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닿았던 모든 순간
무라야마 유카 지음, 양윤옥 옮김 / 놀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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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자

집에서는 부모님의 속 썩이는 일 없이

착한 딸로 통하는 여학생 후지사와 에리.

하지만 그녀는 항상

주위에서 기대하는 모습에 자신을 끼워 맞출 뿐,

남들과는 달리 평범하지 않은 '성향'을 가진

누구에게도 말 못 할 비밀을 가지고 있다.

이를 드러내지 못하는 자신을

견디지 못해 고민하고 아파하지만

겉으로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한다.


공부와는 담을 쌓고 서핑에만 몰두하며

늘 가벼운 농담이나 장난을 던지는,

진지한 구석이 없어 보이는

남학생 야마모토 미쓰히데.

그에게는 '오는 여자 막지 않는다'라는

소문이 떠돌고,

많은 여학생과 사귄 경험이 많을 만큼

가볍고 경박한 모습이지만

사실 부모님의 이혼과 아버지의 암 투병으로

힘겨운 매일을 견디고 있으며

의외로 진지한 이면을 가지고 있다.


얼핏 보면 노는 물도 환경도 다르기에

접점이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은

우연한 일을 계기로 얽히게 되고,

서로의 숨겨진 이면에 대해 알게 되며

그들의 관계는 새로운 방향으로 치닫게 된다.


이 책은 아직 내가 어떤 사람인지

쉽게 정의 내리지 못한 채

고민하고 아파하는 10대 청춘들이

아직 미숙하고 어설프지만

자신이 떠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치열하게 정면으로 마주하며


때로는 상처받고 타인에게 오해받기도

또 진심을 숨기기도 하지만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독립과 성장으로

자라나는 모습을 두 주인공의 시점을 따라

생동감 있게 담아내었다.


얼핏 보면 10대의 단순한 일탈,

성적인 호기심으로 비치기 쉬운 그들의 관계는

육체적이고 쾌락적인 부분으로만 조명해 보면

굉장히 비뚤어진 비행이나

욕구 해소를 위한 잘못된 선택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 관계 속에서만큼은

자신의 '겉껍데기'를 벗어던진 채

감춰두었던 '진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표출하는

에리와 미쓰히데의 모습은

되려 아름답고 건강하게 보이는

아이러니함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남과 다른 자신의 모습이라 하더라도

그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오히려 쉬운 일 같지만

자존심 때문인지 아직 어려서 몰라서인지

그들은 그것 외 모든 것에는

무모하게 자신을 내던질 수 있을 만큼

치기 어리지만 뜨거운 심장으로

세상에 발을 내디딘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둘의 관계를 통해

그들은 서로에게 진심은 숨긴 채

자신이 가진 억눌린 감정이나

죄책감을 해소할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서로 함께하는 시간 속 쌓아가는 위로,

서로에게 유일한 안식처가 돼주는 상황은

읽는 이로 하여금 반복되어 서로를 찾는

그 상황에 공감의 마음을 불러일으켰는데


그저 욕구의 해소나 원초적인 욕망에

그치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가

'그런 행위'로 자신을 던지는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고,

여린 상대의 본 모습을 다독이고 싶어 하는

인간적인 연민과

'나와 같은' 서로를 알아보게 되는 그들의 성장은

빛나는 청춘의 한 조각으로,

삶과 죽음 그리고 관계와 사랑이라는

주제 아래 의미 있게 다가왔다.


에리와 미쓰히데 뿐만 아니라

그들의 주변인으로 등장하는 미야코,

미쓰히데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통해서도

각자의 고민과 무게를 지고 있는

다양한 연령대의 한 사람이 지닌 고뇌

그리고 인생을 엿보며


다른 사람이 보는 나와

내가 아는 나의 모습이 다른 시절,

인생의 파도가 지나간 뒤

비로소 스스로와 상대방을 받아들이고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등장인물들의 사연은


성장통을 앓고 이만큼 시간이 지나면

갑자기 쑥 자라나 다른 세계를 연 듯한

느낌을 받았던 것처럼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깨우치고 배우는 시간으로

만들어 주지 않았나 싶다.


청량한 바다, 햇빛에 부서지는 파도

그 위 서핑보드 하나에 의지해

불안한 듯 파도를 가르고 일어서

움직임을 이어가는 모습은


방황과 아픔으로 흔들리며

때로 욕망으로 자극적인 표현 때문에

불편한 기분 속으로 끌어들이기도 했지만,

그 자체로 청춘이자 10대만이 가질 수 있는

불안정하지만 그 무엇보다 진실한

삶의 시간을 그대로 담아내었기에


서정과 파격을 오가는 이야기,

불온하면서도 매혹적인 작가의 문장은

위태롭고 불안하지만

그것이 되려 그들의 관계와 시간을

더 아름답고 빛나게 느끼게 해주어

몰입해서 읽기 좋았던,

그래서 뜨겁고 숨 막히는 여름날에

잘 어울리는 소설인 것 같다.


나누어 먹고 하나씩 던진 하귤이

바다에서 서로 닿았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며

천천히 흘러가 반짝이는 물거품과

구별이 되지 않는 책의 마지막처럼,


어울리지 않는 듯

둥 떠있던 에리와 미쓰히데도,

어느덧 자연스레 어우러져

세상과 인생이라는 바다 아래

반짝이는 물거품 속에 뒤섞여

언젠가 타인들과 구별이 되지 않는

평범한 어른이 되겠지 싶으며

잔잔하니 참 적당한 결말이란 생각이 들었다.


관계에 대한 자극적인 묘사나

10대 청소년이자 여성의 욕망을 드러내어

도서관에서 특정 페이지가 뜯겨 나갈 만큼

입소문이 났다고 했지만


그런 묘사를 넘어 성장하는 청춘들의

빛나는 시간과 성장을 담아낸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라

한창 낯선 욕구에 설렘을 가진 10대들에게도,


서슴없이 욕망을 드러내고

운명을 개척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생의 근본을 깨달을 수 있기에

'나'를 정의하기 어렵고 진짜 나를

마주하기 두려운 누구에게나

마음을 울리는 독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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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행복 - 가장 알맞은 시절에 건네는 스물네 번의 다정한 안부
김신지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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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열대야로

유독 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 올해,

인터넷에서는 '처서 매직'을 기다린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일 년을 네 개의 계절이 아닌

스물네 개로 잘게 쪼갠 단위의 절기 중

14번째 절기인 처서와

마법을 뜻하는 magic을 합친 말로,

처서가 지나면 아무리 기승을 부리는 무더위라도

마법처럼 한풀 꺾이며 시원해진다는 뜻이다.


너무 더운 날이 이어지다 보니,

살아오며 몸으로 겪고 느낀

'처서가 지나면 시원해진다'라는 사실을 떠올려

어서 처서가 다가오길 기다리는 마음은

동질감에 피식 웃게 되기도,

그만큼 길게 이어지는 여름이 실감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되기도 한다.


30대의 끝자락에 다다른 나는

할머니나 엄마 아빠를 통해 절기를 듣기도

또 절기마다 챙기는 다양한 음식이나

유래를 들으며 익숙하지만,


요즘처럼 바삐 살아가는 세상 속

일 년을 네 계절도 아니고 스물네 개로 쪼갠

절기는 잊히기 마련이라

이렇게 많은 이들이 찾는 '처서 매직'의 유행,

그리고 '처서 매직의 뜻'을 검색창에 두드려보는

요즘이들의 모습이 어떤 면에서는 반갑기도 하다.


네 가지의 뚜렷한 기후 특징을 나타내는

사계절을 가진 우리나라.

요즘은 우스갯소리로 여름과 겨울이 길어져

더위와 추위만 남은 것 같다고는 하지만,

우리의 옛 조상들은 매년 나오는 달력 없이도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동식물과

기후의 변화에서 계절을 짐작했다고 한다.


봄의 시작을 의미하는 입춘,

비가 내리고 싹이 트는 우수,

개구리가 잠에서 깬다는 경칩,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춘분,

봄 농사를 준비하는 청명,

농사비가 내리는 곡우


여름의 시작인 입하,

본격적인 농사의 시작인 소만,

씨뿌리기 좋은 망종,

일 년 중 낮이 가장 긴 하지,

여름 더위의 시작을 의미하는 소서,

더위가 가장 심한 때인 대서


가을의 시작인 입추,

일교차가 커지는 처서,

이슬이 내리기 시작하는 백로,

밤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추분,

찬 이슬이 내리는 한로,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상강


겨울의 시작인 입동,

얼음이 얼기 시작하는 소설,

겨울 큰 눈이 오는 대설,

밤이 연중 가장 긴 때인 동지,

겨울 중 가장 추운 때를 의미하는 소한,

겨울 큰 추위를 뜻하는 대한까지


한 단어로 짧게 정의되는 네 계절의 시간을

잘개 쪼개서 24개로 작은 계절을 만들고,

이를 기념하고 챙기며 좀 더 충만하고

깊이 있는 매일을 보내온 것이다.


이 책은 이 스물네 개의

절기를 따라 일 년을 보내며

작가가 그러모은

자잘하게 쪼갠 작은 계절변화 속 행복,

해마다 설레며 기다리게 되는 작가만의

연례행사를 소개하며

'가장 알맞은 시절'을 쉬이 흘려보내며

매일이 바쁜 우리에게 다정한 안부를 전한다.


조금은 촌스럽거나 예스러울 수도 있고,

매일을 보내기에도 바쁜 때에

스물네 개의 작은 계절들을 곱씹으며

여유를 부릴 새가 어디 있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맘때면 꽃에 새 순이 올라왔었지,

이맘때면 일 년 중 가장 낮이 길지,

이맘때면 '덥다' 소리가 들어갔는데,

이맘때는 얼음이 얼었지 하는

세밀한 계절의 변화를 놓치지 않고

시간을 거듭해도 착실하게 지켜오는

해의 '약속'을 확인하는 일은

효율이나 가치를 따지기에 앞서

얼마나 낭만적인가 싶어

그녀가 곱씹은 계절의 묘미를

글로써나마 잠시 시간을 멈춰 맛보았고


기록해두지 않으면 그냥 흘려보내기 쉬운

작은 변화를 기념하며

그때에만 만끽할 수 있는 재미와 즐거움을

찾아서 즐길 줄 아는 여유는

너무 급하게만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마음인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저 '왜 이렇게 더운 거야?' 하고

투덜거리며 선풍기나 에어컨을 틀기보다는

'오늘은 염소 뿔이 녹을 정도의 더위래'

혹은 '다음 주면 시원해질 거야'하며

계절 속에 담긴 의미를 찾아보기도 하고


마냥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 같은 내일이 이어지는 것 같겠지만

조금씩 계절은 약속한 시간을 향해

흘러갈 것이기 때문에

지금 '순간'의 소중함에 최선을 다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 인생의 수많은 매일을

충실히 살아갈 수 있는 하나의

지혜이지 않을까 싶다.


할머니가 때때마다 찾아와서 챙겨주던

부럼이나 정성스레 몇 시간씩 끓이던 팥죽,

'이걸 먹어야 액운이 떨어지는 거야'

하는 소리에 한 숟가락 먹고 나면

조금은 용기가 생기는 것 같았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나


떡국이나 삼계탕 남짓으로 간단해졌지만

우리 일상에 여전히 남아있는

각각의 의미가 담긴 절기음식까지


'제때 알맞게 찾아온 제철 행복'을 만끽했던

지난날의 추억들을 생각해 보면

순간순간의 시간이 참으로 다채롭고

새로운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이를 여전히 꾸준하게 곱씹으며

자연이 우리에게 선물하는

제철의 행복을 놓치지 않는

작가의 스물네 계절을 함께 곱씹으며,

노력하지 않아도 우리의 손에 가닿을 수 있는

앞으로 다가올 스물네 번의 제철 행복으로

나 역시 매일을 꽉 채우고 싶다는 마음이다.


책 속 절기에 담긴 제철 행복들을 따라

작가가 충만하게 느낀 즐거움을 읽다 보니

멀리 있는 행복을 좇느라

가까이 손에 잡히는 계절이 건네주는

소소한 행복을 놓친 채

잿빛 매일을 보내고 있던 건 아닐까

문득 지나쳐버린 올해의 절반이 아까워진다.


하지만 아직 올해의 가장 알맞은,

제철의 행복이 절반 가까이 남아있으니

처서 매직만을 기다리며

여름을 쫓고 싶은 마음을 가지기보다는


작가가 내준 제철 숙제들을 챙기며

지금이 아니면 만끽할 수 없는

작은 계절의 즐거움들을 찾고

나의 매일을 행복한 순간으로

이끌어야겠다는 다짐이 든다.


많은 것을 가지지 않고도

그저 자연이 내어주는 계절 속 행복만으로

배불리 먹고 즐기며 소박한 하루를 채워간

옛 조상들의 시간을 본받아

차곡차곡 다정한 안부를 챙길 줄 아는

따스한 사람이 되어


타인에게도, 또 스스로에게도

지금 이 계절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미루지 말고 챙겨야 할 기쁨에

어떤 것이 있는지 살피면서 지내는,

그리하여 해마다 스물네 번의 설레는

행복한 기다림을 가진 나를 마주하고 싶다.


덕분에 '별일 없이 비슷한 매일'이

행복해질 기회가 스물네 번이나 찾아온다는

확실한 약속으로 특별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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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아내리기 일보 직전 문학동네청소년 ex 소설 1
달리 외 지음, 송수연 엮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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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고 당연한 것을 낯설고 새롭게 보여주며

수많은 다름이 그 자체로 아름답고

또, 가치 있음을 드러내고자 기획된

문학동네 청소년 ex 소설 시리즈


그 첫 시리즈는 SF 소설집으로,

책을 펼치기 무섭게

네 명의 작가가 탄탄하게 써 내려간

무한하게 펼쳐놓는 상상력의 세계 속으로

몰입감 있게 빠져들게 되었다.


〈지퍼 내려갔어〉에서는

오빠와의 차별과 핍박 속에서

자란 채이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청소년 감시단'에 들어가게 되면

받을 수 있는 배지를 손에 넣으면

늘 오빠의 뒷전이던 자신도

부모님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채이는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덜컥 지원서를 제출했는데,

당연히 떨어질 거란 생각과 달리 합격한다.


유독 순혈주의를 강조하는

교장 선생님의 강력한 색출 의지 아래

채이는 렙틸리언의 정체를 파헤치기 위해

의심 가는 누군가를 추적하게 되는데…


배척해야만 하는 비정상의 존재라 여겼던

렙틸리언의 정체가 주는 반전과

이를 바라보는 채이의 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정상과 비정상을 쉽게 규정하고

다수에게 낯선 비정상을 무조건적으로

배척하는 현대사회의 문제를 꼬집음과 동시에


비정상으로 규정된 존재를

존중과 이해로 감싸 안고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때

기존의 좁았던 세상의 범주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시야가

생길 수 있다는 가르침을 주기도 했다.


〈알 카이 로한〉은 할머니로부터

증조할아버지가 103만 광년 떨어진

'알 카이 로한' 행성 출신이라는

말을 듣고 자란 정윤의 이야기이다.


할머니의 말을 완전히 믿지는 않았지만

내심 정윤은 자신이 남들과 다른

외계인이라는 존재의 각별함에서

희망과 위로를 느끼곤 했다.


종잡을 수 없는 일들을 맞닥뜨리며

자신이 정말 외계인의 후손일 수 있다는

특별함에 이끌리며

친구들에게 외면받는 현실도

이겨낼 수 있었는데…


외계인이 되고 싶은 지구인 정윤과 달리

정작 평범한 지구인처럼 보여야만 하는

외계인의 정체와

각자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있다가

서로의 정체를 알게 되었을 때에도

흔들림 없이 변치 않는 아이들의 우정은

사회가 규정한 표준과 보편성의 기준이

얼마나 아무 의미가 없는지 알게 해주었고,


진짜 힘들 때

나를 이해하고 위로해 준 존재는

정상 범주 바깥의 이들이었다는 점에서

우리가 규정하는 '정상성'이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했다.


〈자코메티〉는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침공한

외계 로봇으로 인해 전쟁터가 된 세계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우리에게 익숙한 안양에

외계인들이 새로운 도시를 만들어

자동차는 물론 사람까지 분해해 부품으로 삼았고,

이들의 습격으로부터 인간들은

위험으로 내몰리게 된다.


동네 할머니들의 부탁으로

자신과 완벽히 반대인 것만 같은

'정상성'의 대표인 찬미를 쫓게 된 민정은

함께하며 서로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또 아슬아슬하게 일상을 공유하게 된다.


인간과 비슷한 '그것'으로부터의

습격을 함께 벗어나게 되며

망설이는 순간이 있긴 했지만

찬미의 제안을 따라 캐리어를 들고

새로운 여정에 함께하게 된 민정의 모습에서


나와 다를 수밖에 없는 타인을

내 기준이 아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새로운 삶의 방향이 시작될 수 있다는

가르침으로 이끌었다.



마지막 이야기인 〈기억의 기적〉은

자신의 원하는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시대에 사는 수우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열네 살 겨울에 갑작스레 자신을 떠난

민하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어

처음 만난 아홉 살,

서로에게 접근 금지 통보를 받았던 열 살,

영원한 우정을 약속하던 열세 살,

감정이 폭발해 절교를 선언한 열네 살로

여러 차례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된 수우.

그 여행의 끝에서 그는 예상치 못했던

뜻밖의 한 사람을 마주하게 된다.


민하와의 감정의 골에 담겨있는

진실을 이제라도 제대로 마주하고자

시간을 훑으며 헤매지만,

이 이야기의 결말은

진실은 하나가 아닐 수 있음을 이야기하며

우리가 가진 '당연함'에 대해

여운이 남는 질문을 던진다.


결국에 타인은 영원한 미지의 영역이기에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서

그 감정을 오롯이 이해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그렇기에 늘 신중한 태도로

타인을 헤아리고 살필 줄 아는

혜안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남았다.


이 네 가지 이야기가

우리에게 공통적으로 던지는 화두가 있다.


과연 우리가 믿고 있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가 정말 존재하는 것인지,

수많은 '다름' 속에서

우리가 믿는 당연함이 얼마나 힘이 없는지.


교복이나 복장은 물론 성적이나 입시 등에서도

사회가 정답으로 규정한 모습을

강요받는 청소년들에게

용기 있게 자신의 마음속 목소리에 귀 기울여

스스로 결정권을 갖고

정상이 아닌 비정상의 범주에 속하는 것에

두려움을 갖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사회가 규정한 보편과 정상의 범주에

맞추려 하지 않고 배제되더라도

그 모습 그대로의 '나 자신'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지자는

울림 있는 메시지를 주었다.


상상의 세계 속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지극히 현실적이라 할 수는 없지만,

오히려 무한한 상상력 속에서

자유롭고 용기 있게 정상과 보편성을 벗어난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되려 희열이 느껴지기도 했고


결국에는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이분법적인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삶의 예시를 통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표준과 정상성에

스스로 물음표를 던지고

각자의 주체성과 개인성을 발휘할 수 있는

미래로 나아가자는 발걸음을 제안한다.


청소년은 아니지만 네 이야기를 읽으며

나 역시 내가 생각한 보편의 기준을

달리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주류와 중심에서 배제된 이들이 주인공이 된

이 이야기를 통해

소수자를 향한 편견과 억압이 무화 되길 바라는

책의 기획의도처럼

책을 읽는 모두의 마음속에 그려진

진한 테두리가 옅어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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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출근합니다 소원라이트나우 7
김선희 외 지음 / 소원나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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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청소년의 아르바이트라 하면
갖고 싶은 물건을 사기 위해서,
공부하기 싫어 시작하는 괜한 일탈이나
혹은 생계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그들이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임시직으로 일하는 것이니
적당히 시간만 채울 뿐
책임감은 부족할 것이라는
편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말이다.

이 책은 그런 시선을 따끔하게 지적하듯
출근하는 다섯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이 일하는 현실 속에서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또 일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스스로 헤쳐나가는 과정을 통해
한걸음 나아가는 용기 있는 모습을 담아내었다.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만난
남자아이에게 반하게 되는 10대의
말랑말랑한 풋내 나는 로맨스는
또래의 청소년들에게는 공감과 기대로,
그들보다 이만큼 더 자란 어른들에게는
설렘으로 두근거리던
어린 날을 추억하는 시간이 되었고

아르바이트를 통해
내가 맡은 역할에 어울리는 행동을 하며
책임감 있게 누군가를 돕거나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게 된 아이들의 시간은

타인에 대한 이해는 물론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뿌듯함과 성취감 아래
자신 안에 숨겨져 있던 새로운 감정을 발견하는
변화의 시작은 성장의 밑거름이 되어
지켜보는 이로 하여금
따스한 응원의 마음으로 웃음 짓게 했다.

노동을 통해 청소년들이 느끼는
뿌듯함과, 성취감 같은 성장이라는
긍정적인 측면 외에도
아직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근로환경을 갖춰주지 않는 우리의 현실을
따갑게 꼬집기도 했는데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휴식시간을 보장하지 않고
대신 돈을 더 주겠다며 정해진 시간을 넘어서
초과근무를 강요하는 분위기나
제대로 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혹은 계약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서는
이를 악용하는 악덕업주인 어른들,
그들 자체를 도구나 부속처럼 여기는
책 속의 상황들은

픽션이 아니라 실제 우리 현실의 모습을
날 것 그대로 담아내었기에
이를 묵과하고 있는 모든 어른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근로현장에서 정당한 노동을 하고도,
혹은 정해진 시간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도
어리다는 이유로 쉽게
그들의 노동가치를 폄하하고 악용하는
업주들의 모습은
단순히 현실을 꼬집는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의 노동 현장에서
우리가 어떤 것을 개선해나가야 할지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경험하지 못했던 노동을 통해 낯선 세계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자립해나가는
아이들의 노력처럼
이들을 고용하는 어른들 역시
그들이 일을 통해 자기 안에 숨겨져 있던
삶의 의욕이나 무언가를 해보고 싶은 마음,
그리고 가능성을 끄집어낼 수 있도록
지지해 줄 수 있는 태도로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다.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다섯 청소년들의 아르바이트 이야기는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자 위로로,
어떤 측면에서는 사회를 바꾸는 첫 단추로서의
역할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늘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라 말하면서도
그들이 애써낸 용기의 발걸음을
마음 깊이 응원하고 지지하지 못했던
지금의 어른들에게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꺼내보는 연습으로
삶을 지속하는 힘을 만들어내는
낯설지만 대견한 스스로를 마주하는
청소년들이 깨달은 노동의 가치와 의미는
큰 울림이 될 것 같다.

그들이 그러했듯, 나 역시 내 안에 담긴
아직 발견하지 못한 무언가를 꺼내보기 위해
용기 있게 새로운 경험으로 나아가
매일을 내디뎌야겠다는 다짐이다.

고군분투하는 과정 속
낯설지만 대견한 나를 마주하게 된
수많은 청소년들이 만들어갈
미래의 사회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마냥 청소년의 아르바이트에 대해
곱지 않은 편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던 나에게
좋은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된 독서였다.

한창 나의 정체성이 무엇인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물음표가 가득한 사람에게도
아직 장래희망도 꿈도 찾지 못해
고민이 많은 청소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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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결정한 행복 - 하버드 행복학 교수가 찾아낸 인생의 메커니즘
아서 C. 브룩스.오프라 윈프리 지음, 박다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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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이 발표한 세계행복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행복지수는

세계 57위라고 한다.


이 행복지수는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스스로 측정하는 지수'로

우리나라는 적지 않은 국민소득에도 불구하고

급격히 변해가는 사회환경이 가져오는

경쟁을 부추기는 분위기,

경제에 대한 부담이나 우울증 등이 원인이 되어

그리 높은 행복지수는 아닌듯싶다.


반면 히말라야의 작고 가난한 나라 부탄은

꾸준하게 1위로 언급되었다.

국민의 93%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그들의 작고 소박한 삶은

치열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자극이 되기도 했는데,

놀랍게도 거의 10여 년 만에

부탄의 행복지수는 95위로 추락했다.

개방과 SNS의 발달로

타국 사람들의 삶을 접하게 된 부탄 국민들이

자신들의 빈곤을 알게 되며

행복지수가 떨어지게 된 것이다.


이렇게 '상대적인' 관점에서

같은 삶이 행복에서 불행으로 느끼게 되는 건

비단 부탄만의 일은 아니다.


작게는 가까운 친구와 지인의 삶이나,

SNS를 통해 여유롭고 풍족한 삶을

살아가는 타인의 모습을 볼 때면

내 삶이 갑작스레 초라하게 느끼며

불행감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마냥 행복한 삶을 꿈꾸면서도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그저 목표와 바람만 가지고 있을 뿐,

당장 눈앞에 닥친 두려움과

타인에 대한 부러움으로

나에게 주어진 자유를 스스로 박탈한 채

불행하다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책은

불행이 줄어들면 행복해질 거라 착각하며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헛된 기대로

현실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우리의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


왜 불행하다고 느끼는지를 제대로 탐구하고

스스로 행복이 무엇인지를 깨달아

원하는 삶으로 닿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인생의 메커니즘을 담아내었다.


나 역시 그동안

불행하다 느끼는 것들을 없애면

행복해지지 않을까 하고

둘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을 거라

막연한 선입견을 가져왔는데

이 둘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으며,

공존할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는 책의 논점은

굉장히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왔다.


'행복'에 대한

올바른 정의를 내리는 것을 시작으로

행복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인

즐거움과 만족, 목적의식의

균형을 이뤄나가며 발전시킬 때

꿈꾸는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조언은

마냥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던

행복에 대한 방향성을

비로소 찾게 된 듯한 느낌을 주었다.


절대적인 행복은 존재하지 않으며,

어디에나 존재하는 일정 수준의 불행을

인정하고 공존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행복이 수반된다는 사실은

그동안 없애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나쁜 기분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이런 불행이 가진 유용성이나 필요성을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일상에서 수시로 마주하게 되는

분노나 슬픔의 감정,

타인의 시선 아래 번번이 넘어지고

좌절하게 될 때 느껴지는

위협이나 끓어오르는 감정에 대해서도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잠시 감정을 억누르며 일부러 시간을 멈춘 뒤

그 끓는 감정 속 '나'의 모습을

바라보는 메타인지를 통해

원치 않은 감정을 다른 감정으로 대체하고

효과적이고 건강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여기까지 발걸음을 따라오니,

이제는 감정 관리를 함으로써 생겨난

시간, 주의, 에너지를 어디에 쏟을 것인지

어디에 집중하고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따라온다.


그러한 의문에 저자들은 우리가 집중해야 할

삶의 기초에 대해 역설하는데,

우리 삶을 이루는 가장 큰 네 가지 기둥인

가족, 우정, 일, 믿음이라는 초석들을

굳건히 세워놓으면

어떤 외부의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삶의 기초를 다질 수 있다고 확신하며


가장 가깝기에 어려운 가족과의 관계,

쓸모에 상관없이 애정만으로도 유지될 수 있는

진정한 우정의 필요성,

건강한 밥벌이와 커리어 모델,

현실에서의 고통과 번뇌를 이해할 수 있는

영적인 존재에 관한 믿음까지

고통에 쉬이 휘둘리지 않는

견고한 삶에 대한 다양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두 저자가 전문적이고 깊이 있게 파헤쳐 온

'행복의 과학'은

그들이 세운 이정표를 따라오도록

이끄는 것이 그치지 않고,


책을 읽은 각자가

스스로와 깊은 대화를 나눔으로써

행복할 방법을 배우고 익히지 못해

행복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스스로 유예했던 행복을 직접 결정할 수 있게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는

저자들의 친절하고 똑똑한 설명은

단단하고 따뜻한 위로로 다가왔다.


파랑새를 찾기 위해 머나먼 여정을 떠났다가

집에 돌아와서야 집 문에 매달린 새장 안에서

파랑새를 찾게 된 동화 속의 이야기처럼


스스로 행복할 방법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거나 배우려 하지 않고

누군가 내 손에 행복을 쥐여주기만을

기다렸던 지난날이다.


책을 통해 삶을 마주하는 태도와

행복의 정의를 되짚으며

부끄러웠던 지난날을 반성해 볼 수 있었고,

또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할 때

내가 원하던 삶에 한걸음 가까워질 수 있을지

이제서야 그 윤곽을 그릴 수 있게 된 것 같다.


허무감과 번아웃의 굴레에 빠졌던

지난한 과거의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타인과의 비교로 스스로를 작고 위축되게,

때로는 불안하게 만든 것도

결국엔 내 인생의 키를 감정에게 넘겨준

내 스스로가 원인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저자들의 가르침을 통해

행복은 목적지가 아닌 방향이며,

내가 원하는 만큼 행복해질 수 있다는

단단한 믿음이 앞으로의 삶을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살 수 있게끔

도와주지 않았나 싶다.


자신들이 깨우치고 아는 행복을 전하며

크나큰 행복을 느낀 그들의 고백을 본받아

나 역시 행복을 누군가에게 전할 수 있도록

'행복의 선순환'의 시작점을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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