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는 삶 - 무엇을 선택하고 이룰 것인가
미로슬라브 볼프.마태 크러스믄.라이언 매컬널리린츠 지음, 김한슬기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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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도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가고
마지막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며
올 한 해를 되돌아보고 정리하게 된다.

과연 나는 올 한 해 동안 무엇을 이뤄냈는지
혹은 잘 살아왔는지에 대한 반성,
그리고 새해에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지기도 하면서 말이다.

《가치 있는 삶》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 마주치는 질문인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생의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내서로
지난 10년간 예일대 인문학 과정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던 수업인
'가치 있는 삶' 강의를 바탕으로 쓰였다.

이 책은 일반적인 자기 계발서나
유명인의 인생 조언처럼
이렇게 해야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친절한 책은 아니다.

저자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부처나 공자, 예수처럼
유명한 종교 지도자부터 시작해
니체, 오스카 와일드와 같은 사상가들,
그리고 마사 누스바움 등
근현대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활용해
이들이 고민했던 '진정한 삶의 가치'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들려줌으로써
우리가 삶을 뒤바꿔놓을 '의문'을 제시하고

우리가 꼭 추구해야만 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그러한 가치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책을 읽는 독자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꾸준하게 탐색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책에 소개된 다양한 현자들의 이야기를 읽어가며
조금 특이하다고 생각한 점이 있었는데,
'우리는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야 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그들이 찾은 해답이
어떤 일관된 내용으로 수렴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보통의 책에서는 소개되는 이야기들이
궁극적으로 하나의 해답으로 이어지는 반면,
이 책의 이야기들은 왜 각기 다른 해답을 제시할까?
무슨 메시지를 말하고 싶은 걸까 할 때쯤
비로소 문득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저자들은 현자들의 다양한 이야기 끝에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보편적 가치가
궁극적 해결책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런 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즉, 우리 인생에 단 하나뿐인 정답은 없다는 뜻으로
아무리 뛰어난 사람들이 내린 답이라 할지라도
내 인생의 의문에 대해
그들이 대신 답을 내려줄 수 없는 법이라고,

그렇기에 우리는 과거에 존재했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이 내린 답을 참조하되,
궁극적으로는 내 인생의 답을
스스로 찾아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 것이다.

아무리 큰 가르침을 주거나 방향을 제시하더라도
그것이 내 의지나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마냥 의미 없이 '쫓는 것'만으로는
가치 있는 삶이라 할 수는 없기에

저자들은 마치 끊임없는 대화를 하듯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계속적으로
인생의 '의문'을 제시하며
읽는 스스로가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풍성하고 다양한 질문의 숲으로 인도한 것이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의문'을 가진다 한 들
이 의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자신뿐.
우리는 스스로가 걸어가는 길에
커다란 책임이 있는 삶의 주체들이기에

내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스스로 최선을 다해 고민해야 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해가며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를 찾아
삶의 목적과 의미를 재정립하고,

단 한 번뿐인 삶을 후회 없이,
내가 초점을 둔 중요한 가치를 위해
살아가야 한다는
진심 어린 조언을 전하며 이 책은 마무리된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나만의 가치,
나만의 주체성을 갖기란 쉽지가 않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보편적인 가치에 나를 맞추어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맞겠지' 하고 순응하기 보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친다면
나에게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인지
진정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겠다는 기대가 든다.

연말 독서로 참 좋은 선택이 된 책이었다.
내 삶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다시 한번 제대로 고민해 보고
이 책을 시작으로 내 인생의 답을 찾아나가는
그런 새해를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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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과 나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래빗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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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백 투 더퓨처(back to the future)는
1985년도에 제작된 작품으로,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후 미래인 2015년으로
이동한 모습이 등장한다.

시간이 흘러 실제로 영화 속 '미래'였던
2015년이 우리의 '현재'가 되었을 때,
그 시절 상상한 미래의 모습과 지금을 비교하며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보여준 글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이 책 역시 미래 모습에 대한 상상에서 시작한 이야기로,
아직은 인간이 접근하지 못한 미지의 행성이자
물의 흔적이나 생명의 존재여부 등으로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던 '화성'에
인간이 이주하게 된다는 가정으로 시작된다.

책을 써낸 배명훈 작가가 외교부의 연구 의뢰를 받아
〈화성의 행성장치〉라는 보고서를 완성한 뒤,
화성과 관련해 학문을 넘어 문학만이 던질 수 있는
질문에 도달하고자 쓴 소설이다.

'화성에서 인간은 무엇을 먹고 살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과학적이 아닌 문학적으로 접근해,
실제 '화성살이'에서 마주할 법한
지구인과 화성인의 문제와 고민을 담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단순히 '가정'이니까 모든 생각을
그저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해
자유롭게 제한없이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상상력과 가능성'을 전제로 하고
상상을 펼쳤기에 더욱 현실적으로 와닿았고,
또 그렇기에 읽는 내내 실제로 화성에 살고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듯
쉽게 몰입하고 빠져들 수 있었다.

그는 책에서 지구와 화성이라는 거리의 차이,
생활주기 같은 환경적인 차이뿐 아니라
아직 '문명'이 형성되지 않은
초기 화성의 생활과 삶의 방식을
자신만의 상상력을 발휘해 표현하였다.

지구에서 옮겨 온 사람들이 꾸린 화성사회,
탐사와 개척을 목적으로 하는
초기의 인원으로 시작해
점차 평범한 이주민들로 채워지는 과정은 물론

지구인과 화성인의 소통,
거리로 인해 자연스레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인간관계에 대한 감정적인 부분과
지구 세력과 힘겨루기 하며
화성 내부에서 나름의 균형을 맞춰
지구에서처럼 국가 단위가 아닌 아닌
화성만의 '행성의 정체감'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단순히 '화성이주'라는 것을 떠올렸을 때
미처 깊이있게 생각하지 못했던
힘의 불균형이나 화성과 지구 세력의
상호견제 같은 갈등까지 다뤄내어

결국에는 이런 과정들의 끝에
지구에서 떠나와 화성에 정착해
진정한 '화성인'으로서 자리매김하게 되는
새로운 '문명'의 탄생까지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책의 각 단편에서는
화성 초기 정착 단계의 시점이나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자리잡은 1세대 이후
화성에서 태어나 자란 2세들의 이야기 등
다양한 시점의 화성인들을 담았다.

화성정착 초기 시점에서는 갑작스레 발생한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이 갈등을 지구의 시각과 기준이 아닌,
화성만의 시각과 기준에서 어떻게 해결해야
이 사회가 흔들리지 않을 것인가 하는
심도있는 고민을 담았고,

그 다음편에서는 조금 과학적인 부분은 밀어놓고
지구와 화성의 물리적 거리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감정을 이어가는 연인의 모습으로
감성적인 부분의 공감과 흥미를 이끌기도 했다.

그리고 문득 지구를 떠나서야 느낀
음식에 대한 향수같이 가장 실질적이면서도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이야기와

가진 것도 먹을 것도 없는 불모의 땅인 화성이지만,
기후 위기나 무분별한 개발 등에 속수무책인
지구에서의 실수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행성 단위의 통치제도를 모색하고
지구 문명과 힘의 균형을 맞춰가는
화성인만의 삶의 모습까지
다양한 시점의 화성생활을 보여줌으로써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포인트의 문제부터
누구나 할 법한 고민의 해결,
사랑이나 인간관계 같이 지구를 떠나왔지만
완전히 끊어지지 않는 인간 사이의 소통까지
폭넓게 다루어 각 편마다 다양한 생각을 갖고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또한 환경은 지구와 다르지만
더 나아질 내일을 위한 기대를 안고
각자의 양심과 신념으로 매일을 버티며
힘든 와중에 서로를 돕고 구하며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인물들을 통해,

어쩌면 우리의 현실인 '지구살이'에 있어서도
우리가 매일같이 마주하는
다양한 사회적, 정치적, 환경적인 문제와 갈등 역시
책 속의 화성인들이 그래왔듯
모두가 한마음으로 나선다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아닐지도 모른다고,
너무 늦은 건 아니라는 기대감이 들기도 했다.

익숙지 않은 SF 소설이었지만
이또한 결과적으로는 '사람과 삶'의 이야기임을,

지구에서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를
가뿐히 초월하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화성에서의 '삶'을 다루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지구의 문제 역시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해내며
함께 나서 해결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가볍게 '미래에 화성에 사람이 살 수 있다면'을
상상한 것이 아니라
너른 시각으로 다양한 부분의 문제를 고민하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작가의 글을 통해
미래 화성에서의 삶을,
그리고 지구별에 살고 있는 나와 우리의 삶을
다시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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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혼합니다
가키야 미우 지음, 김윤경 옮김 / 문예춘추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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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뉴스를 통해 해가 갈수록
장년층 혹은 노년층의 황혼이혼이 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기억이 난다

오죽하면 몇 십 년을 함께 살아온
반려인과의 관계를 끊어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다 늙어서 인생의 마지막에 하는 이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나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이기도 하고
나이도 30대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살아온 상대와
갑자기 이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마음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지 못했는데

다양한 사회문제를
사실적이고 리얼하게 표현한 소설로
새 소설이 나올 때마다 찾아읽게 하는
작가 가키야 미우의 신작을 통해
비로소 그 감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은 쉰 여덟 살이라는 인생의 후반기에
이혼을 결심한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다

주인공 스미코는 남편이 폭력을 휘두르거나
다른 여자가 생긴 것은 아니지만
어느 순간 남편과 같이 있기만 해도
견디기 힘들어 건강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
힘든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어느 날, 남편이 죽었다는 소식을 알려오는
친구의 상중 엽서를 받고는
부럽다는 감정에 휩싸인 그녀는
남편과 함께 하는 삶이 괴로워
그가 '죽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다
그 시간을 기다릴 수 없어
결국엔 이혼을 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따로 모아둔 돈도 없고
아이를 가지게 되며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 생활을 하다 이제 계약직으로 일한 지
오래지 않았기 때문에 이혼을 한다 해도
여생의 삶을 혼자 이끌어 가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고 한숨을 쉬며 망설이게 되는데.

과연 그녀는 이혼에 성공하고
자유를 찾아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남편이 벌어온 돈으로 살림을 하고
아이들을 교육하고 시부모 수발을 하는 삶,
그러면서 정작 자신은 챙길 새도 없이
오로지 가족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남편의 눈에는 그저 '집에서 노는 사람'일 뿐
한 사람의 존중받아야 할 가족 구성원보다는
대수롭지 않은 존재일 뿐이다

그저 '참는 것이 미덕'이라 여겼던 그녀는
점점 시간을 거듭해가며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게 되고
남은 본인의 여생을 위해,
기약 없는 남편의 죽음을 기다리기보다는
그런 남편에게서 벗어나
자신을 위한 자유와 선택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으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 선택의 끝에서
비로소 제대로 자신의 본 모습을 되찾게 되며
이 이야기는 끝이 난다

얼핏 이 이야기를 읽어 내려 가다 보면
이런 결혼생활의 모습을 보며
남녀 갈등을 유발한다고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혼을 결심하고
혼자 자립해 나가는 스미코의 노력과
또 스스로 자신의 힘으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믿지 못했던
그녀가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통해

이런 결혼은 옳지 않다,
이런 가정은 이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혼자 사는 인생도, 결혼 또는 이혼하는 인생도
모두 각자 행복하게 살기 위한
하나의 소중한 선택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선택으로 결정한 삶인 만큼,
결정한 이후에는 타인의 시선이나
일반적인 삶의 모습에 신경 쓰거나 비교하지 말고
남이 나를 어떻게 볼지 신경 쓰지 않고
주체적으로 살자는 메시지는
꼭 결혼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인생을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울림이 아닐까 싶다

아내와 엄마로 살아가며 '나'를 내려놓고
그것이 당연한 미덕인 양 살아온
수많은 이 세상의 여성들에게
누구보다 스스로를 사랑하며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작가의 메시지를
꼭 읽어보라 추천하고 싶다

읽는 내내 모든 살림을 거의 전담하고
본인보다는 가족을 위해 희생해온
엄마의 모습과 오버랩되어 속상하기도 했고
또 반성의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 소설을 읽는 수많은 스미코들이
자기 자신을 좀 더 사랑하고
주체적인 선택을 할 수 있기를,
그리고 책을 읽는 모두가
내 곁의 소중한 사람을 당연히 여기지 않고
배려할 수 있는 사람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엄마에게도, 아빠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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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틈에 빛이 든다 - 책에서 길어올린 생각의 조각들
류대성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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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일상 속에서 크고 작은 수많은 문제에 직면하거나
다양한 고민에 빠지곤 한다.

누군가는 종교의 힘에 기대어 답을 얻기도 하고
부모나 인생 선배 그리고 지인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그들이 해주는 말을 들으며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찾기도 한다.

나 역시 고민이 있을 때면
이미 이런 고민의 시간을 거쳐보았을
부모님이나 언니, 선배에게 묻기도 하지만

어떤 때에는 누군가에게 묻지 않고
읽었던 책 속 중 나에게 힘을 주었던 구절을 찾아
혼자 조용히 이를 되뇌며 마음을 다잡기도 한다.

이 책은 회사에서 국어교사로
또 지금은 작가로 살아가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한 인문학자가 책장 모서리를 접어
마음에 담아둔 문장들을 추려낸 글로,

삶의 고민에 빠져있을 때 건네는
인생 선배의 조언처럼,
혹은 누군가 대신 읽어주는
책 속 힘을 주는 문장과 같은 느낌으로
실제로 흔들리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쓴 책이라고 한다.

책에서는 인생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선택, 속도, 공존, 시선, 시간, 성장이라는 여섯 낱말을
흔들리고 망설이는 현실을 지탱해 줄 키워드로 삼아
책에서 길어올린 문장과 이 키워드를 엮어
인문학적인 따뜻한 조언을 건네었는데

이를 통해 삶의 지평 속 꼭 필요한
나와는 다른 시선과 관점의
조언들을 얻게 되었을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인간'의 문제로 귀결되어
좀 더 폭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삶을 살아가게 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인생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수많은 선택의 시간,
종착역도 이정표도 없이 불안해하며 걷는
인생 속에서도
자기만의 속도와 스타일을 추구하며
때로는 자기만의 페이스로,
때로는 주변 사람들의 속도에 맞춰
걸을 수 있어야 행복하다고
그는 책 속 문장을 빌려 질문을 하고
답을 찾아 안내하며
친절하고 따뜻한 조언을 건네주었고

세상을 살아가며 맺는 나의 관계,
즉 '타인과의 거리'가 바로
지금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이기 때문에
내 입장만을 고수하는
높은 담을 쌓아 올리기보다는
각자의 입장을 공감하고 서로에게 힘을 줄 수 있는
관계적인 경계를 만든다는
'공존'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었다.

또한 나의 생각과 판단, 선택이 틀릴 수 있다는
겸손함을 전제로 한
타인의 말과 행동을 헤아릴 줄 아는 배려는
궁극적으로 내 삶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되고
행복한 방향으로 시선을 바꾸어 놓는다는
이야기에서는 절로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책의 마지막에서 그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성장한다는 것은 양손에 쥔 무언가를 내려놓고
또 다른 무언가를 움켜잡는 과정으로,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세계의 벽을 깨고
또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사회에서 요구하는 질서와 이기적인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고 때때로 길을 잃고 흔들리더라도
스스로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려는
그 정신이 있다고 말이다.

작가는 읽다 접어둔 책장에 빛이 들듯
우리가 사는 팍팍한 일상의 틈에도 언젠가
빛이 드는 순간이 찾아온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의 믿음으로 써 내려간 글을 통해
지금의 나를 돌아볼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지금 현재의 힘든 나를 잘 다독여 나간다면
제대로 다가올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기도 했다.

또한 이렇게 책 속에서 삶의 길을 찾고
태도와 방향을 점검하는 이 과정을 통해
망설이고 부딪치고 갈등하지만
그래도 매일 조금씩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든다.

쉽지만은 않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평소의 나라면 쉽게 접하고 읽어보지 않았을
책 속 문장들을 대신 읽어주는 작가의 친절함으로
이만큼 인문학에, 지식과 교양에
가까워지는 독서가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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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아닌 여행기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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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라는 재미있는 필명을 가진
이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대학교 다니던 시절엔가 우연히 읽게 된
《키친》이라는 소설이 시작이었다

이 소설의 단편 중 하나인
〈달빛 그림자〉에 푹 빠져버려서
한창 모든 사이트의 닉네임을
달빛 그림자로 하며
단연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손꼽을 만큼
20대를 거쳐 30대가 되는 긴 시간 동안
그녀의 많은 작품들을 읽고 또 애정 해왔던 터

그런 요시모토 바나나가 쓴 에세이라니
어찌 읽어보지 않을 수 있을까 싶어
읽을 책이 쌓여있는 와중에 이 책을 펼쳤다

조금 스트레스 받는 일상,
어딘가 답답하고 잘 풀리지 않는 인간관계,
미래를 향한 걱정과 두려움까지 더해져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갈증이 드는 요즘이라
여행기라는 제목에서
작가가 어딘가를 여행하며 느낀 시선을
담은 책일까 하는 기대감에 펼쳐본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의 예상과 다르게
책의 서두에 등장하는 어성초 이야기를 읽고 나니
왜 책 제목이 《여행 아닌 여행기》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이별과 슬픔 혹은 여유가 없는 바쁨 속에서도
발견되는 삶의 아름다움을
즉, 일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여행하며
느낀 작가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으로

1부에서는 반려동물이나 음식 등
일상의 작은 것들이나 해외여행을 통해
얻은 단상들을

2부에서는 친구 선생님 좋아하는 사람들 등
주변인에게 배운 좋은 것들에 대해

3부에서는 예상치 못한 피해나
이별을 겪으며 깨달은 생각이나
가족에 대한 이야기까지
폭넓게 그녀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작가이자 엄마이자 딸 그리고 아내로서
모든 역할을 잘 해내는 것에 지친 그녀가
불쑥 '내 인생은 내 것'임을
잊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며

아무리 존경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자기를 맡길 수는 없다는 생각에
내 인생은 내 것이라는 확실한 감각을 바탕으로
주변을 바라보게 된 그 새로운 하루를
담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행복하지 못하다고 느낄 때,
무슨 일이 있을지 알 수 없어서
불안하고 조급한 인생에서
그저 꽉 움켜쥐고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바람을 타고 파도를 타고 판단하는 것뿐
그런 본능을 갈고닦아야 한다고,
만약 뜻하지 않은 일이 생기면
자신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흥미롭게 지켜보면 된다고
책을 통해 인생 선배와 같이 바나나는
담담한 조언을 건네주었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
일상에서 만나는 음식, 반려동물, 물건을 비롯해
주변 지인과 좋아하는 사람, 가족과의 관계까지
다양한 인생의 희로애락과 흐름에 몸을 맡기고
스스로가 인생의 제대로 된 주인이 되어
나를 위해 내가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삶을 살자는 단단한 결심을 하게 되었다

작가의 말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죽음을 앞둔 사람이 손을 꼭 잡아 주거나,
죽어가는 개가 마지막 힘을 다해 다가오는
그런 너무도 슬픈 힘을 받아들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아주 무거운 책임을 맡기는 그 힘.
그러나 살아 있는 한 무거워도 받고 싶다.
그리고 나 역시 죽을 때는 모두의 손을 꼭 잡고 싶다.
온 힘을 다해 간절히 바통을 넘긴다.
그것이 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소한 것들을 귀하게 보듬으며 살아온
바나나의 삶의 태도가 담긴 이 메시지는
책을 덮은 이후에도 오래오래 잔상처럼 남아

만일 내일이 마지막 하루라 하더라도
오늘과 똑같이 지낼 수 있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나날을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자꾸만 되뇌게 되었다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약간씩 차이가 있을 뿐
어느 인생이나 엇비슷할 것이다
맛있는 것을 먹는 날도,
그저 평범하게 산책을 즐기는 날도 있고,
또 어떤 날에는
깊이 사랑하는 존재를 떠나보내는
이별의 순간도 있고 말이다

그 속에서도 깊고 아름다운
生의 반짝임을 건져낼 줄 아는,
소중히 살펴보고 그것에서 감동하고
다시 새로운 하루의 마음을 단련하면서
나날이 어른이 되어가는 그녀의 생각을 좇아
나 역시 조금은 마음의 키가 자란
느낌을 받기도 했다

하나하나 되짚어보면 아름다운 삶을
스스로 눈을 가리고 마음의 소리를 외면하며
살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오직 나를 위해 조정하는 내 인생.
근육을 단련하듯 매일 마음을 단련해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새로운 매일을
만들어내는 진짜 어른이 되어가자고
이 책을 통해 다짐해 본다

모든 게 다 내 마음 같지 않아 혼란스러웠던
요즘의 나를 다시금 제대로 바라볼 수 있었던
참 고마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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