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과 나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래빗홀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화 백 투 더퓨처(back to the future)는
1985년도에 제작된 작품으로,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후 미래인 2015년으로
이동한 모습이 등장한다.

시간이 흘러 실제로 영화 속 '미래'였던
2015년이 우리의 '현재'가 되었을 때,
그 시절 상상한 미래의 모습과 지금을 비교하며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보여준 글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이 책 역시 미래 모습에 대한 상상에서 시작한 이야기로,
아직은 인간이 접근하지 못한 미지의 행성이자
물의 흔적이나 생명의 존재여부 등으로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던 '화성'에
인간이 이주하게 된다는 가정으로 시작된다.

책을 써낸 배명훈 작가가 외교부의 연구 의뢰를 받아
〈화성의 행성장치〉라는 보고서를 완성한 뒤,
화성과 관련해 학문을 넘어 문학만이 던질 수 있는
질문에 도달하고자 쓴 소설이다.

'화성에서 인간은 무엇을 먹고 살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과학적이 아닌 문학적으로 접근해,
실제 '화성살이'에서 마주할 법한
지구인과 화성인의 문제와 고민을 담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단순히 '가정'이니까 모든 생각을
그저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해
자유롭게 제한없이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상상력과 가능성'을 전제로 하고
상상을 펼쳤기에 더욱 현실적으로 와닿았고,
또 그렇기에 읽는 내내 실제로 화성에 살고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듯
쉽게 몰입하고 빠져들 수 있었다.

그는 책에서 지구와 화성이라는 거리의 차이,
생활주기 같은 환경적인 차이뿐 아니라
아직 '문명'이 형성되지 않은
초기 화성의 생활과 삶의 방식을
자신만의 상상력을 발휘해 표현하였다.

지구에서 옮겨 온 사람들이 꾸린 화성사회,
탐사와 개척을 목적으로 하는
초기의 인원으로 시작해
점차 평범한 이주민들로 채워지는 과정은 물론

지구인과 화성인의 소통,
거리로 인해 자연스레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인간관계에 대한 감정적인 부분과
지구 세력과 힘겨루기 하며
화성 내부에서 나름의 균형을 맞춰
지구에서처럼 국가 단위가 아닌 아닌
화성만의 '행성의 정체감'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단순히 '화성이주'라는 것을 떠올렸을 때
미처 깊이있게 생각하지 못했던
힘의 불균형이나 화성과 지구 세력의
상호견제 같은 갈등까지 다뤄내어

결국에는 이런 과정들의 끝에
지구에서 떠나와 화성에 정착해
진정한 '화성인'으로서 자리매김하게 되는
새로운 '문명'의 탄생까지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책의 각 단편에서는
화성 초기 정착 단계의 시점이나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자리잡은 1세대 이후
화성에서 태어나 자란 2세들의 이야기 등
다양한 시점의 화성인들을 담았다.

화성정착 초기 시점에서는 갑작스레 발생한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이 갈등을 지구의 시각과 기준이 아닌,
화성만의 시각과 기준에서 어떻게 해결해야
이 사회가 흔들리지 않을 것인가 하는
심도있는 고민을 담았고,

그 다음편에서는 조금 과학적인 부분은 밀어놓고
지구와 화성의 물리적 거리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감정을 이어가는 연인의 모습으로
감성적인 부분의 공감과 흥미를 이끌기도 했다.

그리고 문득 지구를 떠나서야 느낀
음식에 대한 향수같이 가장 실질적이면서도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이야기와

가진 것도 먹을 것도 없는 불모의 땅인 화성이지만,
기후 위기나 무분별한 개발 등에 속수무책인
지구에서의 실수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행성 단위의 통치제도를 모색하고
지구 문명과 힘의 균형을 맞춰가는
화성인만의 삶의 모습까지
다양한 시점의 화성생활을 보여줌으로써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포인트의 문제부터
누구나 할 법한 고민의 해결,
사랑이나 인간관계 같이 지구를 떠나왔지만
완전히 끊어지지 않는 인간 사이의 소통까지
폭넓게 다루어 각 편마다 다양한 생각을 갖고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또한 환경은 지구와 다르지만
더 나아질 내일을 위한 기대를 안고
각자의 양심과 신념으로 매일을 버티며
힘든 와중에 서로를 돕고 구하며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인물들을 통해,

어쩌면 우리의 현실인 '지구살이'에 있어서도
우리가 매일같이 마주하는
다양한 사회적, 정치적, 환경적인 문제와 갈등 역시
책 속의 화성인들이 그래왔듯
모두가 한마음으로 나선다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아닐지도 모른다고,
너무 늦은 건 아니라는 기대감이 들기도 했다.

익숙지 않은 SF 소설이었지만
이또한 결과적으로는 '사람과 삶'의 이야기임을,

지구에서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를
가뿐히 초월하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화성에서의 '삶'을 다루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지구의 문제 역시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해내며
함께 나서 해결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가볍게 '미래에 화성에 사람이 살 수 있다면'을
상상한 것이 아니라
너른 시각으로 다양한 부분의 문제를 고민하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작가의 글을 통해
미래 화성에서의 삶을,
그리고 지구별에 살고 있는 나와 우리의 삶을
다시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된 독서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