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 붕괴
해도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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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10기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외계 생명체의 지구 침공이나

우주로 떨어지게 된 지구인,

타임리프를 이용해 과거로 이동하는 상상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세계'이기에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이따금 외계인, UFO를 담은 사진이나

과거의 사진 속에서

현대의 휴대전화나 카메라를 든 인물이

등장한 것을 보면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또 믿고 있는 것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만 같다.


그런 호기심을 충만하게 자극하며

탄탄한 구성력과 근거를 더해

현직 우주과학 연구원이 써내려간

소설 《진공 붕괴》는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본 듯

글만으로도 그 이야기와 세계관 속에

푹 빠져들기에 충분했다.


각각의 이야기는 인공지능과 같이

한창 요즘 이슈가 되는 소재는 물론,

지구 멸망과 유토피아

그리고 외계 생명체와 우주선 등

SF 영화나 드라마 등을 통해서

누구나 접하고 호기심을 가질만한

다양한 소재들을 이야기로 꾸려내었다.


너무도 존재할법한 표현,

어디하나 허술하지 않은 서사는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를 관찰하고 담아낸 듯 해서

순식간에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들었는데


단순히 SF 장르 특유의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반영한

스토리 그 이상으로,

삶을 관통하고 읽는이의 가치관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짐으로써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각 등장인물의 사연에

내 선택을 덧씌워 생각해 보게 하였다.


여섯개의 이야기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누구든 고민되고, 결정하기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선다.

단순히 생존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랑, 삶, 애증과 같은

다양한 감정들을 꿰뚫는 질문들은

마음 속 나의 욕망, 가치관과 철학을

오롯이 마주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각 등장인물들의 선택에 공감하기도,

때로는 반대하며

'나라면 이러지 않을 텐데' 하고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탐독하게 했고

그렇기에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과학적,

우주에 대한 이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깊게 몰입할 수 있었다.


로맨틱하게만 그려지던

로맨스 영화 속의 타임리프가 아닌

잔잔한 듯 보이는 그 안에서의

비뚤어진 이기심과

개인의 욕망이 만들어낸 처참한 결말은

다소 충격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지만


다정하거나 따스한 해피엔딩이 아니라

냉철하고 다소 삭막해 보이는,

끝이지만 끝나지 않게 흐릿해지는

이 이야기들의 결말은

되려 두렵고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 안에서 오히려 지금의 현실이 주는

아늑함과 안정감을 느낄 수도 있었고


과학적이고 날카로운 질문들을 통해

내 마음속의 욕망이나 가치관,

개인의 철학까지 마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그 어떤 소설보다도 '감성적'이지 않나 싶다.


드넓은 우주에서 우리의 존재는,

우리가 겪는 사건들은 먼지 같다고 했다.

하찮은 인간들이지만

그렇게 힘없고 약한 존재인 인간들이

우주와 외계 생명체와 타임리프와

인공지능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며

때로 누구보다 강인하고 섬세하며

아름다운 '인간적임'을 드러내는 순간이

되려 더 멋지게 느껴지기도 했다.


한순간도 방심할 수 있게

집중력을 꽉 움켜쥐는 소설들 덕분에

어렵게만 느껴지던 SF 소설,

우주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을

충만하게 만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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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2025 한국출판문화상 교양 부문 수상작
희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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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10기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3년 전 갑작스레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치매를 앓은 뒤로 요양센터에 몇 년을 계셨는데,

센터에서 식사를 잘 못하시는다는

얘기를 몇 번쯤 듣다가 병원에 모시고 간 길이

그대로 마지막 작별이 되어버렸다.


예상치 못했던 이별에 눈물을 쏟고

마음을 진정시킬 새도 없이

엄마 아빠는 분주하게 장례를 준비했다.


원래 이렇게 순식간에 모든 걸 결정하고

움직이는 게 맞나 싶을 만큼,

혹은 미리 준비했나 싶을 만큼

어른들의 움직임은 신속 그 자체였다.


따로 장례 서비스에 가입하거나

예상했던 죽음은 아니었지만

시에서 운영하는 승화원 겸 장례식장에

할머니를 모실 수 있어 그나마 수월했다.


그저 슬퍼하며 돌아가신 할머니를

기리기만 하면 될 것 같았던 장례는

막상 임해보니 결혼이나 돌잔치 못지않게

선택할 것도, 준비해야 할 것도 참 많았다.


대략적으로 예상되는 손님의 수에 따라

빈소의 크기를 결정하고

발 빠르게 화장 예약을 잡아야만

'원하는 날'에 모실 수 있다.

화장을 하기 위해 '오픈런'을 해야 한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빈소가 정해지기 무섭게 그다음에는

빈소에 놓일 꽃 장식을 고르느라 바쁘다.

마냥 다 '제일 좋은 것'으로 하면 좋지만

꽃의 단 수, 종류에 따라 몇십만 원 씩

차이가 나는 '돈' 앞에

장례는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그러고는 관도 고르고, 수의도 고르고,

빈소에 올릴 사진도 준비해야 해서

상주와 가족들은 미처 슬퍼할 틈도 없다.


부의 소식을 알리기 위해

문자 서비스도 등록하고,

부의금 계좌로 등록할 번호가

잘못 기재되어 있지 않은 지까지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이 밖에도 손님용 음식 주문,

장례도우미를 몇 명이나 둘 것인지

손님이 쓸 일회용 그릇을 받기 위해

회사에 신청을 해야 하는 등

수많은 절차가 이어진다.


조의 화환이 배달 와서

'어디에 둘까요?'하면 자리를 잡아주고

장례식장에 찾은 손님을 맞고,

그들의 신발을 정리하고 음식을 나르며

그 와중에 틈틈이 밀려오는 감정에

정신없이 울기도 했다.


밤늦게까지 손님을 맞다가

까무룩 잠이 들면 금세 아침이고,

초배를 지내고 상복 치수를 재기 위해

왔다 갔다 하다 보니 그제야 이 풍경,

그리고 이 행사가 익숙해졌다.


이토록 많은 절차가 이어지며

어른들이 장례식에서 왜 많이 울지 않는지

조금은 알 것 같은 시간이었다.


방금 전까지 절을 하면서 울다가

다시 일어나 손님을 맞고 슬쩍 웃기도,

끼니를 챙기고 커피를 들이마시며

3일이라는 시간을 정신없이 보내고 나니

그 허전하고 슬펐던 마음은

장례를 끝내고 나서야 폭풍처럼 밀려왔다.


한 사람이 태어나 수십 년 살아오고,

그 마지막 맺음까지의 과정.

내가 '내 마지막'을 직접 준비할 수 없으니

남은 가족들의 몫이기에

'먼저 가신 분들이 무얼 원했을까'

혹은 '현실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쫓느라 허둥지둥한다.


그나마 그 과정 과정을 도와주던

장례 노동자들로 인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던' 우리는

조금씩 조금씩 형식과 절차를 따르는

유족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기록 노동자 희정이 쓴 이 책 《죽은 다음》은

죽음과 애도를 둘러싼

노동의 세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인

장례지도사, 의전 관리사, 시신복원사,

화장기사, 수의 제작자, 묘지 관리자,

상여꾼,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등

각 분야의 장례업 노동자들을 인터뷰하며

지금 우리 시대의 죽음과 애도와 관련된

내용들을 담아내었다.


그저 3일의 시간이었지만

할머니의 장례를 준비하고 치르며

함께하고 도와준 분들을 떠올리게 하는

각 인물들의 이야기는

'남의 죽음을 업으로 삼아 돈 버는 사람들'

이라는 생각에 편견을 가졌던 시야를

반성하고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게

도와주는 의미 있는 책이었다.


'돈을 벌기 위한 노동'이라는 관점보다

이를 준비하는데 그들이 쏟아내는

진심, 정성, 사명의식은 물론

때로 정신없이 장례를 치르느라

슬퍼할 틈도 없어 실감이 나지 않았던

유족들의 마음까지도

섬세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할머니의 장례를 치르면서도

'할머니는 어떤 걸 원하셨을까'

그런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는데

산업화 되어가는 현대 장례문화와

장례제도를 넘어서,

'고인이 소외되지 않을,

내가 미리 준비하는 나의 죽음'까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장례를 치러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공감하겠지만

그저 '고인을 위한 마음'만으로는

이 의례를 해나갈 수 없다.


하다못해 '상주'를 누가 하느냐,

혹은 수의를 결정하고

어떤 장례법으로 할 것인가

(매장을 할지 화장을 할지)까지

암묵적인 룰, 세상의 문법이 정해져있어

때로 누군가는 내가 원하고

고인이 원하는 뜻에서 멀어져

'보편적인' 장례를 선택하게 된다.


왜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죠?

라는 질문을 던질 새도 없이

그 짧은 시간 동안 빨리 '결정'하고

움직이야 하는 현대의 장례문화에 대해

꼬집은 부분도 있어서


아직 먼 미래의 일이지만

'나의 죽음은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

미리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크게 와닿기도 했다.


더 나아가 장례 절차와 노동에서

이중으로 작동하는 성별 규범이나

낙인과 터부, 역사와 규범, 제도까지

폭넓게 우리의 '죽음'을 조명하면서

임종 직후부터 묘에 모시는 것까지

경험해 보지 않았기에 몰랐던

죽음 이야기를 다각도로 접할 수 있었다.


'죽으면 이렇게 하고 싶다'라는 바람은

암묵적으로 입에 올리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때로 부모님이 나는 나중에 수의 대신

이런 옷을 입고 싶어 하면

'왜 벌써 그런 얘기를 하는 거야' 하며

애꿎은 화를 내기도 하지만

막상 그런 '죽음의 의례'에 결정해야 할

수많은 선택지를 앞두고 나면

'진작 어떻게 할지 물을 걸 그랬나'

싶을 것이다.


마냥 쉬쉬하거나 먼 미래로 미뤄둔 일,

혹은 겪어보지 않아서 모를 이 과정을

책을 통해 미리 접함으로써

좀 더 '고인의 선택을 반영한 죽음'에

가까워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기도 했다.


벌써 몇 해가 지났지만,

여전히 '그때 이렇게 할 걸 그랬나'

하는 후회의 마음이 종종 떠오른다.


죽음이 고인만의 마침표가 아니라

남은 가족들의 삶에도,

또 다가올 누군가의 죽음에도

영향을 주는 연결고리처럼 이어져 있다.


이렇게 죽음을 둘러싼 노동자,

우리의 장례문화와 절차, 산업을 재조명한

이 책을 통해서 '고인이 꿈꾸는 장례'를 넘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죽음을 만들어야 한다는

'존엄한 죽음'에 대한 과제가 남았다.


살았을 때도 일반적인 규범,

정상과 비정상을 규정하는 분위기에

휩쓸리느라 내 뜻대로 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

죽음 다음에도 이는 여전히 마찬가지다.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

누군가의 죽음을,

또 그를 애도하는 사람들을 재조명한

이 글을 통해서

우아하고 불온하게, 나답게 죽을 수 있는

미래를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곧 떠나갈 사람들을 위해,

아직 남아있는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해

한 번쯤 모두가 '알아야만 할'

의미 있는 내용을 담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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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가 아닌 노동자로 삽니다 - 건설 노동자가 말하는 노동, 삶, 투쟁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외 기획, 이은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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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10기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한때, 아침이면 휴대폰 알람이 아닌

민중가요 노래로 잠이 깬 시기가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근처에서

새로 공사를 하고 있던 현장에서

일명 '노조'의 시위로 인해

민중가요를 크게 틀어둔 것이다.


분명 시위는 미리 신고했을 것이고,

정해진 데시벨을 넘지 않도록

그들 역시 우리 단지 곳곳에

소음 측정기를 설치해두었음에도

아침마다 울리는 노랫소리는

단잠에 빠져있던 주말이나 평일,

조카가 다니는 학교 앞에까지

시도 때도 없이 울리곤 했다.


며칠이면 괜찮아지겠지,

도대체 시위를 왜 건설사가 아닌

일반 시민들이 사는 곳을 향해

노래를 틀어놓는 걸까,

소음을 측정해야 하나, 신고할까 등

동네 맘 카페에서도 연신 울리는

이 민중가요와 시위에 대해

다들 볼멘소리로 한동안 난리였다.


몇 주 가까이 이어지는 이 시위에

그들이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지,

혹은 그들에게 불합리하거나

억울한 일은 없는지를 들여다보기 전

일단 내가 불편하니까

그리고 '돈 더 달라고 저러는 거지'하는

어르신들의 말처럼

곱지 않은 시선으로만 보았더랬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매일같이 스피커를 켜고 민중가요를 틀던

노동조합은 어디론가 자취를 감췄다.

공사는 다시 진행되었고,

누군가는 '공사하는 사람 따로,

시위하는 사람은 따로 있어.

저 사람들은 매일 시위하는 게 직업이야'

하며 언론에 오르내리던 '건폭'으로

그들의 모습을 쉬이 규정하곤 했다.


그때는 말마따나 '나쁜 사람들' 혹은

'자기 이득을 위해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는

이기적인 사람들'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 《노가다가 아닌 노동자로 삽니다》를 통해

우리의 이웃이자, 크게 다르지 않은

'그저 열심히 매일을 사는' 그들의 삶을 보며

건설 노동자에 가진 삐딱한 시선,

고정관념이나 오해했던 부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어쩌면 지극히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그러기에 조심스러운 책이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건폭' 발언,

그리고 '탄압 정치'로 인해 더 힘들어졌다는

건설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사람에 따라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터.


정치적인 부분은 정답이 있는게 아니기에

이에 대해서는 떨쳐놓고, 책에 소개된

12명의 노동자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일과 삶에 대해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각자의 이유로 건설노동에 뛰어든 사람들.

아직 어렸던 10대의 방황 끝 선택이거나

이혼 이후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건설 현장에 뛰어든 여성 노동자.

한국에서의 삶이 좋아 보여

외국에서 한국으로 멀리 날아온 이주노동자,

아버지에 이어 아들까지 건설 일에

뛰어든 사람도 있었다.


결국에는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그들은 '노가다'라 비하 받기도 하지만

열심히 몸을 움직이면

그만큼 주머니와 배를 채울 수 있는

이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삶,

비싼 유지비나 정비로 버는 것보다

쓰는 게 많은 때도 있는 어려움,

몸이 다쳐도 제때 치료하지 못하거나

산재처리를 받지 못해 고생하기도 하고,

그렇게 노동을 했어도 제때 돈을 받지 못해

때로 생활과 가정이 무너지는 경험 속에서

그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이 어려움과 힘듦이

그래도 조금은 더 나아졌다 입을 모았다.


우리가 잘 모르는 건설노동자의 채용,

그리고 단가 경쟁, 임금체불의 현실이

얼마나 그들의 '인간다움'을 앗아가고

힘들게 만들고 있는지,

그저 '떼쓰는 것'으로 보였던

노동조합의 목소리에 대해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고,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어

'마지막 선택지' 같아 보였던 건설노동에서도

더 나은 삶을 위해 배우고 함께하며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뿌듯해하는

한 사람의 애쓰는 '삶'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얼핏 이들의 이야기가

'우리'가 아닌 그들만의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책 속에 소개된 그들의 삶,

건설 노동자의 노동과 그들의 애씀이

우리의 인생과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

결국에는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일 임을,

이들의 자부심을 다시 세우고

'인간다운 노동 현장'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것임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건설노동이 가치 있는 일인가,

이들의 노동에 대해

우리 사회가 인간적으로 대우하고 있는가,

혹여 폭력적이고 차별적인 시선으로

그저 혐오하는 감정으로

그들의 '행동'을 비난하고 있던 건 아니었을까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생각들을 되짚었다.


그들의 입으로, 말로, 마음으로 써 내려간

진심 어린 글을 통해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보다 안전한 일터에서 그저 '일하고자' 하는

보통의 삶을 꿈꾸는 그들의 소망이

과하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아침잠을 깨우던 그때의 소리를,

그저 '시끄럽네'라 생각하지 않고

그들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들어보려는 마음'을 가졌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게 해서라도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 말하던

그들의 진심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정치적인 관점에서 잘잘못,

옳고 그름을 떠나서 내가 하는 일에 있어서

'인간답고 자'하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한 번쯤 귀 기울여보면 어떨까 싶다.


책을 덮고 나면

노가다가 아닌 '노동자'로 불리길 원하는

그들의 바람과 요구가 절대 과하지 않다고,

이건 당연한 거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현재를 비판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건설 산업 전반에 팽배한

오래된 악습이나 관행, 부조리에서 벗어나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일터로 발전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와 각자가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이

숙제처럼 남지 않을까 싶다.


혹여 건설 노동자에 대해 편견을 가지거나

'하찮은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면,

부모님이 건설노동 일을 하고 있다면

그들의 '인생'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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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정말로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
태오 지음 / 부크럼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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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부크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 입니다.

































언젠가 SNS를 통해 실험카메라 형식의

영상 하나를 보고 울컥한 적이 있었다.


한 청년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건넨다.

"면접에 가야 하는데 넥타이 매는 법을 몰라서…

혹시 도와주실 수 있나요?"


요즘은 모르는 사람이 말 거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라

과연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궁금했고,

만약 나라면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청년을 마주한 시민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는 새 목구멍이 뜨겁게 달아올라

한참 동안 오랜 여운이 남았다.


남자 어르신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넥타이를 본인의 목에 둘러 조절한 뒤

다시 청년의 목에 걸어 매어 주며

"이런 모양을 해야 더 단정해 보여"

"착하고 성실하게 생겨서 분명 합격할 거야"

같은 응원을 해주기도 했고


여자 어르신들은

"그래, 이런 거 자주 안 해봐서 모르지.

우리 때는 아침마다 남편 넥타이를 해줘서

다들 할 줄 아는데 내가 해줄게" 하면서

엄마의 마음으로 긴장을 풀어주었다.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지만

난감한 상황, 고민 끝에 도움을 청하는 모습에

그 누구도 외면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뻗었고,

넥타이 매는 것을 넘어서서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는 응원과 위로로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영상이었다.


이처럼 내가 힘들 때 타인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

'괜찮아, 다 잘될 거야' 한마디는 큰 힘이 된다.


태오 작가의 신작,

《당신이 정말로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는

자신의 슬픔을 소중한 사람에게

전가하고 싶지 않아 홀로 그 감정을

끌어안고 있는 외로운 현대인들에게,

마음속 깊이 가라앉혀 둔 진심을 드러내지 못해

혼자 아파하는 서투른 사람들에게 건네는

위로의 문장들을 담아냈다.


책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삶, 사람, 사랑에서 지치는 순간이 있더라도

내가 행복하길, 잘됐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낸

응원과 위로의 문장들이다.


'이런 말은 별로 힘이 되지 않는데' 하고

때로 비뚤어질 수 있는 마음에도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기꺼이 모든 짐을

함께 짊어지며 항상 곁에 있어주겠다는

약속 같은 책 속의 문장들은

때때마다 마주하는 불안과 고민 앞에

다시 일어설 용기를 만들어 주었다.


매일이 행복할 수 없고,

때로는 내가 너무 보잘것없어 보여

위축되고 무너지는 날이 있지만,

지칠 때면 언제든 기대고

따뜻하게 품어주겠다는 작가의 메시지는

실험카메라 영상 속 어르신들의

도움이나 토닥임처럼

마음 깊이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각자가 가진 시름과 고민으로

타인과 비교해 불행하기도 하고

때로는 현실에 치여 내 마음속 진심을 외면한 채

매일을 살아가곤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서로가 있다는 것을,

힘든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외롭고 쓸쓸한 날에도 누군가와 함께 어울려야 하며,

고민은 언제나 나눌수록 가벼워진다는 메시지는

힘들 때 내 곁에 있는 사소한 것들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말뿐인 위로일지언정

위로받지 못하는 마음보다야 낫고,

그렇게라도 마음이 조금이나마 나아질 수 있다면

백 마디 말이라도 건네주고 싶다는 진심 어린 응원은

혼자서만 감당하고 있는 것 같은 현실에서

무조건적으로 나를 응원하는 든든한 내 편을 얻은 듯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주었고,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 속

사소한 웃음이나 즐거움, 행복을 일깨워 주며

평범한 나날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동화 속 파랑새처럼

가까이에 있는 행복을 실감하며

우리의 매일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따스한 위로와 응원의 문장을 읽어가다 보면

어느새 세상의 모든 것을 긍정하며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행복의 기반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작가의 따뜻한 온기로 내가 용기를 얻었듯

주변에 힘들어하고 지친 사람들에게,

혹은 행복하지 않은 누군가에게

이 책을 선물하며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는 네가 정말로 잘됐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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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것부터 먹고
하라다 히카 지음, 최고은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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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동창 다섯 명이 함께 만든

스타트업 회사 그랜마,

회사의 규모가 커지고 일도 늘었지만

그들이 함께 쓰는 사무실의 공기는 냉랭하기만 하고

대화는 날이 갈수록 줄어든다.


어질러진 신발장,

공용 욕실에 널브러진 샴푸와 린스,

끼니는 대강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우거나

바빠서 제때 치우지 못한 쓰레기도 한가득이다.


이런 문제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생각에

CEO인 다나카의 제안으로

그랜마의 사무실에 중년의 가사도우미

가케이가 출근하기 시작했다.


척척 사무실의 묵은 때를 벗겨내고

멤버들이 먹을 야식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며

이들 중 유일한 '홍일점'인 고유키는

어쩐지 '설 곳을 잃어버린 느낌'을 받기도 하는데,


퇴근하며 다 함께 먹을 야식을 준비하는 방법을

콕 집어 고유키를 불러 설명하는 가케이에게

고유키는 마음속에 담겨있던 묵은 감정을 쏟아내며

날선 반응을 보이고 만다.


얼핏 잘나가는 회사,

일도 바쁘고 문제없을 것 같은 이들 멤버에게

도대체 무슨 일과 사연이 있는 것일까?


유독 마음이 무거운 날이 있다.

고민하고 있는 것이 있지만 어디에 말 못 하거나

혼자서만 끙끙 앓느라 입맛도 없고,

때로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며 예민해진다.


이런 날에는 작은 일에도 날선 태도로

타인에게 크게 반응하기도 하고,

입맛이 없어 기운이 축 처지기도 한다.

그럴 때 문득 드는

'엄마가 만든 밥 먹고 싶다'라는 생각.


어쩐지 냉소적이기도 하고,

서글서글하지도 않은 가사도우미 가케이는

각자의 고민과 시름을 앓고 있는 그랜마 직원들에게

기꺼이 '엄마가 만든 밥'같은

위로의 음식을 척척 차려낸다.


사실은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내 '쓸모'가 없는 것 같아서 고독감을 느끼며

어디에도 흠뻑 속하지 못한 채

겉도는 고유키의 마음을 달래는

구운 사과에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디저트를,


신라면에 밥을 넣어 끓인 라밥이나

알뜰하게 얻어온 도미 머리로 만든 밥처럼

정말 간단한 요리부터

때로는 뼈에 붙은 살을 하나하나 잘 발라야 하는

까다로운 음식까지 다양하게 넘나든다.


그가 만들어 낸 음식들은

각자에게 얹어진 고민을 잊을 만큼

위로해 주고 응원해 주는 맛이다.

가케이는 고민이 있어 보이는 멤버들의 마음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우선 이것부터 먹어봐'하며 음식을 내민다.

때로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언하는 역할까지 하며

점점 그랜마 직원들의 마음에 스며들게 된다.


가케이가 없었던 시간은 상상이 되지 않을 만큼,

그리고 앞으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 이때

이들 모두에게 공통의 '미스터리'로 남은

前 멤버 가키에다의 실종 목격자가 나타나고

가사도우미 가케이에게서 발견되는

석연치 않은 점이 드러나게 되면서

이야기는 '미식 힐링'에서 '미식 미스터리'로 변모한다.


맛있는 음식에 초점을 맞추어

꿀꺽 침을 삼키게 되었던 마음은

어느덧 그랜마 직원들이 숨기고 있는

가키에다의 실종사건에 대한 진실,

그리고 가케이가 숨기고 있는 무언가를 쫓아

열심히 따라가게 되었다.


식욕을 자극하기 무섭게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이야기의 전개는

하라다 히카 특유의 '미식 표현'에

호기심을 덧입혀 더없이 맛있는

요리와 같은 글이 되었고,


각각의 등장인물의 시점으로 펼쳐지는

각 편의 소설을 다 읽어내고 나서야

퍼즐이 완성된 듯 이야기가 짜 맞춰지고

비로소 숨겨진 진실은 물론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자 '위로'가 되는

인간적인 '연대'까지 엿볼 수 있었다.


입맛이 없고, 삭막했던 분위기의 사무실이

가케이의 정성스러운 요리로

자연스레 분위기가 풀리며

'앞으로도 이런 시간이 계속되면 좋겠다'

생각할 정도로 즐거워졌듯이


가케이가 음식을 내밀며

"우선 이것부터 먹어봐" 하는 말처럼

힘든 상황일 때 무언가를 먹고 마음을 채우며

올바른 판단으로 나아가는 각 인물들의 성장도

열심히 응원하는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어쩐지 서먹했던 그랜마 멤버들의 고민이

한꺼풀씩 벗어져 분위기를 회복할 때 즈음

실종된 가키에다의 목격담과

이 소동을 바라보는 가케이의 행보가 드러나며

평온했던 분위기가

다시 쫄깃한 긴장감으로 이어지는 진행은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만들어 참 재미있었고


그 와중에도 여전히 식욕을 자극하는

가케이의 맛있는 음식에 대한 설명,

이야기 끝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극적인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따뜻한 다정함과 희망,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이를 극복해가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일반적인 미스터리 소설과는 또 달라

더 마음에 와닿았다.


때로 마음이 고파 예민해진,

그랜마 멤버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고민을 안고 있는 현대의 우리들에게도

이 소설이 '우선 이것부터 먹어봐'하는

가케이의 따스한 음식, 손길과 같은

글이 될 것 같다.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는 일반적인 힐링 소설과 달리

텐션감 있는 긴장과 호기심이 일어나는

미스터리를 더해 더 매력적이었다.

정말 여러모로 맛있는 미식 독서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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