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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위한 지구는 없다 - 아이들의 핏값으로 세워지는 위대한 AI 인프라
김가람 지음 / 문학수첩 / 2026년 5월
평점 :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학교를 가지 않고 고사리 손으로 바느질하며
축구공을 만드는 아이들,
자신들은 평생 먹어본 적 없는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 하루 종일
그 원료인 카카오를 수확하는 아이들.
아이들은 학교에 가는 것이 당연하고,
중학교까지 무상교육이 지원되는
우리나라에서는 마냥 먼 이야기이다.
부모의 차량 픽업으로 학교와 학원을 오가고,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자연스레
너 나 할 것 없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게임기와 컴퓨터·노트북·태블릿 PC 등
다양한 전자기기를 가지고 있으니
일한다는 것과 아동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 말인 것 같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서는
학교에 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고,
생계유지를 위해 건강과 목숨을 담보로
매일 약 1달러의 돈을 벌기 위해
위험 속으로 스스로, 혹은 암묵적인 강요로
이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AI 시대의 돌입, 기술 발전으로 인해
전기차, 스마트폰 등의 생산에
필수품으로 손꼽히는 코발트 채집을 위해
여전히 수많은 아동이
가정과 학교에 머무르지 못하고
값싼 노동 착취의 현장에 떠밀리는 것이다.
선진국의 범주에 들어간
미국이나 유럽의 강대국뿐 아니라
우리나라 역시 그들의 손길 아래 만들어진
코발트를 활용하고 있음에도,
이 추악한 현실과 문제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책임의식을 느끼지 않고 있다.
굳이 알 필요가 없는 이야기이고,
내가 살아가는 국가와 사회에
불편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힘이 없고 약한 나라,
당장 먹고사는 생계의 문제를 가진 누군가에게
우리가 푼돈으로 전가한 책임으로 인해서
누군가는 좀 아프고, 빨리 죽고 있다.
그래도 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닌데
왜 오롯이 피해를 당한 이들만
이 문제를 떠안아야 하는 것일까?
KBS 〈환경 스페셜〉의 PD 이자
이 책의 작가인 김가람 기자는
거의 모든 전자 제품에 들어가는
코발트 채집을 위해 하루 열두 시간 넘게
노동에 동원되는 아이들의 문제를 접하고,
코발트 가격이 그렇게나 비싼데
왜 이 일을 하는 아이들에게는
고작 1달러밖에 가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
친환경 재생 자원으로 칭송받는
이 코발트에서는 왜 유독 물질이 발생하는지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그 어느 때보다 발전한 디지털 문명사회 속
자신들이 누리지 못하는
자본주의 시스템 안으로 갈아 넣어지는
아이들에 대해 안타까움과 분노를 느끼며
이 책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애플, 구글, 델,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처럼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다 아는 대기업.
설마 돈이 없어서, 혹은 몰라서
아동 노동을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 것이고
그들이 하루에 '가만히 앉아서 버는 돈' 만으로도
아동 노동에 들어가는 비용을
충분히 떠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싸다는 것을 이유로
콩고와 나이지리아 등 개발도상국의
아이들을 노동에 동원하고 있다.
작가는 이들의 비겁함을 꼬집으며
이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이자
우리가 짊어져야 할 책임감을 지적한다.
지구 반대편에 이뤄지고 있는
아동 노동에 대해서 안타까워하고
잔인하고 무지하다 생각하면서도,
내가 매일같이 사용하는 각종 전자기기에
어린아이들의 노동과 희생이
들어가 있을 거란 짐작은 하지 못했다.
심지어 친환경 재생 자원이라는
코발트를 채집하는데 왜 유독 물질이 나오며,
그로 인해 누군가의 삶과 인생이
이토록 망가지는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비용을 이유로 행해지는 노동 속
그들은 매캐한 연기로 호흡기가 망가지고,
유해 물질이 땅으로 물로 스며들며
노동 당사자뿐 아니라 근처에 사는
모든 이들의 건강을 해치고
더 아나가 생명을 앗아가고 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발전하는 기술 아래
혁신적인 전자 제품이 나오며
우리를 환호하게 만들지만,
어떤 곳에서는 스마트폰 한번 만져본 적 없는
다섯 살, 여섯 살 아이들이 제품을 위해
고작 시급 60, 120원을 벌고자
맨손으로 노동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철저하게 자본주의 질서에서 배제된 이들,
생산자가 아닌 구매자인 우리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제대로 된 기준 아래 철저하게 보장된
노동 환경에 사는 우리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내가 누리고 있는 이 편안함이
누군가의, 그것도 아주 어린아이들의
핏값으로 세워졌다는 것을 말이다.
책을 따라 이 씁쓸한 민낯을 마주하다 보니
알고도 개선하지 않는 기업,
모른다는 이유로 책임을 외면하는 소비자,
우리나라만 아니면 된다는 국가까지
모두가 이 문제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미국이나 유럽, 우리나라 같은 곳에서는
절대 용납되지 않는 아동 노동이
왜 그곳에서는 가능해야 하는지,
그 폭력적인 외면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진실을 알게 되니 마음이 마냥 무겁기만 했다.
코발트 원료를 채집하는 행위 외에도
못쓰는 폐가전이나 쓰레기를
타국으로 수출해 처리하는 것,
애초에 제품의 교체주기를 짧게 만드는
계획적 진부화 등의 사례를 통해
약소국, 그리고 힘없는 아동들에게 행해지는
노동 착취와 방조로 이득을 얻고
원인을 제공한 것은 우리 스스로라는 것을
깨닫고 나니 비로소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나 하나 달라진다고 바뀌는 게 있을까,
내가 겪는 아픔이 아닌데 신경 써야 할까,
위험하다면 안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기 쉬운 마음에
우리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메시지가
마음속에 큰 울림으로 남았다.
좀 아파도, 빨리 죽어도 괜찮은 아이들은
지구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운이 좋아서 선진국에서,
아동 노동이 허용되지 않는 나라에서
태어나 이득만 누리고 있을 뿐
만약 내가 태어난 곳이
콩고, 나이지리아였더라도
아무래도 괜찮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했다.
마냥 혁신적인 기술,
오염에서 자유로운 친환경 물질,
AI가 노동을 대체해 주는 시대라지만
그 이면에서 아스라이 무너지고 있는
우리의 씁쓸한 그림자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기회였다.
우리가 이를 알고도 가만히 있는다면
AI가 알아서 이를 해결해 주거나
기업 스스로 문제의식을 느껴
개선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누구도 신경 쓰고 목소리 높이지 않기에
여전히 자행되는 아동 노동의 폐해를
깨부술 수 있는 용기를
책을 통해 깨닫기를 바란다.
여전히 죽어가는 아이들을,
지금이라도 우리는 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