문제를 가진 누군가에게

우리가 푼돈으로 전가한 책임으로 인해서

누군가는 좀 아프고, 빨리 죽고 있다.

그래도 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닌데

왜 오롯이 피해를 당한 이들만

이 문제를 떠안아야 하는 것일까?


KBS 〈환경 스페셜〉의 PD 이자

이 책의 작가인 김가람 기자는

거의 모든 전자 제품에 들어가는

코발트 채집을 위해 하루 열두 시간 넘게

노동에 동원되는 아이들의 문제를 접하고,


코발트 가격이 그렇게나 비싼데

왜 이 일을 하는 아이들에게는

고작 1달러밖에 가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

친환경 재생 자원으로 칭송받는

이 코발트에서는 왜 유독 물질이 발생하는지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그 어느 때보다 발전한 디지털 문명사회 속

자신들이 누리지 못하는

자본주의 시스템 안으로 갈아 넣어지는

아이들에 대해 안타까움과 분노를 느끼며

이 책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애플, 구글, 델,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처럼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다 아는 대기업.

설마 돈이 없어서, 혹은 몰라서

아동 노동을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 것이고

그들이 하루에 '가만히 앉아서 버는 돈' 만으로도

아동 노동에 들어가는 비용을

충분히 떠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싸다는 것을 이유로

콩고와 나이지리아 등 개발도상국의

아이들을 노동에 동원하고 있다.


작가는 이들의 비겁함을 꼬집으며

이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이자

우리가 짊어져야 할 책임감을 지적한다.


지구 반대편에 이뤄지고 있는

아동 노동에 대해서 안타까워하고

잔인하고 무지하다 생각하면서도,

내가 매일같이 사용하는 각종 전자기기에

어린아이들의 노동과 희생이

들어가 있을 거란 짐작은 하지 못했다.


심지어 친환경 재생 자원이라는

코발트를 채집하는데 왜 유독 물질이 나오며,

그로 인해 누군가의 삶과 인생이

이토록 망가지는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비용을 이유로 행해지는 노동 속

그들은 매캐한 연기로 호흡기가 망가지고,

유해 물질이 땅으로 물로 스며들며

노동 당사자뿐 아니라 근처에 사는

모든 이들의 건강을 해치고

더 아나가 생명을 앗아가고 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발전하는 기술 아래

혁신적인 전자 제품이 나오며

우리를 환호하게 만들지만,

어떤 곳에서는 스마트폰 한번 만져본 적 없는

다섯 살, 여섯 살 아이들이 제품을 위해

고작 시급 60, 120원을 벌고자

맨손으로 노동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철저하게 자본주의 질서에서 배제된 이들,

생산자가 아닌 구매자인 우리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제대로 된 기준 아래 철저하게 보장된

노동 환경에 사는 우리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내가 누리고 있는 이 편안함이

누군가의, 그것도 아주 어린아이들의

핏값으로 세워졌다는 것을 말이다.


책을 따라 이 씁쓸한 민낯을 마주하다 보니

알고도 개선하지 않는 기업,

모른다는 이유로 책임을 외면하는 소비자,

우리나라만 아니면 된다는 국가까지

모두가 이 문제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미국이나 유럽, 우리나라 같은 곳에서는

절대 용납되지 않는 아동 노동이

왜 그곳에서는 가능해야 하는지,

그 폭력적인 외면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진실을 알게 되니 마음이 마냥 무겁기만 했다.


코발트 원료를 채집하는 행위 외에도

못쓰는 폐가전이나 쓰레기를

타국으로 수출해 처리하는 것,

애초에 제품의 교체주기를 짧게 만드는

계획적 진부화 등의 사례를 통해


약소국, 그리고 힘없는 아동들에게 행해지는

노동 착취와 방조로 이득을 얻고

원인을 제공한 것은 우리 스스로라는 것을

깨닫고 나니 비로소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나 하나 달라진다고 바뀌는 게 있을까,

내가 겪는 아픔이 아닌데 신경 써야 할까,

위험하다면 안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기 쉬운 마음에

우리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메시지가

마음속에 큰 울림으로 남았다.


좀 아파도, 빨리 죽어도 괜찮은 아이들은

지구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운이 좋아서 선진국에서,

아동 노동이 허용되지 않는 나라에서

태어나 이득만 누리고 있을 뿐

만약 내가 태어난 곳이

콩고, 나이지리아였더라도

아무래도 괜찮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했다.


마냥 혁신적인 기술,

오염에서 자유로운 친환경 물질,

AI가 노동을 대체해 주는 시대라지만

그 이면에서 아스라이 무너지고 있는

우리의 씁쓸한 그림자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기회였다.


우리가 이를 알고도 가만히 있는다면

AI가 알아서 이를 해결해 주거나

기업 스스로 문제의식을 느껴

개선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누구도 신경 쓰고 목소리 높이지 않기에

여전히 자행되는 아동 노동의 폐해를

깨부술 수 있는 용기를

책을 통해 깨닫기를 바란다.


여전히 죽어가는 아이들을,

지금이라도 우리는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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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메모리엄 - 2024 올해의 영국 도서상 데뷔 소설 부문 수상
앨리스 윈 지음, 이나경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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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간으로 이어지면서,

매일같이 언론에 연일 보도되던

전쟁 소식도 차차 잠잠해졌다.


'아직 전쟁 안 끝났나? 하고 있나?' 하며

나와 다른 세상의 이야기인 양

보통의 하루를 살고 있다가

문득 SNS를 통해 본 사진에 마음에 동했다.


군인으로 참여한 이들의

전쟁 전, 후 사진을 비교한 게시물이었다.

우리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모습으로

가족, 연인과 행복한 웃음을 짓던 그들이

전쟁 이후에 많은 것을 잃었다.

초점 없는 눈동자, 망가지고 형편없이 마른 몸,

피폐해진 것 같은 정신까지.


지난하게 이어지는 전쟁은

어제까지는 이웃나라로 살던 이들에게

총구를 겨누게 했고,

나라를 지킨다는 명목 아래

그들을 참혹한 삶으로 이끌었다.

목숨을 건졌다고 괜찮은 걸까,

과연 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고작 사진 몇 장이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앨리스 윈의 장편소설 《인 메모리엄》은

참혹한 전쟁에 관한 이야기이자

우리가 시간이 지나며 망각한

지난 세기의 슬픔을 담았다.


제1차 세계대전의 참혹함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이 책을 통해

여전히 진행 중인 전쟁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다.


책은 영국 시골의 명문 기숙학교에 다니던

10대의 소년들을 주인공으로 한다.

영국과 독일의 전쟁이 발발로

실종자와 사망자 명단에서

연일 급우들의 이름을 마주하고

전쟁의 참혹함에 대한 소문을 들었지만,

이들은 그것을 낭만적이라 생각할 뿐

오히려 빳빳이 다른 군복을 입고

친구들과 함께 전투에 나서는

상상으로 꿈꾸기만 한다.


오히려 전쟁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서로에게 느끼는 끌림이다.

하지만 곤트와 엘우드는

동성 간의 사랑을 금기시하는

당시의 사회 분위기 아래,

서로에게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던 중

전쟁이 끝나기 전에 입대해야 한다는

가족과 사회의 암묵적인 압박,

금기된 사랑에 대한 열망을 누르지 못해

차라리 전쟁에 나가는 것이

더 쉬울 것이라는 생각으로 군에 입대한다.


하지만 막상 마주한 현실은 낭만과 달랐다.

충동적으로 입대한 전쟁터는

말 그대로 생명을 뺏고 빼앗는 살육의 현장으로

그 잔인함은 인간성과 감수성을 파괴시킨다.


애국심과 낭만적 기대는 저 멀리,

숨길 수 없이 삐져나온 시체 조각과

내장이 뒤섞인 진흙이 담긴 모래주머니,

가까이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는

그들을 점점 피폐하게 만든다.


일말의 낭만조차 허락하지 않는

냉혹한 현실 아래에서

'분명 죽을 것'이라는 생각에

전쟁이기에 감추고 외면해왔던

서로를 향한 사랑을 표출해 내지만,

전쟁은 이 둘을 그리고 모든 이들을

무참히 가르고 베어낸다.


그저 사랑 이야기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현실적인 전쟁에 대한 묘사,

맑고 순수한 소년들이 점점 무너져내리며

패닉에 빠지고 괴로워하는 현실을 끄집어내며

시대의 아픔을 헤아리게 만든다.


발간되는 학급 신문에

점점 늘어가는 전자사·부상자·실종자 명단,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동료의 가족에게

부고를 쓰며 마주하는 무력감.


한 소년은 덩치가 크고 권투에 능하며,

한 소년은 '시인'으로 통할 만큼

풍부한 감수성으로 인기가 많았지만

그들이 가진 능력과 시적인 수사력은

어떤 쓸모도 필요도 없음을 깨닫게 한다.


눈앞의 냉혹한 현실을 온몸으로 마주하며

상상하지 못했던 전쟁의 상흔을,

조금씩 현실을 인식하게 된다.


금기된 사랑을 참을 수 없어 전쟁에 임했지만,

그 전쟁도 미처 받아들이지 못해

처절하게 무너진 소년들의 삶,

모든 것을 망가뜨린 전쟁의 끝에서야

끝내 서로 함께할 수 있게 된 상황이

마음이 아프기도 씁쓸하기도 했다.


고작해야 열일곱에서 열아홉의

어린 소년들이 수없이 사라져 간 전쟁.

누군가를 죽이고 잃으며

자기 자신다움을 모두 빼앗긴 채

그 후유증에도 불구하고

다시 살아내는 그들의 인생이,


시대는 다르지만 여전히

같은 폭력과 슬픔이 반복되고 있는 요즘을,

나와 관련 없다 생각했던 현실을

'우리의 문제'로 끌어올리게 만들었다.


모든 것을 앗아간 전쟁에서

역설적으로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가장 자유로워짐으로써

비로소 사랑할 수 있었던 소년들의 남은 삶이

그래도 행복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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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구 대백과 - 600개 아이템으로 보는 문구 연대기
다쓰미출판 편집부 지음, 김소영 옮김 / 모두의도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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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렸을 때의 소박한 바람 중

하나를 손꼽아보면

'우리 집이 문방구였으면 좋겠다'는

조금은 허무맹랑한 생각이었다.


알록달록하고 예쁜 필기구와 노트,

나는 가지지 못한 여러 가지 색의

색연필과 사인펜, 물감을 비롯해

가볍게 가지고 놀기 좋은 완구나 팬시까지

내가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이 모두 있는

문방구는 그야말로 로망의 장소였다.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어서도

문구와 사무 용품에 대한 짝사랑이랄까,

열망은 식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지금은 어느 정도 마음을 내려놓고

기능성을 우선으로 고르지만

귀여운 디자인에 예쁜 색감을 가진

문구를 볼 때면 여전히 '갖고 싶다'라며

살까 말까를 망설이게 된다.


문구하면 떠오르는 나라,

문구 덕후뿐 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섬세한 디자인과 뛰어난 퀄리티로

'이 브랜드가 일본 거였어?' 할 만큼

일본의 문구 문화, 산업의 발달은

시대를 넘어 꾸준하다.


어릴 적 일본 출장을 갔던

아빠가 선물로 사가지고 왔던

각종 캐릭터 필기구와 필통,

신기한 기능을 가진 문구를 보며

'이런 별천지가 있다니' 감탄했던 게

엊그제의 일 같은데

오랜만에 《일본 문구 대백과》를 통해

일본 문구 연대기를 살피며

그 매력에 푹 빠질 수 있었다.


문구는 학생들의 전유물,

학교에서 공부할 때나 필요한

물건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요즘에는 다이어리 꾸미기와 각종 취미,

많은 기록을 하지 않아도

그저 문구를 좋아한다는 열망 하나로

찾아보고 열광하며

수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책은 문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추억의 문구를 되짚는 시간이자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문구,

각 시대의 감성을 엿보며

일본 문구가 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지

또 내 취향에 맞는 문구를 찾을 수 있는

문구에 대한 특별한 모음집으로


일본 문구 산업은

문구를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사회 변화와 함께 발달해 온

'생활필수품'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하다못해 지금도 통에 담긴 껌에

껌을 뱉는 종이를 동봉하는

'미친 디테일'을 자랑하는 나라답게

문구에도 그들만의 디테일이 녹아있다.


다양한 컬러와 형태로 발전해 온 풀,

미술인들에게는 필수품 같은

톰보 연필이나 지우개를 비롯해

다양한 샤프펜슬, 테이프, 필통 등

기능이라는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끊임없이 세분화되고

사용자의 취향이나 요구에 발맞춰

발전시켜 나가는 문구사를 되짚다 보니


실용성을 넘어 특유의 귀여움과

정돈된 미감을 담은 감성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어릴 때부터 수많은 문구를 사용해왔지만

지금까지 버리지 않고 남아있는,

여전히 소장하고 있는 문구를 꺼내보면

하나같이 일본 문구 제품이다.


그냥 예뻐서, 혹은 맹목적으로

일본을 좋아하는 감정이 아니라

오래 써도 망가지지 않는

탄탄한 기능성을 전제로 한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고

오래 쓸수록 더 좋아지는 만듦새에

그 매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따라 1800년대 후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130년에 걸친

일본 문구의 역사를 실제 자료와 사진,

광고 등을 통해 살펴보면서

이를 보다 실감 나게 살필 수 있어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판매하고 있고,

내 필통 속에 자리한 아이템을 보며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했고,

추억 속 사용한 경험이 있는 아이템은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뭉클하기도 했다.


잠깐 반짝 나타났다 사라진 제품,

오랜 시간 조금씩 변화를 거듭하며

우리 곁에 존재하는 아이템 등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해 온 문구들을

하나씩 살펴보다 보니


작은 문구 하나에도

시대의 취향과 기술,

자국의 완성도와 감성을 녹여낸

그들의 문구 아카이브가

부럽게도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오랜 시간 사랑받고 추억 어린 문구들,

우리의 문화와 감성을 담아낸

아이템들이 분명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책을 읽고 나니 오랜만에

필통과 서랍 속 아이템들을 꺼내

자세히 살펴보게 되었다.


이건 지금도 계속 나오면 좋을 텐데,

몰랐는데 이것도 일본 문구였구나

하는 깨달음 속에서

바쁘게 사느라 흐릿해졌던

문구에 대한 사랑과 열망,

문방구 주인을 꿈꾸던 그때의 마음이

되살아난 기분이었다.


일본 여행을 앞둔 사람에게는

꼭 사야 할 필수 쇼핑템을 추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고,

꼭 일본 문구를 사랑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다양한 문구에 대한 정보와

한 나라의 문구 역사를 되짚어 보며

눈이 즐거워지는 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


사용하는 볼펜 한편에서

'메이드 인 재팬' 문구를 본 적이 있는

누구에게나 공감을 줄 수 있는 책,

문구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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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놀이공원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타나카 타츠야 사진,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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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갈 때마다 설레는 장소가 있다.

바로 놀이공원이다.

알록달록한 색감과 신나는 놀이 기구,

아기자기한 공간과 인형과 꽃 등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며

마치 꿈속에 있는 듯 판타지를 자극한다.


어렸을 때는 '여기서 살고 싶다' 할 만큼

놀이공원의 매력에 푹 빠지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이런 마음은 여전히 가슴에 남아

놀이공원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평범한 날도 특별한 추억으로 만들어주는

놀이공원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아오야마 미치코 작가가 '요일 시리즈' 신작,

《일요일의 놀이공원》을 출간했다.


전작 《목요일에는 코코아를》,

《월요일의 말차 카페》를 통해

일상의 온기와 소소한 행복,

잔잔한 위로와 힐링을 만끽할 수 있었기에

이번 작품 역시 기대되는 마음으로 펼쳤다.


책은 지역 사람들에게 오래전부터

'구루구루메'라고 불려온

작고 오래된 놀이공원을 배경으로,

주말을 맞아 이곳을 찾은

인물들의 사연으로 채워졌다.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 사이이지만

서로에게 호감을 가진 두 명의 대학생,

후배보다 뒤처진다는 생각으로

많이 위축된 디자이너 사리와 친구,

50년을 함께 살아온 70대 노부부,

날씨 좋은 주말 영업을 위해

놀이공원에 출근한 영업사원,

아이들을 데리고 온 두 부부,

입시를 위해 운동을 그만두게 된

농구부 아이들까지


총 8개의 이야기는 연작소설로 이어지며

평범한 누군가의 하루를 조명하고

그 안에 담긴 반짝이는 기적을 보여준다.


이 다정한 시선과 설레는 장면에

미니어처 아티스트 타나카 타츠야의

사진이 더해져 보다 따뜻한 감성으로

책의 내용을 만끽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이야기, 회전목마

같은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유논과 겐토.

함께 일하며 유논을 좋아하게 된 겐토는

함께 찾은 놀이공원에서

그녀에게 고백할 결심을 한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고백할 용기가 없어 망설이게 되는데,

회전목마에서 내리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며 친구라는 이름 너머의

진심을 전한다.


두 번째 이야기, 회전 놀이 기구

회사의 공모전에서 후배에게 밀려

위축된 마음의 사리.

그녀를 위로하고자 친구 아오이가

함께 놀이공원에 가자 권한다.


평상시에 좋아하지 않던 회전 놀이 기구에서

눈을 감고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리던 중,

문득 펼쳐진 풍경의 아름다움과

피에로가 만들어 건네준 팝콘,

그리고 자신을 위로하며 함께해 주는

친구의 우정에서 뜻밖의 위로를 받는다.


아무것도 아닌, 의미 없는 시간을

반복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 경험이 쌓이면 언젠가 '적당한'

내가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함께.


세 번째 이야기, 푸드코트

50년 넘게 결혼생활을 이어온

70대의 노부부가 놀이공원을 찾았다.

이런 곳에 어울리지 않는 자신들이지만,

피에로가 건네주는 풍선 하나에

오늘 하루가 특별해지는 기분이다.


항상 젓가락처럼 꼭 붙어서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키우며

무탈하게 보낸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반짝반짝 빛나는 시간은 아니지만,

함께 지나온 시간에 감사함을 느끼며

질손을 위해 젓가락 공예를 하는 남편의

따스한 마음을 응원하는 잔잔한 하루를 담았다.


네 번째 이야기, 롤러코스터

주말이지만 상사의 호출로 인해

놀이공원에 출근하게 된 영업사원 에가미 준.


싫다고 거절하지 못하고 나오긴 했지만

마음먹은 대로 일이 풀리지 않고,

'놀다 가세요'라는 말에 놀이 기구 앞에

줄을 서있다가 한 모녀를 만난다.


자신의 회사에서 만든 제품을

여전히 소중하게 사용하며

새로운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건질 수 있었던 하루의 끝에서

늘 불만투성이였던 자신이지만

돌이켜보면 이런 오늘이

'행운을 얻은 하루'임을 실감한다.


다섯 번째 이야기, 스테이지

두 아이와 함께 놀이공원을 찾은 부부.

텅 빈 이벤트 스테이지에서 공연을 보던 중

아이의 손에 묶여 있던 풍선이 풀리며

난감한 상황이 된다.


이때 공연을 하던 악당 캐릭터가

날아가던 풍선을 잡아 아이에게 건네주고,

다시 역할에 몰입해 공연을 이어간다.


극이 진행되며 캐릭터들이 악당을 공격하려 하자

자신을 도와준 악당을 보호하기 위해

순수한 마음을 내보이는 아이를 보며

그곳에 있던 모두에게 그 마음이 물든다.


여섯 번째 이야기, 스윙머신

입시를 앞두고 농구를 그만두게 된

농구부 아이들이 함께 찾은 놀이공원.


열심히 했지만,

이제는 그 뜨거웠던 시간을 뒤로한 채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남는다.


특별한 재능도 능력도 없는 자신을

코치가 농구부 주장으로 추천하며

그동안 '피해가 가지 말게 하자'라며

최선을 다한 에미리에게

농구부 팀원들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서로 깊은 우정을 나눈다.


이렇게 함께한 시간이 끝나가지만,

지금까지 땀 흘린 시간만큼

각자가 자신이 맡은 다른 역할에서도

앞으로도 잘 해낼 수 있으리라는

용기를 얻는다.


일곱 번째 이야기, 수영장

앞선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을 연결하고

그들에게 작은 깨달음과 위로,

반짝이는 기적을 안겨준 피에로.


시간을 알려주고, 풍선을 건네거나,

팝콘을 튀기고 옥수수를 굽는 등

마냥 웃고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지만

피에로 얼굴의 눈물자국처럼

그에게도 숨겨진 걱정과 불안이 있다.


신비로운 구루구루메 놀이공원의 비밀,

그에게 피에로로서 숙명이랄까

기적 같은 만남과 기쁨을

다시 일깨워 주는 안나를 통해

숨을 돌리고 한걸음 내디딜 용기를 얻는다.


마지막 이야기, 관람차

마지막은 구루구루메 놀이공원의

관람차에 오른 앞선 이야기들의

등장인물들이 다시 등장한다.


놀이공원에서의 평범한 하루 속에서

특별한 기적과 기쁨, 행운을 맛본 이들이

들어섰을 때와는 다른 마음으로

눈부신 하루를 마감하게 되는데


뜻밖의 순간 다시 사랑하고, 용기를 얻고,

나아갈 힘을 얻는 따뜻한 결말이

어디엔가 실제 존재할 것 같은

구루구루메를 찾고 싶게 만든다.


실제 우리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각기 다른 모두의 삶에 고민과 걱정,

때로는 설렘이 이만큼씩 담겨있다.


구루구루메를 찾은 이들의 이야기는

마치 실제로 존재할 법하기도,

조금은 판타지 같은 장면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 이야기들 속에서

마주할 수 있는 따스한 온기,

일상의 틈새에 숨어있는 기적 같은 순간들이

다시 용기 내어 하루를 살아 낼

힘을 준다는 메시지이다.


평범한 하루이지만

인생을 바꾸는 특별한 계기가 되는 순간,

그 찰나의 반짝임을 길어낸 문장들은

나의 하루에도 분명 존재하고 있을

반짝임을 찾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고


풍선 하나로도, 그저 가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해지는 놀이공원에 대한

로망과 추억을 되살리게 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반복되는 매일의 일상 속

지친 마음을 털어내고

잠시 웃음과 설렘을 되찾고 싶을 때,

위로와 잔잔한 응원이 필요한 이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오늘 속에서 작은 행복을 발견하는

따스한 온기가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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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고 말하기 - 마음을 움직이는 소통의 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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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직접 만나는 사람과의

소통이 전부였던 과거를 지나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과도 밀접하게 연결된 시대가 되었다.


다른 지역이나 먼 나라에 있는 이들과도

즉시 연락을 취할 수 있게 되었지만,

되려 우리는 타인과 더 삭막하고

거리를 두고 있는 기분이 든다.


그 어떤 때보다 서로 긴밀하지만,

그 어떤 때보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서로의 SNS에 쉽게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과 메시지로 수시로 대화를 하지만

진정한 공감과 소통은 사라진지 오래다.

도대체 그 이유에는 뭐가 있을까?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은

《말하지 않고 말하기》를 통해

그 이유를 비언어적·상호 주관적 소통의

부재에서 찾는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타인과의 소통에

언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어는 대화의 7%만 차지할 뿐,

나머지는 표정과 눈빛, 터치 등

비 언어적인 요소가 담당한다고 한다.


식당에서 종업원이 손님을 살짝 터치하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팁을 줄 확률이

2~30% 높아진다거나,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캐릭터

미키마우스의 인기가 올라가게 된 데에는

눈동자와 흰자위를 표현함으로써

이를 보는 이들이 캐릭터와 시선을 맞추고

소통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SNS의 시대인 요즘에는

진정한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이러한 비언어적 상호작용이 사라지면서

우리는 오히려 외로움이 커지고

타인을 이해하기 어려워졌다.


책은 그 이유를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해

'상호주관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마음을 움직이는 타인과의 소통을 다룬다.


타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소통과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들에게

우리가 잊고 있던 비언어적 소통의 힘을

깨우치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나역시 처음에는 상호주관성이라는

심리학적 용어와 그 개념이

마냥 어렵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사례와

다양한 사상가들의 심리학적 통찰과

이론을 함께 엮어 설득력 있게 설명한

문장들 속에 금세 푹 빠져들 수 있었다.


책은 인간 의사소통의 기본 구조를

여섯 가지로 정리한다.


✔ 터치 :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가장 원초적 교감

✔ 눈맞춤 : 상대를 인격으로 인정하는

비언어적 대화

✔ 정서 조율 : 감정의 리듬을 맞추며

서로의 마음을 연결하는 과정

✔ 순서 바꾸기 : 상대의 의도를 실시간으로

예측하며 이루어지는 예측적 협력 행동

✔ 함께 보기 : 타인의 시선을 따라가며

공동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능력,

추상적 사고의 상상력의 출발점

✔ 관점 바꾸기 : 피해자 서사에 갇히지 않고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는 인지적 용기


이 여섯 가지 요소들은 언어 이전에 작동하는

인간 소통의 토대이자,

현대 사회에서 잃어버린 교감을

회복하기 위한 핵심 열쇠로 제시된다.


소통은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상호 주관적 세계'를

공통으로 구성하는 과정이라는

하나의 일관된 논리로 이어지며

현대의 우리가 잊고 있던

말보다 중요한 비언어적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나니,

다양한 SNS와 디지털 대화는 넘쳐나지만

진짜 교감은 줄어들고 소통은 결핍되어 있는

우리의 현실을 제대로 돌아볼 수 있었다.


언어 중심의 소통이 아니라

말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의 교감으로,

타인의 입장을 이해할 때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책의 메시지가

앞으로의 의사소통 그리고 인간관계에 있어

좋은 나침반이 되어줄 것 같다.


충분히 대화하고 있지만,

마음에 와닿는 관계가 적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내 착각일 뿐,

제대로 된 소통을 향한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는 자각이 든다.


어떻게 해야 일상에서 보다 따뜻하게,

진정한 공감의 소통을 할 수 있을까

막막하기만 했는데

책을 덮고 나니 조금은 그 답을 찾은 것 같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과 가볍게 손을 잡거나

어깨를 두드리는 터치,

대화할 때는 스마트폰은 잠시 내려놓고

상대의 눈을 바라보며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것.


상대방이 흥분해서 말할 때면

그 리듬을 따라 반응하며

그가 느끼는 감정을 함께 느끼고,

산책 중에 하늘이나 풍경을 함께 보며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것.


갈등 상황이 생길 때면

내가 상대라면 어떻게 느낄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보다 넓게 생각해 보는 시도가 쌓이면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든다.


마음을 움직이는 소통은

그저 '말을 잘 하는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말하지 않고 말하기》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공감을 배울 수 있었다.


인간관계나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일상 속에서 잊고 있던 교감을

되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관계를 더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책의 시선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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