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사라진 세계
모리타 아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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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벌써 한참의 시간이 흘렀지만

예고 없이 가족과의 사별을 겪었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감정을 겪었다.


왜 하필 우리 가족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

갑자기 다가온 불행은 감당하기 어려웠고,

내가 지금 느끼는 이 슬픔과 고통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며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고 깊이 들어갔다.


주변에서 많은 위로와 응원을 건넸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며 힘내라는 말은

어떤 위로도 되지 않았고

그 아픔이 희석될 수 있는 거라면

과연 얼마큼의 시간이 필요한 걸까

도무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가족을 잃은 이들의 사연 앞에서는

나만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라 생각했고,

떠난 이에게 더 잘하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과

아무리 이제 와서 잘 하려 해도 되돌릴 수 없다는

무력감으로 슬픔을 극복하지 못했다.


모리타 아오의 소설 《네가 사라진 세계》에서도

이렇게 누군가를 떠나보낸 이들이

떠나간 이들이 남긴 자리에서

그 고독한 공백에 힘들어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절친이었던 친구와, 좋아했던 사람을

연이어 떠나보낸 아야카.

친구들의 시한부 사랑을 지켜보며

그들의 숭고한 사랑을 동경했지만,

정작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며

남들의 눈치 속 그늘진 그녀는

자신의 사랑 앞에서는 겁쟁이가 되어

긴 연애를 이어가지 못한다.


연이은 사랑의 실패와 상실감에 빠져

자신의 삶을 오롯이 살아가지 못하던 때

우연히 소중한 사람과의 사별에

힘들어하는 이들을 격려하고 지지하는 모임인

'그리프 케어'를 통해 조금씩 바뀌게 된다.


나와 우리 가족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엄청난 상실감 앞에 내가 겪은 아픔의 감정을

남들에게 드러내기란 쉽지 않다.


섣불리 그 마음을 누군가 판단하는 것도,

겪은 사연을 말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다시 아픔이 찾아오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위로받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무에게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이중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힘듦 속에서도

'같은 경험을 한 동지'라는 사실은

조금은 부담을 내려놓고 마음을 열게 만든다.


책의 주인공인 아야카 역시

그리프 케어에서 각자의 사연으로

누군가와 이별 혹은 사별하거나

반려동물의 죽음 등 다양한 이유로

이곳을 찾은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조금은 응어리진 마음을 털어놓게 되고,

그 사이에서 불치병으로 5년 전 아내와 사별한 뒤

딸마저 외가에 맡겨둔 채 자신을 가두며

힘겹게 살아가는 가시와기를 만나게 된다.


비슷한 경험과 공감 아래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졌다.

서로의 감정을 이해한다는 공통점,

현실에서 용기를 내지 못한 채

아픔에 침잠하던 그들은

조금씩 조금씩 서로에게서 힘을 얻으며

떠나간 이들이 남긴 빈칸을 채워 나간다.


그동안 실패했던 사랑을 뒤로하고,

그에게 용기 내어 마음을 전하고 싶은 아야카.

분명 그녀에게 호감이 있는 듯싶었지만

섣불리 마음을 열지 못하고 아내에 대한 죄책감,

남은 딸에 대한 책임감 등을 이유로

가시와기는 자꾸만 도망간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없는 가정'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동정하고 불쌍히 여기던 시선에

상처를 받았던 아야카는,

딸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자신이 키우지 않고

외조부모에게 맡기는 가시와기에게

따끔한 충고를 건네며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마주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용기를 내어 다시 사랑을 시작하기로 한 그들 앞에

이미 세상을 떠난 가시와기의 아내가 남긴

편지가 도착하면서,

흔들리던 마음에 변화가 나타나게 되는데……


누군가와의 이별 앞에 작고 좁아지는 인간관계,

그리고 상실감으로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자꾸만 과거에 머무르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한참 힘들어했던 과거의 나와 겹쳐지며

목구멍이 뜨거워지는 공감으로 이어졌다.


누구의 탓도 아니지만 느껴지던 죄책감,

그리고 아무리 힘들고 슬퍼해도

바꿀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무력감은

가족의 죽음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와의 이별 혹은 펫로스 같은 경험을 통해

누구든 느껴본 적이 있는 감정일 것이다.


책은 그런 상실감을 가진 인물들이

서로의 상실감을 거울처럼 비춰보며

외면하던 자기 자신에 대한 감정을

제대로 마주하게 도와준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한발씩

앞으로 나아가는 성장을 통해

같은 아픔을 겪은 이들에게 위로와

치유의 감정을 일깨워 줄 것이다.


새로운 시작을 마음먹었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은 아내라는

그림자에 압도되는 아야카의 걱정,

행복하고 싶지만 이대로 괜찮은 걸까

잘 해낼 수 있을까 염려되는 마음까지도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


슬픔이라는 감정을

꼭 지우고 털어내야 하는 감정이 아닌,

혹은 떠난 상대를 무조건 잊어야 하는 게 아니라

그 감정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도 괜찮다며

기억과 마음을 털어내지 않고도

함께 살아가도 된다는 위로는

새로운 시작을 '죄책감'이 아닌

자연스러운 변화로 이끌어 내었다.


불안과 고독을 씻어내고

새로운 내일을 맞이하는 그들의 사랑,

자신에게 얹어진 상실의 그림자를

애써 지우지 않고도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용기를 일러주며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불편한 마음을 희석시킬 수 있었다.


정해진 애도 기간이나,

여전히 슬프지만 이를 표현하지 않고

숨겨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자신의 마음이 허락하는 한

그 슬픔을 언제 까지든 지니고 있으면서

같은 아픔을 가진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랑은


상실을 넘어 어떻게 다시 사랑을 시작하고,

내일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그 방법을 일러주는 듯했다.


극복할 수 없는 슬픔을

억지로 지워내야 할 숙제처럼 여기지 말고,

충분히 슬퍼하고 아파하며

그 존재까지 포함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음을

일깨워 준 독서였다.


애써 남아있을 아픔이 걱정되어

가족들끼리도 새삼 지난 일을 이야기하거나

슬픔을 곱씹지 않았었는데,

이 책을 함께 읽으면서 지난 시간과

아픔을 서로 헤아리면서

내일을 살아낼 용기를 나누고 싶다.


소중한 존재를 잃어본 적이 있는 누구든

상처를 안고도 다시 사랑하는 용기를 낸

이 이야기를 통해 희망의 마음을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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