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뉴스를 통해 해가 갈수록장년층 혹은 노년층의 황혼이혼이 늘고 있다는소식을 들은 기억이 난다오죽하면 몇 십 년을 함께 살아온반려인과의 관계를 끊어내었을까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다 늙어서 인생의 마지막에 하는 이혼이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나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이기도 하고나이도 30대에 불과하기 때문에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살아온 상대와갑자기 이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마음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지 못했는데다양한 사회문제를사실적이고 리얼하게 표현한 소설로새 소설이 나올 때마다 찾아읽게 하는작가 가키야 미우의 신작을 통해비로소 그 감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이 소설은 쉰 여덟 살이라는 인생의 후반기에이혼을 결심한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다주인공 스미코는 남편이 폭력을 휘두르거나다른 여자가 생긴 것은 아니지만어느 순간 남편과 같이 있기만 해도견디기 힘들어 건강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힘든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어느 날, 남편이 죽었다는 소식을 알려오는친구의 상중 엽서를 받고는부럽다는 감정에 휩싸인 그녀는남편과 함께 하는 삶이 괴로워그가 '죽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다그 시간을 기다릴 수 없어결국엔 이혼을 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하지만 그녀는 따로 모아둔 돈도 없고아이를 가지게 되며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전업주부 생활을 하다 이제 계약직으로 일한 지오래지 않았기 때문에 이혼을 한다 해도여생의 삶을 혼자 이끌어 가는 것에큰 부담을 느끼고 한숨을 쉬며 망설이게 되는데.과연 그녀는 이혼에 성공하고자유를 찾아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남편이 벌어온 돈으로 살림을 하고아이들을 교육하고 시부모 수발을 하는 삶,그러면서 정작 자신은 챙길 새도 없이오로지 가족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지만남편의 눈에는 그저 '집에서 노는 사람'일 뿐한 사람의 존중받아야 할 가족 구성원보다는대수롭지 않은 존재일 뿐이다그저 '참는 것이 미덕'이라 여겼던 그녀는점점 시간을 거듭해가며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게 되고남은 본인의 여생을 위해,기약 없는 남편의 죽음을 기다리기보다는그런 남편에게서 벗어나자신을 위한 자유와 선택을 위해 노력하는모습으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그리고 그 선택의 끝에서비로소 제대로 자신의 본 모습을 되찾게 되며이 이야기는 끝이 난다얼핏 이 이야기를 읽어 내려 가다 보면이런 결혼생활의 모습을 보며남녀 갈등을 유발한다고 불편하게 느끼는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하지만 이혼을 결심하고혼자 자립해 나가는 스미코의 노력과또 스스로 자신의 힘으로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믿지 못했던그녀가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통해이런 결혼은 옳지 않다,이런 가정은 이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혼자 사는 인생도, 결혼 또는 이혼하는 인생도모두 각자 행복하게 살기 위한하나의 소중한 선택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자신의 선택으로 결정한 삶인 만큼,결정한 이후에는 타인의 시선이나일반적인 삶의 모습에 신경 쓰거나 비교하지 말고남이 나를 어떻게 볼지 신경 쓰지 않고주체적으로 살자는 메시지는꼭 결혼한 사람이 아니더라도인생을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울림이 아닐까 싶다아내와 엄마로 살아가며 '나'를 내려놓고그것이 당연한 미덕인 양 살아온수많은 이 세상의 여성들에게누구보다 스스로를 사랑하며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작가의 메시지를꼭 읽어보라 추천하고 싶다읽는 내내 모든 살림을 거의 전담하고본인보다는 가족을 위해 희생해온엄마의 모습과 오버랩되어 속상하기도 했고또 반성의 마음이 들기도 했다이 소설을 읽는 수많은 스미코들이자기 자신을 좀 더 사랑하고주체적인 선택을 할 수 있기를,그리고 책을 읽는 모두가내 곁의 소중한 사람을 당연히 여기지 않고배려할 수 있는 사람으로한걸음 더 나아가기를 기대해 본다엄마에게도, 아빠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