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너 1 베어타운 3부작 3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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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힘은 결국 사람'이라는
메시지로 큰 울림을 주는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이 새로운 소설이자
베어타운 3부작 시리즈의 완결판이라 할 수 있는
소설 《위너 1, 2》 을 출간하였다.

그의 데뷔작인 소설 《오베라는 남자》와
에세이 《나보다 소중한 사람이 생겨 버렸다》를 읽으며
'함께'라는 애틋함과 따스함으로
많은 위로와 감동을 받았기에
이번 신작 역시 읽기 전부터 무척 기대가 되었다.

총 두 권으로 이어지는 이번 작품 《위너》는
책의 도입부부터 스무 명의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과 인물 관계도까지 등장해
초반에는 아직 익숙지 않은 각 인물들의
사연과 감정을 따라가기에도
벅차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읽어 내려 갈수록 각 인물들 간의 관계와 유대,
각기 다른 시선에서 바라본 사건의 전말이
속속 드러나게 되며 흠뻑 몰입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스웨덴 북부의
숲으로 둘러싸인 두 시골마을인
베어타운과 헤드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외부 세상과는 다른 나라로 느껴질 만큼
워낙 멀리 떨어져 있지만
서로 딱 맞닿아 있는 두 마을.
이웃임에도 불구하고 마을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하키를 둘러싸고 오랜 갈등을 빚고 있다.

폭풍우가 휩쓸고 지나간 어느 날 밤,
이 두 마을의 관계가 뒤흔들리게 된다.

폭풍우로 쓰러진 숲속의 수많은 나무들로
위기에 처한 산모의 출산을 위해
헤드의 조산사는 베어타운 한 소녀의 도움을 받아
새 생명을 맞이하고,
베어타운의 오랜 술집 주인인 라모나는
세상을 떠나며 베어타운과 헤드는
'생과 사'의 각 현장을 맞이한다.

라모나의 장례식을 위해
베어타운을 떠났던 인물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며
그들이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충격적인 사건이 드러난다.

그저 마을 사람 중 하나로 생각했던
인물들의 다양한 시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점의 이동을 통해
사건을 재조명하는 이야기 풀이 방식이
쉴 새 없이 책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아빠가 단장으로 있는
하키단 소속 선수 케빈에게 성폭행 당했지만
그의 편에 서는 마을 사람들로 인해
마을을 떠났던 마야,

하키팀 최고의 공격수였지만
성 정체성이 폭로되며 하키를 그만두고
해외를 떠돌아다니던 벤야민,

베어타운 소속은 아니지만
하키단 A팀의 최정예 선수가 되어
마을 사람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NHL 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할 뻔했지만
모종의 이유로 선발되지 않아 두문불출하는 아맛,

평범한 열네 살 아이로 보이지만
사실은 누나의 죽음을 겪었고,
그 안에 숨겨진 비밀을 알고 있는 마테오.

각 등장인물을 둘러싸고
점점 확대되는 다양한 갈등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한편,

두 마을 사이에 존재하는
오랜 경쟁과 갈등 구도에도 불구하고
자연재해라던가 위급상황 아래에서는
사람 대 사람으로서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연대하며 봉합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작가가 여러 작품을 통해 일관되게 쌓아온
그만의 작품 세계관인 '사랑'을
완성형으로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완전히 봉합되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각 인물들 간의 관계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사건의 숨겨진 진실은 어떻게 밝혀지는지,
위기를 맞은 두 마을은 어떻게 될지까지
1권을 덮고 나니 온통 물음표가 가득했다.

그래서일까? 책의 마지막 장까지 덮고 나니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
이번에는 인물 한 명 한 명에게 초점을 맞춰
사건을 다시 바라보니
또 색다른 느낌으로 와닿기도 했다.

익숙지 않은 배경, 수많은 등장인물에도 불구하고
읽을수록 각 인물의 감정에 공감되고 이해하며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어떤 한 사람의 이야기에만 치중한 것이 아니라
마을 속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녹여 담아냈다는 점에서 참 따스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2권에서 펼쳐질 두 마을과 각 인물의 연대와 봉합,
성장의 과정은 물론
이를 배크만의 스타일로 어떻게 표현하고
담아내었을지 무척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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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섬세함 - 이석원 에세이
이석원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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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이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문득 주위를 둘러보면
어떤 면에서는 이기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개인중심의 세상이 되었다.

나를 위주로 생각하다 보니
서로를 미워하기 바쁘고,
또 타인의 행동에 대해서도
내 시각대로 함부로 규정하고
그 사람의 이면에 대해 알려고 들지 않는 것이다.

약간 삭막하다고 할 수 있는 이런 세상 속,
자신의 생각과 일상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자신만의 언어로 꾸준히 기록해온 이석원 작가가
따스하고 사려깊은 시선을 담뿍 담아
인생의 단면을 바라본 신간 에세이를 출간하였다.

책 제목은 《어떤 섬세함》.
그는 생각의 중심을 자신으로 두려는
어떤 본능이랄까 관성에서 벗어나
이 책에서 만큼은
내 꿈이 아니라 남의 꿈에 대해,
내 사정이 아니라 남의 사정에 대해,
내 고통만이 아니라 남의 고통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이 책에서 그의 시선은
나 자신의 내부가 아닌 타인과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향한다.

타인의 입장과 세상의 이면을 바라보고자
노력한 그의 시선에 담긴 소소한 일상의 조각에서
오랜만에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 '다 두려움의 덕이었다'
2부 '삶은 정말로 단순하지 않다'
3부 '이렇게 또 누군가와 엇갈리고 만 것이다'
4부 '누구나 자기만의 지침이 있다'로

각 장에서 그가 마주친 일상의 단면들이
각각 한 편의 단편영화처럼 전개되며
마치 그 자리에 함께 있는 것처럼
또 이석원 이라는 사람을 점점 더 알게 되는 듯
생생하게 전해졌는데,

그가 직접 찍은 일상의 소소한 순간과
아름다운 풍경사진을 더해
누군가 일상의 한 조각을 캐어내 사진으로 담아
'오늘 이런 풍경을 보았는데' 하면서
다정한 메시지를 보내와
그 섬세한 배려로 내 하루가 그리고 순간이
따뜻하고 풍요로워 지는 느낌이었다.

어릴 때는 작은 것에도 쉽게 행복을 느끼는 반면,
하루하루 어른으로 살아가기는 참 어렵기만 하다.
지켜야 할 소중한 것들이 늘어나고
그렇기에 그에 따르는 불안도 커져서
타인의 작은 침범으로
매일 쌓아온 나의 소중한 일상이
쉽게 깨지고 망가진다고 느끼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렇다고 타인과 접촉을 하지 않은 채
세상을 혼자 살아갈 수는 없는 법,
그는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칠 수 밖에 없는
'타인'을 이해하고 나역시 그들에게 이해받지 않으면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이해'에 있어
섬세함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섬세함이야말로 타인과 세상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성의라고 했는데,
이 섬세함은 어느날 갑자기 깨우치는 것이 아니라
나도 모르는 새 살아오면서 만난
수많은 이들로부터 배웠다는 고백을 통해
나의 삶을 되돌아 보고, 섬세함을 일깨워준
사람들을 추억하게 해주기도 했다.

내가 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상대가 필요로 하고 받고 싶은 것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섬세함'이라고 정의 내리며
끊임없이 세상에 상처입고 화해하며 얻어낸
그의 '섬세함'을 배워가는 과정이
참 인간적이고 따뜻하게 빛난다는 생각이다.

'착한 건, 남을 먼저 생각하는건
요즘 같은 세상에 좀 바보같은 일이야.
그렇게 나보다 남만 배려하다가는 손해 보는거야.'
하고 생각했던 이기적인 마음에
부끄러움과 반성의 마음이 드는 독서였다.

그동안 내가 타인에 대해 너무 쉽게 규정하고
그들로 인해 내가 스트레스 받고
복잡해졌다는 편견 없이,

어릴 때처럼 쉬이 단단한 행복져서
삶이 단순해질 수 있도록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여러 소중함을 놓치지 않고
섬세한 마음으로 타인과 함께 어우러지는
그런 내가 되자고 다짐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좋은 시간,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시간을 내어 운동을 하고 여행하며,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는 매일.
쉽게 놓치고 또 잊고 살아가는
그 매일 속 작은 행복과 소중함이
사실은 얼마나 큰 힘을 주는지
그의 글을 통해 새삼 깨달았다.

책을 읽는 동안 만큼은 모두가 불안 없이
평온하길 바란다는 그의 바램처럼
책을 덮으면서는
다가올 내일은 좀더 단순하고 행복해지기를,
'나' 만 생각하는 단절보다는
타인을 배려하는 '섬세함'으로
따뜻한 연결로 매일로 채워보자는
말랑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한 해를 되돌아보는 연말 독서로
참 좋았던 책이 아닌가 싶다.
그의 섬세함으로 추운 날씨 이지만
마음 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참 따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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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는 삶 - 무엇을 선택하고 이룰 것인가
미로슬라브 볼프.마태 크러스믄.라이언 매컬널리린츠 지음, 김한슬기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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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도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가고
마지막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며
올 한 해를 되돌아보고 정리하게 된다.

과연 나는 올 한 해 동안 무엇을 이뤄냈는지
혹은 잘 살아왔는지에 대한 반성,
그리고 새해에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지기도 하면서 말이다.

《가치 있는 삶》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 마주치는 질문인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생의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내서로
지난 10년간 예일대 인문학 과정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던 수업인
'가치 있는 삶' 강의를 바탕으로 쓰였다.

이 책은 일반적인 자기 계발서나
유명인의 인생 조언처럼
이렇게 해야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친절한 책은 아니다.

저자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부처나 공자, 예수처럼
유명한 종교 지도자부터 시작해
니체, 오스카 와일드와 같은 사상가들,
그리고 마사 누스바움 등
근현대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활용해
이들이 고민했던 '진정한 삶의 가치'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들려줌으로써
우리가 삶을 뒤바꿔놓을 '의문'을 제시하고

우리가 꼭 추구해야만 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그러한 가치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책을 읽는 독자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꾸준하게 탐색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책에 소개된 다양한 현자들의 이야기를 읽어가며
조금 특이하다고 생각한 점이 있었는데,
'우리는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야 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그들이 찾은 해답이
어떤 일관된 내용으로 수렴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보통의 책에서는 소개되는 이야기들이
궁극적으로 하나의 해답으로 이어지는 반면,
이 책의 이야기들은 왜 각기 다른 해답을 제시할까?
무슨 메시지를 말하고 싶은 걸까 할 때쯤
비로소 문득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저자들은 현자들의 다양한 이야기 끝에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보편적 가치가
궁극적 해결책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런 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즉, 우리 인생에 단 하나뿐인 정답은 없다는 뜻으로
아무리 뛰어난 사람들이 내린 답이라 할지라도
내 인생의 의문에 대해
그들이 대신 답을 내려줄 수 없는 법이라고,

그렇기에 우리는 과거에 존재했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이 내린 답을 참조하되,
궁극적으로는 내 인생의 답을
스스로 찾아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 것이다.

아무리 큰 가르침을 주거나 방향을 제시하더라도
그것이 내 의지나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마냥 의미 없이 '쫓는 것'만으로는
가치 있는 삶이라 할 수는 없기에

저자들은 마치 끊임없는 대화를 하듯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계속적으로
인생의 '의문'을 제시하며
읽는 스스로가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풍성하고 다양한 질문의 숲으로 인도한 것이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의문'을 가진다 한 들
이 의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자신뿐.
우리는 스스로가 걸어가는 길에
커다란 책임이 있는 삶의 주체들이기에

내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스스로 최선을 다해 고민해야 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해가며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를 찾아
삶의 목적과 의미를 재정립하고,

단 한 번뿐인 삶을 후회 없이,
내가 초점을 둔 중요한 가치를 위해
살아가야 한다는
진심 어린 조언을 전하며 이 책은 마무리된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나만의 가치,
나만의 주체성을 갖기란 쉽지가 않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보편적인 가치에 나를 맞추어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맞겠지' 하고 순응하기 보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친다면
나에게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인지
진정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겠다는 기대가 든다.

연말 독서로 참 좋은 선택이 된 책이었다.
내 삶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다시 한번 제대로 고민해 보고
이 책을 시작으로 내 인생의 답을 찾아나가는
그런 새해를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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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과 나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래빗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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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백 투 더퓨처(back to the future)는
1985년도에 제작된 작품으로,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후 미래인 2015년으로
이동한 모습이 등장한다.

시간이 흘러 실제로 영화 속 '미래'였던
2015년이 우리의 '현재'가 되었을 때,
그 시절 상상한 미래의 모습과 지금을 비교하며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보여준 글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이 책 역시 미래 모습에 대한 상상에서 시작한 이야기로,
아직은 인간이 접근하지 못한 미지의 행성이자
물의 흔적이나 생명의 존재여부 등으로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던 '화성'에
인간이 이주하게 된다는 가정으로 시작된다.

책을 써낸 배명훈 작가가 외교부의 연구 의뢰를 받아
〈화성의 행성장치〉라는 보고서를 완성한 뒤,
화성과 관련해 학문을 넘어 문학만이 던질 수 있는
질문에 도달하고자 쓴 소설이다.

'화성에서 인간은 무엇을 먹고 살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과학적이 아닌 문학적으로 접근해,
실제 '화성살이'에서 마주할 법한
지구인과 화성인의 문제와 고민을 담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단순히 '가정'이니까 모든 생각을
그저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해
자유롭게 제한없이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상상력과 가능성'을 전제로 하고
상상을 펼쳤기에 더욱 현실적으로 와닿았고,
또 그렇기에 읽는 내내 실제로 화성에 살고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듯
쉽게 몰입하고 빠져들 수 있었다.

그는 책에서 지구와 화성이라는 거리의 차이,
생활주기 같은 환경적인 차이뿐 아니라
아직 '문명'이 형성되지 않은
초기 화성의 생활과 삶의 방식을
자신만의 상상력을 발휘해 표현하였다.

지구에서 옮겨 온 사람들이 꾸린 화성사회,
탐사와 개척을 목적으로 하는
초기의 인원으로 시작해
점차 평범한 이주민들로 채워지는 과정은 물론

지구인과 화성인의 소통,
거리로 인해 자연스레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인간관계에 대한 감정적인 부분과
지구 세력과 힘겨루기 하며
화성 내부에서 나름의 균형을 맞춰
지구에서처럼 국가 단위가 아닌 아닌
화성만의 '행성의 정체감'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단순히 '화성이주'라는 것을 떠올렸을 때
미처 깊이있게 생각하지 못했던
힘의 불균형이나 화성과 지구 세력의
상호견제 같은 갈등까지 다뤄내어

결국에는 이런 과정들의 끝에
지구에서 떠나와 화성에 정착해
진정한 '화성인'으로서 자리매김하게 되는
새로운 '문명'의 탄생까지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책의 각 단편에서는
화성 초기 정착 단계의 시점이나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자리잡은 1세대 이후
화성에서 태어나 자란 2세들의 이야기 등
다양한 시점의 화성인들을 담았다.

화성정착 초기 시점에서는 갑작스레 발생한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이 갈등을 지구의 시각과 기준이 아닌,
화성만의 시각과 기준에서 어떻게 해결해야
이 사회가 흔들리지 않을 것인가 하는
심도있는 고민을 담았고,

그 다음편에서는 조금 과학적인 부분은 밀어놓고
지구와 화성의 물리적 거리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감정을 이어가는 연인의 모습으로
감성적인 부분의 공감과 흥미를 이끌기도 했다.

그리고 문득 지구를 떠나서야 느낀
음식에 대한 향수같이 가장 실질적이면서도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이야기와

가진 것도 먹을 것도 없는 불모의 땅인 화성이지만,
기후 위기나 무분별한 개발 등에 속수무책인
지구에서의 실수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행성 단위의 통치제도를 모색하고
지구 문명과 힘의 균형을 맞춰가는
화성인만의 삶의 모습까지
다양한 시점의 화성생활을 보여줌으로써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포인트의 문제부터
누구나 할 법한 고민의 해결,
사랑이나 인간관계 같이 지구를 떠나왔지만
완전히 끊어지지 않는 인간 사이의 소통까지
폭넓게 다루어 각 편마다 다양한 생각을 갖고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또한 환경은 지구와 다르지만
더 나아질 내일을 위한 기대를 안고
각자의 양심과 신념으로 매일을 버티며
힘든 와중에 서로를 돕고 구하며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인물들을 통해,

어쩌면 우리의 현실인 '지구살이'에 있어서도
우리가 매일같이 마주하는
다양한 사회적, 정치적, 환경적인 문제와 갈등 역시
책 속의 화성인들이 그래왔듯
모두가 한마음으로 나선다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아닐지도 모른다고,
너무 늦은 건 아니라는 기대감이 들기도 했다.

익숙지 않은 SF 소설이었지만
이또한 결과적으로는 '사람과 삶'의 이야기임을,

지구에서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를
가뿐히 초월하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화성에서의 '삶'을 다루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지구의 문제 역시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해내며
함께 나서 해결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가볍게 '미래에 화성에 사람이 살 수 있다면'을
상상한 것이 아니라
너른 시각으로 다양한 부분의 문제를 고민하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작가의 글을 통해
미래 화성에서의 삶을,
그리고 지구별에 살고 있는 나와 우리의 삶을
다시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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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혼합니다
가키야 미우 지음, 김윤경 옮김 / 문예춘추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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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뉴스를 통해 해가 갈수록
장년층 혹은 노년층의 황혼이혼이 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기억이 난다

오죽하면 몇 십 년을 함께 살아온
반려인과의 관계를 끊어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다 늙어서 인생의 마지막에 하는 이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나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이기도 하고
나이도 30대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살아온 상대와
갑자기 이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마음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지 못했는데

다양한 사회문제를
사실적이고 리얼하게 표현한 소설로
새 소설이 나올 때마다 찾아읽게 하는
작가 가키야 미우의 신작을 통해
비로소 그 감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은 쉰 여덟 살이라는 인생의 후반기에
이혼을 결심한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다

주인공 스미코는 남편이 폭력을 휘두르거나
다른 여자가 생긴 것은 아니지만
어느 순간 남편과 같이 있기만 해도
견디기 힘들어 건강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
힘든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어느 날, 남편이 죽었다는 소식을 알려오는
친구의 상중 엽서를 받고는
부럽다는 감정에 휩싸인 그녀는
남편과 함께 하는 삶이 괴로워
그가 '죽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다
그 시간을 기다릴 수 없어
결국엔 이혼을 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따로 모아둔 돈도 없고
아이를 가지게 되며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 생활을 하다 이제 계약직으로 일한 지
오래지 않았기 때문에 이혼을 한다 해도
여생의 삶을 혼자 이끌어 가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고 한숨을 쉬며 망설이게 되는데.

과연 그녀는 이혼에 성공하고
자유를 찾아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남편이 벌어온 돈으로 살림을 하고
아이들을 교육하고 시부모 수발을 하는 삶,
그러면서 정작 자신은 챙길 새도 없이
오로지 가족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남편의 눈에는 그저 '집에서 노는 사람'일 뿐
한 사람의 존중받아야 할 가족 구성원보다는
대수롭지 않은 존재일 뿐이다

그저 '참는 것이 미덕'이라 여겼던 그녀는
점점 시간을 거듭해가며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게 되고
남은 본인의 여생을 위해,
기약 없는 남편의 죽음을 기다리기보다는
그런 남편에게서 벗어나
자신을 위한 자유와 선택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으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 선택의 끝에서
비로소 제대로 자신의 본 모습을 되찾게 되며
이 이야기는 끝이 난다

얼핏 이 이야기를 읽어 내려 가다 보면
이런 결혼생활의 모습을 보며
남녀 갈등을 유발한다고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혼을 결심하고
혼자 자립해 나가는 스미코의 노력과
또 스스로 자신의 힘으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믿지 못했던
그녀가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통해

이런 결혼은 옳지 않다,
이런 가정은 이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혼자 사는 인생도, 결혼 또는 이혼하는 인생도
모두 각자 행복하게 살기 위한
하나의 소중한 선택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선택으로 결정한 삶인 만큼,
결정한 이후에는 타인의 시선이나
일반적인 삶의 모습에 신경 쓰거나 비교하지 말고
남이 나를 어떻게 볼지 신경 쓰지 않고
주체적으로 살자는 메시지는
꼭 결혼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인생을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울림이 아닐까 싶다

아내와 엄마로 살아가며 '나'를 내려놓고
그것이 당연한 미덕인 양 살아온
수많은 이 세상의 여성들에게
누구보다 스스로를 사랑하며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작가의 메시지를
꼭 읽어보라 추천하고 싶다

읽는 내내 모든 살림을 거의 전담하고
본인보다는 가족을 위해 희생해온
엄마의 모습과 오버랩되어 속상하기도 했고
또 반성의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 소설을 읽는 수많은 스미코들이
자기 자신을 좀 더 사랑하고
주체적인 선택을 할 수 있기를,
그리고 책을 읽는 모두가
내 곁의 소중한 사람을 당연히 여기지 않고
배려할 수 있는 사람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엄마에게도, 아빠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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