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시 먼바다로 나갈 수 있을까 - 순천향대 소아응급실 이주영 교수가 마음으로 눌러쓴 당직 일지
이주영 지음 / 오늘산책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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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소아과 폐원과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큰 감소는
출생률 저하에 따른 이유도 있겠지만
내 아이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진료 요구로 인한
일명 맘충 논란에 따른 이유도 있는 것 같다

연일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힘든 진료과정 대비 낮게 측정된 의료수가 부터
아이의 치료를 받아줄 병원이 없어 구급차에서
몇 시간을 헤매다 죽음에 이른 사건까지
그야말로 올 한 해 가장 뜨거운 뉴스가 아닐까 싶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아 아이 또한 없지만
한 번 소아과 진료를 보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며
흡사 전쟁을 치르는 듯한 언니를 보며
또 동네 소아과가 있는 건물 앞에 차선 두 개를
꽉 채워 비상등을 켠 채 기다리는 부모들을 보며
어쩌다 이런 세상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에 휩싸이곤 한다

누군가는 의사들의 제 밥그릇 챙기기 위한
정원 증가 반대와 돈 되는 과만 선호하는 게 이유라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기 아이만 생각해서
의사의 진료에 대해서도 서슴없이 지적하고
책임을 운운하는 요즘 부모들 탓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이 책은 세 아이의 엄마이자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두 입장의 역할을 모두 맡고 있는
한 의사선생님이 15년간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하며
겪고 또 써 내려간 한 조각의 일기를 갈무리한
글이라 할 수 있겠다

긴 시간 미숙한 신생아부터 성인보다 이만큼 큰
청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10대 끝자락의 청소년까지
다양한 환자들을 겪어내고 또 자신의 아이를 키워내며
비로소 양쪽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
한 명의 의사의 따뜻한 마음과 호소의 글이기도 하다

책에서 그는 자신이 만나왔던 환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아픈 아이들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그 아이를 지키고 기다리며 때로는 지치고 무너지는
엄마 아빠에게 시선을 가닿기도 했고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소아과 붕괴'와 관련되어
용기를 내어 의사로서의 소신을 이야기하며
요즘 부모들에게는 경각심 있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또한 우리가 미처 짐작할 수 없었던
다쳐서 내원한 어린 환자의 상태와 이력으로
가정폭력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그들이 가정과
분리되도록 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의사의 의견이라는 점 때문에
혹여 아이들이나 가정에 씻을 수 없는 상처나
2차 가해를 주게 될까 봐 신중해지고 망설이는
어쩌면 나약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기도 했다

늘 병원에 가면 의사를 만나는 시간은
기다리는 시간 대비 길어야 5분,
평균 2-3분여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환자를 바라보고 진료와 처방을 내리는 데 있어
얼마나 책임감과 사명감 그리고 애정을 가지고
임할까 의문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다못해 동네 맘카페에서도 병원 이름이나
특정 의사를 언급하며
'관상을 보고 약을 처방하는 것 같아요' 할 만큼
환자와 의사 사이의 신뢰랄까 유대는
요즘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생각했고 말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그 어떤 감정이나
숨겨진 보살핌은 드러내지 못한 채
그런 말들은 의사가 쓸 수 없는 언어이기 때문에
때론 차갑거나 인색하다 느낄지언정
담백하게 기록해 내고 마음으로 삭이는 그들의 모습을
비로소 알게 되며 그동안 오해에 반성이 들기도 했다

점점 줄어드는 아이들,
약 처방 또한 의사의 뜻대로 할 수 없는 현실,
낮은 수가와 의사를 믿지 못하는 부모들 앞에

그래도 여전히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아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치료하며
그저 건강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도망치지 않고 우리 곁에 존재하는 한 명의 사람이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와 우리 모두에게
한 팀이 되어 서로 이해하고 함께하자며
내미는 따스한 손길이 느껴져
참 마음이 몽글몽글하게 벅차올랐다

아직은 이런 의사 선생님이 계셔서 다행이다
하는 생각과 동시에
그들이 포기하고 물러서지 않게
우리도 믿음과 신뢰로 또 지원과 응원으로
혹은 자녀 양육에 대한 올바른 교육과 태도로
함께 먼바다로 나아갈 수 있도록
나부터 생각을 바꿔야겠다는 마음이다

아이를 가진 부모의 입장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의 입장에서
점점 현실화되는 의료 붕괴를 걱정하는 어른으로서
폭넓게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며
상대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진심으로 진료하며
매일의 최선을 다하는 작가에게
존경심과 감사함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꼭 아이를 둔 부모가 아니더라도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시끄러운 요즘,
모두에게 한 번쯤 읽어보고 제대로 알지 못했던
병원과 의사의 현실을 마주하면 어떨까 싶다

감성적인 사연들로 채워졌을 거라 생각했는데
다양한 관점으로 시선을 두고
여러 가지 문제를 심도 있게 고민할 수 있어
참 의미 있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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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에서의 일 년
이창래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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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대개 한창 사춘기 시절에 그 고민을 하기 시작해
어른이 되면 자연스레 나의 정체성과 존재에 대해
깨닫고 중심을 잡게 될 거라는 기대를 하며
살아가게 되는 데,
막상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같은 고민을 계속 이어가게 될 때도 많다.

이런 고민이 들 때면
매일같이 똑같은 일상 속 배경을 벗어나
저 멀리 떠나 내 인생을 바라보면
조금은 '나'라는 사람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기도 하고
실제로 그런 시간들을 통해,
낯선 시간과 장소 속 이방인이 된 나를 통해
약간씩 성장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이 책은 바로 '자기 자신을 떠나서야
비로소 진짜 자기 자신을 찾게 된
한 사람의 여정'을 담아낸 이야기로,
겉으로는 평탄한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20대 청년 틸러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자신이 속한 곳에,
심지어 가정에서조차 완전히 뿌리내리지 못한 채
어디에서도 감정적인 애착이나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중국계 미국인 사업가이자
거대 제약회사 베이더가스의 실험실 화학자인
'퐁'을 만나게 되며 변화하게 된다.

틸러는 자신과 달리 부유하고 지적이며
모든 면에서 노련한 퐁에게 순식간에 매료된다.
그는 퐁에 대해 잘 몰랐지만
그의 말투와 움직임에 존재하는
충실함과 태도에서 확신을 느끼고는
자기 자신을 그냥 넘겨주고 싶다는 생각에까지
사로잡히게 된다.
삶으로부터 사라지는 게 아니라,
삶 속으로 사라지고 싶은 마음으로.

퐁 또한 틸러에게 미묘한 유대감을 느낀다.
그는 틸러에게 존재하는 절박함과 일종의 허기를
스스로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던지며
그에게 함께 해외 투자여행에 동행하기를 제안한다.

자신의 초라한 현실, 어디에서 속하지 못해
둥 떠있는 것처럼 느껴져
현실이지만 현실을 살고 있는 것 같지 않았던 틸러는
큰 고민 없이 퐁의 조수로 그 여행에 따라나선다.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른 채
파도를 타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는,
바다 한가운데로 뛰어드는 사람처럼
자기 자신을 온전히 내맡기면서 말이다.

퐁과 함께 하와이를 거쳐 중국, 마카오, 홍콩 등
동아시아의 다양한 무역도시들을 이동해가며
그들의 긴 여정이 이어지고
낯선 장소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틸러는
젊음이 가져다주는 특유의 고뇌와 혼란,
시공간적 경계를 허무는 자유로움의
요정을 모두 보여주며 이야기가 이어진다.

책의 시점은 계속 널뛰듯 오가면서
주인공인 틸러의 시선으로 표현되는데,
사건들은 현실인지 그저 그의 상상인지 헷갈릴 정도로
굉장히 독특한 시점 이동과 문체여서
신선하게도, 복잡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틸러가 보낸 타국에서의 일 년이라는 시간이
그의 인생을 통째로 뒤흔들어 성장하고
바뀌게 만들지는 않았지만

낯선 경험이 그의 세상을 변화하기엔 미미하고
그런 경험을 통해 스스로가 우리 자신을
결정적으로 변화시킬 수도 없다고 하지만,
틸러가 퐁에게 얻었던 칼을 간직하고 있다가
밸의 행위를 막기 위해 전깃줄을 끊어낸 것처럼

그때 얻은 칼 같은 것(경험)을 간직하다 보면
언젠가 우리가 결정적인 행동을 해야 할 때는
그것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칼이라는 도구가 아닌
칼을 손에 쥐고 긋겠다는 결단을 할 수 있다는
'성장'시키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이야기의 진행과정에서
자기 자신과 가정, 그 어디에서도 쉽게
뿌리내리지 못하던 틸러가
아무 의심 없이 너무도 쉽게
퐁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신기하다 싶기도 했고,
어쩌면 그 여정이 너무도 무모한 것 같아
틸러라는 인물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많았다.

그가 그 여정들을 통해 대단하게 의미 있는
성장과 발전을 했다고 보기는 어려워서
누군가에게는 씁쓸한 마음이 남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저 휩쓸리듯 이리저리 부유하다가
기존의 삶과 다른 또 어떤 삶에
갑자기 떨어져 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결말이지만
그래도 그런 과정들을 통해 틸러가
자기 내면의 불안을 직면했을 때,
그것을 해결하고자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정도의 성장 또한
의미 있는 발전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렇게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나를 내던져
헤매고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결국엔 '나'를 찾기 위해 무한히 나아가는
틸러의 도전만큼은
아직 30대이지만 많은 것을 망설이고
여전히 부유하는 삶을 사는 나에게는
많은 자극과 울림을 주는 성장소설이었다.

각 장면을 설명하기 위한 서사와
수많은 등장인물, 그리고 여러 나라를 오가며
언급되는 다양한 문화권의 배경으로 인해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지만
그래도 이 자체도 '낯선' 세계에 나를 던져
당혹스러운 틸러의 감정선이라 생각하니
나 역시 완벽한 '이방인'이 되어
책을 읽는 동안 그와 같이
'타국에서의 일 년'을 함께 겪은 느낌이다.

한 번에 그 의미와 뜻을 모두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기에 시간을 두고,
다시 한번 또 한 번 그렇게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두렵지만 내디뎌 보는 한 걸음처럼
어렵지만 놓을 수 없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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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하는 법 - 당신의 돈과 인생에서 최대치를 뽑아내는 법
빌 퍼킨스 지음, 김준수 옮김 / 마인드빌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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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돈에 구애받지 않고
여유롭게 살아가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자녀들에게 많은 것을 물려줄 수 있으면
얼마나 행복한 삶일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런 삶에 최대한 가까워지기 위해서
누군가는 직장에서, 누군가는 사업으로 돈을 벌며
평생의 세월을 바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 중 하나였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며 '여유 있는 언젠가의 삶'을 위해
20대 안에 1억이라는 현금을 모으겠다는 계획으로
대부분의 모든 수익을 저금으로 쏟아부었다.

그런 시간들을 보냈기에
많은 돈을 꽤 빠르게 모을 수 있었지만
아끼고 저금하느라 스물여덟 살이 되어서야
첫 해외여행을 가볼 만큼 오직 '돈'을 모으기 위해
다른 것은 다 나중으로 미루는 삶이었다.

그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고작 며칠의 해외여행으로 시야가 달라지고
기분이 달라지고, 동기부여가 되고
또 가치가 달라지는 걸 경험하게 되면서
문득 '진작 더 어릴 때 이 생각을 깨우쳤다면 좋았을걸'
하는 후회와 아쉬움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 책은 나처럼 '돈 = 행복한 삶'이라는
행복의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고정관념을 비틀어 설명하며
모여있는 돈은 윤택하고 안정적인 삶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늙어갈수록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기 때문에
젊음의 시간과 건강을 쏟아 마련한 돈을
살아있는 동안 다 쓸 수 없다면,
그리고 최후의 삶의 마지막에서 돈만 버느라
놓쳐버린 수많은 순간들을 후회하게 된다면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위해
돈을 모으는 것일까 하고 의문을 제기한다.

책을 쓴 저자 빌 퍼킨스는
돈 버는 일에만 몰두하고 과하게 돈을 아끼며
현재의 만족을 무한정 지연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큰 낭비라고 설명하는데,

건강이 쇠락한 노년에 이르면
두둑해진 통장을 보고 만족하는 일 외에
실제로 '돈을 사용하는데'에도 한계가 있으며
되려 소비가 줄게 되어 힘들게 번 돈을
끝내 다 쓰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다 쓰지 못한 돈'을 벌기 위해 일하며
인생을 허비했다는 허탈감만 남고 말이다.

결국엔 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인생 낭비를 막고 돈과 시간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경험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지나가버린 인생의 시간에서 놓칠 수 있는
중요한 경험들을 놓치지 않고
삶의 각 단계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통해
인생의 만족도를 높이라는 조언을 건넨다.

책에서 그는 삶을 최적화하고
돈과 인생에서 최대치를 뽑아내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총 9가지의 법칙을 제안하였다.

✔ 인생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최대한 늘려라
✔ 최대한 일찍부터 경험에 투자하기 시작하라
✔ '다 쓰고 죽기'를 목표로 삼아라
✔ '다 쓰고 죽기'를 도울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라
✔ 가장 효과가 좋을 때 증여하고 기부하라
✔ 자동 조종 모드에 인생을 맡기지 마라
✔ 경험마다 적절한 때가 있음을 유의하라
✔ 재산 증식을 멈출 때를 파악하라
✔ 잃을 것이 적을 때 가장 크게 베팅하라

삶의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마다
이전 단계의 나와 그 시간은 돌아오지 않으니
그때만 가능한 경험들,
그때를 놓치면 다시는 할 수 없을 경험들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 경험의 타이밍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인데

경험의 타이밍을 설계하기 위해
현재 내 상태와 미래의 내 상태를 제대로 파악해
청년기 / 중년기 / 노년기에서
돈과 시간, 건강의 그래프가 어떻게 변화할지 파악하고
각 연령대에서 실현 가능한 최고의 경험들을 배치하고
또 여기에 과감히 투자할 때,
인생의 자동 조종 모드를 끄고
단 한 번 주어진 삶을 내 뜻대로 완전히 즐길 수 있다며
설득력을 높였다.

그의 솔루션은 경험에 돈을 무조건 탕진하라는
무책임한 조언이 아니라
돈을 제대로 쓰고 경험을 누릴 시기를
스스로 결정하여 경험의 투자량을 조정하는
아주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조언이라 더 와닿았다.

돈은 목적이 아닌 수단,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명제를 잊지 말고
내가 힘들게 번 돈을 다 쓰고 죽을 수 있는 용기,
내 삶을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포부를
가져야 한다는 자극이다.

관성과 근시안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인생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최선의 효율,
최대의 효용으로 설계하도록 독려하는
그의 글을 읽어 내려가며 큰 용기를 얻었다.

그동안 '내가 나중에 일하지 않고 편히 살려면' 하고
마냥 먼 미래로 모든 것을 미루고
현실이 괴롭고 불행할 때가 많았는데,
중간중간 적절히 지금에만 만끽할 수 있는
경험들을 배치하고 여기에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면
결국에는 인생의 모든 순간을 행복과 즐거움,
충만한 만족감으로 채우며
진정한 의미의 '부'와 행복으로 가득 찬
진짜 나를 위한 삶을 만들 수 있겠다는 기대가 든다.

옛 어른들의 "인생의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라는 말처럼
20대의 주머니 사정이 가벼웠던 때
늘 꿈꾸던 경험과 도전이
30대인 지금은 할 수 있어도 망설이게 되듯,
인생의 남은 시간들에 있어서는
그 타이밍이 늦지 않게 수시로 들여다보고
때에 맞는 경험을 내게 스스로 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이제라도 이렇게 '돈'과 '인생의 시간'을
제대로 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어서
참 다행이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다.
이 마음을 잊지 말고 수시로 스스로에게 되새기며
역전하는 삶으로 이끌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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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 1 베어타운 3부작 3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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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힘은 결국 사람'이라는
메시지로 큰 울림을 주는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이 새로운 소설이자
베어타운 3부작 시리즈의 완결판이라 할 수 있는
소설 《위너 1, 2》 을 출간하였다.

그의 데뷔작인 소설 《오베라는 남자》와
에세이 《나보다 소중한 사람이 생겨 버렸다》를 읽으며
'함께'라는 애틋함과 따스함으로
많은 위로와 감동을 받았기에
이번 신작 역시 읽기 전부터 무척 기대가 되었다.

총 두 권으로 이어지는 이번 작품 《위너》는
책의 도입부부터 스무 명의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과 인물 관계도까지 등장해
초반에는 아직 익숙지 않은 각 인물들의
사연과 감정을 따라가기에도
벅차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읽어 내려 갈수록 각 인물들 간의 관계와 유대,
각기 다른 시선에서 바라본 사건의 전말이
속속 드러나게 되며 흠뻑 몰입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스웨덴 북부의
숲으로 둘러싸인 두 시골마을인
베어타운과 헤드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외부 세상과는 다른 나라로 느껴질 만큼
워낙 멀리 떨어져 있지만
서로 딱 맞닿아 있는 두 마을.
이웃임에도 불구하고 마을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하키를 둘러싸고 오랜 갈등을 빚고 있다.

폭풍우가 휩쓸고 지나간 어느 날 밤,
이 두 마을의 관계가 뒤흔들리게 된다.

폭풍우로 쓰러진 숲속의 수많은 나무들로
위기에 처한 산모의 출산을 위해
헤드의 조산사는 베어타운 한 소녀의 도움을 받아
새 생명을 맞이하고,
베어타운의 오랜 술집 주인인 라모나는
세상을 떠나며 베어타운과 헤드는
'생과 사'의 각 현장을 맞이한다.

라모나의 장례식을 위해
베어타운을 떠났던 인물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며
그들이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충격적인 사건이 드러난다.

그저 마을 사람 중 하나로 생각했던
인물들의 다양한 시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점의 이동을 통해
사건을 재조명하는 이야기 풀이 방식이
쉴 새 없이 책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아빠가 단장으로 있는
하키단 소속 선수 케빈에게 성폭행 당했지만
그의 편에 서는 마을 사람들로 인해
마을을 떠났던 마야,

하키팀 최고의 공격수였지만
성 정체성이 폭로되며 하키를 그만두고
해외를 떠돌아다니던 벤야민,

베어타운 소속은 아니지만
하키단 A팀의 최정예 선수가 되어
마을 사람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NHL 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할 뻔했지만
모종의 이유로 선발되지 않아 두문불출하는 아맛,

평범한 열네 살 아이로 보이지만
사실은 누나의 죽음을 겪었고,
그 안에 숨겨진 비밀을 알고 있는 마테오.

각 등장인물을 둘러싸고
점점 확대되는 다양한 갈등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한편,

두 마을 사이에 존재하는
오랜 경쟁과 갈등 구도에도 불구하고
자연재해라던가 위급상황 아래에서는
사람 대 사람으로서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연대하며 봉합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작가가 여러 작품을 통해 일관되게 쌓아온
그만의 작품 세계관인 '사랑'을
완성형으로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완전히 봉합되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각 인물들 간의 관계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사건의 숨겨진 진실은 어떻게 밝혀지는지,
위기를 맞은 두 마을은 어떻게 될지까지
1권을 덮고 나니 온통 물음표가 가득했다.

그래서일까? 책의 마지막 장까지 덮고 나니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
이번에는 인물 한 명 한 명에게 초점을 맞춰
사건을 다시 바라보니
또 색다른 느낌으로 와닿기도 했다.

익숙지 않은 배경, 수많은 등장인물에도 불구하고
읽을수록 각 인물의 감정에 공감되고 이해하며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어떤 한 사람의 이야기에만 치중한 것이 아니라
마을 속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녹여 담아냈다는 점에서 참 따스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2권에서 펼쳐질 두 마을과 각 인물의 연대와 봉합,
성장의 과정은 물론
이를 배크만의 스타일로 어떻게 표현하고
담아내었을지 무척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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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섬세함 - 이석원 에세이
이석원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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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이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문득 주위를 둘러보면
어떤 면에서는 이기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개인중심의 세상이 되었다.

나를 위주로 생각하다 보니
서로를 미워하기 바쁘고,
또 타인의 행동에 대해서도
내 시각대로 함부로 규정하고
그 사람의 이면에 대해 알려고 들지 않는 것이다.

약간 삭막하다고 할 수 있는 이런 세상 속,
자신의 생각과 일상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자신만의 언어로 꾸준히 기록해온 이석원 작가가
따스하고 사려깊은 시선을 담뿍 담아
인생의 단면을 바라본 신간 에세이를 출간하였다.

책 제목은 《어떤 섬세함》.
그는 생각의 중심을 자신으로 두려는
어떤 본능이랄까 관성에서 벗어나
이 책에서 만큼은
내 꿈이 아니라 남의 꿈에 대해,
내 사정이 아니라 남의 사정에 대해,
내 고통만이 아니라 남의 고통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이 책에서 그의 시선은
나 자신의 내부가 아닌 타인과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향한다.

타인의 입장과 세상의 이면을 바라보고자
노력한 그의 시선에 담긴 소소한 일상의 조각에서
오랜만에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 '다 두려움의 덕이었다'
2부 '삶은 정말로 단순하지 않다'
3부 '이렇게 또 누군가와 엇갈리고 만 것이다'
4부 '누구나 자기만의 지침이 있다'로

각 장에서 그가 마주친 일상의 단면들이
각각 한 편의 단편영화처럼 전개되며
마치 그 자리에 함께 있는 것처럼
또 이석원 이라는 사람을 점점 더 알게 되는 듯
생생하게 전해졌는데,

그가 직접 찍은 일상의 소소한 순간과
아름다운 풍경사진을 더해
누군가 일상의 한 조각을 캐어내 사진으로 담아
'오늘 이런 풍경을 보았는데' 하면서
다정한 메시지를 보내와
그 섬세한 배려로 내 하루가 그리고 순간이
따뜻하고 풍요로워 지는 느낌이었다.

어릴 때는 작은 것에도 쉽게 행복을 느끼는 반면,
하루하루 어른으로 살아가기는 참 어렵기만 하다.
지켜야 할 소중한 것들이 늘어나고
그렇기에 그에 따르는 불안도 커져서
타인의 작은 침범으로
매일 쌓아온 나의 소중한 일상이
쉽게 깨지고 망가진다고 느끼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렇다고 타인과 접촉을 하지 않은 채
세상을 혼자 살아갈 수는 없는 법,
그는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칠 수 밖에 없는
'타인'을 이해하고 나역시 그들에게 이해받지 않으면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이해'에 있어
섬세함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섬세함이야말로 타인과 세상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성의라고 했는데,
이 섬세함은 어느날 갑자기 깨우치는 것이 아니라
나도 모르는 새 살아오면서 만난
수많은 이들로부터 배웠다는 고백을 통해
나의 삶을 되돌아 보고, 섬세함을 일깨워준
사람들을 추억하게 해주기도 했다.

내가 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상대가 필요로 하고 받고 싶은 것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섬세함'이라고 정의 내리며
끊임없이 세상에 상처입고 화해하며 얻어낸
그의 '섬세함'을 배워가는 과정이
참 인간적이고 따뜻하게 빛난다는 생각이다.

'착한 건, 남을 먼저 생각하는건
요즘 같은 세상에 좀 바보같은 일이야.
그렇게 나보다 남만 배려하다가는 손해 보는거야.'
하고 생각했던 이기적인 마음에
부끄러움과 반성의 마음이 드는 독서였다.

그동안 내가 타인에 대해 너무 쉽게 규정하고
그들로 인해 내가 스트레스 받고
복잡해졌다는 편견 없이,

어릴 때처럼 쉬이 단단한 행복져서
삶이 단순해질 수 있도록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여러 소중함을 놓치지 않고
섬세한 마음으로 타인과 함께 어우러지는
그런 내가 되자고 다짐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좋은 시간,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시간을 내어 운동을 하고 여행하며,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는 매일.
쉽게 놓치고 또 잊고 살아가는
그 매일 속 작은 행복과 소중함이
사실은 얼마나 큰 힘을 주는지
그의 글을 통해 새삼 깨달았다.

책을 읽는 동안 만큼은 모두가 불안 없이
평온하길 바란다는 그의 바램처럼
책을 덮으면서는
다가올 내일은 좀더 단순하고 행복해지기를,
'나' 만 생각하는 단절보다는
타인을 배려하는 '섬세함'으로
따뜻한 연결로 매일로 채워보자는
말랑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한 해를 되돌아보는 연말 독서로
참 좋았던 책이 아닌가 싶다.
그의 섬세함으로 추운 날씨 이지만
마음 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참 따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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