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혼합니다
가키야 미우 지음, 김윤경 옮김 / 문예춘추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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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뉴스를 통해 해가 갈수록
장년층 혹은 노년층의 황혼이혼이 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기억이 난다

오죽하면 몇 십 년을 함께 살아온
반려인과의 관계를 끊어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다 늙어서 인생의 마지막에 하는 이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나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이기도 하고
나이도 30대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살아온 상대와
갑자기 이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마음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지 못했는데

다양한 사회문제를
사실적이고 리얼하게 표현한 소설로
새 소설이 나올 때마다 찾아읽게 하는
작가 가키야 미우의 신작을 통해
비로소 그 감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은 쉰 여덟 살이라는 인생의 후반기에
이혼을 결심한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다

주인공 스미코는 남편이 폭력을 휘두르거나
다른 여자가 생긴 것은 아니지만
어느 순간 남편과 같이 있기만 해도
견디기 힘들어 건강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
힘든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어느 날, 남편이 죽었다는 소식을 알려오는
친구의 상중 엽서를 받고는
부럽다는 감정에 휩싸인 그녀는
남편과 함께 하는 삶이 괴로워
그가 '죽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다
그 시간을 기다릴 수 없어
결국엔 이혼을 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따로 모아둔 돈도 없고
아이를 가지게 되며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 생활을 하다 이제 계약직으로 일한 지
오래지 않았기 때문에 이혼을 한다 해도
여생의 삶을 혼자 이끌어 가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고 한숨을 쉬며 망설이게 되는데.

과연 그녀는 이혼에 성공하고
자유를 찾아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남편이 벌어온 돈으로 살림을 하고
아이들을 교육하고 시부모 수발을 하는 삶,
그러면서 정작 자신은 챙길 새도 없이
오로지 가족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남편의 눈에는 그저 '집에서 노는 사람'일 뿐
한 사람의 존중받아야 할 가족 구성원보다는
대수롭지 않은 존재일 뿐이다

그저 '참는 것이 미덕'이라 여겼던 그녀는
점점 시간을 거듭해가며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게 되고
남은 본인의 여생을 위해,
기약 없는 남편의 죽음을 기다리기보다는
그런 남편에게서 벗어나
자신을 위한 자유와 선택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으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 선택의 끝에서
비로소 제대로 자신의 본 모습을 되찾게 되며
이 이야기는 끝이 난다

얼핏 이 이야기를 읽어 내려 가다 보면
이런 결혼생활의 모습을 보며
남녀 갈등을 유발한다고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혼을 결심하고
혼자 자립해 나가는 스미코의 노력과
또 스스로 자신의 힘으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믿지 못했던
그녀가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통해

이런 결혼은 옳지 않다,
이런 가정은 이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혼자 사는 인생도, 결혼 또는 이혼하는 인생도
모두 각자 행복하게 살기 위한
하나의 소중한 선택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선택으로 결정한 삶인 만큼,
결정한 이후에는 타인의 시선이나
일반적인 삶의 모습에 신경 쓰거나 비교하지 말고
남이 나를 어떻게 볼지 신경 쓰지 않고
주체적으로 살자는 메시지는
꼭 결혼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인생을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울림이 아닐까 싶다

아내와 엄마로 살아가며 '나'를 내려놓고
그것이 당연한 미덕인 양 살아온
수많은 이 세상의 여성들에게
누구보다 스스로를 사랑하며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작가의 메시지를
꼭 읽어보라 추천하고 싶다

읽는 내내 모든 살림을 거의 전담하고
본인보다는 가족을 위해 희생해온
엄마의 모습과 오버랩되어 속상하기도 했고
또 반성의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 소설을 읽는 수많은 스미코들이
자기 자신을 좀 더 사랑하고
주체적인 선택을 할 수 있기를,
그리고 책을 읽는 모두가
내 곁의 소중한 사람을 당연히 여기지 않고
배려할 수 있는 사람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엄마에게도, 아빠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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