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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딩 중 - 제1회 소원어린이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ㅣ 소원어린이책 32
김온서 지음, 임나운 그림 / 소원나무 / 2026년 5월
평점 :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같은 반 친구 한 명이 가출하는 일이 있었다.
평상시에 말썽을 피우는 아이도 아니었는데,
동네 나쁜 형들의 꾀임으로 집을 나와
여기저기를 전전하며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가출기간은 훌쩍 며칠을 넘어갔고
슬슬 걱정스러워하는 아이들과
혹은 그 아이가 원래 질이 좋지 않았다며
아닌 듯 험담을 나누는 아이들까지
의견이 분분하며 분위기가 뒤숭숭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의 손에 의해
학교 밖을 헤매던 그 아이가 잡혔고,
한참을 숙직실에서
선생님에게 매를 맞고 나서야
다시 집으로, 학교로 돌아오게 되었다.
아직 어린 초등학생이 가출이라니,
겁이 많은 나는 괜히 무서웠었다.
그 아이를 뒤따라 나쁜 오빠들이
우리들을 괴롭히지는 않을까,
혹은 아이들 말마따나 질이 좋지 않은
그 아이가 학급 분위기를 흐릴까 봐
걱정되는 마음으로 슬슬 피하곤 했다.
하지만 막상 학교로 돌아온 그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한 일상을 되찾았다.
부모님의 보살핌 없이
조부모님과 살던 아이였던 그는,
모두가 자신에게 무관심한 것 같다는 게
가출의 이유였기에
선생님이 때린 매가
사랑과 관심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아이들의 세상은 대체로
가정, 학교, 친구라는 테두리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기에 부모님의 말 한마디,
가정의 분위기나 급우 관계가
아이의 마음을 즐겁게도,
때로는 슬프거나 힘들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가정 혹은 친구 관계에서의 고민,
혹은 공부를 강요하고 내 마음과 꿈을
원하는대로 펼치지 못하는
자아실현의 위기 앞에
아이들은 와르르 무너지고 갈등한다.
이따금 되려 그 아픈 마음을
다른 아이들에 대한 괴롭힘이나
쌀쌀맞은 태도, 욕설로 표현하며
그렇게 자신의 위기 앞에 흔들리기도 하고
극복하기도 하며 조금씩 자란다.
김온서 작가의 《로딩 중》은
세 아이가 마주한 현실 속 위기 앞에 나타난
신비한 현상에 대해 다룬다.
가정불화와 가난으로 매일같이 다투는
부모님, 그 무관심 속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진우,
과도한 학업에 대한 압박으로
자신의 얼굴을 잃어버린 정후와
꿈과 현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강산이,
결손 과정이라는 불편한 시선,
가정 내의 불화로 상처가 가득하지만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그들에게 나쁜 아이가 되기로 마음먹은
지나의 이야기까지
아이들의 흔들리는 현실을 따라
그들의 선택과 행동을 지켜보다 보면
어느덧 각자의 위기를 외면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나아갈 길을 찾아가는
단단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오직 돈을 좇는 부모님에게
행복한 우리집을 완성하기 위해
자신이 만든 게임 속 세상으로 데려가
다시 나오지 않게 자물쇠를 잠그는 진우.
자신 역시 처음에는 게임 속의 돈이
현실로 나타났을 때는 흥분하지만,
그가 돈을 통해 얻고자 했던 것은
그저 부모님과 자신이 화목했던
과거의 모습일 뿐.
돈이 최고의 가치라 생각하며
아이를 헤아리지 못하는 부모님 앞에
나의 마음을 헤아려주길,
대단한 행복이 아닌 함께 웃는
소박한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
마냥 행복한 결말로 이어지진 않아서
씁쓸하기도 했다.
두 번째 이야기의 정후는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다.
공부를 잘해야, 좋은 대학에 가야 성공한다며
공부를 강요하는 부모님의 모습은
과거는 물론 지금까지 겹쳐진다.
시키는 대로 학교와 학원 오가고,
함께 우정을 나누는 친구와도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관계의 단절을 겪는 통제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리고 꿈을 잃어버린 채
뒷모습으로만 살아가는 정후를 통해
아이들 스스로에게는 '나의 꿈'을
찾아나갈 수 있는 용기를,
어른들에게는 자녀에게 강요하는 학업,
통제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게 하는
깊은 울림이 되리라 생각한다.
마지막 이야기는 결손가정의 아이로
겉보기에는 나쁜 아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회의 편견과 불편한 시선 앞에
차라리 '나쁜 아이'로 남아 상처받지 않으려는
지나의 고군분투로 이어진다.
지나가 할머니, 친구들과 주고받는
아프고 거친 언어를 먹고 자라는
'야'라는 존재가 등장하게 되면서,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지 못하던 지나가
조금씩 그에게 애정을 쏟고
따스함을 베풀게 되는데
나쁜 말을 먹고 살기에
지나의 따뜻한 마음이 독이 되어
오히려 '야'가 먹을 수 있는 말이 줄어
함께할 수 없게 되는 진행은
거칠어 보이는 누군가에게 가려져 있을 진심,
내가 뜻 없이 편견으로 타인에게 내뱉는
말이 얼마나 큰 상처가 될 수 있는지
깨닫게 만들어주는 계기로 이어진다.
어른들이 만든 세상 속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세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아직 미숙하고 모르는 것투성이인 어린이이지만,
이들이 어린이로서 살아가는 순간이
그저 '미래'만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이미 이 자체로도 완성된 삶이라는 것을 보여주며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어린이의 삶,
성장과 그들만이 가진 힘을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각자에게 안겨진 고민으로
흔들리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공감으로,
아이들을 보며 '도대체 왜 그럴까'
이해하지 못했던 어른들에게는
그들의 불안함과 상실감, 고민의 본질을
헤아릴 수 있는 혜안을 가지게끔 도와주는
그런 책이 되리라 생각한다.
차갑고 잔혹한 현실에 갇혀 있지만
한 걸음씩 용기 있게 발자국을 떼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떤 면에서는 여전히 성장을 위해
'로딩 중'인 어른의 삶도 겹쳐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