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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섬세함 - 이석원 에세이
이석원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1월
평점 :
예전에는 이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문득 주위를 둘러보면
어떤 면에서는 이기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개인중심의 세상이 되었다.
나를 위주로 생각하다 보니
서로를 미워하기 바쁘고,
또 타인의 행동에 대해서도
내 시각대로 함부로 규정하고
그 사람의 이면에 대해 알려고 들지 않는 것이다.
약간 삭막하다고 할 수 있는 이런 세상 속,
자신의 생각과 일상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자신만의 언어로 꾸준히 기록해온 이석원 작가가
따스하고 사려깊은 시선을 담뿍 담아
인생의 단면을 바라본 신간 에세이를 출간하였다.
책 제목은 《어떤 섬세함》.
그는 생각의 중심을 자신으로 두려는
어떤 본능이랄까 관성에서 벗어나
이 책에서 만큼은
내 꿈이 아니라 남의 꿈에 대해,
내 사정이 아니라 남의 사정에 대해,
내 고통만이 아니라 남의 고통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이 책에서 그의 시선은
나 자신의 내부가 아닌 타인과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향한다.
타인의 입장과 세상의 이면을 바라보고자
노력한 그의 시선에 담긴 소소한 일상의 조각에서
오랜만에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 '다 두려움의 덕이었다'
2부 '삶은 정말로 단순하지 않다'
3부 '이렇게 또 누군가와 엇갈리고 만 것이다'
4부 '누구나 자기만의 지침이 있다'로
각 장에서 그가 마주친 일상의 단면들이
각각 한 편의 단편영화처럼 전개되며
마치 그 자리에 함께 있는 것처럼
또 이석원 이라는 사람을 점점 더 알게 되는 듯
생생하게 전해졌는데,
그가 직접 찍은 일상의 소소한 순간과
아름다운 풍경사진을 더해
누군가 일상의 한 조각을 캐어내 사진으로 담아
'오늘 이런 풍경을 보았는데' 하면서
다정한 메시지를 보내와
그 섬세한 배려로 내 하루가 그리고 순간이
따뜻하고 풍요로워 지는 느낌이었다.
어릴 때는 작은 것에도 쉽게 행복을 느끼는 반면,
하루하루 어른으로 살아가기는 참 어렵기만 하다.
지켜야 할 소중한 것들이 늘어나고
그렇기에 그에 따르는 불안도 커져서
타인의 작은 침범으로
매일 쌓아온 나의 소중한 일상이
쉽게 깨지고 망가진다고 느끼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렇다고 타인과 접촉을 하지 않은 채
세상을 혼자 살아갈 수는 없는 법,
그는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칠 수 밖에 없는
'타인'을 이해하고 나역시 그들에게 이해받지 않으면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이해'에 있어
섬세함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섬세함이야말로 타인과 세상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성의라고 했는데,
이 섬세함은 어느날 갑자기 깨우치는 것이 아니라
나도 모르는 새 살아오면서 만난
수많은 이들로부터 배웠다는 고백을 통해
나의 삶을 되돌아 보고, 섬세함을 일깨워준
사람들을 추억하게 해주기도 했다.
내가 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상대가 필요로 하고 받고 싶은 것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섬세함'이라고 정의 내리며
끊임없이 세상에 상처입고 화해하며 얻어낸
그의 '섬세함'을 배워가는 과정이
참 인간적이고 따뜻하게 빛난다는 생각이다.
'착한 건, 남을 먼저 생각하는건
요즘 같은 세상에 좀 바보같은 일이야.
그렇게 나보다 남만 배려하다가는 손해 보는거야.'
하고 생각했던 이기적인 마음에
부끄러움과 반성의 마음이 드는 독서였다.
그동안 내가 타인에 대해 너무 쉽게 규정하고
그들로 인해 내가 스트레스 받고
복잡해졌다는 편견 없이,
어릴 때처럼 쉬이 단단한 행복져서
삶이 단순해질 수 있도록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여러 소중함을 놓치지 않고
섬세한 마음으로 타인과 함께 어우러지는
그런 내가 되자고 다짐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좋은 시간,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시간을 내어 운동을 하고 여행하며,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는 매일.
쉽게 놓치고 또 잊고 살아가는
그 매일 속 작은 행복과 소중함이
사실은 얼마나 큰 힘을 주는지
그의 글을 통해 새삼 깨달았다.
책을 읽는 동안 만큼은 모두가 불안 없이
평온하길 바란다는 그의 바램처럼
책을 덮으면서는
다가올 내일은 좀더 단순하고 행복해지기를,
'나' 만 생각하는 단절보다는
타인을 배려하는 '섬세함'으로
따뜻한 연결로 매일로 채워보자는
말랑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한 해를 되돌아보는 연말 독서로
참 좋았던 책이 아닌가 싶다.
그의 섬세함으로 추운 날씨 이지만
마음 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참 따스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