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시 먼바다로 나갈 수 있을까 - 순천향대 소아응급실 이주영 교수가 마음으로 눌러쓴 당직 일지
이주영 지음 / 오늘산책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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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소아과 폐원과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큰 감소는
출생률 저하에 따른 이유도 있겠지만
내 아이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진료 요구로 인한
일명 맘충 논란에 따른 이유도 있는 것 같다

연일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힘든 진료과정 대비 낮게 측정된 의료수가 부터
아이의 치료를 받아줄 병원이 없어 구급차에서
몇 시간을 헤매다 죽음에 이른 사건까지
그야말로 올 한 해 가장 뜨거운 뉴스가 아닐까 싶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아 아이 또한 없지만
한 번 소아과 진료를 보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며
흡사 전쟁을 치르는 듯한 언니를 보며
또 동네 소아과가 있는 건물 앞에 차선 두 개를
꽉 채워 비상등을 켠 채 기다리는 부모들을 보며
어쩌다 이런 세상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에 휩싸이곤 한다

누군가는 의사들의 제 밥그릇 챙기기 위한
정원 증가 반대와 돈 되는 과만 선호하는 게 이유라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기 아이만 생각해서
의사의 진료에 대해서도 서슴없이 지적하고
책임을 운운하는 요즘 부모들 탓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이 책은 세 아이의 엄마이자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두 입장의 역할을 모두 맡고 있는
한 의사선생님이 15년간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하며
겪고 또 써 내려간 한 조각의 일기를 갈무리한
글이라 할 수 있겠다

긴 시간 미숙한 신생아부터 성인보다 이만큼 큰
청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10대 끝자락의 청소년까지
다양한 환자들을 겪어내고 또 자신의 아이를 키워내며
비로소 양쪽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
한 명의 의사의 따뜻한 마음과 호소의 글이기도 하다

책에서 그는 자신이 만나왔던 환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아픈 아이들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그 아이를 지키고 기다리며 때로는 지치고 무너지는
엄마 아빠에게 시선을 가닿기도 했고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소아과 붕괴'와 관련되어
용기를 내어 의사로서의 소신을 이야기하며
요즘 부모들에게는 경각심 있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또한 우리가 미처 짐작할 수 없었던
다쳐서 내원한 어린 환자의 상태와 이력으로
가정폭력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그들이 가정과
분리되도록 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의사의 의견이라는 점 때문에
혹여 아이들이나 가정에 씻을 수 없는 상처나
2차 가해를 주게 될까 봐 신중해지고 망설이는
어쩌면 나약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기도 했다

늘 병원에 가면 의사를 만나는 시간은
기다리는 시간 대비 길어야 5분,
평균 2-3분여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환자를 바라보고 진료와 처방을 내리는 데 있어
얼마나 책임감과 사명감 그리고 애정을 가지고
임할까 의문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다못해 동네 맘카페에서도 병원 이름이나
특정 의사를 언급하며
'관상을 보고 약을 처방하는 것 같아요' 할 만큼
환자와 의사 사이의 신뢰랄까 유대는
요즘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생각했고 말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그 어떤 감정이나
숨겨진 보살핌은 드러내지 못한 채
그런 말들은 의사가 쓸 수 없는 언어이기 때문에
때론 차갑거나 인색하다 느낄지언정
담백하게 기록해 내고 마음으로 삭이는 그들의 모습을
비로소 알게 되며 그동안 오해에 반성이 들기도 했다

점점 줄어드는 아이들,
약 처방 또한 의사의 뜻대로 할 수 없는 현실,
낮은 수가와 의사를 믿지 못하는 부모들 앞에

그래도 여전히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아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치료하며
그저 건강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도망치지 않고 우리 곁에 존재하는 한 명의 사람이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와 우리 모두에게
한 팀이 되어 서로 이해하고 함께하자며
내미는 따스한 손길이 느껴져
참 마음이 몽글몽글하게 벅차올랐다

아직은 이런 의사 선생님이 계셔서 다행이다
하는 생각과 동시에
그들이 포기하고 물러서지 않게
우리도 믿음과 신뢰로 또 지원과 응원으로
혹은 자녀 양육에 대한 올바른 교육과 태도로
함께 먼바다로 나아갈 수 있도록
나부터 생각을 바꿔야겠다는 마음이다

아이를 가진 부모의 입장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의 입장에서
점점 현실화되는 의료 붕괴를 걱정하는 어른으로서
폭넓게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며
상대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진심으로 진료하며
매일의 최선을 다하는 작가에게
존경심과 감사함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꼭 아이를 둔 부모가 아니더라도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시끄러운 요즘,
모두에게 한 번쯤 읽어보고 제대로 알지 못했던
병원과 의사의 현실을 마주하면 어떨까 싶다

감성적인 사연들로 채워졌을 거라 생각했는데
다양한 관점으로 시선을 두고
여러 가지 문제를 심도 있게 고민할 수 있어
참 의미 있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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