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사라진 세계
모리타 아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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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벌써 한참의 시간이 흘렀지만

예고 없이 가족과의 사별을 겪었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감정을 겪었다.


왜 하필 우리 가족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

갑자기 다가온 불행은 감당하기 어려웠고,

내가 지금 느끼는 이 슬픔과 고통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며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고 깊이 들어갔다.


주변에서 많은 위로와 응원을 건넸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며 힘내라는 말은

어떤 위로도 되지 않았고

그 아픔이 희석될 수 있는 거라면

과연 얼마큼의 시간이 필요한 걸까

도무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가족을 잃은 이들의 사연 앞에서는

나만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라 생각했고,

떠난 이에게 더 잘하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과

아무리 이제 와서 잘 하려 해도 되돌릴 수 없다는

무력감으로 슬픔을 극복하지 못했다.


모리타 아오의 소설 《네가 사라진 세계》에서도

이렇게 누군가를 떠나보낸 이들이

떠나간 이들이 남긴 자리에서

그 고독한 공백에 힘들어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절친이었던 친구와, 좋아했던 사람을

연이어 떠나보낸 아야카.

친구들의 시한부 사랑을 지켜보며

그들의 숭고한 사랑을 동경했지만,

정작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며

남들의 눈치 속 그늘진 그녀는

자신의 사랑 앞에서는 겁쟁이가 되어

긴 연애를 이어가지 못한다.


연이은 사랑의 실패와 상실감에 빠져

자신의 삶을 오롯이 살아가지 못하던 때

우연히 소중한 사람과의 사별에

힘들어하는 이들을 격려하고 지지하는 모임인

'그리프 케어'를 통해 조금씩 바뀌게 된다.


나와 우리 가족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엄청난 상실감 앞에 내가 겪은 아픔의 감정을

남들에게 드러내기란 쉽지 않다.


섣불리 그 마음을 누군가 판단하는 것도,

겪은 사연을 말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다시 아픔이 찾아오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위로받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무에게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이중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힘듦 속에서도

'같은 경험을 한 동지'라는 사실은

조금은 부담을 내려놓고 마음을 열게 만든다.


책의 주인공인 아야카 역시

그리프 케어에서 각자의 사연으로

누군가와 이별 혹은 사별하거나

반려동물의 죽음 등 다양한 이유로

이곳을 찾은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조금은 응어리진 마음을 털어놓게 되고,

그 사이에서 불치병으로 5년 전 아내와 사별한 뒤

딸마저 외가에 맡겨둔 채 자신을 가두며

힘겹게 살아가는 가시와기를 만나게 된다.


비슷한 경험과 공감 아래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졌다.

서로의 감정을 이해한다는 공통점,

현실에서 용기를 내지 못한 채

아픔에 침잠하던 그들은

조금씩 조금씩 서로에게서 힘을 얻으며

떠나간 이들이 남긴 빈칸을 채워 나간다.


그동안 실패했던 사랑을 뒤로하고,

그에게 용기 내어 마음을 전하고 싶은 아야카.

분명 그녀에게 호감이 있는 듯싶었지만

섣불리 마음을 열지 못하고 아내에 대한 죄책감,

남은 딸에 대한 책임감 등을 이유로

가시와기는 자꾸만 도망간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없는 가정'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동정하고 불쌍히 여기던 시선에

상처를 받았던 아야카는,

딸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자신이 키우지 않고

외조부모에게 맡기는 가시와기에게

따끔한 충고를 건네며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마주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용기를 내어 다시 사랑을 시작하기로 한 그들 앞에

이미 세상을 떠난 가시와기의 아내가 남긴

편지가 도착하면서,

흔들리던 마음에 변화가 나타나게 되는데……


누군가와의 이별 앞에 작고 좁아지는 인간관계,

그리고 상실감으로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자꾸만 과거에 머무르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한참 힘들어했던 과거의 나와 겹쳐지며

목구멍이 뜨거워지는 공감으로 이어졌다.


누구의 탓도 아니지만 느껴지던 죄책감,

그리고 아무리 힘들고 슬퍼해도

바꿀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무력감은

가족의 죽음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와의 이별 혹은 펫로스 같은 경험을 통해

누구든 느껴본 적이 있는 감정일 것이다.


책은 그런 상실감을 가진 인물들이

서로의 상실감을 거울처럼 비춰보며

외면하던 자기 자신에 대한 감정을

제대로 마주하게 도와준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한발씩

앞으로 나아가는 성장을 통해

같은 아픔을 겪은 이들에게 위로와

치유의 감정을 일깨워 줄 것이다.


새로운 시작을 마음먹었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은 아내라는

그림자에 압도되는 아야카의 걱정,

행복하고 싶지만 이대로 괜찮은 걸까

잘 해낼 수 있을까 염려되는 마음까지도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


슬픔이라는 감정을

꼭 지우고 털어내야 하는 감정이 아닌,

혹은 떠난 상대를 무조건 잊어야 하는 게 아니라

그 감정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도 괜찮다며

기억과 마음을 털어내지 않고도

함께 살아가도 된다는 위로는

새로운 시작을 '죄책감'이 아닌

자연스러운 변화로 이끌어 내었다.


불안과 고독을 씻어내고

새로운 내일을 맞이하는 그들의 사랑,

자신에게 얹어진 상실의 그림자를

애써 지우지 않고도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용기를 일러주며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불편한 마음을 희석시킬 수 있었다.


정해진 애도 기간이나,

여전히 슬프지만 이를 표현하지 않고

숨겨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자신의 마음이 허락하는 한

그 슬픔을 언제 까지든 지니고 있으면서

같은 아픔을 가진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랑은


상실을 넘어 어떻게 다시 사랑을 시작하고,

내일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그 방법을 일러주는 듯했다.


극복할 수 없는 슬픔을

억지로 지워내야 할 숙제처럼 여기지 말고,

충분히 슬퍼하고 아파하며

그 존재까지 포함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음을

일깨워 준 독서였다.


애써 남아있을 아픔이 걱정되어

가족들끼리도 새삼 지난 일을 이야기하거나

슬픔을 곱씹지 않았었는데,

이 책을 함께 읽으면서 지난 시간과

아픔을 서로 헤아리면서

내일을 살아낼 용기를 나누고 싶다.


소중한 존재를 잃어본 적이 있는 누구든

상처를 안고도 다시 사랑하는 용기를 낸

이 이야기를 통해 희망의 마음을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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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곡미풍 -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
위화 지음, 백도라지 옮김 / 푸른숲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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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언젠가 집 정리를 하다가 아빠의 낡은 수첩 속

내가 태어나던 날의 일기를 본 적이 있다.

철야근무를 마치고 돌아와 잠든 새벽,

엄마의 진통이 시작되어 병원에 갔고

그제야 쌍둥이 임을 알게 되며

큰 병원으로 옮기고 나서야 제왕절개로

우리를 만난 하루의 일상을 적어둔 것이다.


아빠의 일기는 독백이라기보다는

막 태어난 우리를 향한 편지 같은 느낌이었는데,

둘째를 낳으러 갔다가 졸지에 세 아이가 되면서

당황스럽고 복잡한 마음과 동시에

어떤 이름을 지어줄까 행복한 고민을 이어가며

이런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는 바람까지

내가 태어난 날의 기록을 보며

그 시간을 돌아간 듯 뭉클한 기분이 들었다.


이토록 누군가의 인생을, 일상을 담아낸 글은

시간이 이만큼 지난 후에 바라보면

그 시절로 되돌아가게 한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혹은 지나고 나서 그 시간이 나에게 준 의미를

현재의 내가 비로소 깨달으면서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도

그 자체로 가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중국 현대 문학의 거장이자,

과거에도 현재에도 여전히 국경과 세대를 초월하는

사랑을 받고 있는 위화 작가가

자신의 인생을 담아낸 산문집을 펼쳤다.


어느 날 휴가지에서 문득 불어오는 미풍을 맞으며

자신의 유년 시절 풍경을 떠올린 그는

바람을 맞기 위해 돗자리를 둘러메고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던 어린 시절을 추억했고,

여름을 대표하는 기억으로 자리 잡은

이 회상을 시작으로 자신의 지나온 인생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찬찬히 곱씹어 복기했다.


작가이기에 이 회상의 순간들을 문장으로 담아

1980년대부터 2020년까지

40여 년을 아우르는 기록으로,

작가로서가 아닌 아들이자 아버지, 남편이자

어린아이였던 한 사람의 새로운 면모와

그의 인생을 함께 살아보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책이다.


1960년 생인 그는 딱 우리 부모님 연배로,

물리적인 환경은 다르지만

이따금씩 어린 시절 이야기를 꺼내던

부모님의 추억 속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넉넉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나름의 즐거움을 찾곤 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

부모님께 흠씬 혼나고 매 맞던 개구쟁이 시절과

돌아갈 수 없기에 때로 더 뭉클하게 나가오는

아들의 출생과 성장과정까지

이리저리 그의 인생의 시간을 따라가다 보니,

무심히 지나간 누군가의 삶이

이토록 빛나고 아름다운 추억이 될 수 있음을

새삼스럽게 깨달을 수 있었다.


아마 추억 속에서 아련하게 빛나는 과거,

삶이 주고자 했던 메시지는 그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빠의 일기장을 보며 내가 알지 못한

그 시간을 마치 지금 겪는 듯 느꼈듯,

우리 모두에게도 삶이 나에게 일러준

무심코 흘려보냈지만 선물처럼

나에게 깃들어 있는 그 '삶 마음'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누구에게는 두려움의 장소인 병원,

공포로 다가오는 죽음의 감정도

어린 시절 의사였던 부모님으로 인해

그곳을 어느 곳보다 따스하게 느꼈던

작가의 어린 시절,

말더듬는 습관으로 우스꽝스러웠던

학창 시절의 작은 에피소드나

아들의 임신 사실을 알고 추운 날씨도

체감하지 못한 채 매일 걷던 길을

새삼스레 행복하게 걷던 아버지로서의 설렘까지

그가 이끄는 시간과 장소를 오가며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삶에 대한 기쁨과 슬픔,

때로는 쓸쓸하고 고통을 느끼는 등

40여 년이라는 인생의 흐름 속

그의 내면에 스며든 삶의 조각들은

자기만의 풍미를 더해

특별한 즐거움을 맛보게 해주었다.


하나하나가 꼭 대단한 의미를 가진 것은 아니더라도

그것이 지금의 그에 이르게 하는 과정이었음을,

우리가 매일 앞을 보고 살아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다시 살아가며

인생을 '복습한다'는 그의 메시지 아래

나의 과거의 시간들을, 인생을 돌아보는

의미 있는 기회가 된 독서였다.


과거를 회상하고 돌아보는 것이

앞을 살아가는 데 있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추억에는 아무런 힘이 없다 생각하기 쉬운 요즘

걸음을 멈춰 후회가 아닌 아련한 회상으로

지금을 그리고 내일을 살아가는,

삶을 지탱할 힘을 건져올리는 이 시도가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 결국

앞으로를 살기 위한 일임을 일깨워 줬다.


오늘을 사느라 바쁜 현대인들에게

거장의 인생이 주는 메시지가

조금은 천천히, 느린 속도로 곱씹는

삶의 순수를 깨닫게 할 것이다.


휴가지에서의 산들바람이 나비효과처럼

그의 인생을 곱씹어 다시 살아보게 했듯

이 책을 계기 삼아 나만의 산들바람,

지나온 시절에 숨겨져 있는 삶의 선물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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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전략이다 - AI 쓰기 전에 설계해야 할 사업 구조
민광동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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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AI 기술 개발과 함께 사업하기가 편해졌다.

기존에는 전문 디자이너를 고용해

제품 상세페이지를 만들어야 했다면,

요즘은 프롬프트를 이용해 제품 사진 몇 장과

내가 원하는 요구사항을 넣으면

AI가 알아서 척척 이미지를 만들어준다.


장시간 공들여 찾아보고 조사해야 하는

시장 동향이나 정보에 관해서도

AI에 던지는 질문 몇 개만으로

책이나 논문 같은 전문적 지식은 물론,

사회의 트렌드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방대한 자료나 리포트를 얻을 수 있으니

AI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기도 하다.


비단 사업자가 아니더라도

중고 플랫폼 앱인 '당근 마켓'만 해도

AI 판매 어시스턴트라는 이름으로

내가 팔고자 하는 물건에 적당한 가격을 제안해

더 빨리 팔릴 수 있는 팁을 준다.

얼마에 파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지 않고도

최적의 제안을 보내주니 더없이 편리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AI를 활용하면 사업이든 판매든,

제품의 가격 결정을 쉽게 하고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것일까?


이제는 검색하는 것보다 어떻게 질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시대인 만큼,

그냥 AI 만으로, AI의 제안대로만

사업을 진행하면 되는 건지

조금은 의아한 물음표가 생긴다.


나 역시 커다란 회사나 브랜드는 아니지만

직접 만든 제품을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사업에 AI를 활용하며 꽤 많은 도움을 받고 있지만,

신상품을 출시할 때마다 가격 결정에 대한 것만큼은

AI의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고민에 처한다.


어떻게 해야 적당한 가격을 설정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돈 버는 구조로 연결할지의 고민은

정답이 없는 시험문제를 푸는 기분이었는데,

민광동 저자의 《가격이 전략이다》를 통해

이 고민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보통은 기술력이나 제품 자체의 가치가 뛰어날 때

소비자로 하여금 사랑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가격은 그다음이라 여기기 쉬운데,

저자는 기술과 제품이 아무리 뛰어나도

가격 전략을 세우지 못하면

사업은 제대로 시작조차 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며

스타트업이나 기업, 공공시장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한 여러 사례를 통해

실질적인 가격 전략을 제시한다.


얼마에 물건을 팔 것인가 하는 가격은

'비용 산출'의 문제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책은 가격에 대해

고객 가치, 시장 구조, 경쟁 환경을 반영한

전략적인 의사결정의 과정으로 보며

가격의 본질에 대해 재정의 한다.


기술(Technology), 상품(Product),

시장(Marker)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 계획 골격,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 등을 통해

가격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설계하는 방법을

하나씩 차근차근 배워가며

가격 전략이 어떻게 시장에서 돈 버는 구조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인지의 해답을 일러준다.


가격은 유효 시장 추정과 연결되며

시장의 규모나 고객 세분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

그렇기에 기술과 제품, 시장, 재무를

가격이란 언어로 연결하는 과정은

단순히 가격 책정에 대한 이론적 정보가 아니라

실무에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팁으로 다가온다.


책은 가격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해서

시장을 B2C(소비자 시장), B2B(기업 시장),

B2G(공공 시장)로 나누어

각각의 가격 접근 방식을 설명한다.


비건 그래놀라, 빈투바 초콜릿을 예시로 든

B2C(소비자 시장)에서는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고객에게

'가치 있는 소비 경험'을 제공할 것을 제안한다.


화장품 용기와 기술을 기반하는 제품을 다루는

B2B(기업 시장)에서는 기술력이 곧

시장 크기를 결정하며,

가격은 그 기술의 가치를 반영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게 해주었다.


지하수 측정 장치 같은 B2G(공공 시장) 제품은

공공 데이터와 기술을 결합해

관급 시장을 공략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실제 실무 사례를 기반으로 한 설명 덕분에

각 시장별 가격 전략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동안 내가 판매하는 가격을 결정할 때

속한 시장이나 고객에 대한 분석보다는

원가와 얻고자 하는 마진율 같은

단순한 수치들만 생각해왔다.

그래서 때로는 너무 높은 수익률로,

언젠가는 턱없이 낮은 가격으로

공들인 노력 대비 효율성이 떨어질 때가 많았다.


하지만 책은 가격은 손익 구조와 직결되는

중요한 포인트이기 때문에

자산과 현금 흐름까지 고려해야 한다 말한다.

기존에 내가 해왔던 원가를 기반으로 한

가격 측정의 한계를 제대로 마주하며,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반성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너 나 할 것 없이

모든 분야에 AI를 활용하고 있고

그렇기에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그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시대일수록 기술 그 자체보다

그 기술을 어떻게 가격으로 연결하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술은 시장 진입의 조건일 뿐 가격이야말로

사업의 지속성을 결정하는 핵심이라는 것.

따라서 기술 개발과 동시에 가격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는 책의 메시지는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잊지 말고

항상 되새겨야 할 조언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가격이

단기 매출을 넘어 장기적인 생존과 성장을 위한

전략임을 일깨워 준다.

기업(사업자)은 가격을 통해

시장에서 자신만의 위치를 확보해야 하며,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제대로 깨달을 수 있었다.


고객 후킹을 위한 적당히 예쁜 숫자,

그것이 가격이라고 생각했던 지난날이다.

하지만 숫자가 아닌 비즈니스 언어로서

시장과 기술 재무, 고객 가치 등

모두를 가격이라는 틀로 연결할 때

제대로 된 사업(비즈니스)이 시작된다는

간단하지만 명료한 이 통찰이

앞으로의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데 있어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나침반이 될 것 같다.


나처럼 개인 브랜드나 제품을 만들며

직접 가격 결정을 해야 하는

스타트업 창업자를 비롯해

브랜드 포지셔닝과 직결되는 판매전략을

준비해야 하는 마케팅·영업 담당자는 물론

가격이 손익 구조와 현금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의 재무·기획 담당자에게도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의미 있는 도서가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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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 피플
앨리슨 에스파흐 지음, 김보람 옮김 / 북로망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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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1920년대를 배경으로 런던의 한 상류층 여성이

저녁 파티를 준비하는 하루를 담아낸

버지니아 울프의 대표작 《댈러웨이 부인》.


겉으로는 평온하고 부족함 없어 보이는

댈러웨이 부인의 일상이지만,

전쟁 후유증에 시달리는 참전 군인

셉티머스의 비극과 평행선을 달리듯

겹쳐지는 그녀의 하루를 통해

삶과 죽음의 감각을 마주할 수 있었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이

무탈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 같지만

각자에게 얹어진 삶의 무게나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고민은

댈러웨이 부인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앨리슨 에스파흐의 소설 《웨딩 피플》도

같은 결에서 시작한다.

이제 이 지친 삶을 끝내고 싶은 여자와

화려한 결혼식을 통해 막 인생을

제대로 시작하려는 여자가 만나는

화학작용을 그려냈다.


댈러웨이와 셉티머스가 그러했듯,

상반된 상황 속 너무도 다른 삶이지만

두 여자는 서로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며

사실은 무엇에 솔직하지 못했는지,

내 삶을 어떻게 다시 사랑할 수 있는지

그 이유를 찾아간다.


연이은 임신의 실패와 남편의 불륜,

그리고 이어지는 이혼과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인생의 끝에 내몰린 것 같은 피비.

남은 인생을 똑같이 반복하며 보낼 수 없어

차라리 아름다워 보이는 죽음을 택하기로 한다.


가고 싶다 생각하면서도 늘 망설이기만 했던

고급 호텔에서 인생을 마감하기로 결심한 피비는

자신을 제외하고는 온통 결혼식을 위해 찾은

하객들만 가득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팬데믹으로 정신없었던 호텔 측에서

결혼식을 위해 신부가 통째로 대관한 것을 잊고

덜컥 그녀의 예약을 받아버린 것이다.


피비는 하객으로 찾아온 이 평범한 이들도

자신처럼 외로울지 모른다 생각하지만,

누구도 혼자인 사람은 없어 보이고

자신만 외롭게 혼자인 것처럼 느껴진다.


혼자 조용히 마지막을 맞이하려는 그녀에게

어느 쪽 하객이냐며 말을 건 신부 라일라.

피비가 어느 쪽의 하객도 아니라는 사실에

마치 그녀의 존재가 자신의 완벽한 계획,

결혼을 망치는 오점이라도 되는 양 울상이 되어

생을 끝내려는 피비의 계획을 말리며

'내 결혼 주간 동안에는 죽지 말라' 우긴다.


누군가는 죽고자 하고,

누군가는 그녀의 죽음을 말린다.

서로로 인해 각자의 계획은 엇갈리고,

너무도 다른 이 두 사람 중

과연 어떤 사람의 계획대로 흘러갈까?


마냥 행복한 신부처럼 보이지만

라일라에게도 숨겨진 외로움이 있다.

피비의 죽음을 말리기 위해

그녀의 방을 찾은 라일라는

낯선 사람이기에 털어놓을 수 있는

자신의 진심과 걱정을 털어놓는다.


일주일에 100만 달러를 들여가며

화려하고 완벽한 결혼식을 강행하려는

라일라에게도 자신만의 외로움,

포장된 자아가 있었던 것.

서로의 낯섦에 기대 자신의 속을 털어놓으며

둘은 조금씩 가까워진다.


끝과 시작, 평행선을 달리듯

절대 겹치는 부분이 없을 것 같았던

피비와 라일라의 삶이

결혼식과 죽음이 한 장소에서 만나

우연치 않게 일주일의 결혼 주간을 함께하며

서로의 인생을 또 다른 삶의 가능성으로

이끄는 역할을 하게 된다.


책의 곳곳에 등장하는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댈러웨이 부인》의 구절과 어우러져

때로는 유쾌하고 두근거리는 문장으로,

때로는 묵직한 분위기 속

자신의 인생에서 솔직하지 못하고

자유롭지 못한 스스로를 마주하게 하며

이야기 속 피비와 라일라뿐 만 아니라

책을 읽는 '나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삶을, 그리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그저 남이 정해주는 대로, 혹은 적당히,

그리고 보통의 삶을 이어가고자 했던

등장인물들이 새로운 삶의 방향을 깨달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장해나가는 모습은

내가 가로막고 있던, 내가 만들어 낸 가면을

벗어낼 용기를 일깨워 주는 시간이기도 했다.


자신이 만들어둔 인생의 테두리,

이대로도 충분히 괜찮다며

진심을 지운 채 쓰고 있던 사회적 가면이

피비, 라일라 각자의 고집에 휘말리며

처녀 파티, 리허설 디너, 요트 선상파티 등

결혼식 행사를 따라 휩쓸리면서

조금씩 벗겨내지고 그 틈 사이로

숨 쉴 구멍이 만들어진다.


피비가 낯선 이에게서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고

그동안 깨닫지 못했던 자신을 내보이는

일탈이나 설렘,

라일라가 결혼을 결심한 계기는

더 이상 관계를 흔들고 깨뜨리는 사건이 아니라

진짜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여정으로 해석되며 공감할 수 있었다.


전혀 접점이 없었던 이들이

짧은 시간이지만 낯선 서로에게

연민과 다정함을 건네며

각자의 진짜 모습에 가닿도록

이끌고 밀어주는 모습은

모든 것을 포기한 이들에게,

삶을 놓고 싶은 순간에도

다시 삶을 사랑할 이유를 만들기에

충분한 따스함이라 생각한다.


처음에는 온수풀에서 흔들리는 피비,

점점 결혼에 확신이 사라지는 라일라를 보며

그들의 만남이 파국이 아닐까,

이게 불행의 시작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표면적으로 보이는 결혼이라는

긍정의 테두리가 꼭 진짜 행복을 가져오는 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결말이 더 오래 여운으로 남았다.


그들이 만남과 결혼식의 끝으로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여주는

명확하게 닫힌 결말이 아니었지만,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인생 속에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아가는 이들의 여정이

분명 남은 인생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기대로

웃음 지을 수 있었다.


적당히 행복이 보장되는 인생, 평범한 보통의 삶,

이만하면 되었다며 자신의 마음을 가리고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건 아닌지

나의 하루를, 인생을 되짚게 하는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진짜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싶은 이들에게,

지금이 유쾌하지 않은 이들에게

다시 살아갈 이유를 다정하게 일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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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딩 중 - 제1회 소원어린이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소원어린이책 32
김온서 지음, 임나운 그림 / 소원나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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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같은 반 친구 한 명이 가출하는 일이 있었다.

평상시에 말썽을 피우는 아이도 아니었는데,

동네 나쁜 형들의 꾀임으로 집을 나와

여기저기를 전전하며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가출기간은 훌쩍 며칠을 넘어갔고

슬슬 걱정스러워하는 아이들과

혹은 그 아이가 원래 질이 좋지 않았다며

아닌 듯 험담을 나누는 아이들까지

의견이 분분하며 분위기가 뒤숭숭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의 손에 의해

학교 밖을 헤매던 그 아이가 잡혔고,

한참을 숙직실에서

선생님에게 매를 맞고 나서야

다시 집으로, 학교로 돌아오게 되었다.


아직 어린 초등학생이 가출이라니,

겁이 많은 나는 괜히 무서웠었다.

그 아이를 뒤따라 나쁜 오빠들이

우리들을 괴롭히지는 않을까,

혹은 아이들 말마따나 질이 좋지 않은

그 아이가 학급 분위기를 흐릴까 봐

걱정되는 마음으로 슬슬 피하곤 했다.


하지만 막상 학교로 돌아온 그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한 일상을 되찾았다.

부모님의 보살핌 없이

조부모님과 살던 아이였던 그는,

모두가 자신에게 무관심한 것 같다는 게

가출의 이유였기에

선생님이 때린 매가

사랑과 관심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아이들의 세상은 대체로

가정, 학교, 친구라는 테두리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기에 부모님의 말 한마디,

가정의 분위기나 급우 관계가

아이의 마음을 즐겁게도,

때로는 슬프거나 힘들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가정 혹은 친구 관계에서의 고민,

혹은 공부를 강요하고 내 마음과 꿈을

원하는대로 펼치지 못하는

자아실현의 위기 앞에

아이들은 와르르 무너지고 갈등한다.


이따금 되려 그 아픈 마음을

다른 아이들에 대한 괴롭힘이나

쌀쌀맞은 태도, 욕설로 표현하며

그렇게 자신의 위기 앞에 흔들리기도 하고

극복하기도 하며 조금씩 자란다.


김온서 작가의 《로딩 중》은

세 아이가 마주한 현실 속 위기 앞에 나타난

신비한 현상에 대해 다룬다.


가정불화와 가난으로 매일같이 다투는

부모님, 그 무관심 속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진우,


과도한 학업에 대한 압박으로

자신의 얼굴을 잃어버린 정후와

꿈과 현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강산이,


결손 과정이라는 불편한 시선,

가정 내의 불화로 상처가 가득하지만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그들에게 나쁜 아이가 되기로 마음먹은

지나의 이야기까지


아이들의 흔들리는 현실을 따라

그들의 선택과 행동을 지켜보다 보면

어느덧 각자의 위기를 외면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나아갈 길을 찾아가는

단단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오직 돈을 좇는 부모님에게

행복한 우리집을 완성하기 위해

자신이 만든 게임 속 세상으로 데려가

다시 나오지 않게 자물쇠를 잠그는 진우.


자신 역시 처음에는 게임 속의 돈이

현실로 나타났을 때는 흥분하지만,

그가 돈을 통해 얻고자 했던 것은

그저 부모님과 자신이 화목했던

과거의 모습일 뿐.


돈이 최고의 가치라 생각하며

아이를 헤아리지 못하는 부모님 앞에

나의 마음을 헤아려주길,

대단한 행복이 아닌 함께 웃는

소박한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

마냥 행복한 결말로 이어지진 않아서

씁쓸하기도 했다.


두 번째 이야기의 정후는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다.

공부를 잘해야, 좋은 대학에 가야 성공한다며

공부를 강요하는 부모님의 모습은

과거는 물론 지금까지 겹쳐진다.


시키는 대로 학교와 학원 오가고,

함께 우정을 나누는 친구와도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관계의 단절을 겪는 통제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리고 꿈을 잃어버린 채

뒷모습으로만 살아가는 정후를 통해


아이들 스스로에게는 '나의 꿈'을

찾아나갈 수 있는 용기를,

어른들에게는 자녀에게 강요하는 학업,

통제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게 하는

깊은 울림이 되리라 생각한다.


마지막 이야기는 결손가정의 아이로

겉보기에는 나쁜 아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회의 편견과 불편한 시선 앞에

차라리 '나쁜 아이'로 남아 상처받지 않으려는

지나의 고군분투로 이어진다.


지나가 할머니, 친구들과 주고받는

아프고 거친 언어를 먹고 자라는

'야'라는 존재가 등장하게 되면서,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지 못하던 지나가

조금씩 그에게 애정을 쏟고

따스함을 베풀게 되는데


나쁜 말을 먹고 살기에

지나의 따뜻한 마음이 독이 되어

오히려 '야'가 먹을 수 있는 말이 줄어

함께할 수 없게 되는 진행은


거칠어 보이는 누군가에게 가려져 있을 진심,

내가 뜻 없이 편견으로 타인에게 내뱉는

말이 얼마나 큰 상처가 될 수 있는지

깨닫게 만들어주는 계기로 이어진다.


어른들이 만든 세상 속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세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아직 미숙하고 모르는 것투성이인 어린이이지만,

이들이 어린이로서 살아가는 순간이

그저 '미래'만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이미 이 자체로도 완성된 삶이라는 것을 보여주며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어린이의 삶,

성장과 그들만이 가진 힘을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각자에게 안겨진 고민으로

흔들리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공감으로,

아이들을 보며 '도대체 왜 그럴까'

이해하지 못했던 어른들에게는

그들의 불안함과 상실감, 고민의 본질을

헤아릴 수 있는 혜안을 가지게끔 도와주는

그런 책이 되리라 생각한다.


차갑고 잔혹한 현실에 갇혀 있지만

한 걸음씩 용기 있게 발자국을 떼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떤 면에서는 여전히 성장을 위해

'로딩 중'인 어른의 삶도 겹쳐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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