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위너 1 ㅣ 베어타운 3부작 3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2월
평점 :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힘은 결국 사람'이라는
메시지로 큰 울림을 주는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이 새로운 소설이자
베어타운 3부작 시리즈의 완결판이라 할 수 있는
소설 《위너 1, 2》 을 출간하였다.
그의 데뷔작인 소설 《오베라는 남자》와
에세이 《나보다 소중한 사람이 생겨 버렸다》를 읽으며
'함께'라는 애틋함과 따스함으로
많은 위로와 감동을 받았기에
이번 신작 역시 읽기 전부터 무척 기대가 되었다.
총 두 권으로 이어지는 이번 작품 《위너》는
책의 도입부부터 스무 명의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과 인물 관계도까지 등장해
초반에는 아직 익숙지 않은 각 인물들의
사연과 감정을 따라가기에도
벅차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읽어 내려 갈수록 각 인물들 간의 관계와 유대,
각기 다른 시선에서 바라본 사건의 전말이
속속 드러나게 되며 흠뻑 몰입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스웨덴 북부의
숲으로 둘러싸인 두 시골마을인
베어타운과 헤드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외부 세상과는 다른 나라로 느껴질 만큼
워낙 멀리 떨어져 있지만
서로 딱 맞닿아 있는 두 마을.
이웃임에도 불구하고 마을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하키를 둘러싸고 오랜 갈등을 빚고 있다.
폭풍우가 휩쓸고 지나간 어느 날 밤,
이 두 마을의 관계가 뒤흔들리게 된다.
폭풍우로 쓰러진 숲속의 수많은 나무들로
위기에 처한 산모의 출산을 위해
헤드의 조산사는 베어타운 한 소녀의 도움을 받아
새 생명을 맞이하고,
베어타운의 오랜 술집 주인인 라모나는
세상을 떠나며 베어타운과 헤드는
'생과 사'의 각 현장을 맞이한다.
라모나의 장례식을 위해
베어타운을 떠났던 인물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며
그들이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충격적인 사건이 드러난다.
그저 마을 사람 중 하나로 생각했던
인물들의 다양한 시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점의 이동을 통해
사건을 재조명하는 이야기 풀이 방식이
쉴 새 없이 책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아빠가 단장으로 있는
하키단 소속 선수 케빈에게 성폭행 당했지만
그의 편에 서는 마을 사람들로 인해
마을을 떠났던 마야,
하키팀 최고의 공격수였지만
성 정체성이 폭로되며 하키를 그만두고
해외를 떠돌아다니던 벤야민,
베어타운 소속은 아니지만
하키단 A팀의 최정예 선수가 되어
마을 사람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NHL 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할 뻔했지만
모종의 이유로 선발되지 않아 두문불출하는 아맛,
평범한 열네 살 아이로 보이지만
사실은 누나의 죽음을 겪었고,
그 안에 숨겨진 비밀을 알고 있는 마테오.
각 등장인물을 둘러싸고
점점 확대되는 다양한 갈등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한편,
두 마을 사이에 존재하는
오랜 경쟁과 갈등 구도에도 불구하고
자연재해라던가 위급상황 아래에서는
사람 대 사람으로서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연대하며 봉합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작가가 여러 작품을 통해 일관되게 쌓아온
그만의 작품 세계관인 '사랑'을
완성형으로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완전히 봉합되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각 인물들 간의 관계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사건의 숨겨진 진실은 어떻게 밝혀지는지,
위기를 맞은 두 마을은 어떻게 될지까지
1권을 덮고 나니 온통 물음표가 가득했다.
그래서일까? 책의 마지막 장까지 덮고 나니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
이번에는 인물 한 명 한 명에게 초점을 맞춰
사건을 다시 바라보니
또 색다른 느낌으로 와닿기도 했다.
익숙지 않은 배경, 수많은 등장인물에도 불구하고
읽을수록 각 인물의 감정에 공감되고 이해하며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어떤 한 사람의 이야기에만 치중한 것이 아니라
마을 속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녹여 담아냈다는 점에서 참 따스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2권에서 펼쳐질 두 마을과 각 인물의 연대와 봉합,
성장의 과정은 물론
이를 배크만의 스타일로 어떻게 표현하고
담아내었을지 무척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